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74화 (274/485)
  • 274화.  < 88화. 사막 (1). >

    1.

    갓워즈에서 가장 편한 직업은?

    그 질문에 대부분은 마법사라고 대답할 것이다.

    실제로 마법사는 편한 직업이었다.

    근접 딜러나, 탱커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며 힐러와 비교했을 때도 편했다.

    갓워즈에서 힐러들은 때때로 최전선에 있는 근접 딜러, 탱커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경우도 있으니까.

    물론 이런 마법사들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마법사 너무 까지 마. 숲에서 나무 피해 가면서 마법 맞추는 게 쉬운 건 아니잖아?”

    마법사들의 마법 대부분은 투척 타입이며, 이러한 투척 타입 마법들은 닿는 순간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

    즉, 제아무리 강력한 마법도 나무기둥이나, 돌멩이 따위에 맞으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명중률이 뛰어난 마법사들이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건 바로 그런 부분 때문이었다.

    미다스가 나름 프로 플레이어로 밥을 벌어먹을 수 있었던 부분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면?

    던지는 마법이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표적에 닿을 때까지 날아간다면?

    눈앞에 무성한 가지를 자랑하는 나무들이 빽빽하게 있건 말건 그냥 뚫고 지나간다면?

    콰앙!

    지금 미다스가 운석처럼 묵직한 무게감을 가진 채 땅바닥을 부수는 마법을 휘둥그레 커진 눈으로 바라보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운석 떨어지는 것보다 더 사기잖아!’

    폴링 스타, 그 스킬의 효과는 이제까지 미다스는 물론 갓워즈의 마법사들이 가지는 전술의 기본 개념 자체를 바꾸는 마법이었다.

    더욱이 이러한 개념은 그냥 방해물을 뚫는다, 수준에서 그치지 않았다.

    방해물을 무시하고 표적 타격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일직선으로 던질 필요가 없어지는 셈.

    휘익!

    미다스, 그가 손에 쥔 파이어볼을 하늘을 향해 거의 수직이나 다름없는 각도로 던졌다.

    콰앙!

    이윽고 떨어진 파이어볼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리에는 세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이거 진짜 미쳤다.’

    그 단어와 함께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그림이 그려졌다.

    이제까지 어떻게든 몬스터를 맞출 수 있는 위치를 찾기 위해 나무를 베고, 루트를 확보하던 것과 달리 그냥 몬스터를 보는 순간 바로 포격을 시작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그 어느 때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신의 눈을.

    물론 미다스는 낙관하지 않았다.

    ‘연습이 필요해.’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인 만큼, 능숙하게 쓰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과 훈련이 필요할 터.

    그 훈련과 노력 역시 쉽지 않을 터였다.

    그럼에도 미다스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걸린 채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이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다음 라이브 방송은 어떻게 하지? 그런 고민은 없었다.

    “후우."

    미다스가 갑자기 긴 한숨을 내뱉고는 자신을 지켜보는 동료들을 해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건 그런 때문이었다.

    “얘들아, 그동안 정말 수고했다. 이제는 앞으로 너희들이 나설 일도 없을 것 같다.”

    그 순간이었다.

    왕!

    짝짝짝!

    럭키와 골드가 미다스의 말에 역시 주인님! 주인님만 믿고 따르겠습니다! 그리 반응하려는 순간,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폴링 스타를 22회 사용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완료했습니다.]

    퀘스트를 끝냈음을 알리는 알림이 미다스의 귀를 두드렸고, 그 알림에 미다스가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일이 풀리려니까 술술 풀리네!’

    설마 이렇게 쉽게 다음 퀘스트로 넘어갈 줄이야?

    ‘가만, 다음 퀘스트 타이틀이 뭐였지?’

    그렇게 미다스가 숨겨진 정보를 떠올렸고, 이내 그의 얼굴이 그대로 굳었다.

    ‘폭.......'

    휘익!

    그런 미다스의 표정에 부응하듯 미다스의 목걸이가 날뛰기 시작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이름 잃은 신의 힘이 폭주합니다.]

    동시에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모두 조심해!”

    1차 경고.

    그 후에 미다스가 곧바로 2차 경고도 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날 버리고 물러나!”

    심각한 사고가 터지면 자신을 버려라!

    그 결연한 외침을 내지르는 미다스는 어때보다 진지했다.

    ‘퀘스트 타이틀은 폭주,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 없어!’

    그렇게 진지한 미다스의 외침에 럭키와 골드, 실버와 잭팟이 놀라는 한편 자세를 갖췄다.

    왕!

    “주인님, 어찌 감히 제가 주인님을 버리고 물러날 수 있단 말입니까!”

    “선배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꾸우!

    물론 그들은 미다스를 버릴 생각은 조금도 보이지 않은 채 도리어 함께 죽을 모습을 보였고, 그 모습에 미다스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런 상태로 시간이 흘렀다.

    약 1분 남짓.

    이제는 가만히 있기에는 힘든 만큼의 시간의 흐르자 잭팟이 먼저 고개를 갸웃했다.

    꾸우?

    주인이 또 지랄하는 거냐? 그리 말하는 듯한 잭팟의 제스처에 미다스가 눈동자를 굴렸다.

    ‘뭐지? 왜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나지? 분명 알림 들렸는데? 폭주한다면서?’

    폭주라는 알림에 어울리지 않는 고요함.

    ‘갓워즈라면 일부러 긴장 푸는 순간에 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아.’

    허나, 갓워즈란 게임이 플레이어 뒤통수치기 위해 노력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알기에, 미다스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고요함을 좀 더 고수했다.

    그리고 다시 1분이 더 흘렀을 때 꼬리를 빳빳하게 창처럼 세우던 럭키가 이내 그 꼬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헥헥!

    누가 보더라도 긴장을 푼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듯합니다.”

    그리고 실버도 럭키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네놈들! 주인님의 말을 따라 경계 태세를 갖추어라! 설마 주인님이 갑자기 정신이 나가서 이런 웃기지도 않는 짓을 하셨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주인님을 감히 뭘로 보고!”

    오직 골드만이 확고부동한 믿음을 보인 채 자세를 갖출 뿐.

    그러한 골드를 향해 미다스가 조심스레 말했다.

    “골드야, 미안해 그냥 내가 병신 짓 한 것 같아.”

    그 말을 내뱉은 미다스가 이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목걸이를 바라봤다.

    ‘진짜 다양하게 엿 먹이네.’

    그렇게 바라본 목걸이에도 특이점은 없었다.

    ‘대체 뭐지?’

    그러나 분명 무슨 일은 일어난 상황.

    일단 미다스가 퀘스트창을 활성화했다.

    [폭주]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1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이름 잃은 신의 힘이 폭주했다. 15일 내에 이브니를 찾아가자. 그리하지 못하면 정체 모를 자가 당신을 찾아낼 것이다.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오아시스’ 진행 가능

    그리고 이내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정체 모를 자? 그게 뭔데 나를 찾…….'

    그렇게 기울인 머릿속으로 이내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황금 평야, 그곳의 제한 구역에서의 기억이.

    그곳에서 마주했던 검은 존재와 그 존재 머리 위에 있던 숫자를.

    ‘444레벨!’

    그것을 떠올리는 순간 미다스는 이 퀘스트의 내용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었다.

    ‘15일 안에 이브니를 찾지 못하면 게임 오버다!’

    지금 자신의 목숨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는 것.

    2.

    늦은 아침.

    “어우……."

    깊은 탄식과 함께 정현우가 세면대 위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러한 정현우의 눈 밑에는 다크 서클이 광대라는 산맥을 넘을 정도로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죽어가네, 죽어가.’

    최근 정현우가 치른 강행군의 결과물이었다.

    장시간 라이브 방송부터가 혼을 빼놓는 작업인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운석의 힘을 조사하기 위해 휴식 없이 게임을 거듭한 상황.

    ‘사람도 죽어가고, 캐릭터도 죽어가고…….'

    그런 상황에서 결정타는 다름 아니라 퀘스트로 인해 캐릭터가 15일짜리 시한폭탄을 짊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진짜 무슨 게임을 이딴 식으로 만들지? 이런 식이면 재도전을 몇 번이나 해야 한다는 거잖아? 패키지 게임도 아니고.’

    지치고 힘들어 죽겠지만 그럼에도 쉴 수 없다는 의미.

    ‘대체 왜 이딴 게임을 만들어서 사람을 괴롭히는 건지…….'

    “어휴.”

    그렇게 캡슐방 출근 준비를 마친 정현우가 화장실 밖으로 나오자, 형인 정태우가 그를 반겼다.

    “얼굴이 왜 그래?”

    “내 얼굴이 왜?”

    “여자 친구한테 차여서 하루종일 밤을 지새운 것처럼 피곤에 절어 있잖아?”

    정태우의 비유에 정현우가 대답 대신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에 정태우가 웃으며 말했다.

    “장난이다, 장난. 네 얼굴에 차일 여자 친구가 있을 리 없지.”

    “내가 여자 친구 사귀려고 마음만 먹으면 사귈 수 있는데, 혜린이 먹여 살리려고 참는 거야.”

    “네가 말하고도 설득력 없는 거 알지? 알면 앉아서 밥이나 먹어.”

    그 말에 정현우가 반박할 말을 떠올리지 못한 듯 식탁에 앉았다.

    그러자 막 구운 토스트와 향긋한 커피 향이 정현우의 피곤함을 조금이나마 녹여줬다.

    “옛날 생각나네. 나 고등학생 때 심하게 훈련받은 날은 꼭 토스트에 커피 나왔는데.”

    “그랬었나?”

    “배고파 죽는 줄 알았다니까. 그때 용돈 받는 처지만 아니었으면 아마 식탁을 뒤집어엎었을 거야.”

    이어진 말에 정태우가 대답 대신 미간을 찌푸렸고, 드디어 한 방 먹이는데 성공한 정현우가 만족한 듯 대화 주제를 바꿨다.

    “그보다 형은 요즘 어때? 일은 할 만해?”

    “하던 일 하는 거지.”

    말을 하던 정태우가 왼손에 쥔 커피잔을 홀짝이며 오른손으로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렸다.

    “월급 많이 줘?”

    “평균 이상은 돼.”

    “평균 이상? 대기업?”

    “대기업은 아니고, 스타트업인데 최근 워즈튜브 채널 중에 인기가 솟아오르는 중이라더군."

    그 말에 정현우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아, 입이 근질근질거리네.’

    제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자신이 속한 라이징 스타 채널만은 아닐 터.

    “인기 이상으로 해커가 달라붙긴 하지만.”

    그때 나온 형의 말에 정현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해커? 워즈튜브 채널에도 해커가 붙는단 말이야?”

    “돈 되는 곳에는 어디든 붙지.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이 일자리가 생기는 거고.”

    그 말을 마치고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는 형의 모습에 정현우가 두 눈알을 두어 번 굴린 후에 말했다.

    “워즈튜브 채널들은 고생이네. 플레이어들이 갓워즈 아이템 팔아 번 돈이 해킹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으니까.”

    별거 아니라는 듯이 툭 내뱉는 말.

    “그런 돈은 해킹은 안 당하지만 액수가 커지면 추적은 가능해.”

    “추적?”

    “세금 안 내고 자국 내로 돌려오면 국세청이 추적하고, 정당하게 세금 내고 들어오면 일반인도 얼마든지 알수 있지. 왜? 네 통장에 10억이라도 꽂힐 예정이냐?”

    “형, 내 성격 알잖아? 그런 돈 꽂혀도 몰래 먹지, 형한테 말해주겠어?”

    그렇게 내뱉은 말끝에 피식, 실소를 덧붙이는 동생의 모습에 정태우는 눈빛조차 주지 않은 채 키보드를 바라봤다.

    ‘그냥 까짓것 세금 내고 말지, 하고 무작정 돈 통장에 집어넣었으면 큰일 날 뻔했구나.’

    그러한 형의 무관심 속에서 정현우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깊게, 아주 깊게 내뱉었다.

    ‘아, 골치 아픈 일 투성이네.’

    여러모로 정현우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순간.

    우웅!

    그런 그를 구해준 건 스마트폰에 도착한 이메일이었다.

    ‘미팅 요청이다.’

    잽싸게 메일 내용을 확인한 정 현우가 짧게 각오를 머금었다.

    ‘어차피 벌어진 일, 괜히 나 혼자 안고 고민하기보다는 사정 설명해야지.’

    그리고는 답장을 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 나 출근할게.”

    잽싸게 사라지는 동생의 모습에 정태우가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띵!

    정태우의 노트북 화면 오른쪽 하단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VVIP와 미팅 준비.]

    그것을 본 정태우가 화면에 집중했다.

    ‘VVIP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세상으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는 양반인가보군. 이렇게 달려드는 눈이 많은 걸 보면.’

    이윽고 정태우가 자세를 잡았다.

    그렇게 두 형제가 일을 시작했다.

    3.

    “후우."

    드넓은 크레이터, 그곳을 홀로 전세 낸 미다스가 가볍게 제자리에서 점프를 시작했다.

    ‘릴렉스, 릴렉스.’

    그 점프 속에서 머릿속을 정리했다.

    ‘현재 가장 최우선으로 봐야 할 과제는 생존이다.’

    당장 자신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런 의미에서 지금 미다스가 해야 할 것과 준비해야 할 것은 명확했다.

    ‘일단 탐험가 길드와 협상하는 게 우선이야.’

    그중에서도 탐험가 길드, 각 지역의 주요 NPC들을 장악하고 있는 그들과 교섭하는 것.

    만약 탐험가 길드가 훼방을 놓고자 작심을 한다면, 진짜 골치가 아파질 게 분명했다.

    ‘그때 에라 모르겠다, 하고 탐험가 길드랑 맞짱 떴으면 큰일 날 뻔했네.’

    운석 충돌 필드 레이드 당시 내린 선택이 신의 한수가 되는 순간.

    ‘그래도 탐험가 길드 성격상 도와달라고 하면 절대 공짜로 도와주진 않겠지.’

    물론 미다스는 그때의 호의를 이유로 탐험가 길드가 호의로 보답하리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탐험가 길드는 결코 그런 족속이 아니었으니까.

    ‘중요한 일이야. 사장님께 확실하게 설명해 드리고, 도움을 받아야 해.’

    여러모로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의 도움이 필요한 대목.

    ‘확실하게. 채팅하시는 순간, 바로 말하자.’

    그렇게 머릿속으로 사장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이, 채팅창에 채팅이 올라왔다.

    [와튼 :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주변 정리를 하느라.]

    “드릴 말......."

    그 채팅에 미다스가 무어라 말을 꺼내려는 순간, 곧바로 채팅이 쉼 없이 올라왔다.

    [와튼 : 일단 현재 상황부터 보고하겠습니다.]

    [와튼 : 탐험가 길드와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사막에서 BJ대마도사님의 활동에 그 어떤 간섭과 개입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계약서도 받아두었습니다.]

    그 채팅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각오를 품은 채 열었던 말문을 닫았다.

    '응?'

    한편 그제야 미다스의 얼굴을 확인한 듯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이 새로운 채팅을 올렸다.

    [와튼 : 하실 말씀이라도?]

    “아니, 잠깐만요. 그러니까 사막에서 탐험가 길드 무시하고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요?”

    [와튼 : 예.]

    재차 나온 확답.

    그럼에도 미다스는 상황을 바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진짜? 뭘 해도 된다고?’

    그만큼 지금 나온 말은 미다스 기준에서 무척이나 파격적인 말이었다.

    “탐험가 라인 안에서 탐험가 길드가 잡던 보스 몹을 스틸해도 상관없다, 이겁니까?”

    너무 놀란 나머지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파격적인 예시를 꺼낼 정도.

    그러한 미다스의 예시에 대답이 나왔다.

    [와튼 : 정말 그러실 생각입니까?]

    미다스의 말을 진심이라 생각한 모양.

    “아, 그냥 예시를 들어본 겁니다.”

    황급히 상황을 얼버무리는 미다스.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아니, 그런데 왜 갑자기?’

    라이징 스타 채널에 자신의 사정을 설명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것을 기획할 수 있었을까?

    ‘우리 집에 도청장치라도 감춰둔 건가? 그냥 물어볼까?’

    그 의문을 참다못해 이제는 직접 물어보려는 순간, 새로운 채팅이 올라왔다.

    [와튼 : 그래서 말인데, 현재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라이브 방송 하나를 기획했습니다.]

    [와튼 : 탐험가 길드의 방해도 걱정할게 없으니, 저번 운석 충돌 필드처럼 투어를 하는 겁니다. 이름 있는 길드와 함께. 물론 투어 비용은 받고요.]

    [와튼 : 운석 쇼까지 추가된다면, 모두가 투어에 참가하고 싶어지겠죠. 이보다 더 좋은 이슈는 없을 테니까요.]

    그제야 미다스는 전후 사정을 보다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이 기획을 위해서 탐험가 길드의 양해를 받은 거구나.’

    라이징 스타 채널이 다음 방송을 위해 힘을 썼다는 것을.

    ‘탐험가 길드 애들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그것을 위해 정말 적지 않은 노력을 했음을.

    ‘진짜 운이 좋았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천운이 따른 셈이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하고 계약 안 했으면…….'

    물론 그 천운이란 다른 무엇도 아닌 라이징 스타 채널이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이 이런 기획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행운은 기대조차 불가능했을 테니까.

    [와튼 : 이대로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그렇기에 그 질문이 나왔을 때 미다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 일을 하지 마세요.”

    그 갑작스러운 말에 조용해진 채팅창.

    그 채팅창을 향해 미다스가 마저 말했다.

    “굳이 저에게 물을 필요 없이 기획하신 후에 통보만 짧게 해주시면 됩니다.”

    ‘무슨 일이든 전력으로 완수하겠습니다!’

    그러자 조용해졌던 채팅창에 채팅이 올라왔다.

    [와튼 : 명심하겠습니다.]

    그것을 끝으로 미팅이 끝났고, 이내 비어버린 채팅창을 향해 미다스가 혼잣말을 내뱉었다.

    “캬, 이번 대사는 내가 봐도 멋졌다.”

    그러한 미다스의 얼굴에 더 이상 고민은 없었다.

    “얘들아, 사막으로 가자!”

    4.

    -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 일을 하지 마세요. 굳이 저에게 물을 필요 없이 기획하신 후에 통보만 짧게 해주시면 됩니다.

    그 대화를 끝으로 채팅이 끝나는 순간 박영준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BJ대마도사가 앞서 한 말이었다.

    ‘탐험가 라인에서 탐험가 길드가 잡는 보스 몬스터를 스틸한다…….'

    보통 이가 내뱉었다면 장난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말.

    그러나 박영준이 아는 BJ대마도사는 달랐다.

    그것은 분명한 표현이었다.

    ‘탐험가 길드한테 제대로 분노가 쌓인 모양이군.’

    자신이 지금 탐험가 길드에 매우 분노하고 있다는 표현.

    ‘어쩌면 탐험가 길드 쪽과 접점이 있었는데 그게 무너졌을지도 모르고.’

    혹은 배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었다.

    박영준이 그리 생각하는 이유는 그다음 발언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 말을 한 걸 수도 있다.’

    앞으로 자신에게 물을 것 없이 얼마든지 독단적으로 행동한 후 보고만 해라.

    ‘그게 아니면 BJ대마도사의 팀 내부에 문제가 생겼거나.’

    더 나아가 박영준은 BJ대마도사가 지금 자기 내부의 동료들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다.

    과한 건 아니었다.

    [현재 여덟 곳에서 방화벽을 두드렸습니다.]

    [1분 22초 안에 통신을 종료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당장 박영준조차도 동료를 믿지 못해 이렇게 사적으로 전문가를 고용해서 BJ대마도사와 대화를 나누는 중 아닌가?

    판이 커질수록 그리고 걸린 상금이 커질수록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제 진짜 게임이 시작되는군.’

    달리 말하면 본 게임이 이제 시작됐다는 의미.

    ‘믿어주면, 보답해줘야지.’

    그리고 BJ대마도사가 그 상황 속에서 박영준, 그를 누구보다 신뢰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 사실에 이른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허락도 받았으니, 경매를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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