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84화 (284/485)
  • 284화.  < 90화. 왕가의 무덤 (5). >

    13.

    멀린의 영상이 올라온 직후 갓워즈 커뮤니티는 온통 왕가의 무덤에 대한 이야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장님, 구독자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응 장난 아닙니다.”

    개중에서도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건 당연히 라이징 스타 채널이었다.

    “와, 장난 아니네. 그동안 정체기였는데, 한 번에 그냥 반등해버리네.”

    “아니, 그래도 그렇지 3시간 만에 구독자 숫자 10퍼센트 상승이 말이 되나?”

    “괜히 어비스 길드가 아니구나.”

    이제는 구독자 숫자나 영상 조회수 숫자가 정체기에 이른 라이징 스타 채널이 다시 한 번 성장을 시작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 입장에서는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

    “사장님도 대단하시네.”

    더 나아가 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실현시킨 박영준에 대해서도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막상 이 엄청난 호재를 눈앞에 둔 박영준의 기색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터지든 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

    ‘BJ대마도사는 해낼 거다.’

    더욱이 박영준은 억지로라도 BJ대마도사가 실패했을 경우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애초에 도박판에서 질 것을 염두에 둔다면 베팅을 해서는 안 되는 법이기에.

    그렇기에 더더욱 할 일은 없었고, 없는 만큼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다들 떠들지만 말고 대기하고 있어. 언제 어느 순간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요청할지 모르니까."

    “예!"

    지금 박영준이 이런 말을 던지는 게 초조함의 증거였다.

    박영준은 잘 알고 있었으니까.

    ‘BJ대마도사라면 3일 후, 토요일에 퀘스트 진행을 들어갈 거야.’

    BJ대마도사가 당장 퀘스트를 진행하는 일은 없으리란 것을.

    ‘퀘스트 난이도를 생각하면 최대한 늦게 가는 게 정답이다.’

    그의 생각처럼 퀘스트 난이도가 높은 만큼 최대한 많은 시간 동안 준비를 하는 게 정답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라이징 스타 채널의 구독자 숫자와 세간의 관심도 숙성될 테고.’

    동시에 지금은 어비스 길드가 지른 불길이 들불처럼 빠른 속도로 번지는 기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길은 더 거세시고, 더 많은 시청자들이 모인다는 의미.

    즉, 당장 직원들에게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라는 말을 내뱉을 필요는 없었다.

    ‘초조해지니 괜한 말을 지껄이네.’

    박영준 역시 말을 내뱉는 순간 자신의 심리 상태를 깨닫고는 짤막한 후회를 곱씹었다.

    “저기 사장님.”

    그때 직원 한 명이 박영준에게 다가와 말했다.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요청했습니다.”

    그 말에 직원들이 감탄을 토해냈다.

    ‘사장님 말대로네?’

    ‘역시 사장님, BJ대마도사의 의도를 이렇게 바로 눈치 채시다니!’

    ‘무섭다, 와튼.’

    박영준이 말하기 끝나기 무섭게 그 말이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감탄.

    반면 박영준은 의문을 품었다.

    ‘라이브 방송?’

    본인이 생각하기에 당장 라이브 방송은 없어야 하는 게 정상.

    “따로 특별한 내용은 없었고?”

    그 의문 속에서 던진 질문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딱히 이렇다 할 주제 없이 보통의 라이브 방송을 요청했다는 의미.

    ‘아!’

    그 순간 박영준은 BJ대마도사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었다.

    ‘기름 더 끼얹을 속셈이구나.’

    기름은 불이 날 때 뿌려야 의미가 있는 법.

    ‘역시 BJ대마도사도 판을 다룰 줄 알아.’

    그 사실에 이른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요청하면 세팅해야지. 다들 준비해!”

    14.

    어비스 길드가 지른 불은 단숨에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다.

    그리고 열광하기 시작한 시청자들은 그 열기에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은 언제 하려나?

    오로지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만으로도 해소할 수 있는 갈증을.

    - 그보다 역대급 나오겠지?

    ㄴ 당연하지. 어비스 길드가 홍보해줬는데.

    ㄴ 이번에 라이브 방송하면 최고 시청자 숫자 1억 명 넘을 듯.

    ㄴ 뭐든 좋으니까 빨리 했으면 좋겠다. 기다리다가 미칠 것 같네.

    그렇게 사람들이 갈증에 몸부림을 칠 무렵, 갑작스러운 속보 하나가 터졌다.

    - 라이징 스타 채널에 방송 열렸네.

    ㄴ BJ대마도사 라이브다!

    속보의 정체는 다름 아니라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소식.

    사실 보통의 경우라면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심부터 했을 터였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갑자기 왜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하겠냐, 또 낚시질이네, 같은 의심.

    그러나 이번 경우는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탓에 그런 의문조차 가지는 이가 드물었다.

    그저 모두가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본능적으로 라이징 스타 채널에 접속할 뿐.

    - 어? 진짜네?

    - 진짜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이다!

    그리고는 이내 그 속보가 진실임을 깨닫는 순간, 무수히 많은 이들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몰리기 시작했다.

    라이브 방송이 시작하고 채 5분이 되기도 전에 무려 3천만 명에 이르는 시청자가 모인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더욱이 모인 시청자들이 내뿜는 열기는 그 모인 숫자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 BJ대마도사님, 어비스 길드가 한 말 진짜인가요?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질문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 본격적인 퀘스트 공략 언제부터죠?

    - 퀘스트 공략 라이브 방송 언제부터인가요?

    - 공략 며칠 정도 예상하세요?

    - 솔로로 하실 거죠? 당연히 혼자 하실 거죠?

    그러한 질문 대부분은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 공략 라이브 방송 날짜에 대한 것이었다.

    [라포 님이 10,15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일정 공개하려고 라이브 켠 거 맞지?]

    [구스타프 님이 10,15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이번 주 내에 하겠지. 시기상은 이번 주 토요일쯤에 들어갈 듯한데.]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5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이렇게 공략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용케 결단을 내렸군. 그 용기는 인정해주지.]

    갓워즈를 대표하는 실력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포함한 모두가 지금 이 라이브 방송을 빅이벤트에 대한 프롤로그 정도로 치부했다.

    ‘아, 미치겠네. 기대감 장난 아니네.’

    그런 그들의 기대감을 배신해야 하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속이 답답한 상황이었다.

    ‘시청자 숫자는 또 왜 이렇게 많아?’

    심지어 이 순간 시청자 숫자는 3천만에서 그치지 않고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

    ‘이대로 가다가 진짜 1억 명 찍히겠네.’

    본격적인 라이브 방송이 아님에도 최고 시청자 숫자를 경신할 기세였다.

    ‘여기서 어떻게 사과 방송을 하면…… 어우.’

    그렇게 끓어오르는 분위기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한다?

    그 말이 쉽사리 입 밖으로 나올 리 만무.

    나오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미리 준비했던 무수히 많은 멘트는 머릿속에서 하얗게 삭제된 상태였다.

    ‘에라, 모르겠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기어코 나온 사과.

    - 응?

    - 뭐라고?

    그 사과에 채팅창에 적막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적막감 다음에는 물음표가 생겼다.

    - 죄송하다고 한 거 맞아?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야?

    - 무슨 의미지?

    - 갑자기 왜 사과를 하지? 몰래카메라인가?

    - 지금 라이브 방송 잘못 들어왔나? BJ대마도사 방송 아닌가?

    그도 그럴 것이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 순간 BJ대마도사가 사과할 이유 따위는 없었으니까.

    몇몇은 나름 사과의 이유를 추측했다.

    - 혹시 그거 아님?

    ㄴ 뭐?

    ㄴ 애인이 생긴 거야! 솔로가 아니게 된 거지.

    ㄴ 아, 그럼 사과할 만하네 =!

    ㄴ 진짜 애인 생긴 거면 바로 구독 취소함.

    BJ대마도사가 솔로가 아니게 된 걸 가지고 사과하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

    물론 그러한 추측은 오래가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이번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당사자인 미다스가 보다 정확하게 자신의 사과 이유를 공개했으니까.

    그러한 공개에 다시 한 번 더 채팅창에 적막감이 깔렸다.

    그리고 그 적막감 다음에는 폭풍이 몰아쳤다.

    - 그러니까 지금 공략 포기 선언한 거야?

    - BJ대마도사가 퀘스트 공략을 포기했다!

    모두가 BJ대마도사의 퀘스트 공략에 대한 기대감으로 폭발하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의 이 말은 그들의 기대감을 향한 배신과 다를 바 없었다.

    일부는 현실도피를 했다.

    - 럭키님, 팀 내 원딜러가 이상한 개소리하는데 제대로 말씀해주시죠.

    - 그게 아니라 원딜러 교체한다는 의미인 듯!

    - 그래, BJ럭키님 정도면 BJ대마도사 없이 공략 가능하지.

    - 드디어 우리 골드님이 원딜러 바꾸시는구나! 그동안 쓸모없는 원딜러 키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BJ대마도사가 빅이벤트를 앞두고 좀 더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기 위해서 장난을 하는 거라고.

    허나, 어느 때보다 굳어있는 BJ대마도사의 표정 앞에서 시청자들 대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진짜인 모양이네.

    BJ대마도사의 이 발언이 장난이 아닌 진심임을.

    그렇게 모두가 BJ대마도사의 말이 장난이 아님을 깨달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재차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퀘스트 공략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제 사정상 모두가 기대하는 공략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어비스 길드가 직접 이번 퀘스트에 대한 안내 그리고 홍보를 해주셨음에도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 순간 시청자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 BJ대마도사도 안 되는 모양이구나.

    - 어비스 길드도 연거푸 실패했는데 BJ대마도사가 솔로로 한다는 게 사실 말도 안 되는 거지.

    - BJ대마도사님이 뭘 하든 응원합니다.

    그의 결정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경우.

    - 아니, 이건 아니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 맞아, 일단 해보고 말아야지!

    반대로 도전조차 하지 않은 BJ대마도사를 향해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는 경우.

    [멀린 님이 10,15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그냥 포기를 할 생각이었으면 왕가의 열쇠를 받지 않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이 순간 갑자기 후원 채팅을 하는 멀린의 경우는 당연히 후자의 경우였다.

    BJ대마도사를 지옥불에 던지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는데 이제 와서 본인이 지옥불 입장을 거부한다?

    그것도 고작 사과 한마디를 하는 것을 끝으로?

    그 상황을 그냥 넋 놓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일.

    [멀린 님이 10,15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이런 식의 정리는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는 쉬이 받아들일 수 없겠는데?]

    멀린이 평소와 달리 감정을 드러내면서까지 후원 채팅을 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멀린의 의지에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동조했다.

    - 맞아, 어비스 길드가 BJ대마도사한테 준 기회는 그냥 기회가 아니야! 엄청난 기회를 준 거라고.

    - 이렇게 그냥 힘들어서 포기할 거면 기회 자체를 처음부터 거절했었어야지.

    - 홍보는 홍보대로 하고 꿀은 꿀대로 빤 후에 그냥 빠지겠다? 이거 완전히 개쓰레기 아니야?

    더욱이 지금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접속한 이들 중 상당수는 어비스 길드 영상을 보고 들어온 이들이었다.

    어비스 길드의 팬들이 매우 많다는 의미.

    - BJ대마도사 예전부터 나대는 거 마음에 안 들었는데, 결국 사고 치네. 쯧쯧.

    - 어비스 길드의 호의를 무시하고 무사할 줄 아는 건가? 진짜?

    - 돈 많은 금수저 놈이 결국 선 넘네.

    - 멀린 님, 그냥 짓밟으시죠?

    어비스 길드의 팬들이 멀린의 발언에 호응하듯 무수히 많은 채팅을 토해냈다.

    물론 그 반대도 있었다.

    [아즈모 님이 10,15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어비스 길드가 왜 이래? 폼 빠지게? 솔직히 왕가의 열쇠를 공짜로 준 것도 아니고, 사막 투어 낙찰 대가로 준거잖아?]

    아즈모의 등장에 채팅창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그의 말대로 왕가의 열쇠는 어비스 길드가 BJ대마도사의 사막 투어 상품을 구매한 대가로 준 물건.

    정당한 거래의 결과물이었다.

    [아즈모 님이 10,15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그리고 게임오버 당할 걸 알면서도 도전하고 싶으면, 당장 어비스 길드부터 용의 둥지 던전에 들어가야지. 왜 아직도 공략 안 하고 레벨업만 하고 있지?]

    무엇보다 게임 오버를 당할 것을 알면서도 도전하는 이는 갓워즈에 존재치 않았다.

    당장 10대 길드 소속 최정예들, 어비스 길드의 멀린조차도 현재 던전 공략의 실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레벨업 사냥만 하는 중이었다.

    - 아즈모 말이 맞지. 안될 걸 알면서도 하면 그건 병신이지.

    - 그냥 공략하는 게 필요하면 BJ대마도사가 파티플 하면 되잖아? 그렇게 하면 인정해줄 건가?

    결정적으로 이 방송은 BJ대마도사의 방송이었다.

    제아무리 어비스 길드 팬들이 많이 왔다고 해도 BJ대마도사 팬들보단 많을 순 없는 노릇.

    자연스레 채팅창이 두 편으로 갈라진 채 치열한 전쟁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

    솔직히 이쯤 되면 BJ대마도사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 저기 뭔가 잘못 아시는 것 같은데……."

    때문에 BJ대마도사가 말을 꺼냈을 때, 채팅창의 그 누구도 그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퀘스트 공략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어진 BJ대마도사의 발언에 이 난리통이 잠시 정리됐다.

    - 무슨 소리야?

    - 퀘스트 안 하는 게 아니라고?

    - 그럼 왜 사과를 함?

    그리고 떠오르는 시청자들의 의문을 향해 미다스가 무척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다름 아니라 NPC도움 덕분에 전투 없이 바로 왕가의 무덤으로 갈 수 있게 됐거든요. 그래서 사과드리는 겁니다. 원하신 것처럼 치열한 전투는 없을 겁니다.”

    이어진 설명에 채팅창은 일순간 얼어붙었고, 그 분위기를 향해 미다스가 턱짓으로 자신의 오른편을 가리켰고, 라이징 스타 채널이 그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그제야 모두가 발견할 수 있었다.

    - 저거?

    - 피라미드 같은데?

    사막, 그 위에 자리 잡은 피라미드 하나를.

    “지금 저는 왕가의 무덤 앞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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