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화. < 92화. 숨바꼭질 (1). >
1.
[왕가의 유산]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5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모래숲에 잠든 왕가의 유산을 사막왕으로부터 지켜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사막왕’ 진행 가능
미다스의 눈앞에 새로운 퀘스트창의 내용은 딱히 특별할 게 없었다.
모래숲으로 이동해서, 사막왕을 처치하라!
그 후에 예상되는 내용 역시 별거 없었다. 그저 사막왕 레이드를 하면 될 뿐.
- 야 속보! 지금 사막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알림 떴다!
- 모래숲 이벤트 무대로 바뀌었대!
그러나 지금 미다스의 채팅창에는 태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 BJ대마도사가 이벤트 발동시켰다.
- 또 BJ대마도사가 사고 쳤네.
- 캬, 이 맛에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을 보는 거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만든 태풍이.
그냥 넘어갈 태풍은 아니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분명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행동해야 마땅한 수준의 태풍.
‘미치겠네.’
그러나 문제는 지금 미다스에게 그럴 시간은 없다는 점이었다.
‘전투는 없다.’
태풍이 불긴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미다스는 골드의 솔로 전투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족시켜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기회가 송두리째 날아간 상황.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이걸로 어떻게든 간다.’
“이야,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게 흘러가네요.”
본래 잡으려던 꿩 대신 다른 꿩을, 이번 건수로 어떻게든 분위기를 띄운 상태로 라이브 방송을 마무리하는 수밖에.
“일단 상황 정리부터 들어가겠습니다. 현재 제가 진행 중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때문에 운석 충돌처럼 이벤트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발생한 곳은 모래숲, 당연히 대상은 사막왕이고요.”
그렇게 미다스가 분위기를 주도하기 시작했고, 그의 주도에 채팅창의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정리되기 시작했다.
“자세한 건 저도 모래숲에 가봐야 알겠지만 단순하게 정리하면 사막왕 레이드 난이도가 오른 것 같습니다.”
이어진 말에 채팅창에는 이제 혼란 대신 기대감이 어렸다.
“그렇게 됐으니까……."
예상치 못한 난이도 높은 이벤트를 앞두고 BJ대마도사는 단 한 번도 재미없는 걸 보여준 적이 없었으니까.
- 과연 뭘 지르려나?
- 로또 당첨 발표날보다 기대되네.
그러한 시청자들의 기대감 앞에서 미다스는 말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중원 길드와 이야기를 다시 하는 거겠죠?”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채팅창에 차오른 기대감이 살짝 무너졌다.
- 아, 또 찬물 끼얹네.
- 럭키가 말하는 게 낫겠어. 이거 뭐 BJ대마도사 말재간 하나도 없고, 노잼이네.
- 이러니 여전히 솔로지.
자연스레 표출되는 실망감.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중원 길드 빼놓고 일 진행했다가 나중에 태클 들어오면 진짜 골치 아파진다.’
모래숲의 사막왕 레이드를 놓고 중원 길드와 대결을 약속한 상태, 그런 상태에서 중원 길드와 합의 없이 자기 깜냥대로 일처리를 한다?
‘다른 것도 아니고 고객님이니까.’
무엇보다 중원 길드와의 관계는 의뢰주와 의뢰인의 관계였다.
갑을 관계, 그 아주 중요한 관계를 무너뜨릴 수는 없는 노릇.
더 나아가 훗날 라이징 스타 채널에 의뢰를 맡길 고객 후보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것은 철저하게 해야 했다.
신뢰가 없는데 거금을 쓰는 이는 없는 법이니까.
‘이벤트 스케일이 달라졌으니까 받을 수 있는 금액도 조정할 수 있을지 모르고.’
또한 상황이 달라진 만큼 계산도 달라질 필요가 있었다.
여러모로 한 번쯤 이 달라진 상황에 대해서 중원 길드와 대화를 해야 한다는 의미.
“그럼 일단 제가 중원 길드와 대화를 하고……."
그때였다.
미다스가 시청자들의 양해를 받고 중원 길드와 미팅을 하려는 순간.
[예화 님이 10,16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예화 : 그럴 필요 없어요.]
예하, 그녀가 곧장 후원 채팅을 통해서 대화의 무대를 만들었다..
‘어?’
당연히 미다스는 놀랐다.
- 중원 길드 왔다!
- 뭔가 발표하려는 듯. 그러지 않으면 이렇게 빨리 올 리가 없잖아?
- 뭐든 좋으니까 빵빵 터져보자!
반면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다시 한 번 더 상승했다.
과연 중원 길드가 이 빅이벤트 앞에서 BJ대마도사를 상대로 어떤 딜을 할지.
그 궁금증에 중원 길드가 대답했다.
[예화 님이 10,16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예화 : 현재 여러 상황을 조합해본 결과, 이대로 결판을 내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어요.]
[예화 님이 10,16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예화 : 그러니 대전은 없던 일로 하죠.]
[예화 님이 10,16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예화 : 물론 결정권은 BJ대마도사에게 있으니까, 그쪽 결정에 따르겠어요.]
대결을 없던 걸로 하고 싶다!
- 뭐야? 안 한다고?
- 이야기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충격적인 중원 길드에 폭탄선언에 채팅창 역시 폭탄을 맞은 것처럼 적막감마저 흘렀다.
‘어?’
그리고 미다스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했다.
‘왜 갑자기?’
이런 빅이벤트를 앞두고 대체 왜 중원 길드는 손절을 하는 걸까?
사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게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이미 앞서서 중원 길드는 운석 충돌 필드에서 BJ대마도사에게 제대로 당한 적이 있는 상황.
이번에 리벤지 매치 무대로 모래숲 사막왕 레이드를 고른 것 역시 그때와 다르게 최대한 변수를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엄청난 변수가 생긴 상태에서 강행을 한다?
그거야말로 무리수.
‘젠장.’
물론 현 상황에서 미다스가 그러한 식으로 냉철한 판단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건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뭐든 해야 해.
지금 중요한 건 중원 길드의 턴은 끝났고,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에게 선택지는 줬으나 BJ대마도사에게 결정권은 없으며, 결국 이제 중원 길드를 배제한 채 시청자들을 만족할 만한 공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으니까.
‘뭐든.’
그 생각에 이른 미다스가 이내 고민 끝에 결국 질렀다.
“별수 없죠. 그럼 저 혼자 하는 수밖에.”
솔로 플레이 선언.
물론 이것만으로는 느낌이 부족했다.
이제까지 미다스가 해온 게 솔로 플레이 아니었던가?
“이렇게 된 거 정말 순수하게, 오롯하게 혼자서 공략해보겠습니다.”
필요한 건 그보다 더 강렬한 것.
“이번 모래숲 공략에 끼어드는 이들은 방해꾼으로 판단하고 제거하겠습니다.”
그 어떤 이들의 개입도 용납지 않겠다!
- 정말 혼자 공략하겠다고? 대단하네.
- 이러니까 솔로지!
- BJ대마도사님, 죽을 때까지 솔로로 가자!
매우 강력한 의지의 선언에 채팅창에 감탄이 나왔다.
‘약해.’
그러나 막상 미다스가 생각한 것만큼 강렬한 감탄은 없었다.
‘더 질러야 하나?’
아무래도 추가적인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 모양.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아이디어 하나가 번뜩였다.
‘이렇게 된 거 한 번 더 그거 해보자.’
예전에 한 번 써먹었던 것.
“그럼 이거 어떻습니까?”
2.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요?”
없던 일로 하죠, 그 후원 채팅을 보내는 순간 예화는 곧바로 시선을 다른 모니터로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채팅창 위로 채팅이 나왔다.
- 어비스 길드 : 예, 잘하셨어요.
그 대답을 들은 예화는 바로 시선을 돌려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동자에 흔들림은 없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았어.’
예상한 덕분이었다.
왕가의 무덤 퀘스트를 보는 순간 예화는 생각했다.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BJ대마도사로 인해 사막왕 레이드를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기존에 없던 변수가 등장하리라고.
그리고 그러한 일이 생긴다면, 예화는 굳이 무리해서 BJ대마도사의 행보를 쫓지 않을 생각이었다.
‘리벤지 매치는 한 번뿐이야.’
만약 이번에도 리벤지 매치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다음 기회 같은 건 없다고 봐야 했으니까.
그렇게 귀한 기회를 섣불리 날릴 순 없었다.
물론 여기까지는 예화의 생각일 뿐이었고, 아쉽게도 그녀에게 모든 것을 혼자서 결단할 권한은 없었다.
현재 그녀는 동업자가 있었으니까.
그런 그녀의 동업자가 말했다.
- 어비스 길드 : 굳이 지옥에 들어가서 악마들을 상대해줄 필요는 없죠.
그 생각을 실천해도 좋다고.
- 어비스 길드 : 만약 이번 사막왕 레이드의 난이도가 운석 충돌 필드 때보다 높다면, 그냥 놔두면 알아서 자멸할 테니까요.
이어서 나온 설명대로였다.
저번 운석 충돌 필드 때 BJ대마도사가 쉽게 보스 몬스터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이러니저러니 해도 중원 길드와 탐험가 길드의 지원 때문이었다.
그 두 길드가 주변 몬스터들을 정리해주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후 지원해주지 않았다면 결코 쉽게 잡는 일은 없었을 터.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사막왕 레이드에 중원 길드가 참가한다?
중원 길드가 이기면 대박이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결국 BJ대마도사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을 도와주는 꼴이었다.
물론 이제까지는 그 대박을 좇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무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어비스 길드 : 현재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결과, 우리들에게 분명 기회가 올 거예요.
그러나 최근 어비스 길드의 논조는 바뀌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쉽게 BJ대마도사를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무리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뭔가 캐치한 모양이야. 뭔지는 모르지만.’
물론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어비스 길드는 중원 길드에 말해주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 예화는 큰 의문을 던지지 않았다.
‘뭐, 우릴 믿을 리 없으니까.’
그녀 역시 아는 바 전부를 어비스 길드에 말해주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집중했다.
과연 그가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
- 이렇게 된 거 정말 순수하게, 오롯하게 혼자서 공략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나온 그의 선택이 예화는 속으로 실소를 머금었다.
‘무리수를 두는 건가?’
여러모로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자극적인 떡밥이 필요한 상황이긴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을 보면 결코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이해했다.
‘하긴, 지금 이 상황에서 다른 건 없지.’
이제까지 솔로 플레이를 해온 BJ대마도사가 이 자리에서 다른 세력과 팀 플레이를 언급하면 오히려 역효과.
그렇다고 갑자기 중원 길드 같은 또 다른 라이벌 세력을 데려와서 같이 싸울 수도 없는 노릇.
결국 던질 수 있는 떡밥은 한계가 있었다.
그마저도 좋은 떡밥은 아니었다.
‘반응이 별로네.’
중원 길드와의 매치업을 기대했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꿩 대신 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그때였다.
- 그럼 이거 어떻습니까?
BJ대마도사, 그가 말했다.
- 숨바꼭질.
3.
“숨바꼭질.”
미다스가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채팅창에 바로 반응이 올라왔다.
- 숨바꼭질?
ㄴ 캐치 미 이프 유 캔 쇼야?
ㄴ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아님?
ㄴ 다들 조용히 해, BJ대마도사가 이야기하잖아!
솔깃해 하는 시청자들, 그 반응에 미다스가 말했다.
“어차피 중원 길드랑 이벤트 매치도 끝났는데 빨리 공략할 필요도 없잖아요? 그럼 즐겨야죠. 간단해요. 모래숲에서 절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상금 지급합니다.”
말을 뱉으면서 미다스는 바로 채팅창 반응을 살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상금 액수를 가늠했다.
‘1천 달러 정도면 되려나? 아, 돈 백만 원인데…… 아, 몰라. 일단 질러보자.’
자신이 정한 액수는 1천 달러 정도.
미다스 입장에서는 각오가 필요한 거금이었다.
그렇게 미다스가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아즈모 님이 10,16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상금은 내가 내주지.]
갑작스러운 아즈모의 참전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단숨에 바뀌었다.
- 아즈모가 내준다고?
- 그럼?
다른 누구도 아닌 아즈모가 상금을 언급했는데 관심이 생기지 않으면 이상한 일.
[구스타프 님이 10,16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그래서 얼마를 주려고?]
[아즈모 님이 10,16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최소한 채팅값 만큼은 나와야지]
채팅값!
- 1만 달러다!
- BJ대마도사 찾으면 1만 달러!
다시 한 번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이벤트가 나오는 순간.
[라포 님이 10,16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찾는 게 조건이지? 잡는 거 아니지?]
[아즈모 님이 10,16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BJ대마도사 잡으면 100만 달러 주겠다는 사람이 넘칠 텐데? 그냥 찾으면 되는 거야. 그냥 소소한 이벤트 해보자고.]
[라포 님이 10,17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 라포 : 그럼 우리 불사자 길드도 참가해도 되나?]
그 순간 갑작스레 불사자 길드가 참전을 선언했다.
- 잠깐만! 그럼 얼마야?
- 아즈모 1만, 불사자 길드 1만 준다는 건가?
- 2만 달러? 찾기만 해도?
액수가 2배가 되는 순간.
[구스타프 님이 10,17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재미있겠네. 나도 참가하지.]
그러한 후원금 전쟁에 아즈모 만큼은 아니지만, 대부호란 표현이 부족하지 않은 부자 구스타프마저 참가했다.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7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다들 돈이 썩어 넘치는 모양이군. 그냥 조건도 걸지 않고 막 돈을 퍼주는 걸 보니까.]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7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라이브 방송 후에 광고에 우리 길드 로고를 넣어주는 조건이면 참가할 수 있겠는데, 괜찮겠나?]
마지막으로 사사키 코지로마저 조건부 참전을 외쳤다.
- 가만, 그럼 얼마야?
- 4만 달러! 4만 달러다!
갑자기 곱절이 된 액수에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그 순간이었다.
[와튼 님이 10,17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와튼 : 라이징 스타 채널입니다. 소드 길드의 조건을 수락합니다. 더불어 라이징 스타 채널 역시 참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라이징 스타 채널마저 이 숨바꼭질에 상금을 걸었다.
- 5만 달러다!
- BJ대마도사 찾기만 해도 복권 당첨이다, 복권!
저번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상금이 걸리는 순간, 채팅창의 분위기는 뜨거워진 수준을 넘어서 패닉 상태나 다름없었다.
‘어?’
그리고 미다스의 머릿속도 폭탄 상태나 다름없었다.
‘일이 왜 이렇게?’
기껏해야 1천 달러 정도, 그 정도를 예상했던 상금이 갑자기 50배가 될 줄이야?
그러나 놀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니, 미다스에게 놀랄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일단 정리하자, 정리!’
이 분위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건 오직 한 명, 그밖에 없었으니까.
“저 찾으면 5만 달러군요.”
미다스가 그 마침표를 찍었다.
“자, 그럼 모래숲에서 뵙겠습니다!”
갓워즈 역사상 가장 비싼 숨바꼭질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