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87화 (287/485)

287화.  < 91화. 파워업 (2). >

4.

[왕가의 수호자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선택을 재촉합니다.]

전투가 끝났음을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는 저도 모르게 감상에 짙게 젖었다.

‘아.’

그럴 만한 일이었다.

‘기어코 해냈다.’

왕가의 수호자를 홀로, 솔로 플레이로 사냥한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그보다 앞서 마주했던 위기들은 왕가의 수호자를 상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위기였으니까.

‘내가 결국 해냈어.’

그런 위기들 앞에서 쓰러지지 않고 라이브 방송을 성공 리에 끝냈는데 감상에 젖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

“어우, 이거 잡고 나니까 갑자기 피로가 확 몰려오네요.”

달리 말하면 이제 정말 한계였다.

“오늘 라이브 방송은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은 못 해먹겠다.’

이 이상은 물리적으로 게임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정도.

“일단 플레이 타임이 다 됐거든요.”

실제로 지금 미다스는 당장 강제 로그아웃을 당해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플레이 타임이 소모된 상태였다.

- 하긴, 오늘 여기까지 오는 데도 시간 좀 썼을 테니까.

- 플레이 타임 다 쓸 때가 왔지.

- 이번 건 인정.

BJ대마도사의 시청자들 역시 이해했다.

오늘 그가 여러모로 대단한 것을 보여준 만큼 무리한 건 사실.

- ㅍ여기까지 봤으면 됐다.

ㄴ 하긴, 이제 보는 것도 지친다.

ㄴ BJ대마도사 얼굴이 자꾸 보면 질리는 타입이긴 하지.

ㄴ 맞아, 오늘은 럭키랑 골드도 못 보고 BJ대마도사만 봐서 그런지 더 피곤한 듯.

ㄴ 다들 하루 쉬고 내일 봅시다!

한편으로는 오늘 라이브 방송에 만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좋아.’

그 사실에 미다스도 만족했다.

이제 정말 라이브 방송을 끝낼 적기가 온 셈.

그것을 위해 미다스가 마무리 멘트 작업을 시작했다.

“오늘 이 라이브 방송 보여드리느라 데이트 약속도 미뤘거든요. 이거 끝나고 바로 나가야 합니다."

그 멘트에 시청자들이 바로 반응했다.

- 헛소리하는 거 보니 진짜 많이 피곤하긴 한 모양이네.

- 형, 새로운 미연시 게임이라도 시작한 거야?

- 데이트라고 했지, 여자라고 데이트라고는 안 함. 다른 것일 수도 있음.

ㄴ 귀여운 강아지 같은 거?

ㄴ 아니, 피규어 같은 무생물.

그 반응에 미다스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이 역시 의도한 바였다.

유쾌한 마무리를 위해서.

‘좋아, 이제 끝내자.'

그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그럼 내일 라이브 방송에서 뵙겠습니다. 새로운 골드의 몸과 함께요.”

- 아! 골드 몸!

- BJ대마도사님, 골드님은 보여주고 가세요!

그 순간 갑작스레 아수라장이 되는 채팅창을 뒤로 한 채 미다스가 강제로 방송을 종료했다.

기대감을 최고조에 올라놓은 채 방송을 마무리 짓는 순간.

“얘들아!”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올라와!”

그 외침에 이제까지 잠자코 피라미드 아래에 있던 럭키와 골드, 실버가 빠른 속도로 피라미드를 올라오기 시작했다.

왕!

그중 가장 먼저 올라온 럭키가 그대로 미다스를 향해 몸을 날리더니, 열심히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그래, 럭키야. 그동안 군침만 흘리느라 수고했지?”

“나쁜개!”

그때 럭키에 비해 여러모로 늦은 골드가 분한 기색으로 소리쳤다.

“팀워크를 지켜라! 주인님께는 같이 가는 거다! 너 혼자 먼저 가서 칭찬 받지 마라!”

럭키보다 먼저 주인에게 다다르지 못한 것이 화가 난 모양.

그렇게 분노 속에서 어찌어찌 미다스 곁에 선 골드, 그런 골드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골드야, 요즘 몸이 많이 무겁지?”

“아닙니다!”

그 순간 골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이내 제 손으로 가슴을 세게 두드리며 소리쳤다.

“저 골드, 주인님이 주신 이름에 맹세컨대 무엇이든 시켜주시면 기필코 완수할 자신이 있습니다! 이 몸을 믿어주십시오!"

그 모습에 미다스가 옅게 미소를 지었다.

“아, 그래? 그럼 이 몸은 실버 줘도 되겠네?”

“주인님, 저 부르셨나요?”

이윽고 올라온 실버의 의문 어린 질문에 골드가 이내 크흠, 헛기침을 내뱉은 후에 말했다.

“제 몸이 무겁진 않지만, 혹여라도 제 몸이 부족해서 주인님의 명성을 쫓지 못 하는 일이 생길 것이 우려되긴 합니다."

“그래? 몸이 안 무거워? 실버 너는? 몸 어때?”

“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실버 앞에서 골드가 이내 소리쳤다.

“가만 생각하니 많이 무거운 것 같습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우리 골드가 새로운 몸을 가져야지.”

그리고는 다시 왕가의 수호자의 사체를 바라보는 미다스, 그런 그의 눈에 정보가 보였다.

‘가진 아이템은 없고.’

왕가의 수호자에게서는 루팅 가능한 아이템이 없었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 사실에 아쉬움을 느끼지 않았다.

‘뭐, 아이템이야 내가 사다 맞춰주면 되는 거지.’

왕가의 수호자 스탯은 이미 앞서서 지켜본바, 아주 도움이 크게 될 몸이었다.

특히 점프력은 여러모로 효용 가치가 높아 보였다.

‘오랜만에 얻은 인간형이네.'

무엇보다 왕가의 수호자의 덩치는 플레이어와 같았으며, 머리를 제외한 나머지 신체 부위도 플레이어와 같았다.

그렇다는 건 곧 플레이어의 아이템이 얼마든지 착용 가능하다는 의미.

‘……돈 좀 들어가겠네.’

이내 생각을 마친 미다스가 곧바로 골드의 몸을 바꾸었다.

작업은 금방 이루어졌다.

“가디언 소환, 대상 골드.”

그 짤막한 명령어를 내뱉는 순간 마네킹마냥 쓰러져 있던 왕가의 수호자의 눈, 그 검은 늑대의 머리에 박힌 눈동자에 황금빛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고 근육질의 몸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이윽고 왕가의 수호자가 일어나며 말했다.

"주인님, 새로운 몸을 얻으니 힘이 끓어오릅니다."

그 후에 곧바로 미다스의 옆에서 몸을 비비고 있는 럭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쁜개, 이제는 내가 너보다 더 강할 것이다.”

럭키를 향해 도전을 선포하는 골드.

헥헥!

그러나 막상 도전을 받은 럭키는 별거 아니라는 듯 혓바닥을 내민 채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더니 이내 일어나서 골드를 향해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머리가 늑대라서 친근감을 느낀 모양.

“나쁜개! 저리 가! 안 봐줄 거다!”

헥헥!

그 광경 앞에서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제 내 차례다.’

“레벨업 보상.”

그 미소와 함께 뒤늦은 220레벨 보상을 열었다.

[새로운 기회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그 대답이 끝나는 순간 곧바로 미다스의 눈앞에 1백 장의 카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등장한 카드들, 한 눈에 카드 앞에서 미다스는 초조해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레전더리 하나쯤은 나오겠지.’

최근 연달아 레벨업 보상 때마다 레전더리 등급 카드를 하나씩 얻은 상황 아닌가?

‘설마 1백 장 중 하나가 안 나오겠어?’

때문에 초조함 대신 기대감을 품었다.

‘백퍼센트 레전더리 나온다. 느낌이 좋아. 어쩌면 220레벨짜리 레전더리 스킬인 대폭발이 나올 것 같다. 그래, 대폭발가자! 경매장에서도 돈 주고도 못 구하는 대폭발로 가자!’

그렇게 점차 거대해지는 기대감 속에서 카드를 훑었던 미다스가 이내 잠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하.”

그리고는 짤막한 웃음과 함께 미다스가 다시 눈을 뜬 후에 카드를 살펴보았다.

“이 빌어먹을 운빨좆망겜.”

그런 미다스의 눈에 비친 1백 장의 카드, 그중에서 황금빛으로 물든 카드는 단 한 장도 없었다.

5.

“대폭발 스킬 카드.”

박영준의 대답에 곧바로 폰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다.

- 그걸로 눈감아 주신다는 건 아니겠죠?

“선수금 같은 겁니다. 협상을 떠나 당장 보도 자료는 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루머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질 테니까요. 어비스 길드와 BJ대마도사의 사이가 좋지 않다, 같은 루머들.”

- 어느 정도로 빠르게 처리가 가능하시죠?

“일차적으로 라이징 스타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어비스 길드와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내용을 올릴 겁니다. 이후 협상 내용에 따라 내일 라이브 방송에서 BJ대마도사 직접 해명해줄 수도 있고요.”

그러자 잠시 대화가 멈추었다.

툭툭!

박영준이 손가락으로 제 관자놀이를 두 번 두드릴 시간, 그 짤막한 시간이 흐르자 침묵이 깨지고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 좋아요. 바로 보내드리죠.

“어!”

그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박영준의 옆에 있던 부하 직원이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뜬 후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막 대폭발 스킬 카드가 들어왔다는 의미의 제스처, 그 제스처에 박영준은 속으로 옅게 실소를 머금었다.

‘역시 장난 아니네.'

대폭발.

마법사용 220레벨짜리 레전더리 스킬 카드로 스킬 효과는 말 그대로 대폭발을 일으키는 마법을 던지는 스킬이었다.

위력이 대단한 스킬은 아니었다.

100레벨대 얻을 수 있는 스킬인 선더볼트에 비해서는 위력이 모자란 스킬.

대신 쿨타임이 짧은 편이었다.

기본 쿨타임은 200초.

나름 쿨타임 감소 셋을 세팅한 마법사 플레이어들은 거의 1분마다 쓸 수 있었다.

그저 강력한 마법보다 효용 가치는 더 높았다.

‘경매장에서 구하기도 힘든 녀석인데.’

그런 만큼 가격도 가격이지만 매물이 매우 적었다. 경매장에서는 사실상 거래가 되지 않는 수준, 1티어급 길드 혹은 10대 길드들이 알음알음 거래하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물건을 그저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입장료로 단숨에 지불한다?

‘새삼스럽군.’

어비스 길드가 가진 저력이 느껴지는 순간.

‘이런 어비스 길드를 먹어치울 생각을 하다니…… BJ대마도사만 할 수 있는 선택이겠지.’

한편으로는 BJ대마도사의 저력 역시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뭐, BJ대마도사에게는 필요 없겠지만.’

물론 박영준이 생각하기에 이렇게 얻은 대폭발 스킬이 BJ대마도사에게는 별 가치가 없었다.

그가 보여준 능력을 생각하면 이 스킬을 이미 구해둔 정도가 아니라 필요하면 카드 게임 할 수 있을 만큼 구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대폭발 스킬 카드를 요구한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입장료를 비싸게 해야지, 그 판의 베팅액이 올라간다는 것.

다른 하나는 구실이었다.

‘조만간 BJ대마도사가 대폭발 스킬을 사용할 때 이 건수를 이용해서 변호를 할 수 있으니까.’

어비스 길드의 멀린이 그때 후원 채팅으로 그렇게 나온 건 연출이었습니다! 라는 말을 한다고 바로 모두가 믿어줄 리는 만무.

그렇지만 그 말과 함께 대폭발 스킬을 쓰면서 이 마법 스킬은 어비스 길드가 준 스킬입니다! 라고 광고 한마디 날려준다면?

BJ대마도사와 어비스 길드의 사이에 대해서 시청자들의 의심은 그다지 크지 않을 터였다.

딱히 고민할 대목은 아니었다.

툭툭!

당연히 박영준이 대화 속에서 머리를 두드리는 것은 대폭발 스킬 카드와는 관계가 없었다.

‘문제는 이다음.’

이제부터 시작될 협상.

- 그래서 뭘 원하죠?

이어진 어비스 길드 쪽의 질문에 박영준의 머릿속에는 미리 떠올린 다양한 선택지들이 떠올랐다.

사실 원하는 건 정해져 있었다.

BJ대마도사에게 돈과 아이템, 스킬 카드 따위는 조금도 가치도 없는바.

‘원하는 건 자유다.’

현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가장 원하는 건 10대 길드를 비롯한 권력자들이 쥐고 있는 권한들, 그로부터의 자유였다.

당장 이번 퀘스트만 해도 그랬다.

만약 탐험가 길드와의 사전 합의가 없었다면?

그리고 왕가의 열쇠가 없었다면?

퀘스트 진행은 단 한 발자국도 이어지지 않았을 터.

‘BJ대마도사의 방식도 이제는 안 먹혀.’

그나마 BJ대마도사의 놀라운 계획, 몇 수 앞을 내다본 혜안 덕분에 이번 사막에서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은 성공리에 끝났지만, 반대로 그 때문에 이미 어비스 길드를 포함한 모두가 눈치 챘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BJ대마도사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그를 방해하고자 하면, 제대로 한다면 이제는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여기서 자유를 요구하면…….'

당연히 그런 상황에서 자유와 지원을 요구해봤자 어비스 길드가 제대로 들어줄 가능성은 없었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 어비스 길드의 체면을 두고 거래하는 상황이면 더더욱 그렇다.

‘어차피 망한 체면, 차라리 전쟁을 선포할 수도 있겠지.’

어비스 길드의 체면은 다른 곳과 달랐다

무너지면 무너지고, 세우면 세울 뿐, 적당히란 존재할 수 없는 곳.

그런 곳을 상대로 무언가 이득을 얻어내고자 해서는 안 됐다.

‘합리적인 딜이 필요해.'

기브 앤 테이크, 누가 보더라도 거래라고 볼 수 있는 것만이 통할 뿐.

툭!

그 대목에서 박영준의 손이 멈췄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얼마나 진행하셨습니까?”

이윽고 나온 질문에 답이 나왔다.

- 4개.

마치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당연히 박영준도 대답했다.

“자유 한 번에 퀘스트 정보 4개는 너무 하는군요. 그쪽이 생각해도 커트라인은 3개일 텐데.”

거래는 간단했다.

BJ대마도사가 사막처럼 다음 사냥터에서 10대 길드의 제지 없이 자유를 누리는 대가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3개 공략 정보를 주겠다.

- 좋아요. 3개로 하죠.

이윽고 나온 대답에 박영준이 말했다.

“BJ대마도사 허락이 필요합니다. 일단 보도 자료부터 뿌리겠습니다, 차후 정리되면 다시 통보해드리겠습니다.”

- 좋은 결과 있길 바랄게요.

그리고 대화가 끝나는 순간 박영준이 부하 직원에게 말했다.

“우리 채널 게시판에 글 올려.”

“뭐라고 올릴까요?”

“어비스 길드와 아즈모에게 감사하다고.”

“예."

말을 마친 박영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BJ대마도사에게 미팅하고 싶다고 메일 보내.”

‘저쪽도 이번에는 냄새를 맡고 덤벼들 테니, 그 보안 담당자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

말을 하던 박영준이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니, 이제 이런 대화가 잦아질 테니, 차라리 모든 보안을 전담시킬 겸 작업장을 아예 지원해주는 게 낫겠어. 보안에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법이니까.’

그 각오를 마친 박영준이 사무실을 벗어났다.

긴 하루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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