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82화 (282/485)
  • 282화.  < 90화. 왕가의 무덤 (3). >

    7.

    [이브니의 저택에 입장했습니다.]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 앞에 펼쳐진 건 화사하기 그지없는 꽃밭이었다.

    ‘뭐지?’

    밖에 있었던 삭막했던 사막의 풍경이 무색해질 만큼,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광경.

    무엇보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매우 드넓었다.

    ‘밖에서 봤을 때는 그냥 저택이었는데?’

    드넓은 야구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왕!

    “선배님, 꽃이 만개했습니다.”

    덩치 좋은 럭키와 실버가 마음껏 제 몸을 피는 정도가 아니라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여러모로 넋을 잃을 만한 광경.

    ‘이거 다 아이템 같은데?’

    그러나 미다스의 넋을 잃게 만드는 건 이 드넓은 꽃밭을 채운 꽃들이 그냥 평범한 꽃이 아니라 옵션을 가지고 있는 꽃이라는 점이었다.

    당연히 미다스의 눈에 이 꽃밭은 꽃이 가진 옵션 텍스트가 만개한 텍스트 밭처럼 보였다.

    ‘그것도 유니크.’

    심지어 그러한 아이템은 전부 붉은빛, 유니크 등급이었다.

    여러모로 눈이 돌아갈 지경.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때 눈을 이리저리 돌리는 미다스의 발치에서 작지만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꽃?’

    목소리의 주인공은 미다스의 발치에 놓인 꽃 한 송이, 정확히는 그 꽃 한 송이에 앉아있던 손바닥 크기의 요정이었다.

    “이브니라고 해요.”

    NPC이브니.

    그녀가 말과 함께 나비처럼 생긴 날개를 펄럭이며 그대로 미다스의 눈 앞까지 올라왔다.

    “잠시 어깨에 앉아도 될까요?”

    “아, 예.”

    이어서 나온 질문에 미다스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 말에 곧바로 NPC이브니가 미다스의 왼쪽 어깨에 앉았다.

    꾸우!

    그러자 꽃밭 위에서 고개를 갸웃하던 잭팟이 미다스의 머리 위로 날아와 앉았다.

    마치 이 몸뚱이는 자기 것이라는 듯이.

    꾸우!

    거듭 그 사실을 어필하는 잭팟의 모습에 NPC이브니가 활짝 웃은 후에 말했다.

    “천둥새를 이리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것도 이름 잃은 신을 쫓는 천둥새를.”

    그리고는 이내 시선을 미다스에게 돌려 그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품으신 분이 이렇게 제 영역까지 오실 줄은 몰랐네요. 여러모로 신기한 조합이시네요.”

    마치 귓속에 몰래 속삭이듯이.

    [퀘스트 조건을 완료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서 들려온 알림, 퀘스트 알림에 비로소 미다스가 바로 정신을 차렸다.

    ‘정신줄 놓을 때가 아니야. 지금 일단은 풀 건 풀어야 해.’

    현재 미다스의 저주는 여전했으며, 왕가의 열쇠는 제대로 꺼내지도 못한 상황.

    즉, 해결한 것은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정신을 팔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의미.

    “지금 제가 가진 목걸이에서 나오는 이름 잃은 신의 힘 때문에 정체 모를 자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정신을 차린 미다스가 자신이 원하는 바만을 담아 간략하기 그지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그의 어깨에 앉은 NPC이브니가 말했다.

    “정체 모를 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당신의 목걸이에서 흘러나오는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제가 알기로는 두 가지가 있어요.”

    말과 함께 NPC이브니가 가볍게 손을 움직이자, 바닥에 너부러진 꽃 중 한 송이가 떠오르더니 그대로 NPC이브니의 손에 잡혔다.

    NPC이브니가 그것을 미다스의 귀 옆에 꽂아주었다.

    [이름 잃은 신의 힘이 잠잠해집니다.]

    “하나는 제 꽃을 이용하는 거죠. 이 꽃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의 감춰줄 거예요.”

    의외로 바로 나온 답.

    “꽃이 시들기 전까지는.”

    그리고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가 자신의 귀에 꽂힌 꽃을 집어 확인했다.

    [이브니의 꽃]

    - 등급 : 유니크

    - 효과: 꽃이 생기를 잃지 않는 동안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진정시켜준다.

    - 현재 남은 지속 시간 : 14일 23시간 59분

    그렇게 꽃의 옵션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앞으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간제한 퀘스트다.’

    꽃이 시들지 않는 동안 정체 모를 자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다, 그렇다는 건 꽃이 시들기 전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의미.

    “평생 이곳에 있을 게 아니라면 두 번째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겠군요.”

    “맞아요.”

    그 무언가는 당연히 NPC이브니가 말한 두 번째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다른 방법은 왕가의 오아시스에서 그 목걸이를 씻는 거예요. 왕가의 오아시스에 담긴 고귀한 힘이라면 이름 잃은 신의 힘도 잠잠해질 테니까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순간 미다스의 눈 앞에 퀘스트창이 떴다.

    [오아시스]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5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저주를 씻기 위해 이브니가 알려준 왕가의 오아시스를 찾아가자. 오아시스로 가기 위해서는 왕가의 열쇠가 필요하다. 왕가의 열쇠는 모래숲의 사막왕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퀘스트 완료 시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진행 가능

    그렇게 등장한 퀘스트 내용은 섬뜩한 것이었다.

    꽃의 유효 시간은 15일.

    그 안에 사막왕을 처치한 후 왕가의 열쇠를 구해서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냥 사막왕을 잡는 것은 물론 사막왕이 있는 모래숲까지 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그 모든 왕복 과정을 15일 만에 한다?

    사막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이라면 모두가 예외 없이 말할 것이다.

    이 게임 아주 개쓰레기 게임이네!

    허나,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저기 이거요?”

    그저 인벤토리 안에 있는 왕가의 열쇠를 꺼내 NPC이브니 앞에 보여줄 뿐.

    “어머.”

    그것을 본 NPC이브니가 놀란 표정과 함께 날갯짓을 하며 미다스가 손에 든 왕가의 열쇠, 그 황금으로 만들어진 큼지막한 열쇠의 주변을 맴돌며 말했다.

    “벌써 구해오셨군요!”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퀘스트 완료 알림에 미다스가 그 자리에서 두 눈만 하염없이 깜빡였다.

    ‘……미치겠네.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진짜 이걸로 끝난 거야?’

    미다스 본인도 감히 상상치 못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의 사고 능력 역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허나, 그런 미다스의 사정 따위를 알 리 없는 NPC이브니는 NPC답게 일을 이어갔다.

    “대단하네요, 정말 이 열쇠를 이렇게 빨리 구해올 줄이야. 당신의 능력을 조금이나마 의심했었던 것이 미안하네요.”

    그 순간 NPC이브니가 손짓을 하자, 꽃밭에서 무언가 하나가 툭 올라오기 시작했다.

    꽃이 아닌 에메랄드 빛 스킬 카드북이.

    “당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얕본 제 무례에 대한 사과의 표시에요.”

    단숨에 퀘스트 완료 보상, 그것도 평범한 보상이 아니라 레전더리 등급 스킬 카드북 보상이 눈 앞에 등장하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은 돌처럼 굳을 수밖에 없었다.

    미다스가 눈 앞의 보상이 둥둥 떠있음에도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거 꿈인가? 아니면 환각?’

    이제는 보이는 게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을 지경.

    “부디 받아주세요.”

    NPC이브니가 재차 말을 꺼낸 후에야 비로소 정신을 차린 미다스가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을 회수했다.

    ‘꿈 아니지? 현실 맞는 거지?’

    물론 그 순간에도 미다스의 얼굴에는 얼이 빠진 기색이 역력했다.

    솔직히 이 순간 이성적인 판단은 불가능했다.

    그저 본능적으로 행동할 뿐.

    그 덕분이었다.

    ‘미다스, 정신 차리자. 이거 좋아할 때가 아니야.’

    그 본능 중 하나인 위기 본능이 바로 경고를 했다.

    ‘다음 퀘스트는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다. 정황상 매우 난이도가 높을 게 분명해.’

    이다음에 진행하게 될 퀘스트가 보통 퀘스트가 아니라는 경고.

    ‘이 물건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것도 어쩌면…….'

    그 순간 미다스는 왕가의 열쇠에 대한 10대 길드의 관심이 컸던 이유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 열쇠로 할 수 있는 퀘스트 난이도가 장난이 아니었던 거야.’

    이 열쇠를 가지는 건 물론 NPC이브니의 위치마저 아는 어비스 길드가 이 열쇠를 통한 퀘스트를 해보지 않았을 리 만무.

    ‘어비스 길드도 실패할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이 열쇠에 대한 이야기를 10대 길드 그리고 몇몇 소수만이 알고 있다는 것은 그 퀘스트를 어비스 길드조차도 깨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어비스 길드의 실패를 대놓고 떠들 수 있는 이는 없을 테니까.

    여러모로 난이도가 아득하다는 의미.

    그만큼 긴장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후우.”

    그 긴장감이 굳어가던 미다스의 머릿속을 다시 빠릿빠릿하게 만들었다.

    “그럼 이제부터 왕가의 무덤으로 가야겠군요. 그 길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윽고 내뱉는 말에 NPC이브니가 대답했다.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은 보통 길이 아니에요. 그 길목에는 모래뱀 무리와 암석 전갈 무리가 존재하죠. 그리고 사막에서 죽은 샌드맨들이 자신들의 동료로 삼을 먹잇감을 찾아 헤매죠.”

    그 설명에 미다스가 이를 꽉 물었다.

    ‘…… 진짜 장난 아니네.’

    그냥 모래뱀 한 마리도 잡는 게 마냥 쉽지는 않은데 그런 모래뱀 무리가 있다니?

    하물며 암석 전갈 무리 역시 그저 단순히 두세 마리 정도가 아닐 게 분명했다.

    샌드맨 역시 본래는 모래숲 주변에서 나오는 몬스터로 상대하기가 매우 껄끄러운 놈들이었다.

    ‘모래뱀은 세 마리 이상, 암석 전갈은 여섯 마리 이상이면 운석 충돌 필드랑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 지옥인데…….'

    그 상황을 상상해본 미다스는 게임임에도 온몸의 닭살이 돋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더 참담한 건 그 상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었다.

    ‘……어비스 길드가 실패한 걸 보면 지옥이 맞겠지.’

    그저 어중간한 수준이었다면 어비스 길드가 실패라는 단어를 용납했을 리 만무했을 터.

    ‘아, 이것도 라이브 방송해야하는데…… 죽겠네.’

    여러모로 속이 바짝 말라갈 수밖에 없는 미다스, 그런 그를 향해 NPC이브니가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가는 길에는 신기루의 주술이 걸려 있어 제대로 갈 수가 없어요. 길을 잃으면 다시 처음부터 가야 하죠."

    설상가상.

    ‘그럼 그렇지.’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오히려 진정할 수 있었다.

    ‘이 쓰레기 게임이 설마 쉽게 해주겠어?’

    이제야 평소 때 하던 갓워즈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여하튼 이 게임도 그렇고 만든 인간도 있고 다 쓰레기야, 쓰레기.’

    그 사실에 미다스가 평소 때처럼 갓워즈와 그 게임을 만든 인간을 향한 욕과 저주를 퍼부었다.

    그 순간이었다.

    “하지만 제가 길을 안내해준다면 그 위기를 무리 없이 건너실 수 있을 거예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NPC이브니의 말에 미다스는 결국 생각하는 걸 포기했다.

    8.

    - 아즈모 :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 난이도는 보통이 아니야.

    - 아즈모 : 모래뱀이나 암석 전갈이 기본 단위에, 샌드맨들도 등장했다하면 백 단위지.

    - 아즈모 : 모래뱀이 동시에 다섯 마리가 등장한 경우도 있었고.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아즈모로부터 그 길목의 위험성을 듣던 박영준은 툭툭, 제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BJ대마도사는 분명 공략할 거다.’

    공략 자체에 대한 고민이 있는 건 아니었다.

    박영준이 아는 BJ대마도사라면 분명 이 난관도 자신의 능력으로 돌파할 테니까.

    이미 그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기로 예전에 결단을 내린 상태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의 부분은 보상이었다.

    똑같은 결과를 내놓아도 사전에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세간의 박수소리와 환호소리가 달라지는 법.

    그렇게 제 머리를 두드리며 고민하던 박영준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리고는 질문을 던졌다.

    “듣기로는 어비스 길드 1군 멤버들이 사막왕을 잡고 바로 다음 사냥터로 가는 바람에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를 안했다는데.”

    - 아즈모 : 그렇지.

    “그럼 만약 그 당시 1군 멤버들이 공략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 것 같습니까?”

    - 아즈모 : 인맥을 통해서 어비스 길드가 공략하는 영상을 봤는데, 멀린을 포함한 1군 멤버가 도전했었어도 공략 확률은 50퍼센트를 간신히 넘겼을 정도였어.

    그 대답에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야기 오프 더 레코드죠?”

    그리고 이어진 질문에 아즈모가 대답했다.

    - 아즈모 : 판 좀 키우고 싶은 모양이네.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 난이도가 높지만, 그 사실을 시청자들 대부분은 모르는 상황.

    그렇다면 일단 그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보다 확실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 아즈모 : 내가 해줄까? 내가 하면 좀 더 과장되게 나오긴 하겠지만.

    그리고 보통은 이런 경우에서 알고 있는 진실보다 좀 더 과장되게 홍보를 하고는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해야 할 일, 올라야 할 산이라면 그 산을 더 과장되게 포장하는 게 나을 터.

    그래야 자연스레 그 산을 정복한 이에 대한 환호와 찬사도 훨씬 더 커질 수 있을 테니까.

    “아뇨, 괜찮습니다. 이런 건 당사자가 직접 해주는 게 좋죠.”

    그리고 기왕이면 그 산을 오르지 못한 자가 직접 말해주는 게 더더욱 설득력이 있을 터.

    - 아즈모 : 어비스 길드를 움직이겠다고? 쉽지 않을 텐데.

    “거래를 할 겁니다. 그쪽이 지금 가장 우려하는 건 BJ대마도사가 퀘스트를 진행하지 않고 뜸을 들이는 것일 테니까요."

    - 아즈모 : 하긴, 얼마나 몸이 달아올랐는지 탐험가 길드가 마중까지 나왔지. 딴 곳으로 빠지지 못하게.

    “예, 그러니까 제안을 하는 겁니다. 어비스 길드가 그 퀘스트가 얼마나 힘든지 몸소 알려주면, 당장 공략에 나서겠다.”

    그때였다.

    채팅창이 뜬 모니터, 그 오른쪽 하단에 메시지 하나가 새로이 등장했다.

    [해킹 시도가 감지되었습니다.]

    [평소와 다른 루트 및 패턴입니다.]

    [30초 이내에 대화를 마치시고 새로운 곳에서 대화를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박영준이 그 사실을 전달했다.

    “아무래도 우리 대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 붙은 모양입니다.”

    그로부터 약 3초 후.

    - 아즈모 : 확인 완료.

    - 아즈모 : 좋아, 대화는 여기서 마치자고. 대단한 이야기도 아니고 수다 떠는 걸 들키면 쪽팔리니까.

    - 아즈모 : 그보다 그쪽 실력이 좋네. 우리 쪽보다 빨리 눈치 챈 걸 보면.

    그 대화를 끝으로 아즈모가 채팅창에서 사라졌고, 곧바로 박영준 역시 채팅창에서 나왔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새로운 방식입니다. 아무래도 상대 쪽이 새로운 팀을 고용한 듯합니다.]

    [이번은 찔러보기 같습니다. 차후에는 좀 더 많은 준비와 대비가 필요할 듯합니다.]

    그것을 본 박영준이 짧게 감탄사를 토했다.

    ‘아즈모 쪽보다 빨랐다…… 생각 이상으로 실력이 좋은데?’

    해킹 시도가 오리란 건 알았지만, 설마 아즈모 쪽보다 빠를 줄이야?

    그건 대단한 일이었다.

    이런 대화 해킹에 있어서 아즈모는 그야말로 전 세계 해커들의 타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당연히 그에 대한 대비도 누구보다 철저했다.

    그럼에도 그런 아즈모 쪽보다 빨리 체크했다?

    ‘앞으로 더 긴밀하게 지내야 되겠어.’

    박영준 입장에서는 기꺼운 일이었다.

    “고마워요,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요청하세요.”

    자연스레 박영준의 머릿속에는 이 새로운 파트너와 친해지기 위해 필요한 방법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방법들을 하나하나 내뱉었다.

    “이래 뵈도 직원 복지는 좋거든요. 학자금 대출은 물론 주택 담보 대출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물론 그와 관련된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자, 그럼 이제 어비스 길드랑 거래를 해볼까?’

    박영준, 그에겐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대화가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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