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화. < 90화. 왕가의 무덤 (2). >
3.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심심함을 넘어 시큰둥함이 될 무렵.
- BJ대마도사가 PK범 잡았다!
그 무렵에 갑자기 들린 그 속보는 BJ대마도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의 몸을 달아오르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PK범이라고? BJ대마도사를 노리는 또라이들이 있었어?
- 진짜? 어떻게 잡았음?
시큰둥했던 이들이 단숨에 부나방이 되어 BJ대마도사의 이슈에 달라붙었다.
- 자작곡 부르려고 쇼하다가 잡았어!
ㄴ 응?
그러나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달라붙은 이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 아, 그리고 PK범 잡아서 사막왕의 독검 3자루 먹음.
이어서 나온 내용 앞에서 고개를 갸웃한 이들은 그대로 분노했다.
- 아니, 개소리도 좀 정성껏 해야지, 그런 개소리를 누가 믿음?
- 구라를 칠 거면 좀 그럴싸하게 치자.
- 또 BJ대마도사 빠들 무리수 두기 시작했죠?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으로부터 들려온 이야기는 누가 들어도 거짓말, 그것도 아주 조잡하다 못해 쓰레기 같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내용이었으니까.
- 뭐? 진짜라고?
이어서 그 사실이 조잡한 거짓이 아니라 진실임이 드러났을 때도 사람들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대부분은 생각했다.
- 조작 아니야?
- 딱 봐도 조작이네.
- 이제 BJ대마도사가 할 거 없어서 주작 소환했죠?
BJ대마도사가 심심한 방송을 만회하기 위해서 조작을 했다고.
어떻게 보면 매우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갑자기 자작곡 퍼포먼스를 한다면서 마법을 썼는데, 그 마법이 자신을 노리는 PK범들을 공격하고, 그 PK범들을 처치하고 나니까 하나 보기도 힘든 사막왕의 독검을 3개나 득했다?
- 솔직히 말이 되냐? 차라리 BJ대마도사가 숨겨둔 애인이 있었다고 하는 게 훨씬 더 믿음이 가겠다.
ㄴ 응, 그건 아니야.
의심하지 않는 게 도리어 이상한 일.
물론 그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이도 있었다.
엠마, 그녀가 그랬다.
그런 그녀가 웃음기 한 점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냥뱀 길드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 그게 제가 내린 결론이에요.”
그 말에 그녀가 보고 있는 채팅창에는 어떤 내용도 올라오지 않았고, 엠마가 마저 말을 이어갔다.
“제 결론에 반박하시고 싶다면 반박하셔도 좋아요.”
그제야 채팅이 올라왔다.
[사냥뱀 길드 : 우리의 방식으로 신뢰를 회복하겠다.]
짤막하고, 불친절한 대답.
그러나 딱히 질문을 던질 필요는 없었다.
사냥뱀 길드가 말한 우리의 방식이 어떠한 방식인지는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됐으니까.
이제까지 엠마가 사냥뱀 길드에 원한 것은 하나뿐이었고, 사냥뱀 길드가 해내지 못한 것 역시 하나뿐이었으니까.
“부디 신뢰가 회복됐으면 좋겠네요.”
그렇기에 짤막한 대화를 끝으로 엠마는 사냥뱀 길드와의 대화를 마쳤다.
허나, 그 후에도 그녀의 싸늘하게 가라앉은 표정 그리고 눈빛은 풀리지 않았다.
‘운이 좋아서 이런 일이 생길 리는 없어.’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일은 누가 보더라도 BJ대마도사가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사냥뱀 길드를 움직일 걸 알고, 도리어 내부의 배신자를 심어둔 것.
‘전부 놈의 계산 안이었다는 거야. 왕가의 열쇠까지도.’
더 나아가 엠마는 왕가의 열쇠를 어비스 길드가 베팅하는 것마저 BJ대마도사가 예상하고, 계획한 바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그게 목표였을지도 몰라.’
혹은 왕가의 열쇠부터가 BJ대마도사가 노리는 목표였을 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왕가의 열쇠는 갓워즈에서 오로지 어비스 길드만이 가지고 있었던 물건이었으니까.
적어도 며칠 전까지는.
‘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보는 거지?’
엠마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물론 엠마는 그 사실에 소름이 끼치고, 분노를 느끼되 취하진 않았다.
‘이제 이런 방식으로는 안 돼.’
지금 중요한 건 후회나, 분노가 아니라 자신의 방식이 더 이상 BJ대마도사를 막는데 써먹을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하는 것이었으니까.
그 생각에 이르렀을 때 엠마는 다시 한 번 더 고개를 돌려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았다.
‘이 페이스라면 NPC이브니에게 가는데 얼마 걸리지 않겠어.’
폴링 스타, 그 위력을 보건대 BJ대마도사의 사막 횡단은 생각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진행될 것이 분명했다.
그 사실에 이른 엠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있을 순 없어.’
4.
“파이어볼!”
외침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리는 알림.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자신의 손아귀에 생긴 불덩이를 미다스가 바로 주저 없이 하늘 높이 던졌다.
그렇게 솟아오른 파이어볼이 이내 정점을 찍더니 이내 바닥을 향한 추락을 시작했다.
슈우우!
유성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주인님!”
쿠쿠쿠!
그러한 소리의 끝에 있는 건 골드 그리고 그런 골드를 쫓아 모래 속을 파고 움직이는 모래뱀이었다.
“저만 믿으십시오!”
이윽고 골드가 정해진 지점에 도착하는 순간, 미다스가 던진 파이어볼이 그대로 골드의 등 뒤, 모래 위에 추락했다.
콰앙!
굉음과 함께 모래가 솟구쳤다.
샤아!
그리고 그 모래 속에서 모래뱀의 앙칼진 비명 소리가 솟구쳤다.
“파이어 스피어!”
그게 시작이었다.
콰앙!
파이어볼을 시작으로 미다스가 파이어 스피어를 비롯해 마법을 거듭 하늘 높이 던졌고, 그렇게 솟구친 마법들은 유성처럼 떨어지며 모래를 뚫고 그 속에 숨은 모래뱀의 몸에 꽂혔다.
마치 벙커를 파괴하는 미사일, 벙커 버스터처럼.
샤아!
그 거듭된 공격에 모래뱀이 결국 참지 못하고 골드를 쫓는 것을 포기하고 모래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 모래 속에 숨어서 골치 아픈 놈을 그냥 모래를 뚫고 데미지를 줘버리네.
- 이거 너무 사기 아님?
그 광경 채팅창 위로는 감탄이 솟구쳤다.
그럴 만한 광경이었다.
모래뱀은 모래 속에 숨기에 잡기가 힘들다, 그 난제를 미다스는 그냥 모래를 뚫고 공격하는 것으로 해결했으니까.
이제까지 갓워즈에 존재했던 무수히 많은 마법사 중 그 누구도 감히 시도조차 해본 적 없는 방식이었다.
- 아니, 사기를 떠나서 어떻게 모래 속에 숨은 걸 저렇게 확실하게 맞출 수 있는 거지?
- 명중률이 미쳤음. 이건 솔직히 BJ대마도사이니까 가능한 사냥법이야.
더욱이 그저 단순히 폴링 스타가 있다는 것만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었다.
‘다 보이니까.’
모래 속에 있는 모래뱀의 위치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BJ대마도사이기에 가능한 방식이었지.
‘오늘 제대로 긁히기도 하고.’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그것을 맞추는 미다스의 명중률 역시 대단했다.
지금 그는 그냥 평범한 투척이 아니라 곡사, 그야말로 곡예와 같은 발사를 하고 있었으니까.
‘이런 제구력이 프로 선수 때 있었으면 그런 은퇴는 안 했을 텐데.’
미다스 본인도 놀랄 정도.
허나, 그 사실에 미다스는 깊은 감탄에 빠지지 않았다.
그의 눈앞에 등장한 모래뱀은 여전히 HP가 넘쳐 났으며, 미다스에게는 의무가 있었으니까.
‘최대한 빨리 제거한다.’
모래뱀을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힘으로, 압도적으로 처치해야 한다는 의무.
BJ대마도사, 그 이름에 걸맞은 전투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
"사역마!”
그 의무를 짊어진 미다스의 외침에 두 사역마가 모습을 드러낸 모래뱀을 향해 품고 있던 아이스 애로우와 파이어 애로우를 게틀링건 처럼 토해내기 시작했다.
크르르!
"크르르!”
그와 동시에 럭키와 실버 역시 이제는 모습을 드러낸 모래뱀을 향해 달려들었다.
끼릭!
그러한 럭키와 실버의 몸에는 하급 얼음 전사들이 저마다의 무기를 쥔 채 털을 붙잡고 매달려 있었다.
크-왕!
"크왕!”
이윽고 사막을 가로질러 모래뱀에 닿은 럭키와 실버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모래뱀의 몸뚱이를 물었다.
샤아아아!
모래뱀이 괴성을 내질렀다.
푹!
그리고 그 괴성을 향해 럭키와 실버의 몸에 붙어있던 얼음 정령 전사들이 저마다의 무기를 내찔렀다.
[모래뱀이 파투의 저주에 걸립니다.]
[모래뱀이 사막왕의 독에 중독됩니다.]
이윽고 들린 알림과 함께 모래뱀의 몸이 갑자기 돌처럼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 역시 사막왕의 독 장난 아니네!
- 마비 효과 장난 아니지!
사막왕의 독의 효과 중 하나인 치명적인 마비가 발동된 증거.
사막왕의 독검이 매우 비싼 값에 거래되는 이유였다.
중독 데미지도 엄청나지만, 찔린 대상의 시간마저 훔칠 수 있다는 것.
그 외에도 중독이 풀리는 순간 후유증으로 모든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가 20퍼센트씩 감소했다.
- 파투의 저주랑 사막왕의 독은 효과 중첩되고.
더 놀라운 건 파투의 저주 역시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를 20퍼센트 감소시키는 능력이 있었으며, 이 두 가지 효과는 중첩이 가능했다.
하나는 중독 다른 하나는 저주, 각기 다른 종류의 디버프였으니까.
어쨌거나 마비만으로도 이미 모래뱀에게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콰직!
- 실버 물어뜯는 거 봐.
- 럭키는 더 빠름!
그렇게 마비를 통해 얻은 시간은 이미 모래뱀의 몸뚱이에 이빨을 박아넣은 럭키와 실버에게 모래뱀의 가죽을 걸레로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으니까.
“네놈!”
그리고 어느새 달려온 골드가 그대로 도약하며 자신의 두 손으로 모래뱀의 머리통을 내려찍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트라이던트.”
마지막으로 미다스가 준비했던 트라이던트를 꺼낸 후 그것을 던지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모래뱀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윽고 들린 알림에 미다스가 짧게 속으로 탄식을 토해냈다.
‘219레벨.’
허나, 그 탄식은 속으로만 되새김질할 뿐 겉으로는 조금도 힘든 기색을 내색하지 않았다.
“이거 게임 너무 쉬운 것 같네요. 이럴 줄 알고 일부러 사막왕의 독검을 구하지 않았는데 세 자루나 생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네요."
도리어 어느 때보다 여유 넘치는 척 연기를 했고, 그러한 연기에 시청자들이 미소를 지었다.
- 그래, 이게 BJ대마도사지.
- BJ대마도사는 혼자 다 해먹어야 제맛이지.
- 아무렴 BJ대마도사는 혼자여야 제맛이지.
이 압도적인 모습이 시청자들이 보고 싶었던 BJ대마도사의 모습이었으니까.
‘시청자 숫자는…… 2천만 넘겼네.’
그게 지금 무려 2천만 명이나 되는 시청자들이 미다스의 방송을 보는 이유였다.
물론 그가 기록했던 최고 수치에는 비할 바가 못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빅이벤트의 경우.
그저 사막 횡단을 하는 것뿐인 라이브 방송임에도 시청자 숫자가 2천만을 넘기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실제로 PK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숫자는 1천만 명에 미치지 못했다.
달리 말하면 그 사건 이후 시청자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의미.
‘그때 조작설이 제대로 이슈거리가 됐어.’
더욱이 그 사건이 조작이다, 라는 여론 덕분에 더 큰 이슈거리가 되어주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호재인 셈.
‘뭐, 이제 다 도착했지만.’
물론 가장 큰 호재는 지금 미다스의 눈앞에 보이는 오아시스였다.
붉은빛 기둥이 솟구치는 오아시스.
‘이제 시한폭탄을 끌 수 있겠네.’
“오늘 라이브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미다스, 그가 자신의 명줄에 붙은 불을 끝을 수 있는 목적지인 네 번째 오아시스 시만에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5.
두 번째 오아시스에 도달했을 때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격한 반응을 보이고는 했다.
그러나 세 번째 오아시스에 도달할 때에는 그러한 반응이 적어지고, 네 번째 네 번째 오아시스에 도착할 때쯤에는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게 바뀌었다.
이미 닳고 닳은 자들.
여러모로 사막의 뜨거운 맛을 본 이들은 더 이상 불만을 토로하지도,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지도 않았다.
네 번째 오아시스 시만, 그곳 역시 본래는 그런 곳이었다.
고요한 곳.
“BJ대마도사다.”
그러나 BJ대마도사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곳은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곳이 됐다.
물론 그 존재감이 남다른 건 당연했다.
“저들은 누구지?”
“탐험가 길드 같은데?”
“진짜? 탐험가 길드가 마중 나왔다고?”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탐험가 길드가 그런 BJ대마도사를 마중하기 위해 나왔다는 사실이 평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어수선함을 만들었다.
탐험가 길드의 VVIP도 누리기 힘든 일.
‘마중을 나온다고?’
당연히 미다스도 놀랐다.
그렇게 놀란 미다스가 슬쩍 인벤토리를 켠 후에 그 안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템 하나를 확인했다.
[왕가의 열쇠]
- 등급 : 레전더리
- 왕가의 무덤을 여는 열쇠다.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은 오아시스 시만의 누군가가 알고 있다.
!NPC이브니에게 건네주면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 발동
왕가의 열쇠.
이 외에 탐험가 길드가 자신을 도와주는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이게 그렇게 대단한가? 저번에 아즈모도 그렇고, 라포도 그렇고 반응을 보면 보통 물건은 아닌 모양인데.......'
어쨌거나 보통 물건은 아닌 것이 분명했으니까.
‘뭐, 알아보면 되겠지. 겸사겸사 한 번에 처리하면 되니까.’
그리고 어차피 NPC이브니를 만나야 하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딱히 고민할 문제 역시 아니었다.
“자, 괜히 빼지 말고 갑시다. 시간은 금이잖아요?”
그렇게 미다스가 말과 함께 먼저 걸음을 내디뎠다.
안내는 필요 없었다.
“제가 앞장서죠. 따라오세요.”
이미 NPC이브니의 위치는 알고 있는 상황.
그런 미다스의 걸음에 탐험가 길드가 호위를 하듯 뒤따랐다.
당연히 미다스의 걸음걸이는 어느 때보다 위풍당당했다.
‘장난 아니네.’
그러나 NPC이브니와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미다스의 속은 긴장감에 굳을 수밖에 없었다.
‘탐험가 길드 애들이 진을 쳤네, 진을 쳤어.’
가는 길목마다 탐험가 길드원들이 배치되어 있었으니까.
그 정점은 오아시스 한구석에 만들어진 저택 앞이었다.
그 저택 앞에는 아예 탐험가 길드원들 여섯 명이 벽처럼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자신들의 허락 없이는 감히 이곳을 넘어설 수 없다는 듯이.
‘……그냥 왔으면 큰일 날 뻔했네.’
만약 라이징 스타 채널이 사전에 탐험가 길드와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필시 귀찮은 일이 생겼을 터.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사장님을 향한 고마움이 자연스레 샘솟았다.
그러한 고마움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설마 여기서 들어가는데 팁 줘야 하는 겁니까?”
그 물음에 문 앞을 지키고 있던 탐험가 길드원들이 대답 대신 슬쩍 자리를 피해줬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어깨를 으쓱한 후에 그대로 문 안으로 들어갔다.
6.
- BJ대마도사가 NPC이브니의 저택에 입장했습니다.
스마트폰 위로 뜬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엠마는 그대로 스마트폰을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딱히 놀랄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 BJ대마도사를 한시라도 빨리 NPC이브니의 저택에 집어넣는 게 탐험가 길드 그리고 엠마의 계획이었다.
‘분명 지금 BJ대마도사 능력으로는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을 공략 못 해.’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어비스 길드가 거듭 실패한 왕가의 무덤 퀘스트를 쉽게 깰 수 있을 리는 만무.
그렇다면 괜히 그가 다른 수작을 준비하기 전에 강제로라도 그를 그 지옥 같은 퀘스트 과정에 집어넣을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그 계획이 성공했다.
‘시뮬레이션을 아무리 돌려봐도 퀘스트를 공략할 확률은 30퍼센트 미만, 성공률을 50퍼센트 이상으로 만들려면 10일 이상이 필요해.’
더욱이 BJ대마도사가 보다 강력한 능력을 선보였음에도 여전히 공략 가능성은 낮다는 결론이 나온 상황이었다.
이제는 미소를 지은 채 BJ대마도사가 아등바등 발버둥을 치다가 가라앉기를 기다려도 된다는 의미.
평소라면 분명 엠마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다른 방식으로 공격을 해야 해.’
그러나 지금 엠마는 달랐다.
이제 그녀는 인정했다.
‘게임 내에서의 승부로는 못 이겨.’
그저 지금까지 해온 방식대로 해봤자, 게임 내에서 수작을 부려봤자 결국 승자는 BJ대마도사가 되리란 것을.
‘그럼 게임 밖에서 승부하는 수밖에.’
그렇다면 이제 싸우는 무대를 바꿀 때.
그게 이유였다.
“그래서 이 팀이 얼마나 유능하죠?”
“통신 쪽 해킹 분야에서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팀입니다.”
“좋아요, 고용하죠.”
그녀가 해커를 고용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