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98화 (298/485)
  • 298화.  < 94화. 왕가의 비약 (1). >

    1.

    새로운 것에 사람들은 언제나 신선함을 느끼는 법.

    새로운 별의 등장도 마찬가지였다.

    [대첩 길드의 문덕, 새로운 별이 탄생하다!]

    문덕이란 새로운 별의 등장에 언론 역시 매우 짙은 관심을 보냈다.

    “문덕, 싸우는 거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

    하물며 언론이 시끌벅적한데 캡슐방이 조용할 리 만무.

    “그런 실력자가 왜 이제 와서 뜬 건지 모르겠다니까.”

    “여하튼 대박이지.”

    휴게실에 모인 이들이 문덕에 대한 이야기를 쉼 없이 떠드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2백만 달러나 받다니.”

    “하루아침에 돈벼락 맞은 거지.”

    물론 캡슐방의 플레이어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건 문덕이 받은 엄청난 상금이었다.

    “부럽다, 부러워. 나도 그런 돈벼락 한 번 맞아보고 싶네.”

    “어우, 배 아파. 왜 나한테는 그런 기회가 안 오는 거지?”

    “진짜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가겠는데 이번 건 정말 배 아픈 일이지.”

    이 세상에 가십거리로 돈보다 좋은 건 없는 법, 하물며 이번 상금 액수는 딱히 갓워즈에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 절로 배가 아파질 만큼 컸다.

    “저것 봐, 현우는 그냥 몸져누웠잖아?”

    캡슐방 손님들이 휴게실 밖에 마련된 소파에 드러누운 정현우의 모습에 딱히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틀린 건 아니었다.

    ‘아, 속 쓰려.’

    정현우가 지금 쓰린 속을 부여잡는 이유 중 하나는 문덕이 받은 상금 때문이었다.

    달리 말하면 오로지 그 이유 때문에 몸져누워있는 건 아니었다.

    큰돈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정현우에게는 자신의 인생을 후회할 만큼 큰돈은 아니었으니까.

    “여하튼 BJ대마도사도 대단하다니까. 그냥 고작 이벤트일 뿐인데 이 정도 여파라니……."

    “이제부터 BJ대마도사 이벤트 할 때마다 다들 죽자 살자 덤벼들겠네. 돈도 돈인데, 바로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기회잖아?”

    “라이징 스타 채널이란 이름도 잘 지었어. 진짜 이제는 스타를 만들어주는 방송이 됐어.”

    정현우의 속을 정말 쓰리게 만드는 건 바로 지금 언급되는 것들, 바로 기대감이었다.

    이번 이벤트는 그냥 충동적으로 생긴 이벤트였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계획된 게 없기 그냥 어쩌다 보니 만들어진 이벤트.

    “조만간 또 하겠지?”

    “아무렴, 딱 봐도 BJ대마도사가 이벤트로 그동안 뜨지 못한 플레이어들 좀 키워주겠다고 하는 게 보이잖아?”

    그런데 지금 대중은 그 이벤트가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물론, 그 이벤트가 정기행사처럼 진행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막말로 BJ대마도사한테 2백만 달러 같은 건 돈도 아니고.”

    “들어보니까 그 상금이 아즈모가 아니라 BJ대마도사가 준 돈이라는 소문이 있어요. 단지 자기 이름 걸고 주면 느낌이 덜하니까 아즈모 이름 팔아서 줬다고.”

    “그래?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당연히 그런 이벤트에 내걸린 상금 역시 당연히 거금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미치겠다.’

    정현우 입장에서 정말 골치 아픈 건 그런 부분이었다.

    이렇게 기대감이 커졌는데 부응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사장님한테 뭐라고 설명하지?’

    비단 정현우만이 아니라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도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커진 상황에서 그건 단발적인 이벤트였을 뿐이다, 앞으로 할 계획이 없다, 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정리하면 사원인 정현우가 벌인 일 때문에 사장에게 예상치 않은 묵직한 고민을 떠넘겨진 셈이었다.

    "으으......."

    신음이 절로 나올 지경.

    “형."

    그렇게 끙끙 앓는 정현우가 안쓰러웠는지 휴게실에서 나온 이혁주가 말을 걸었다.

    “너무 배 아파하지 마세요. 세상일이란 게 그런 거잖아요? 이런 일로 일일이 배 아파하면 어떻게 살아요?”

    이혁주의 격려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눕는 것을 마치고 몸을 세워 앉았다.

    “그리고 사람 일이란 게 다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딱히 틀리진 않은 말.

    ‘그래, 혁주 말이 맞아.’

    그 말에 정현우는 반박 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BJ대마도사만 봐도 그렇잖아요? 다 가진 것 같은 그 양반도 여자 친구는 없잖아요? 돈 많고, 게임 잘하면 뭐해요? 곁에 아무도 없는데.”

    ‘응?’

    허나, 이어진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새끼가?’

    그런 정현우의 변화를 알 리 없는 이혁주는 마저 말을 뱉었다.

    “그리고 게임이란 게 해야 뭐든 나오잖아요? 제가 바로 세팅해드릴 테니까 열심히 하세요.”

    그런 이혁주의 격려에 정현우가 무어라 반박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이혁주의 말에 틀린 말이라고는 단 한 글자도 없었으니까.

    결국 정현우가 반박 대신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래 격려 정말 고맙다.

    그 표현과 함께 정현우가 각오를 다졌다.

    ‘내가 어떻게든 솔로 탈출한다.’

    2.

    [사막왕의 제단에 입장했습니다.]

    로그인하자마자 들리는 알림에 고개든 미다스, 그런 그를 반긴 건 사막왕을 사냥한 자들만이 입장할 수 있는 사막왕의 제단이었다.

    제단의 모양은 작은 피라미드였다.

    높이 15미터 남짓.

    피라미드와 차이점은 제단 주변에 거대한 석판 세 개가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세 개의 석판에는 각각 짐승의 머리, 사자, 늑대, 새의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가진 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한 제단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봤다.

    당연히 미다스의 주변에 다른 플레이어는 없었다.

    사막왕을 잡은 건 그뿐이었으니까.

    왕!

    “주인님, 정말 멋진 제단입니다. 훗날 주인님의 위용을 추종하는 자들이 생겨나면 이러한 제단이 세상 곳곳에 생길 것입니다.”

    보이는 건 힘차게 꼬리를 흔드는 럭키와 이 제단에 누구보다 어울리는 몸을 가진 골드.

    “선배님의 말이 맞습니다.”

    꾸우!

    그리고 이제 사막왕의 모습, 거대 사자의 모습을 갖춘 실버와 그 실버 머리 위에 위풍당당하게 앉아있는 잭팟의 모습뿐이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미다스가 짧게 숨을 뱉었다.

    “후우.”

    ‘상금 건은 잊자. 어차피 그거 아니더라도 충분히 잘 벌고, 잘 먹고 지내잖아?’

    그 숨소리와 함께 배알에 있는 꼬인 무언가 역시 같이 토해낸 미다스가 바로 인벤토리를 개봉한 후 그 안에서 아이템 하나를 확인했다.

    [정체 모를 자의 보물]

    ‘그래.’

    그것을 본 미다스가 마음속에 기대감을 품었다.

    ‘여기서 대박 하나 뽑으면 돼.’

    다른 누구도 아닌 타락한 사막왕을 잡고 얻은 아이템 아닌가?

    ‘잘하면 사막왕이 가진 그 검이 나올지도 몰라.’

    정황상 다른 것도 아니고 사막왕이 썼던 그 검은 칼이 나올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았다.

    ‘그거 나오면 대박이다.’

    그리고 정말로 그 아이템이 나온다면 문덕 건으로 인한 배 아픔은 눈 녹듯 사라질 터였다.

    [정체 모를 자의 보물을 개봉하시겠습니까?]

    “예."

    그런 기대감을 듬뿍 담긴 대답이 나오는 순간, 곧바로 인벤토리 칸을 차지한 상자 대신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했다.

    ‘응?’

    그리고 그 아이템을 확인한 미다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름 잃은 신의 유물]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이름 잃은 신의 힘이 담긴 유물이다.

    담백하기 그지없는 아이템 설명.

    ‘뭐야? 이게 전부야? 그 개고생을 했는데 착용도 아니고 능력치도 올려주지 않는 아이템만 튀어나온다고? 지금 장난해?’

    그 어디에도 쓸모 있어 보이는 여지가 존재하지 않는 설명에 미다스가 분노를 넘어 당혹감을 느꼈다.

    ‘아니지.’

    그러나 이내 미다스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갓워즈가 아무리 개쓰레기 게임이라고 해도 여기서 설마 그냥 이런 퀘스트템 하나만 주는 거로 끝낼 리가 없잖아? 이번 퀘스트 난이도도 지옥 주민들이 울고갈 정도로 어려웠는데.’

    설마 여기서 이렇게 끝날 리가 없다.

    ‘아무렴, 분명 무기나 방어구 재료일 거야. 등급도 무려 레전더리 에픽이잖아? 보통 물건일 리가 없어.’

    필시 어떤 강력한 아이템 제작에 쓰일 것이다.

    그렇게 정신 건강을 위해 스스로를 거듭 다독이는 미다스.

    꾸-우!

    ‘응?’

    그 순간 미다스의 귓속으로 잭팟의 찢어질 듯한 울음소리가 파고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가슴팍에서 빛이 뿜어졌다.

    [???의 알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흡수합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가슴팍으로 인벤토리에서 흘러나온 검은 빛들이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약 10초 남짓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빛이 사라졌고, 미다스의 눈앞에는 두 가지 아이템 정보가 들어왔다.

    [???의 알]

    !용의 알

    !부화를 위해서는 ‘이름 잃은 신의 힘’이 필요

    !부화도 : 52퍼센트

    [이름 잃은 신의 유물]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이름 잃은 신의 힘이 담겨 있었던 유물이다.

    바뀐 두 아이템의 정보를 본 미다스가 이내 웃었다.

    “하하."

    짤막하게.

    “럭키야.”

    왕?

    그 짤막한 웃음 뒤로 럭키를 보며 말했다.

    “진짜 이 게임 갓겜이야.”

    말을 뱉던 인벤토리를 닫은 미다스가 재차 분노를 담아서 소리쳤다.

    “아주 끝내주는 게임이라서 욕이 절로 나오려고 하네! 욕이 나와! 씨발!”

    결국 튀어나오는 욕설.

    사실 아주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용의 알 부화도가 크게 올라 이제는 52퍼센트, 반절을 훌쩍 넘은 상황 아닌가?

    단지 그 사실이 미다스에게 위안을 주진 못할 뿐.

    ‘오냐, 어디 한 번 얼마나 갓겜인지 보자고.’

    그 사실에 이제는 분노를 넘어 독기마저 생길 지경.

    쿠쿠쿠!

    그 독기를 품은 미다스의 귓속으로 사막왕의 제단이, 피라미드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왕!

    “주인님, 위험합니다!”

    평소라면 식겁했을 광경.

    그러나 이미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미다스는 그 광경 앞에서 흔들리기는커녕 도리어 두 눈을 부라렸다.

    ‘차라리 센 몬스터나 나와라. 잡고 템이나 먹게.’

    그렇게 눈을 부라는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사막왕으로부터 왕가의 유산을 지켜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러한 알림과 함께 무너진 사막왕의 제단, 그 안에서 새로운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매의 머리에 건장한 성인 남자의 육체를 가진 존재.

    제단 주변에 세워진 석판 속에 있던 존재였다.

    “왕가의 유산을 수호하는 유산의 수호자입니다.”

    유산의 수호자, 등장하자마자 제 소개를 마친 그가 곧바로 미다스를 향해 다가오더니 이내 고개를 숙였다.

    “배신자로부터 왕가의 유산을 지켜주신 분께 미흡하나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당신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배신자에게 왕가의 유산이 넘어갈 뻔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설명.

    그러나 지금 배알이 비틀린 상태인 미다스에게 그 설명이 제대로 전달될 리 만무했다.

    '빨리빨리 진행해라.'

    마음 같아서는 그냥 판을 뒤집고 싶지만, 워낙 중요한 퀘스트이기에 꾹 참을 뿐.

    “송구스럽지만 은인께 부탁을 드립니다.”

    그런 미다스 앞에서 유산의 수호자가 이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결계가 무너진 이상 더 이상 왕가의 유산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사료됩니다.”

    그 말에 미다스의 표정이 시큰둥하게 변했다.

    ‘또 택배 운송이나 해라, 이거네.’

    딱 봐도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만 이윤은 남지 않을 것 같은 퀘스트 내용.

    “해서 은인께서 왕가의 유산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아, 예.”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퀘스트에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시큰둥한 대답을 내뱉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들린 알림과 함께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왕가의 비약]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5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왕가의 유산인 왕가의 비약을 마지막 오아시스에 있는 왕가의 후예에게 건네주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왕가의 비약

    !퀘스트 완료 시 ‘오우거들의 영역’ 진행 가능

    ‘응?’

    그 내용을 보던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보상이?’

    왕가의 유산이 왕가의 비약인데 퀘스트 보상이 왕가의 비약이다?

    그렇다는 건 왕가의 유산이 곧 보상이라는 의미!

    ‘어?’

    그 사실을 바라본 미다스의 얼굴에 더 이상 시큰둥함 따위는 존재치 않았다.

    “여기, 왕가의 유산입니다.”

    그런 미다스에게 유산의 수호자가 손에 든 자그마한 상자를, 반지함 크기의 돌로 만들어진 상자를 건네주었다.

    [왕가의 유산]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왕가의 유산이다. 안에 왕가의 비약이 담겨 있다. 왕가의 후예만이 열 수 있다.

    보이는 건 그냥 상자.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그 상자 안에 담긴 진짜 물건이 보였다.

    [왕가의 비약]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사용 가능 레벨 : 259레벨 이하

    - 효과 : 왕가의 신비한 힘이 담긴 비약이다. 마신 자를 강인한 수호자로 만들어준다.

    강인한 수호자로 만들어준다, 그 아이템 효과를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의 시선이 잭팟을 향했다.

    꾸우!

    이제는 럭키의 머리 위에서 부리로 제 날개를 정리하던 잭팟이 주인의 시선에 뭘 보냐는 듯이 시큰둥한 소리를 뱉었다.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이제는 정면에 있는 유산의 수호자를 바라봤다.

    매의 머리에 인간의 육체를 가진 강인한 수호자!

    ‘설마 진짜?’

    그 순간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을 확인한 미다스가 바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유산의 수호자와 시선을 맞춘 채 소리쳤다.

    “저 미다스, 왕가의 유산을 지켜내는 이 거룩한 임무를 목숨 걸고 기필코 완수하겠습니다!”

    ‘역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끝내주네!’

    3.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끝내주는군.”

    손에 든 태블릿PC를 내려놓는 멀린, 그제야 드러난 얼굴 입가에는 실소가 걸려 있었다.

    “퀘스트 난이도는 둘째 치고 퀘스트 도중에 퀘스트 레벨을 넘어서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라?”

    말을 하면서도 멀린은 거듭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만했다.

    현재 어비스 길드가 탐험가 길드와 함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공략하면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퀘스트 제한 레벨 이상이 되면 퀘스트 진행이 불가능했다.

    갓워즈에서 레벨을 낮추는 방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새로 키우는 걸 전제로 퀘스트를 디자인할 줄이야. 아주 고약해.”

    즉, 새로 캐릭터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는 의미.

    갓워즈란 게임에서 온갖 말도 안 되는 경우를 경험한 멀린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는 게 이상할 게 없는 대목이었다.

    “김민수,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상할 게 없죠. 하물며 갓워즈란 게임은 팔려고 만든 게임도 아니고요.”

    하지만 그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마주한 엠마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이 게임에 그가 부여한 의미를 생각하면 오히려 이 정도는 짓궂은 장난 수준이죠.”

    아니, 담담한 수준을 넘어 이게 당연하다는 듯한 반응.

    “이게 짓궂은 장난 수준이면, 진짜 제대로 장난을 치면 어느 정도일지 소름부터 돋는군.”

    그 반응에 재차 혀를 내두른 멀린.

    그러한 멀린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뭐, 덕분에 상황 계산은 편해졌군.”

    헛웃음 대신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BJ대마도사를 한 번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그도 그럴 것이 이러한 말도 안 되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방식은 BJ대마도사에게도 유효했다.

    “한 번만 굴러떨어지면, 바로 우리 뒤에 서게 될 테니까.”

    BJ대마도사 역시 하루아침에 몰락할 수 있다는 의미.

    “그걸로는 부족하죠.”

    물론 엠마는 그 사실에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부족하다고?”

    “퀘스트를 실패하면 다시 1레벨부터 시작한다, 정말 짜증나는 일이지만 못할 일은 아니죠. 현재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극히 소수만 공략 중이니까요.”

    그녀는 그 이상을 준비했다.

    “하지만 만약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대한 정보가 대중에 공개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과연 실패한 BJ대마도사가 새로 시작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떨어지는 순간, 영영 다시 시작할 수 없게 만드는 것.

    “잠깐만, 그러면 우리 쪽도 위험하잖아?”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일반 플레이어들을 무자비하게 때려잡으면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공략할 순 없는 법.

    엠마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대중에 공개하는 건 일반 플레이어를 장애물로 삼기 위함이었다.

    당연히 그 장애물은 어비스 길드에게도 유효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실패했을 때도 염두에 두어야지. 그런 식으로 정보를 풀면……."

    “실패했을 때를 염두에 둔 채로 BJ대마도사를 이길 생각을 하는 건가요?”

    “그야……."

    그럼에도 엠마가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BJ대마도사를 상대한다면 벼랑 끝에 서서 싸울 각오 정도는 해야죠.”

    BJ대마도사를 상대로 어설픈 각오나 수작 따위가 통할 리가 없다는 것.

    그러한 엠마의 의견에 멀린은 반박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방식은?”

    “탐험가 길드 쪽을 통해서 터뜨릴 생각이에요.”

    “탐험가 길드?”

    “정보를 터뜨리고 대신 NPC와 필드를 관리한다, 탐험가 길드가 가장 잘하는 거잖아요?”

    이어진 엠마의 설명에 멀린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시기는?”

    갓워즈의 트렌드를 바꿀 이 폭탄을 과연 언제 터뜨릴 것인가?

    그 물음에 엠마가 대답했다.

    “이제부터 그걸 고민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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