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화. < 91화. 파워업 (3). >
6.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너무 피곤한 하루를 보낸 탓에 잠들면 종일 잘 것 같은데, 막상 오래 자지 못하는 때가.
지금 정현우가 그러했다.
‘아.’
체감상으로는 분명 새벽녘.
잠든 시간을 고려하면 수면 시간은 채 6시간을 넘지 못할 듯했다.
한편으로는 잠들기도 애매한 순간이었다.
‘오늘 라이브 방송해야지.’
오늘 일정도 어제와 비교해서 충분히 치열할 게 분명했기에.
그렇기에 다시 잠들 여유를 가지지 못한 정현우가 결국 몸을 일으켰고, 그에 맞춰 잠들려던 감각들이 하나둘 깨어났다.
타닥, 타닥!
자연스레 어둑했던 공간 속에서 울리던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선명해졌다.
'응?'
그 소리에 놀란 정현우가 식탁으로 시선을 돌리자, 노트북 모니터를 무채색 표정으로 바라보는 형의 모습이 보였다.
“형!"
그 모습에 정현우가 무어라 소리치려다가 이내 근처에 소곤소곤 잠든 조카를 떠올리고는 황급히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계속 일한 거야?”
동생의 질문에 정태우는 대답 대신 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고는 이내 원샷을 하듯 크게 들이켰다.
얼마 남지 않은 커피를 마저 해치우기 위함이었다.
달리 말하면 이미 커피를 마실 만큼 마셨다는 의미.
정현우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는 충분했다.
“아니, 정규직도 아닌데 이딴 식으로 새벽까지 일을 시킨다고? 보너스도 안 주는데? 형네 사장 미친 거 아니야?”
그 대답에 분노하는 정현우.
“이번에 정규직으로 됐어. 추가 수당 받고 일하는 중이고. 계약서는 써야 하지만, 일단 되면 앞으로 회사 쪽에서 내 병원비도 지원받을 수 있을 것 같아.”
“형, 형네 회사 미국에 있다고 했지? 미국 사람들도 홍삼 선물로 보내면 좋아하겠지?”
그러나 이어진 설명에 바로 태도를 바꾸는 동생을 향해 정태우는 대답 대신 쉼 없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정규직이 됐다는 건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건 물론 더 중요한 책임이 생겼다는 의미.
여러모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물론 정현우 입장에서는 그런 사실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형, 정규직 됐으니까 파티라도 할까? 오늘 저녁 치킨에다가 간만에 맥주 좀 마실까?”
그저 자신의 예전처럼, 그 믿음직하던 때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기쁠 뿐.
“너 할 일이나 제대로 해. 보니까 스마트폰이 몇 번이나 알림이 오더라. 부재중 알림이 여럿 있을 거다.”
“알림?”
그제야 정현우가 자신이 누웠던 자리, 그 머리말에 놓인 제 폰을 쥐고 켰다.
그리고 뜬 알림을 확인한 정현우의 표정이 굳었다.
발신자는 라이징 스타 채널.
‘무슨 일 있나?’
정현우가 굳은 표정으로 라이징 스타 채널이 보낸 메일의 내용을 확인했다.
[어비스 길드와 협상을 했습니다. 그와 관련해 앞으로의 게임 진행과 관련해서 논의할 게 있습니다. 라이브 방송 전에 미팅이 가능하면 가능한 시간을 알려주십시오.]
그 내용에 정현우의 표정이 더 딱딱하게 굳었다.
‘어비스 길드…… 결국 나오네.’
언급된 어비스 길드에 대한 문제는 정현우 역시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아니, 인지하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이번에 수면 시간이 줄어든 핵심 이유 중 하나였다.
‘하긴, 그렇게 대놓고 멀린하고 아즈모가 싸웠는데 문제가 안 생길 리가 없지.’
정현우가 도중에 더 큰 빅이슈를 터뜨린 덕분에 넘어가긴 했지만, 아즈모와 멀린, 두 거물이 BJ대마도사를 두고 싸운 사건은 눈 녹듯 사라질 수 있는 건수가 아니었다.
더 나아가 변질되기에도 좋았다.
BJ대마도사와 어비스 길드 사이가 안 좋다, 루머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그보다 더 입맛에 맞는 가십거리도 없을 테니까.
‘어비스 길드랑 사이 나빠지면 앞으로 게임 진행도 지랄 맞겠지.’
그런 식으로 어비스 길드와의 관계가 불편해진다면, 자연스레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한 답은 이메일 내용에 적혀 있었다.
어비스 길드와 협상을 했다는 것.
‘어비스 길드와 사이가 좋다고 연기하는 수밖에 없어.’
필시 라이징 스타 채널은 어비스 길드에 부탁했을 것이다.
그때 그 채팅은, 아즈모와 멀린이 싸우는 건 사실 사전에 연출된 것이다,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기 위한 쇼였을 뿐이다, BJ대마도사와 어비스 길드는 사이가 나쁜 게 아니다, 라는 식으로 말을 맞춰달라고.
그러한 정현우의 예상은 라이징 스타 채널의 게시판에 들어가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역시.’
그 게시판에 이번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 진행에 도움을 준 탐험가 길드와 어비스 길드에 감사하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으니까.
‘어느 정도 이야기는 됐다는 거네.’
이걸 보건대 어비스 길드와 라이징 스타 채널이 나름 타협점은 찾은 모양.
‘어휴, 공짜는 아니겠지.’
물론 정현우가 아는 어비스 길드라면 말을 맞춰주는 조건으로 무언가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컸다.
이번 미팅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 터.
그때였다.
"무슨 일 있어?”
동생의 굳은 표정을 본 정태우가 결국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정현우가 대충 얼버무렸다.
“형이 정규직 됐다는 것보단 덜 중요한 일이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보다 오늘 일찍 나갈 테니까 아침밥은 혜린이랑 형이 알아서 챙겨 먹어.”
말을 마친 정현우가 이내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가볍게 세면대 앞에 선 정현우, 그렇게 세면대 거울 앞에서 정현우는 고민을 멈췄다.
‘어쩔 수 없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할 수 있는 건 받아내는 것뿐.
‘뭐든 그냥 받아내자.’
그 사실에 이른 정현우의 얼굴에는 각오가 어렸다.
‘그래, 정현우. 당장 게임 접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까짓것 뭐든 받아내는 거다.’
자신에게 주어질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낼 다부진 각오를 마친 정현우가 거울에 비친 스스로에게 외쳤다.
‘뭐가 오든 간에 절대 놀라지 않겠어.’
7.
"예?"
미다스의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다시 한 번 더 채팅창에 올라온 채팅을 읽었다.
- 와튼 : 어비스 길드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와튼 :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 3개 공략 정보를 주면, 다음 사냥터에서 프리패스권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내용을 재차 읽은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왜 갑자기 이런 내용이 나오지?’
미다스가 예상했던 건 어비스 길드가 저번 일을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무언가를 요구하는 상황.
그런데 지금 눈 앞에 펼쳐진 건 그와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 아주 먼 곳의 이야기였다.
‘잠깐만.’
물론 미다스는 곧바로 지금 채팅 내용의 의미를 대략적으로 파악을 했다.
‘그러니까 어비스 길드랑 거래를 했다?’
일단 가장 핵심 내용은 라이징 스타 채널이 어비스 길드와 거래를 했다는 의미였다.
그건 곧 라이징 스타 채널과 어비스 길드가 적대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라는 의미.
표면적으로 대립할 일은 없다는 의미였다.
‘내용은…….'
더불어 거래 내용 자체도 미다스 입장에서는 딱히 문제 될 게 전혀 없었다.
‘퀘스트 정보 3개만 주면, 이번처럼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거지?’
미다스 역시 이번에 탐험가 길드의 방해가 없기에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진행됐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개꿀이네!’
기꺼이 받아들여야 마땅한 일.
‘아! 표정 관리.’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바로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놀란 모습 보여드려서 좋을 건 없지.’
언제나 그렇듯 선수가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야, 감독도 선수를 믿고 더더욱 과감한 작전과 전략을 짤 수 있는 법.
“예상했던 것보다 조건이 좋네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 3개라니, 전 그냥 도시 단위로 통째로 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때문에 미다스는 마치 이 거래 자체를 예상했다는 듯이, 아니, 오히려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좋은 거래라는 듯이 반응했다.
‘좀 더 질러봐?’
여기서 미다스는 잠시 머릿속으로 저울질을 한 번 하더니, 이내 결정한 듯 제 생각을 밖으로 토해냈다.
“그보다 그렇게 정보를 원하는 걸 보면 퀘스트 공략이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럼 하나 서비스로 줘볼까요?”
- 와튼 : 서비스요?
곧바로 올라오는 채팅에 미다스가 별거 아닌 척 어깨를 으쓱하는 연기와 함께 말했다.
“정보 하나 정도 준다고 뭐 크게 달라지겠습니까? 아, 그냥 주는 건 뭐하면 기브 앤 테이크로 할까요?”
그 말의 의도는 사실 굉장히 간단했다.
‘어비스 길드에 뇌물 좀 드려야지.’
흔히 시장에서 단골이 되기를 바라는 손님에게 덤으로 좀 더 담아주는 것.
‘어비스 길드 정도면 주는 만큼 받을 수 있잖아?’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비스 길드와 긴밀한 관계가 되는 대가로 퀘스트 정보 하나쯤은 얼마든지 줄 수 있었다.
- 와튼 : 기브 앤 테이크.
- 와튼 : 받고 싶으신 게 있으십니까?
그때 이어진 질문에 미다스가 별 고민 없이 대답했다.
“이번에 골드가 새로운 몸 얻었는데 골드한테 선물이나 하나 달라고 하면 되죠.”
물론 내심 과한 선물을 기대했다.
‘어비스 길드님, 제발 레전더리 무기 하나만 주십시오. 그 정도는 별거 아니잖아요?’
다른 누구도 아닌 어비스 길드이기에 바랄 수 있는 기대.
- 와튼 :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달하죠.
- 와튼 :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오늘 미팅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 와튼 : 오늘 왕가의 무덤 공략 라이브 방송도 잘 부탁합니다.
이윽고 나온 채팅 내용을 본 미다스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저만 믿으시죠. 아, 공략은 앞으로 1시간 후에 시작하겠습니다.”
- 와튼 : 그 안에 정리하겠습니다.
그것을 끝으로 미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가 짙은 미소와 함께 골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 선물로 뭐가 오려나?’
8.
타닥!
채팅을 마친 박영준의 시선이 하단을 향했다.
남은 시간 36초.
그 시간을 확인한 박영준이 곧바로 채팅방을 나왔다.
그러자 곧바로 알림이 떴다.
- 채팅 내용 암호화 및 삭제 처리.
- 더미 채팅방 뿌리겠습니다.
그것을 본 박영준이 속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믿음직하군.’
그 감탄의 대상은 둘이었다.
하나는 지금 자신의 보안을 담당해주는 담당자의 능력.
다른 하나는 당연히 BJ대마도사였다.
‘언제나 느끼지만 상식을 벗어난다니까.’
특히 BJ대마도사와의 이번 대화를 통해 느끼는 믿음직함은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망설임 없이 이 딜을 받아들이다니.’
일단 이번에 이루어진 거래 자체는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민감한 내용이었다.
메인 시나리오라는 레이스를 두고 추격자들에게 엄청난 메리트를 주는 일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BJ대마도사는 그 메리트를 기꺼이 줬다.
‘여유가 넘친다.’
그까짓 것 줘봤자 자신은 그 누구에게도 따라잡히지 않으리란 자신감.
‘심지어 하나를 더 줬어.’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오히려 BJ대마도사는 퀘스트 정보를 하나 더 줬다.
그것도 보잘 것 없는 대가, 기껏해야 골드 아이템을 맞추는 것을 대가로.
과연 그러한 제안을 받은 어비스 길드의 심정은 어떨까?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는 속 좀 쓰리겠군.’
적어도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심정을 느끼게 될 터.
그렇기에 박영준은 예상했다.
이 상황을 정리한 이메일을 어비스 길드가 받는 순간 표정이 꽤 볼만하리란 것을.
물론 그 사실에 박영준이 미소를 짓는 일은 없었다.
‘이제 진짜 레이스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번 거래를 기점으로 어비스 길드는 BJ대마도사를 빠르게 추격할 수 있는 기회를 손에 쥔 상황.
당연히 그들은 전력을 다해 질주할 게 뻔했다.
미소 지을 여유는 없었다.
‘최선을 다해 서포트한다.’
그저 전력을 다할 뿐.
9.
“이렇게 얕보일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이메일 내용을 읽은 멀린이 이내 허탈함 가득한 헛웃음을 연거푸 입 밖으로 내뱉었다.
“이런 날이 올 줄은 더더욱 몰랐고.”
거듭된 헛웃음.
그 헛웃음과 함께 고개를 돌려 보이는 엠마의 표정은 멀린과는 분명 달랐다.
그녀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분노한 표정 같아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침착하게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손에 든 태블릿PC를 바라봤다.
그런 엠마를 향해 멀린이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골드 선물로 뭘 줄 생각이야?”
그 물음에 엠마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어느 부위를 원하는지 모르니, 전부 줘야겠죠. 사막왕 세트를 보내주면 되겠죠.”
멀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그는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당연했다.
“그 정도면 되겠지.”
그들이 아는 BJ대마도사의 재력을 생각하면, 그에게 사막왕 세트 같은 건 마트에 있는 조금 비싼 가전제품에 불과했으니까.
“어차피 BJ대마도사도 그거 받으려고 정보를 준 게 아니라, 그저 우리가 헛웃음을 짓는 꼴을 보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10.
'응?'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여러 작업을 처리할 겸 그리고 휴식을 취할 겸 휴게실에 앉아있던 정현우.
‘가만, 이게 뭐지? 왜 이렇게 많아? 가만, 이거 사막왕 세트? 아니, 잠깐. 스킬 카드? 어? 어? 어!’
그런 정현우의 눈이 제 스마트폰에 꽂히는 순간 그의 모든 표정과 움직임이 그대로 정지됐다.
그 속에서 대화가 들렸다.
“라이브 방송 조금 있다가 하지?”
“그보다 이야기 들어보니까 멀린이랑 아즈모랑 BJ대마도사 방송 분위기 띄워주려고 쇼한 거 같은데?”
“하긴, 둘이 키배 뜨는 게 웃기긴 하지. 설마 진심으로 둘이 키배를 뜰 리가 없잖아?”
대화 주제는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에 대한 것.
그 대화 속에서 이혁주가 말했다.
“그럴 리가 없다니까요. 제가 아는 분 통해서 들었는데 그거 멀린이 빡쳐서 그런 거래요.”
“에이, 빡칠 일이 뭐가 있어? 구라 치지 마, 인마.”
“진짜예요, 원래는 어비스 길드가 BJ대마도사 엿 먹이려고 왕가의 열쇠 준 건데, BJ대마도사가 그냥 쉽게 넘어가니까 보던 멀린이 빡쳐서 저도 모르게 채팅 친 거예요.”
그러한 이혁주의 말에 손님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반박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네, 어비스 길드가 뭐가 아쉽다고?”
“맞아, 어비스 길드라고, 어비스 길드! 심지어 멀린!”
그 반응에 이혁주가 대꾸했다.
“어비스 길드가 언제부터 그렇게 착한 길드였다고…… 걔들 포함해서 10대 길드들 다 쓰레기잖아요? 자기들끼리 울타리 만들어서 그 안에서 해먹는 놈들이잖아요? 현우 형, 안 그래요?”
그때 이혁주가 지원군을 바라는 듯 정현우를, 10대 길드나 잘나가는 길드들은 개쓰레기 새끼들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은 잘 알잖아요? 어비스 길드가 얼마나 쓰레기인지.”
그 말에 정현우가 대답했다.
“쓰레기는 무슨 쓰레기야? 어비스 길드면 매우 훌륭한 길드지. 그렇잖아? 어비스 길드처럼 열심히 게임하는 길드가 어디 있어? 그런 헛소리 할 시간 있으면 나 게임하게 캡슐 세팅이나 해.”
“예?”
“캡슐 세팅이나 하라고.”
“아, 예……."
정현우의 모습에 이혁주가 말문이 막힌 표정을 지은 채 움직이는 사이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말했다.
‘맙소사, 골드 쓰라고 사막왕 세트에 대폭발 스킬 카드라니!’
어비스 길드가 준 선물들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
그 혼미한 상태 속에서 정현우는 상황을 나름 해석했다.
‘그때 소란은 잊고, 앞으로 잘 지내자고 이런 선물을 보내신 게 분명해.’
이 선물은 어비스 길드 쪽에서 앞으로 잘 지내보자, 라는 의미에서 보낸 성의라고.
‘역시 갓워즈 최고 길드다우신 배포라니까.’
최고의 길드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 스케일에 정현우는 속으로 다짐했다.
‘어비스 길드님이 주신 이 은혜, 언젠가 꼭 갚겠습니다!’
이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아, 그렇지! 오늘 방송 오프닝에서 어비스 길드 찬양부터 하자.’
그렇게 정현우가 은혜를 갚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