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83화 (283/485)

283화.  < 90화. 왕가의 무덤 (4). >

9.

정현우가 야구선수 시절 들은 무수히 많은 조언 중에 이런 조언이 있었다.

“게임이 너무 잘 풀리면 조심해야 해.”

생각한 것보다 일이 잘 풀리면 그 사실에 취하지 말고, 평소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고.

물론 그 조언을 들을 당시, 게임이 잘 풀리기는커녕 떠나 게임 자체에 출전하지 못했던 정현우는 생각했다.

배부른 개소리를 지껄이고 자빠졌네.

그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인생사가 제대로 풀린 적이 없었던 정현우에게 그 조언은 다른 세계 이야기나 다를 바 없었다.

‘일이 너무 잘 풀려.’

그런데 지금 정현우가 그 조언을 곱씹고 있었다.

어지간한 수준이었으면 곱씹지 않았을 터였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그러나 지금 정현우가 보기에 현 상황은 어지간한 수준을 아득히 넘고 있었다.

‘보름짜리 퀘스트가 하루 만에 끝났어.’

그도 그럴 것이 ‘오아시스’ 퀘스트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했다면 보름이 넘는 퀘스트였다.

사막왕을 잡기 위해 모래숲에 가는 것만 최소 3일 이상이 소모되며, 그 후에는 다시 돌아오는데도 3일이 걸렸으니까.

하물며 그런 시간을 투자해도 왕가의 열쇠를 얻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그만큼 난이도가 엄청난 퀘스트였고, 그 증거로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가 보상이었다.

그런데 그게 하루도 아니고 사실상 10분 만에 끝난 상황.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것도 안내 받고 쉽게 갈 테고.’

심지어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역시 정황상 매우 쉽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컸다.

자동차로 따지면 엑셀을 밟지도 않았는데 차가 시속 200킬로미터로 달리는 기분.

‘이대로 그냥 가다간 사고 날 것 같아.’

그때 들은 조언대로 오히려 조심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게 이유였다.

정현우가 평소보다 훨씬 더 일찍 캡슐방에서 퇴근해 집으로 돌아온 이유.

쿵!

“일찍 왔네. 무슨 일 있어?”

그렇게 정현우가 집 문을 닫는 순간, 형인 정태우가 식탁에 앉은 채 그를 반겨주었다.

“어, 오늘은 좀 쉬려고.”

딱히 할 말 없는 정현우가 대충 얼버무리며 거실로 들어오자, 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식탁에 앉은 형의 모습은 아침에 그가 캡슐방으로 떠날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노트북은 식탁 위에 그대로 있었고, 차이점이라고는 흘러내린 커피 자국이 줄무늬처럼 가득한 머그잔과 아침에 비해 절반 정도로 줄어든 설탕 보관함이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일한 거야?”

“정확히는 지금도 일하는 중이지.”

그 대답에 정현우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형, 그렇게 일해도 괜찮아?”

“반대지. 이렇게 할 수 있으니까 일을 하는 거지.”

“이렇게?”

영문을 알 수 없는 대답에 고개를 갸웃하는 정현우를 향해 정태우가 여전히 노트북 모니터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하는 일이란 게 백 번 잘 막아도 한 번 뚫리면 안 되는 일이거든. 이렇게 오랜 시간 버틸 체력이 되어야지.”

갑자기 정신을 잃거나, 언제 몸 상태가 나빠져서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갈지 모르는 처지의 인간이 돈 받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라는 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었다.

정현우 역시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일은 잘됐어?”

“고용주한테 칭찬받을 짓은 했지.”

“그래? 그럼 보너스 받았겠네?”

보너스란 단어에 처음으로 정태우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려 정현우를 바라봤다.

동생아 사람이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개소리를 하면 어떻게 하냐? 그러한 표정을 지은 채.

반면 형의 표정 앞에서도 정현우는 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왜? 잘했으면 보너스를 받아야지.”

굽히기는커녕 오히려 정현우가 더 강하게 말했다.

“아주 그 사장 놈이 쓰레기네. 잘했으면 하다못해 치킨 먹을 돈이라도 주는 게 매너지. 형, 그냥 사장한테 못 해먹겠다고 이메일 보내고 때려치워. 힘들면 내가 대신 말해줄까? 이메일 주소 알려줘 봐. 내가 그 사장놈 문자로 두들겨 패줄 테니까.”

물론 동생의 그 말에 정태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타닥, 타닥!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며 일을 시작한 그의 눈에 다른 것은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정현우 역시 그런 형의 모습에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대신 거실로 이동한 정현우가 바닥에 앉으며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켜며 손에 쥐었다.

‘어?’

그때 때마침 스마트폰 상단에 알림이 도착한 게 보였다.

‘어비스 길드에서 새로운 영상 올라왔네.’

그 알림의 정체를 확인한 정현우가 잽싸게 알림을 터치하자, 곧바로 화면이 바뀌더니 이내 영상이 등장했다.

‘멀린?’

영상 출연자는 멀린.

‘응?’

방송 제목은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었다.

10.

어비스 길드.

10대 길드 중 최고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드.

그러한 칭호가 붙은 가장 큰 이유는 하나였다.

어비스 길드가 할 수 없는 건 갓워즈의 그 누구도 할 수 없다는 것.

막연한 말이 아니라 이제까지 어비스 길드는 그 사실을 결과를 통해 증명했었다.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은 이제까지 어비스 길드가 수년 동안 공략을 시도했으나 성공한 적 없는 퀘스트였습니다.”

그렇기에 멀린이 영상을 통해서 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 세상이 느낀 충격은 매우 컸다.

- 어비스 길드가 못 깼다고?

- 진짜? 몇 년 동안? 구라 아니야?

- 멀린이 할 일 없어서 구라를 치겠어? 진짜겠지.

앞서 말했듯이 갓워즈에서 어비스 길드가 할 수 없는 건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어비스 길드가 수년에 걸쳐 해내지 못한 게 있다?

그 사실을 다른 누구도 아닌 멀린이 직접 공개하는데 충격을 느끼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그만큼 어려운 퀘스트였습니다.”

멀린이 그 말을 끝나는 순간 멀린이 화면에서 사라지고 다른 영상이 등장했다.

현재는 어비스 길드 소속으로 활약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과거 모습들, 모두가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에서 몬스터와 싸우는 영상들이.

그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미친, 모래뱀이 몇 마리야?

- 파티원 수도 제한 걸린 모양이네? 20인 파티가 한계인 모양이네.

- 20인 파티로 모래뱀 다섯 마리를 잡으라고? 이게 가능해?

영상을 통해 보게 된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의 사냥 난이도는 상식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었다.

공략을 하지 말라고 만든 수준.

“난이도는 최근 등장했던 운석 충돌 필드, 그곳보다 훨씬 더 높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많은 이들이 지옥 같은 난이도! 라고 외쳤던 운석 충돌 필드의 난이도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 와, 그래도 어비스 길드니까 도전이라도 한 거지 다른 길드였으면 도전도 안 했을 듯.

때문에 그 영상을 본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어비스 길드의 실패를 나무라지 않았다.

도리어 실패하는 게 마땅하리라 생각했다.

그 무렵이었다.

- 가만, BJ대마도사한테 준 왕가의 열쇠라는 게 혹시 이 퀘스트 관련 아이템인가?

-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라면서? 당연히 왕가의 열쇠랑 관계가 있겠지.

- 어비스 길드가 갑자기 이런 영상을 올릴 리가 없지. 분명 BJ대마도사와 관계된 거야.

영상을 보던 이들이 이 영상이 등장한 이유를 눈치 채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어비스 길드는 이 퀘스트 공략을 BJ대마도사에게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그 예상에 멀린이 못을 박는 순간 시청자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아닌 갓워즈 최고의 길드가 BJ대마도사에게 공략을 부탁하는 순간.

그것도 단순한 퀘스트가 아니라 어비스 길드의 오점과도 같은 퀘스트였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존재치 않았던 일이었다.

- 역대급 사건 아님?

ㄴ 당장은 아니지. BJ대마도사가 실패하면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물론 어비스 길드조차 해내지 못한 일을 BJ대마도사가 해내리란 보장이 있는 건 아니었다.

- 난이도 장난 아닌데, 이 정도면 BJ대마도사도 힘들 듯.

ㄴ 맞아, 거기에 솔로 플레이잖아?

ㄴ 이걸 혼자서 어떻게 깨?

보이는 난이도는 공략 가능성을 점치는 것조차 힘들 지경.

당장 어비스 길드가 제 스스로 공략 실패를 고백한 수준이었다.

- 하지만 공략하면 역대급 사건이 맞지.

그러나 만약 BJ대마도사가 이마저 공략한다면?

- BJ대마도사잖아? 이제까지 말도 안 되는 걸 언제나 당연하게 해치운 자라고!

ㄴ 맞아, 그것도 혼자서.

ㄴ 솔로일 때 BJ대마도사는 무적이지.

무엇보다 BJ대마도사 역시 자기 나름의 전설을, 그 누구도 이룩하지 못한 역사를 쓰는 자였다.

때문에 한 가지는 분명했다.

- 역대급 빅이벤트다.

BJ대마도사의 다음 라이브 방송에 세상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리란 것.

- 그래서 언제지?

- 라이브 방송 언제 하는 거야?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관심사는 이 빅이벤트의 날짜였고, 그 관심사에 멀린이 대답을 했다.

“BJ대마도사가 부디 왕가의 무덤에 닿기를 바라며, 조만간 있을 그의 도전을 응원해주십시오.”

조만간 방송이 시작된다고.

11.

-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것을 끝으로 영상이 끝나는 순간 영상을 보고 있던 멀린이 푸념을 토했다.

“이제 하다하다 BJ대마도사 응원 단장 역할까지 하게 되는군. 이러다가 나중에는 나중에 같이 파티 플레이도 하겠네."

연출이 어떻든 간에 이번 영상의 주제는 결국 어비스 길드가 BJ대마도사를 띄어준 것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멀린이 직접 나서서.

멀린, 그가 이룩한 이름값을 생각하면 탄식이 나와 마땅한 일.

그러나 막상 그 푸념을 내뱉는 멀린의 표정에는 불쾌하거나 찝찝한 기색 따윈 없었다.

도리어 그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 입꼬리를 본 엠마가 말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인데, 응원해줘서 나쁠 건 없잖아요?

“뭐, 그렇긴 하지.”

곧바로 엠마의 말에 수긍한 멀린이 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바라봤다.

- 공략을 포기한다! 후퇴해!

그러자 영상 속에서 갑옷으로 무장한 플레이어 한 명이 내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 이오, 정말 후퇴해? 아직 할 수 있잖아?

그 플레이어의 캐릭터 네임은 이오.

어비스 길드의 1군 승격을 앞둔, 현시점에서 어비스 길드 최고의 유망주인 플레이어였다.

어비스 길드가 차세대 에이스로 키우기 위해 커리어 관리를 직접 해주는 슈퍼 루키.

그런 이유로 이오의 커리어에는 단 한 번도 실패라는 단어가 존재한 적 없었다.

- 안돼. 이곳은 우리가 공략할 수 없는 곳이야.

그런데 지금 영상 속 이오는 제 스스로 실패를 선택하고 있었다.

그런 무대였다.

“우리의 실패를 모르는 슈퍼 루키도 실패한 곳이니까.”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은 어비스 길드가 키우는 최고의 루키조차 결국 고개를 숙이게 만든 무대였다.

그런 무대에 BJ대마도사를 당장 집어넣을 수 있는데 응원을 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

“그보다 이런 요구를 BJ대마도사로부터 받을 줄이야.”

사실 이상한 점은 그러한 요구를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가 직접 했다는 것.

BJ대마도사는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말했다.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 난이도의 아득함을 어비스 길드가 직접 홍보해주면, BJ대마도사가 이번 주 내에 그 퀘스트를 진행하겠다고.

지옥이 얼마나 지옥 같은지 홍보해주면 그 지옥불에 최대한 빨리 들어가주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BJ대마도사가 확실히 냉철하긴 해.”

물론 냉철하게 생각했을 때는 그게 정답이었다.

당장 어비스 길드는 BJ대마도사를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에 던지고 싶어 하는 중이며, 이제 정황상 BJ대마도사는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지옥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처지.

“어차피 잡아야 할 호랑이라면, 그 호랑이 등에 날개가 달린 것처럼 포장해주는 게 이득이죠.”

그렇다면 차라리 자신이 상대하는 것을 더 포장해서, 성공했을 때의 메리트를 높이는 게 현명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BJ대마도사가 요구하지 않았어도 어비스 길드는 여러 루트로 BJ대마도사를 압박할 속셈이었다.

어차피 받을 압박이라면 차라리 제대로 받는 게 나은 법.

어쨌거나 이미 일은 끝났다.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의 정체가 알려졌고, BJ대마도사는 이번주 내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공략할 수 있냐, 없냐, 이거뿐이군.”

남은 건 결과 뿐.

“엠마, 당신 판단은 어때?”

“BJ대마도사가 바보도 아니고, 공략이 불가능한데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오진 않았을 거예요.”

엠마와 멀린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BJ대마도사가 퀘스트 공략에 실패하리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겠지.”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것들을 생각한다면 그가 파멸을 맞이하는 그림은 쉬이 상상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쉽진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BJ대마도사가 어비스 길드조차 난관이었던 무대를 쉽게 돌파하는 것 역시 쉬이 상상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이런 식으로 난이도를 부풀리려고 하는 거겠죠. 그래야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시청자들이 이해해줄 테니까요."

애초에 이런 식의 제안을 한 것부터가 BJ대마도사도 일종의 보험을 들어두는 셈이었다.

어비스 길드도 혀를 내두르는 곳이니, 자신의 공략 속도가 늦어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며칠 정도 걸릴 것 같아?”

그렇기에 이어진 멀린의 질문에 엠마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일주일, BJ대마도사는 최소 공략에 일주일을 두고 있을 거예요.”

12.

‘아, 미치겠다.’

탄식과 함께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그러자 어비스 길드가 올린 영상,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 와, 왕가의 무덤 공략 난이도 장난 아니네.

- BJ대마도사가 이걸 혼자서 한다고?

기대감이 차오르다 못해 폭발한 덧글들.

당연한 말이지만 그 기대감은 이 말도 안 되는 난관을 BJ대마도사가 돌파하리란 기대감이었다.

정현우 입장에서는 미칠 일이었다.

‘이렇게 기대하는데 그 앞에서 개꿀 빠는 걸 보여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이 폭발하는 기대감 앞에서 정현우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난관을 뚫는 게 아니라 그 난관을 개구멍을 통해 유유자적 빠져나가는 것이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 조만간 도전하는 거지?

ㄴ 멀린이 근시일 내라고 했으니까 이번 주에 할 듯?

ㄴ 역시 BJ대마도사야. 이런 말도 안 되는 걸 보고 그냥 바로 냅다 도전하잖아?

ㄴ 아무렴, 그것도 혼자서.

모두가 조만간 BJ대마도사가 도전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정현우 입장에서는 더더욱 숨이 막힐 일이었다.

‘어떻게 하지?’

당장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도 마땅치 않을뿐더러 혹여 방법을 내놓더라도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는 만큼 제대로 쓰기 힘들었다.

‘일부러 어렵게 갈까?’

그렇다고 여기서 억지로 고생을 자처하는 것 역시 불가능했다.

‘아, 근데 이거 난이도 말도 안 되는데…… 모래뱀 5마리는 너무하잖아?’

당장 어비스 길드가 올린 영상을 보건대 일부러 위기를 자처했다가 자칫 잘못하면 게임 오버를 당할 게 뻔했다.

그리고 만약 정말 게임 오버를 당한다면 그거야말로 고를 수 있는 최악의 선택지일 터.

즉,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사과하는 수밖에 없구나.’

시청자들 앞에서 기대를 충족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 방송을 하는 것.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정현우는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어차피 사과 방송할 거면 빨리하는 게 나아.’

이대로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시청자들이 얻는 기대감은 거듭 커지기만 할 뿐, 그렇게 기대감이 커지는 만큼 실망감도 커지기만 할 뿐이었다.

‘오늘 플레이 타임 아직 많이 남았어.’

그리고 어차피 매 맞을 각오를 했다면 당장 맞는 게 나았다.

“형, 나 오늘 늦을지도 모르니까 밥 먼저 먹어.”

그 각오를 마친 정현우가 그 말을 뱉으며 현관으로 걸어갔다.

동시에 스마트폰을 꺼내 라이징 스타 채널에 보낼 이메일을 작성했다.

‘그래, 오늘 그냥 퀘스트 끝내자.’

그리고는 이내 작성한 이메일을 보낸 정현우가 문밖을 나서며 짧게 푸념을 뱉었다.

‘아니, 대체 왜 이번 퀘스트는 쉽게 나오고 지랄이야? 곤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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