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91화 (291/485)
  • 291화.  < 92화. 숨바꼭질 (2). >

    4.

    이 세상에 사람 관심을 끄는데 돈보다 좋은 건 없다.

    갓워즈의 슈퍼 스타 플레이어 아즈모, 그가 자신의 인기 비결 중 하나로 그 말을 했을 때 반박하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딱히 반박하고자 하는 이도 없었다.

    그저 아즈모가 그가 내뱉은 말처럼 관심을 끌기 위해 돈을 얼마나 쓸지 궁금해할 뿐.

    - 5만 달러짜리 숨바꼭질이다! 그냥 찾기만 해도 5만 달러다!

    이번 BJ대마도사의 역대급 상금이 걸린 숨바꼭질 이벤트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벤트 내용에 반박을 하거나 이벤트가 생긴 배경에 의문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 미친, 이거 역대급 이벤트 아님?

    ㄴ 역대급 맞지. 레전더리 템 사냥하러 가는 것보다 BJ대마도사 만나러 가는 게 훨씬 더 낫잖아?

    ㄴ 그런데 이거 개인 단위야?

    ㄴ 에이, 파티 단위겠지.

    ㄴ 그래도 100개 파티면 500만 달러가 나가는 거네. 와, 무슨 놈의 스케일이 로또 복권급이네.

    ㄴ 그런데 그게 아니라 진짜 개인 단위면?

    ㄴ 그건 미친 거지.

    그저 이 말도 안 되는 이벤트를 향해 격렬한 반응을 보일 뿐.

    격렬한 정도가 아니었다.

    “구독자 숫자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나 지금 일 중이야. 아, 맞다니까! 어쨌거나 모래숲에서 BJ대마도사 발견하면 5만 달러 주는 거 맞다고! 일하는 중이니까 나중에 통화해.”

    “예, 라이징 스타 채널입니다. 아, 광고요? 그건 이쪽 루트가 아니라, 홍보팀하고 하셔야 하는데요? 예? 사장님이랑 통화가 안 된다고요?”

    라이브 방송이 끝난 직후 라이징 스타 채널 사무실은 이제 막 터진 화산처럼 폭발이 끊이질 않고, 용암 같은 열기가 가라앉질 않았다.

    박영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우.”

    그냥 아예 스마트폰을 끈 채, 자신 역시 속에서 들끓었던 열기를 식히려는 듯 거듭 숨을 골랐다.

    사실 그의 상태는 지금 그 누구보다 뜨거운 상태였다.

    ‘간신히 연출에 성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나온 아즈모의 갑작스러운 베팅은 그의 충동적인 선택이 아니라 박영준과 아즈모의 합의 하에 나온 연출이었다.

    계획적이었다는 의미.

    물론 BJ대마도사가 숨바꼭질 콘텐츠를 써먹을 줄은 몰랐다.

    ‘중원 길드가 뭔가 하리라고 예상하고 대비하지 않았으면…….'

    단지 어떤 식으로든 중원 길드나 혹은 어비스 길드를 통해 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터질 경우 그 사고가 순순히 정리되지 않으리란 생각에 대비만 해두고 있었을 뿐.

    그리고 문제가 터지는 순간, 중원 길드가 갑자기 이 판에서 손을 떼는 순간 박영준은 아즈모와 핫라인을 열었다.

    이어서 BJ대마도사가 숨바꼭질 콘텐츠를 꺼내는 순간 핫라인을 통해 아즈모와 거래를 했다.

    아즈모가 나서서 이 숨바꼭질 이벤트의 스케일을 키워달라.

    ‘……지분을 넘기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았겠지.’

    그러면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지분 일부를 아즈모에게 판매하겠다.

    사실 그 제안이 아니었다면 그 순간 아즈모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큰돈을 지를 이유는 없었다.

    아즈모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가 곤란해지면 곤란해질수록 그것을 빌미로 그와 더 긴밀한 관계를 꾀할 수 있었으니까.

    여하튼 박영준 입장에서는 매우 긴박했던 순간, 그 달아오른 속을 진정시키기 위해 거듭 한숨을 내뱉는 것이 당연했다.

    “후우.”

    ‘그래도 대단해.’

    한편으로는 그 순간 그런 재치를 떠올린 BJ대마도사의 능력도 엄청난 것이었다.

    솔직히 주변 이들이 도와주려고 해도 계기가 있어야 도와줄 수 있는 법.

    만약 거기서 BJ대마도사가 게임 플레이 건으로 이벤트를 기획했다면 도와주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숨바꼭질은 달랐다.

    상금이라는 것을 명분 삼아 얼마든지 참전이 가능했으니까.

    ‘보안 담당자도 그렇고.’

    동시에 이렇게 신속하게 핫라인을 만들어주고, 보안을 유지해준 보안 담당자의 역할도 컸다.

    만약 이 대화 내용이 도중에 어비스 길드나 혹은 다른 경쟁 집단에 캐치됐다면 역풍을 맞아도, 제대로 맞았을 일.

    아니, 만약 보안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결코 이런 이야기를 핫라인을 통해 빠르게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

    망설이다가 결국 가장 좋은 타이밍을 날리게 됐겠지.

    ‘5만 달러.’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빅 이벤트가 발생했다.

    이제까지 있었던 모든 사건 사고들을 가볍게 과거의 이야기로 만들 빅 이벤트가.

    달리 말하면 어비스 길드와 중원 길드가 원하던 시나리오가 뭉개졌다는 의미.

    “후우."

    그게 지금 박영준이 어떻게든 냉정함을 되찾으려는 이유였다.

    ‘어비스 길드랑 중원 길드의 다음 행동이 중요해.’

    그 두 집단은 결코 이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테니까.

    ‘BJ대마도사가 어떻게든 이번에 그들에게 치명적인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

    그리고 자신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 그 둘을 BJ대마도사가 그냥 좌시하지 않을 테니까.

    툭툭!

    그렇게 박영준이 고뇌를 시작했다.

    5.

    “와, 대박 사건이네.”

    “찾기만 해도 5만 달러라니, 사막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운이 좋군.”

    “아니, 운이 좋은 수준이 아니잖아?”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종료 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이야깃거리는 하나, 다음에 있을 모래숲 숨바꼭질 이벤트였다.

    “야, 그보다 탐험가 길드가 깜짝 이벤트 발표한다고 하는데?”

    “그딴 거 관심 없어.”

    평소라면 충분히 파격이었을 다른 소식 따위는 귀에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

    그만큼 이번에 나온 숨바꼭질 조건은 여러모로 파격적이었다.

    “부럽다, 부러워. 내가 사막에 캐릭터 있었으면 무조건 모래숲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거기 헬모드 예고잖아? 운석 충돌 필드급만 나와도 지옥이나 다름없을 텐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BJ대마도사 찾기만 하면 5만 달러가 입금되는 건데.”

    “그래도 쉽지 않을 텐데? 저번에 BJ대마도사가 숨바꼭질 이벤트 했을 때는 아무도 못 찾았잖아?”

    “그때랑은 다르지! 라이브 방송 통해서 BJ대마도사 위치도 실시간 파악이 가능하잖아?”

    액수는 두말할 것도 없으며, 저번에 있었던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때와 달리 이번 숨바꼭질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실시간 위치 파악이 가능했다.

    “뛰어봤자 모래숲이고.”

    결정적으로 이번에는 무대가 한정되어 있었다.

    “난이도고 나발이고, 이건 못 먹어도 고지.”

    “맞아, 끽해야 게임 오버잖아?”

    여러모로 이보다 쉽게 5만 달러라는 거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아 보였다.

    다들 불타오르는 게 마땅한 일.

    ‘어우, 미치겠네.’

    물론 그 열기 속에서 정현우는 예외였다.

    당장 상황 자체는 나쁠 게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반발 없이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다음 라이브 방송으로 자연스레 넘긴 상황.

    ‘일이 너무 커졌어.’

    문제는 스케일이 너무 크다는 점이었다.

    ‘내 돈도 아닌데…….'

    더욱이 지금 걸린 상금은 액수의 크기도 크기이지만 정현우가 내는 돈이 아니었다.

    정현우를 좋게 보는 이들이 부담하는 돈이지.

    경마로 따지면, 정현우는 경주마인 셈이고 후원자들은 베팅을 한 사람들인 셈이었다.

    그런데 만약 정현우 탓에 그 고객들이, 후원자분들이 크나큰 손해를 맞이하게 된다면?

    골치 아픈 일.

    ‘아, 이거 쉽게 잡히면 안 되는데.’

    정말 전력을 다해 숨바꼭질을 해야 하는 셈.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보다 이거 파티들 엄청 생기겠네?”

    “생기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갓워즈 커뮤니티에서는 BJ대마도사 사냥팟 만들고 있어.”

    이 정도 상금이 걸렸는데 그저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있을 리 만무, 모두가 상금을 얻기 위해 본격적으로 세력을 꾸리기 시작했다.

    “지금 제가 속보 들었어요.”

    “속보?”

    “예, 속보요. 지금 상금 타려고 1티어급 길드들이 연합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왔어요.”

    심지어 1티어급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마저 손을 잡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지경.

    물론 그 출처가 이혁주인 만큼 진짜 제대로 된 루트로 들은 정보일 리는 없지만, 분명한 건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었다.

    “연합을 한다고? 1티어급 애들이?”

    “걸린 돈이 돈이잖아요?”

    “돈도 돈인데 흥행성이 다르잖아. 누가 보더라도 빅 이벤트인데, 여기서 만약 BJ대마도사 먼저 잡아봐.”

    “아무렴, 잡는 것도 잡는 건데 BJ대마도사 방송에 나올 수 있는 기회라고. 어쩌면 실시간 라이브 시청자 1억 명을 넘길지 모르는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

    금액을 떠나서 프로 플레이어들에게 이만큼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이벤트 무대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라이징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앞두고 그 누구보다 목이 마른 건 1티어급 길드의 플레이어들이었으니까.

    ‘다 올 거야.’

    정말 사막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가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모래숲에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

    ‘필요하면 대규모 파티도 구축할 거야.’

    동시에 그렇게 모인 이들은 같은 목적 앞에서 그동안의 감정 따위는 내려놓고 손을 잡을 게 분명했다.

    운석 충돌 필드 때처럼 각개 전투를 치르는 바람에 쉽게 당하거나, 혼란에 빠지거나, 낙오될 가능성 역시 매우 낮았다.

    그런 그들을 상대로 숨바꼭질을 한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 대목에서 정현우는 더 이상 고민조차 할 수 없었다.

    “현우 형이 생각해도 그렇죠? 다들 BJ대마도사 사냥하려고 몰려들 거 같죠? 어? 현우 형 어디 가세요?”

    “게임하러 간다.”

    이제 그에게는 고민할 여유조차 없었으니까.

    6.

    [원드 커터]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바람으로 만들어진 칼을 날린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소환 가능한 칼날의 숫자가 늘어난다.

    220레벨 달성 카드 보상에서 얻은 유니크 등급 마법, 윈드 커터.

    그 스킬 카드를 보는 미다스의 표정에는 딱히 이렇다 할 감흥이 존재치 않았다.

    윈드 커터가 나쁜 스킬이란 건 아니었다.

    유니크 등급이라는 게 괜히 붙여질 리 만무, 충분히 공격기로 좋은 스킬이었다.

    ‘일단 뽑긴 뽑았는데…….'

    단지 이미 미다스의 윈드 커터 같은 좋은 공격기 스킬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

    ‘역시 쿨타임 계산이 잘 안 돼.’

    이미 많은 스킬을 가진 미다스 입장에서는 굳이 윈드 커터를 추가한다고 해서 가시적인 전력 증가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그게 이유였다.

    [대폭발]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대폭발을 일으키는 불덩이를 던진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폭발 범위와 위력이 증가한다.

    대폭발 스킬 설명창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표정에 안도하는 기색이 어리는 건.

    ‘이거라도 있어서 다행이야.’

    만약 대폭발 스킬마저도 없었다면 전력적 앞으로 여러모로 골치 아픈 일을 경험했을 터.

    무엇보다 대폭발 스킬은 돈이 있어도 시중에 나온 매물이 사실상 존재치 않아 구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물건이었다.

    ‘어비스 길드님 감사합니다.’

    어비스 길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절로 피어오를 수밖에 없는 대목.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고민은 없었다.

    “럭키야.”

    왕!

    “역시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는 이거에 써야겠지?”

    지금 수중에 있는 2장의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 그중 하나는 무조건 대폭발에 써야 했으니까.

    왕!

    “기왕 쓰는 김에 마스터 스킬북도 쓰자고?”

    더불어 현재 미다스의 수중에는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도 하나 존재하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레전더리 스킬 중 하나를 마스터 랭크 달성과 동시에 레전더리 에픽으로 만들 수 있는 셈.

    “골드, 네 생각은 어때?”

    “주인님의 결정이라면 무엇이든 옳을 것입니다. 아니, 제가 옳게 만들 것입니다.”

    “좋아, 그럼 가야지.”

    대폭발 스킬의 효용 가치를 생각하면 망설일 이유가 없는 선택이었고, 당연히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대폭발 스킬의 스킬 랭크가 마스터 랭크가 됩니다.]

    마스터 스킬북을 사용한 후 곧바로 에픽 스킬 카드북을 개봉한 후에 스킬을 선택했다.

    [대폭발]

    - 스킬 랭크 : S

    - 스킬 효과 : 대폭발을 두 번 일으키는 불덩이를 던진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폭발 범위와 위력이 증가한다.

    레전더리 에픽이 되면서 생긴 효과는 두 번 폭발!

    미다스가 가진 롱토스와 용맥, 리볼버 그리고 폴링 스타까지 중첩됐을 때의 위력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들어간다?

    끔찍한 수준.

    당사자인 미다스조차도 손이 벌벌 떨릴 만큼 강력한 무기가 손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막상 미다스는 이 순간 흥분이나 설렘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지막 하나.’

    오히려 그는 인벤토리에 하나 남은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을 차갑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평소라면 다음 레전더리 스킬을 위해서 아껴야 하는 카드였으나, 지금은 평소와 달랐다.

    지금 이 순간 미다스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거 써야 해.’

    모래숲 숨바꼭질, 그 빅 이벤트에 가진 전력을 쏟아부어야 했으니까.

    문제는 어느 스킬에 써야 하는가? 하는 부분.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을 개봉합니다.]

    그 난제 앞에서 미다스가 바로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을 그대로 펼쳤다.

    그러자 그가 가진 레전더리 등급 스킬 숫자만큼의 카드가 눈앞에 등장한 채 에메랄드빛을 내뿜고 있었다.

    황홀한 광경이었다.

    동시에 고뇌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미다스가 가진 가장 강력한 공격기인 선더볼트와 인페르노, 100레벨대 스킬이지만 그 위력은 강력했다.

    혹은 블레이즈 골렘이나 프로스트 골렘 중 하나를 레전더리 에픽으로 만드는 것 역시 나쁘지 않았다.

    그게 아니면 드래곤스 아이나 용의 위엄 같은 스킬을 고르는 것도 메리트는 넘치는 일.

    그러나 막상 미다스의 시선이 꽂히는 건 하나였다.

    [블링크]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스킬 효과 : 지정된 공간으로 순간 이동을 한다. 순간 이동 이후 모든 어그로가 초기화된다.

    블링크.

    그 스킬 설명을 확인한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블링크 스킬 카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건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어차피 사막왕만 잡으면 숨바꼭질 이벤트는 끝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잡는 수밖에 없어.’

    그 누구보다 빠르게 사막왕 레이드를 마치겠다는 의지의 표현.

    달리 말하면 그게 미다스가 내놓은 답이었다.

    ‘그리고 숨바꼭질이고 나발이고 날 못 잡으면 상금도 없는 거고.’

    숨바꼭질 상금을 단 한 푼도 주지 않기 위해 내놓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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