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95화 (295/485)
  • 295화.  < 93화. 사막왕 (4). >

    10.

    “15분 동안 이곳에 가만히 있겠습니다.”

    미다스가 그 발언을 했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하나였다.

    - 이제야 좀 이벤트답게 하네.

    - 그래, 상금 걸었는데 아무도 상금 타간 사람이 없으면 욕먹기 딱 좋지.

    BJ대마도사가 매너를 지키는구나.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이벤트에는 적지 않은 상금이 걸려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아무에게도 상금을 주지 않는 그림은 솔직히 보는 이한테나 그리는 이한테 좋을 게 없었다.

    - BJ대마도사가 그정도 상금을 아까워하는 것도 아니고.

    ㄴ BJ대마도사가 상금 주는 건 아니잖아?

    ㄴ 아무렴 어때? 설마 그 상금 아까워하는 사람이 여기 있겠어?

    ㄴ 그렇지. BJ대마도사가 설마 돈 나가는 게 아까워서 일부러 악착같이 빨리 게임 진행했을 리도 없잖아?

    ㄴ 우리 BJ대마도사님이 여자친구가 없지, 돈이 없는 게 아니라고!

    더욱이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푼돈이나 다름없는 5만 달러 남짓한 상금을 주는 걸 아쉬워하리라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때문에 BJ대마도사의 발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저 올게 왔구나, 할 걸 하는구나, 수준이었다.

    딱히 격렬한 반응 따위는 없었다.

    “가장 먼저 저한테 오시는 분께는 같이 사막왕 레이드를 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이어서 나온 미다스의 발언에는 채팅창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 가만, 지금 폭탄 선언 나온 거 같은데?

    - 진짜? BJ대마도사랑 같이 사막왕 잡는다고?‘

    현재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숫자는 8,200만 명!

    그런 BJ대마도사와 함께 사막왕 레이드를 할 수 있다는 건, 거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회였다.

    - 돈 주고도 못 사는 기회잖아?

    ㄴ 금액을 떠나서 BJ대마도사가 돈 때문에 이런 기회를 팔 리가 없지.

    ㄴ BJ대마도사와 레이드 같이 뛰었다! 이 커리어만 있으면 앞으로 어지간한 길드는 프리패스지!

    ㄴ 그보다 BJ대마도사가 화끈하긴 화끈하게, 이렇게 퍼주는 걸 보니까.

    때문에 시청자들은 BJ대마도사가 이번 이벤트에 참가한 플레이어에게 큰 선물을 준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이 발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격렬할 수밖에 없었다.

    ‘아, 양심에 찔리네.’

    어차피 사막왕의 군대와 싸우다가 잡힐 거, 도움이나 받자!

    그런 의미로 이런 이벤트를 기획하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양심이 아플 만한 대목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 내심을 밝힐 수도 없는 노릇.

    ‘오면 잘 해드려야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라이브 방송을 이끌어가는 것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우려했다.

    ‘그런데 만약 소규모 파티가 온다면…….'

    지금 미다스가 있는 곳까지 오기 위해서는 막강한 전력이 필요했다.

    미다스처럼 몬스터 몰이를 하면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건 불가능했고, 그럼 남은 답은 결국 몬스터를 잡으면서 오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러나 세상일에 100퍼센트라는 놈은 없는 법.

    막말로 근접 딜러, 암살자들로 구성된 파티 혹은 개인이 에라, 모르겠다! 같은 각오로 미다스가 있는 곳까지 도달할 수도 있었다.

    그 경우 미다스는 그 소수와 함께 사막왕의 군대를 상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버스 타려다가 승객 태우는 꼴이지.’

    도움을 바라던 미다스가 도리어 그 플레이어의 안위를 지켜주면서 사막왕 레이드를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는 셈.

    결코 유쾌하지 못한 경우였다.

    “아,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과연 누가 저와 함께 사막왕 레이드를 할 기회를 누릴지, 궁금합니다. 럭키야, 너도 그렇지?”

    왕!

    그 불안감을 속으로 삼킨 채 미다스가 애써 유쾌한 척 연기를 했다.

    콰앙!

    그 순간 먼 곳에서 거대한 폭음이 들렸고, 그 사실에 미다스 일행 전부가 반응했다.

    크르르!

    “주인님, 저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듯합니다.”

    럭키와 골드의 경고 속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됐다, 됐어!’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는 2천이 넘게 되는 무리를.

    11.

    흔히 말한다.

    적당한 재능만큼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건 없다고.

    문덕, 그가 그런 케이스였다.

    그는 분명 게임에 대한 재능이 있었다. 1티어급 길드는 물론 10대 길드에서 유망주로 영입 제안이 왔을 정도.

    싼값에 그들 밑에서 유망주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기꺼이 실력으로 부귀영화를 쟁취하고자 마음이 맞는 이들을 모아 대첩 길드를 만든 것도 그 재능 때문이었다.

    특히 유니크 클래스 직업인 웨폰 마스터 직업을 얻은 이후 그는 갓워즈에 인생을 걸었다.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그의 행보는 순탄치 못했다.

    결과는 있었다.

    나름 던전도 공략했고,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성공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갓워즈의 세계, 프로 플레이어의 세계는 결과를 낸다고 해서 끝난다는 게 아니었다.

    열심히 찍은 영상의 조회수는 처참했고, 라이브 방송을 할 때면 운 나쁘게 해프닝이 터졌다.

    길드 내적으로 홍역도 연거푸 치렀다.

    실력이 있으면 어디선가는 러브콜이 오는 법.

    힘든 나날 속에서 길드원들이 하나둘 떠났고, 자연스레 꿈과의 거리도 멀어졌다.

    ‘이번밖에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이번 기회도 못 살리면 지민이 볼 낯이 없어.’

    자신을 믿고 지원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

    ‘딸아이도 그렇고.’

    더 나아가 앞으로 자신이 믿고 지원해줘야 하는 아이가 있다는 것.

    “우리 4개 팀 플레이어를 합치면 2,419명, 이 숫자로 단숨에 BJ대마도사가 있는 곳까지 갑시다.”

    “그건 좀 너무 과한 거 아니야?”

    “맞아, 2천 명이라니, 이렇게 해서 가봤자 무슨 의미가 있어? 욕만 먹을 것 같은데.”

    “BJ대마도사 성격을 생각하면 2천 명이 모여서 가면 넌센스라고, 꺼지라고 할지도 몰라.”

    그게 이유였다.

    “그런 체면 같은 건 무시합시다. 지금 중요한 건 억지로라도 기회를 잡는 겁니다. BJ대마도사와 이야기할 기회. 그의 방송에 나올 기회."

    그가 염치없는 결정을 망설임 없이 할 수 있었던 건.

    “제가 얼굴마담 하겠습니다. 혹여 문제 생기고, 욕 날아오면 제가 했다고 하세요.”

    더 나아가 그는 혹여 생길 문제에 대한 희생양으로 제 스스로를 내걸었다.

    그 후의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게임사 물량 앞에 장사 없는 법.

    2천 명이 넘는 숫자, 막대한 팀 앞에서는 제아무리 강력해진 모래숲의 몬스터라고 해도 얼마 버티지 못했다.

    - 아, 이건 좀.

    - 2천 명이라니, 과한 걸 넘어서 역겹네.

    - 아무리 1등하고 싶다고 해도 그렇지, 이런 식으로 1등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 이런 식으로 커리어 쌓으면 역효과 날 듯.

    그 사실에 몇몇 시청자들은 비난을 퍼부었다.

    그 비난에 문덕의 동료들도 말했다.

    “이거 잘못되면 진짜 우리 커리어 끝장나겠네.”

    “상금은 이미 의미 없는 수준이고, 욕만 먹겠다.”

    썩 좋은 방법 같진 않다고.

    당연히 문덕 역시 우려를 품었다.

    “BJ대마도사가 이런 방법을 용인할까?”

    정말 그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의 방식을 용납하지 않는다면, 과연 그때는 어떻게 될까?

    “어? 저거 실버 아니야?”

    “럭키 골드다!”

    “BJ대마도사다!”

    그러한 우려 속에서 그토록 바라던 BJ대마도사의 앞에 도달했을 때 문덕은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앞서 말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

    ‘여기서 끝나면 그냥 게임 접자.’

    심지어 최악의 상황이 나오고 그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후의 자신의 모습마저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문덕의 사고는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비단 그만 그런 건 아니었다.

    BJ대마도사를 약 50미터 거리 앞에 둔 상태에서 2천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 모두가 그대로 정지했다.

    그때 BJ대마도사가 소리쳤다.

    “대장 있으면 나오시죠.”

    그 말에 2천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문덕만을 바라봤다.

    '헉.'

    그 엄청난 숫자의 시선이 문덕을 마리오네트처럼 강제로 움직이게 했다.

    처벅, 처벅.

    문덕이 제 의지와 상관없이 BJ대마도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크르르!

    “주인님, 위험한 냄새가 납니다.”

    “선배님의 말에 동감입니다.”

    그렇게 거리가 가까워지자, 곧바로 럭키의 경고성 어린 으르렁거림과 골드와 실버의 적의 가득한 말이 들렸다.

    그러한 럭키와 골드, 실버가 주는 압박감은 라이브 방송에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다를 수밖에 없었다.

    라이브 방송을 볼 때 럭키와 골드는 든든하고, 멋지고, 끝내주는 BJ들이었지만 게임 속에서 마주 보는 건 경쟁자 혹은 적일 때였으니까.

    럭키와 골드가 몬스터들을 압도적으로 처치하는 장면에서 몬스터들에 감정이입이 되는 셈.

    ‘맙소사.’

    게임 속임에도 숨이 턱턱 막히는 것처럼 착각을 하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쪽이 대장입니까?”

    그 숨 막히는 상황 속에서 BJ대마도사가 문덕에게 질문했다.

    “예? 예.”

    반사적으로 나온 대답.

    “저기 2천여 명이 한 팀인 거고요?”

    그러나 이어진 BJ대마도사의 질문에는 대답이 반사적으로도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문덕의 귀에는 그게 질책처럼 들린 탓이었다.

    2천 명이 한 팀이 되어서 온 주제에 지금 뭘 잘했다고 대표랍시고 나서고 있냐? 그런 질책.

    “2천 명이 한 팀 맞아요?”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문덕은 즉답을 내뱉는 대신 각오를 한 번 꽉 씹었다.

    그러자 머릿속에 자신을 믿어준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녀 뱃속에 있는 딸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체면은 버리자.’

    그제야 비로소 문덕은 뱉을 수 있었다.

    “2,419명, 약속대로 BJ대마도사를 찾았으니 그에 대한 상품 수령을 원합니다.”

    그 대답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다름 아니라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들이었다.

    - BJ대마도사가 어떤 결정을 하려나?

    이벤트에 제약은 없었지만 2천 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으로 온 건 본래 취지에서 분명 벗어나는 일.

    BJ대마도사가 ‘이건 무효’ 라고 외쳐도 솔직히 문덕 팀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었다.

    문덕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발.’

    그는 부디 원하는 대답이 나오기를 간절히 기도만 했다.

    그렇게 모두가 BJ대마도사의 대답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아, 이거 골 때리네.”

    그 첫 마디에 문덕을 비롯해 그를 따라온 모든 이들의 표정이 굳었다.

    결코 긍정적인 표현은 아니었으니까.

    “이런 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러면 문제가 있는데.”

    거듭된 나오는 부정적인 표현.

    심지어 BJ대마도사는 말만이 아니라 몰려온 플레이어들을 쭈욱 바라본 후에 고개마저 절레절레 흔드는 부정적인 제스처마저 취했다.

    ‘설마?’

    그 모습에 문덕을 비롯해 그를 따라온 이들의 마음속에서 기회라는 단어가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아, 본래 계획대로라면 오신 분들에게 포션이라도 하나씩 드리면서 목 좀 축이게 해드려야 하는데……."

    미다스의 그 발언에 분위기에 꼈던 긴장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이 오시면 포션 드리는 건 불가능하겠네요.”

    이윽고 나온 그 말에 문덕이 반사적으로 질문했다.

    “다 된 겁니까?”

    “예?”

    그 질문에 미다스가 도리어 의문을 품었다.

    ‘무슨 소리지?’

    사실 지금 미다스도 정신이 없었다.

    그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플레이어가 온 탓에 정말 기뻐 죽을 듯했으니까.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려는 환호성을 참고, 담담한 척 멘트를 치는 게 쉬울 리 만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문덕의 말을 듣는 순간 그 말을 해석하기 위해 미다스는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다 되긴요, 앞으로 상금 수령도 하셔야 하고, 인증샷도 찍어야 하고, 인터뷰도 해야 하는데요.”

    말과 함께 미다스가 문덕의 옆에 다가가 그에게 어깨동무를 한 채, 사막왕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막왕 레이드도 같이 해야 하고. 안 그래요?”

    ‘여기까지 왔는데 같이 못하겠다고 하면 골치 아파지니까 확답부터 받아놓자.’

    그 대답에 비로소 문덕의 표정이 달라졌다.

    기쁨의 미소 따윈 없었다.

    도리어 문덕의 표정이 더 굳어졌다.

    ‘왔다.’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기회가 눈앞에 온 순간.

    ‘이 기회를 절대 여기서 끝낼 순 없지.’

    당연한 말이지만 그 바라던 기회가 올 때를 떠올리며 그때 던질 승부수를 준비해두고 있었다.

    “BJ대마도사님.”

    문덕이 그 준비해둔 승수부를 던졌다.

    “사막왕까지 우리 팀이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예?”

    12.

    푸홧!

    모래숲의 모래바닥이 폭발하듯 솟구치고 이내 그 솟구친 모래들 주변으로 검은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검은 바람 속에서 모래로 만들어진 몬스터 한 마리가 등장했다.

    크르르!

    사람의 몸에 개의 머리를 가진, 3미터나 되는 신장을 가진 몬스터가.

    사막왕의 병사!

    이번 이벤트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그 몬스터는 외형부터가 남다른 포스를 보이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외관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 강함은 비슷하게 모래로 만들어진 인간들, 샌드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푸홧!

    결정적으로 한 번 등장하면 그 숫자가 기본 3백 단위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그러한 등장 빈도수는 전투가 멈추지 않을 정도로 거듭, 매우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군대라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은 수준.

    “또 등장했네!”

    “미치겠네, 이거 뭐 쉴 틈을 안 주네!”

    “탱커들 정신 차리고 자리 잡고, 원딜은 딜링 쉬지 마! 눈앞에 있는 거 다 잡았다고 해서 전투 쉬지 마!"

    “힐러들 버프 쿨 그냥 돌려! 포션 아끼지 말라고!”

    당연히 그 군대를 상대하는 플레이어들은 어느 때보다 분주할 수밖에 없었다.

    콰앙!

    “마법, 마법 포격 들어간다! 휘말리지 마!”

    크르르!

    “오른쪽 탱커 라인 무너졌어! 빨리 복구해!”

    자연스레 전장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 치열함 속에서 배제된 건 오로지 한 명이었다.

    ‘아.’

    미다스, 그만이 이 전장을 맨 뒤에서 하는 것 없이 그리고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그의 귓속으로 목소리가 들렸다.

    “전투에 집중해! 결과를 보여주는 거다! BJ대마도사님이 나설 낌새를 만들지 마!”

    그 외침에 미다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문덕, 그는 말했다.

    자신들이 사막왕까지 BJ대마도사님을 편안하게 안내해드리겠다고.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게 해드리겠다고.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 실력을 보여주는 거야!”

    “지금 9천만 명이 우리 전투를 보고 있어!”

    자신들의 활약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름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상식적으로 BJ대마도사가 나선다면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그에게만 향할 게 뻔한 노릇.

    그리고 그런 BJ대마도사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 오는 것 사실상 불가능한 노릇이었다.

    중원 길드 그리고 탐험가 길드의 테오조차 하지 못했던 것을 그저 실력 좀 있는 플레이어들이 할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떻게든 BJ대마도사가 나서지 못하게 상황을 만드는 게 최선.

    실제로 그 효과는 분명 나타나고 있었다.

    - 다들 실력이 상당하네.

    - 2천 명 넘게 모여서 어중이떠중이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다들 알짜배기들인데?

    - 죄다 나름 사막에서 사냥 좀 한다는 베테랑들이니까. 그래도 직접 실력을 보니까 대단하네.

    BJ대마도사라는 강렬한 별이 잠자코 있자, 자연스레 다른 플레이어들의 활약상이 눈에 보였다.

    - 처음 보는 몬스터 상대로도 잘 싸우네.

    더욱이 그들이 마주한 몬스터는 사막왕의 병사,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몬스터였다.

    - 그것도 엄청 센놈 상대로,

    - 공략도 없이 바로 싸우는데도 잘 싸우네.

    그것도 그냥 허접한 몬스터가 아닌 게임을 잘 모르는 이가 봐도 강력한 몬스터.

    자신들의 능력을 보다 더 빛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제물은 없었다.

    그리고 그 제물을 기꺼이 자신의 것으로 삼는 이들 역시 등장했다.

    “문덕 팀이 뚫었다!”

    “문덕 팀이 길 뚫었어!”

    문덕이 그러했다.

    - 와, 쟤 누구임? 문덕이라고? 무슨 길드? 대첩 길드?

    - 양손에 무기 든 거 보니까 웨폰 마스터 같은데, 실력 장난 아니네. 저렇게 양손을 자유자재로 쓰는 건 쌍칼 이후로 오랜만인 듯.

    - 저런 플레이어가 왜 이제까지 묻혀 있던 거지?

    - BJ대마도사보다 멋지네.

    - 워즈튜브 채널 구독하러 갑니다.

    이미 이번 팀의 리더라는 것부터가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활약상마저 뛰어나니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한 일.

    ‘드디어 기회가 왔어.’

    문덕 역시 마찬가지였다.

    - 문덕 님 파이팅!

    - 문덕 님, 오늘부로 팬합니다.

    - 이런 실력자를 그동안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자신의 라이브 방송 채팅창, 평소에는 백여 명도 간신히 넘기 힘들던 그 채팅창에 무려 30만 명이 넘는 이들이 들어와서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는 사실에 그는 더 이상 보이는 게 없었다.

    “BJ대마도사님을 제가 사막왕 앞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그저 이 기회를 준 BJ대마도사를 향한 감사의 마음을 눈앞의 몬스터를 상대로 표현할 뿐.

    비단 문덕만 그런 게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약하거나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BJ대마도사가 움직일 게 분명해! 그러니까 다들 그냥 들어가!”

    “차라리 싸우다 죽어! BJ대마도사가 나서기 시작하면 이 행복한 시간도 끝이야!”

    “이럴 때 죽어야 장렬한 거지! 다들 무서워하지 말고 들어가! 이런 기회 다시는 안 와!”

    그와 비슷한 처지의 플레이어들 모두가 기꺼이 게임 오버를 각오한 채 몰려오는 사막왕의 군대를 향해 돌진했다.

    - BJ대마도사 표정 굳은 거 봐.

    그 광경 앞에서 BJ대마도사의 표정은 딱히 좋을 이유가 없었다.

    - BJ대마도사 계획은 이게 아니었을 테니까.

    - 분명 자기가 버스 태우고 자랑하는 그림 그렸을 텐데, 그 그림 완벽하게 파괴되었죠? 끝났죠? 지금 버스 승객이죠?

    - BJ대마도사가 자기 라이브 방송에서 주도권 빼앗긴 건 이번이 처음 아닌가?

    - 아, 들린다, 들려! BJ대마도사 자존심에 스크레치 나는 소리가!

    - BJ퇴물도사로 개명 가즈아!

    적어도 시청자들이 보기에 지금 상황은 BJ대마도사의 계획과 전혀 다른 상황이었으니까.

    물론 진짜 그런 이유로 표정이 굳은 건 아니었다.

    ‘아, 꿀을 너무 강제로 빨아서 그런가, 양심이 너무 아프다.’

    이렇게까지 쉽게 꿀을 빨 줄은 몰랐다는 것.

    동시에 우려도 있었다.

    ‘그보다 이렇게 되면 사막왕 레이드에서 제대로 활약해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편하게 온 마음 그리고 활약상이 부족한 만큼 사막왕 레이드에서 보다 더 멋진 활약을 기대할 터.

    달리 말하면 그만큼 부담감이 생긴 셈이었다.

    ‘할수 있는 데까지 해야지.’

    그 사실에 각오를 다지는 미다스, 그런 그의 눈에 이제는 거의 코앞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가까워진 붉은빛 기둥이 보였다.

    ‘어?’

    그 순간이었다.

    [사막왕이 침입자에 분노합니다.]

    갑작스러운 알림과 함께 붉은빛 기둥이 있는 곳, 그곳으로 거대한 모래기둥이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끝없이 내리쬐던 태양빛에 점 하나가 생겼다.

    이윽고 그 점이 치열한 전장, 그 위를 향해 추락했다.

    꽈릉!

    대강하!

    그 스킬이 단숨에 치열한 전장을 채우던 병사와 플레이어들을 강제로 멈추었다.

    압도적인 파괴력!

    그 파괴력을 보여주는 듯 모래 위에 등장한 거대한 크레이터 위로 몬스터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의 몸에 사자의 머리를 가진 자.

    사막왕!

    이 모래숲의 보스 몬스터인 놈의 등장에 시청자들은 기겁했다.

    - 사막왕이 대강하 스킬을 썼어?

    - 이건 또 뭔 개지랄이야?

    - 미쳤다, 미쳤어!

    본래 그들이 아는 사막왕은 대강하 스킬 따위는 쓰지 못했으니까.

    - 가만, 그보다 손에 든 건 뭐지?

    - 처음 보는 칼인데?

    더욱이 사막왕의 손에는 평소에 본 적 없었던 무기가 쥐여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쉬익!

    사막왕이 칼을 휘두르자, 그 칼에서 검은색 검기(劍氣)가 뿜어진 채 모래 위를 빠르게 지나갔다.

    이윽고 그 검은색 검기가 그대로 플레이어를 덮쳤다.

    푸홧!

    그 공격에 일부 플레이어들, 마법사나 힐러들이 맞는 순간 그대로 몸이 반으로 갈린 채 모래바닥에 너부러졌다.

    - 뭐야? 데미지 왜 저래?

    - 설마 한 방에 즉사한 거야?

    아무리 HP가 낮은 원딜러와 힐러라고하지만 고작 한 번의 공격에 즉사한다는 건 믿기 힘든 일.

    “데미지 장난 아니야!”

    “다들 탱커 뒤로 피해!”

    그나마 살아남은 탱커들 역시 이 말도 안 되는 데미지에 경악하며 경고성을 내질렀다.

    - 맙소사, 이번 사막왕은 대체 어떤 놈이야?

    - 2천 명 플레이어들을 바로 기선제압하네!

    플레이어들에게 우세한 전장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사막왕 하나에 압도되는 순간.

    실제로 플레이어들이 마주한 공포는 상당했다.

    ‘이거 위험해.’

    ‘어떻게 하지?’

    강력함을 넘어서 특별한 능력을 2개나 가지고 나온 사막왕은 플레이어들이 나름 준비한 머릿속 선택지를 전부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컴퓨터로 따지면 갑자기 강제로 부팅이 된 셈.

    사고가 제대로 진행될 수가 없게 된 셈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콰광!

    거대한 대폭발 하나가 그대로 사막왕을 덮쳤다.

    콰광!

    이어서 한 번 더.

    콰광!

    콰광!

    이후 대폭발이 연거푸 더 폭발함과 동시에 외침이 들렸다.

    “사막왕 레이드를 시작합니다!”

    무대 위의 배우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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