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68화 (268/485)

268화.  < 86화. 술래잡기 (1). >

1.

갓워즈에서 게임 좀 할 줄 아는 이들의 꿈은 다 똑같았다.

프로 플레이어를 넘어, 스타 플레이어가 되어서 부와 명예를 동시에 손에 넣는 꿈.

너무나도 달콤한 꿈이기에 그 꿈을 꾸는 이들은 티끌의 여지만 있어도 그 꿈에 집착하고는 했다.

그런 이들, 꿈에 집착하는 이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탐험가 길드 소속 테오는 이상한 자였다.

그는 스타 플레이어가 될 능력이 충분했음에도 운석 도시라는 무대를 자신의 마지막 무대로 삼았다.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음에도 그는 그것을 포기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

그러나 만약 그가 탐험가 길드로부터 받는 연봉과 대우를 생각한다면 그들은 생각할 것이다.

그 정도면 까짓것 꿈 따위는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다고.

그만큼 테오가 운석 도시에 주저앉은 대가로 탐험가 길드로부터 받는 대우는 굉장했다.

‘그동안 BJ대마도사가 활개 치든 말든 알 바 없었지만…… 운석 도시에서 활개 치는 건 용납 못 한다.’

달리 말하면 탐험가 길드가 운석 도시라는 무대에 부여하는 의미가 그만큼 굉장했다.

그럴 만했다.

일단 운석 도시부터가 다른 사냥터 지역에 비해서 레전더리 아이템이 많이 등장했다.

동시에 천운석이라는 공급을 독점할 수 있는 물건도 있었다.

220레벨대의 플레이어들을 위한 무대라는 것 역시 중요했다.

200레벨이란 건 일반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게임에 돈을 어마어마하게 투자하지 않고서는 달성할 수 없는 레벨이었고, 프로 플레이어 들에게는 이제부터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레벨이었으니까.

아이템 맞추는데 수천만 원 정도는 가뿐히 쓰고도 남을 자들, 갓워즈에 미친 자들이 가득한 셈이었다.

그런 무대에서 상징적인 아이템을 독점 공급한다?

수익도 수익이지만 그 의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법.

‘BJ대마도사, 이곳에서 네놈을 고꾸라뜨려주마.’

그게 탐험가 길드가 5백 명이나 되는 길드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운 이유였다.

심지어 이번 계획을 앞두고 벤처, 탐험가 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그가 직접 말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무시하고 BJ대마도사보다 먼저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라고.

‘전쟁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가 보스 몬스터를 잡고 있으면 스틸을 하고, 그가 전쟁을 바라면 기꺼이 전쟁을 하자고.

당연히 BJ대마도사가 어떤 태도를 나오더라도 당황할 생각은 없었다.

“BJ대마도사가 우리 쪽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이 보고가 나왔을 때도 그랬다.

"그래? 몇 명이나?”

“3백 정도 되는 인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우리 쪽 의도를 눈치 챈 듯합니다.”

극비리에 진행된 계획이 들켰을 때도, 놀랄 만한 상황임에도 테오는 당황하기는커녕 옅게 미소를 지었다.

“정보력이 훌륭하군.”

그 미소와 함께 BJ대마도사의 정보력을 칭찬했다.

사실 딱히 당황할 건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와서 라이브 방송 중에 우리 숫자를 언급했다는 건…… 한판 붙으려는 건가?”

계획한 것처럼 BJ대마도사가 도발을 한다면 기꺼이 응해주고, 전쟁을 바란다면 기꺼이 겨루어주면 될 뿐.

“그래서 BJ대마도사가 정확히 뭐라고 하지? 그냥 우리만 언급하진 않았을 텐데?”

그렇기에 질문을 던지는 테오의 모습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어, 그게……”

그러나 막상 부하는 쉬이 대답하지 못했다.

그 사실에 테오가 살짝 미간을 찌푸린 후에 재차 말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아니, 그러니까 그게 말입니다, 그러니까……."

재차 이어진 물음에도 답변을 머뭇거리는 부하.

이윽고 부하가 결심을 마친 듯 말했다.

“저희들보고 3백이나 무리를 지어서 오는 걸 보니, 사냥하는 게 많이 힘든 것 같다고……”

“힘든 것 같다고?”

“그래서 도와주겠답니다.”

“도와줘?”

그리고 나온 그 말 앞에서는 테오의 사고도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개소리지?’

테오조차도 상상치 못한 상황.

그게 이유였다.

“저기 어떻게 할까요?”

“……일단 모두 대기하도록.”

끝장을 보기 전까지 멈출 생각이 없던 테오가 부하 동료의 질문에 대기라는 단어를 꺼낸 건.

2.

“그렇잖아요?”

5,332만 명.

그야말로 아득한 숫자.

“3백 명이 넘는 인원으로 파티를 맺는다, 얼마나 상황이 힘들고 어려우면 그렇게 하겠습니까? 몬스터 사냥해서 3백 명이 나누면 경험치가 떨어지는 거라도 있겠어요?”

그 아득할 만큼 많은 시청자들 앞에서 미다스가 한 것은 다름 아니라 탐험가 길드를 향한 동정이었다.

“뭐, 이해는 합니다. 게임 오버 당하는 것보단 경험치라도 300개로 나눠 먹는 게 낫긴 하죠. 어쨌거나 그 상황을 보니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탐험가 길드가 참 힘들게 게임하는 거 같다, 그러니 자신이 도와주고 싶다.

물론 그것을 순수한 의미의 동정과 봉사로 판단하는 이는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었다.

- 와, 이걸 이렇게 도발하네.

ㄴ 뭐, 틀린 말은 아니잖아? 3백 명 넘게 플레이어 끌고 오는 게 무서워서 그런 거잖아?

ㄴ 그보다 BJ대마도사는 어떻게 3백 명이 넘는 걸 알았지? 정보력이 후덜덜하네.

모두가 미다스의 이 말을 명명백백한 탐험가 길드를 향한 도발이라고 판단했다.

동시에 감탄했다.

- 탐험가 길드 애들 3백 명 앞에서도 쫄지 않고 여유 부리는 인간은 BJ대마도사가 유일할 듯?

- 솔직히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배포는 인정해야지.

- 역시 세계 최고의 솔로답네!

과연 누가 탐험가 길드 3백 명의 플레이어들을 앞에 두고 이런 도발을 날릴까?

제정신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

물론 미다스가 제정신이 아닌 건 아니었다.

그는 제정신이었다.

‘진짜 전쟁으로 가면 안 돼.’

제정신이기에 이대로 도발이 전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즉, 지금 이건 밑밥이었다.

“여하튼 탐험가 길드가 정말 보스 몬스터 잡고 싶은 모양인데, 필요하면 제가 도와드리죠.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지금 이 발언을 내뱉기 위한 밑밥.

‘같이 잡는다.’

상식적으로 탐험가 길드와 보스 몬스터를 앞에 두고 경쟁을 해봤자 좋을 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탐험가 길드에 보스 몬스터 저한테 양보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양보해주시면 1만 골드 드릴게요, 같은 말이 먹힐 리 만무.

‘까짓것 난 퀘스트만 하면 돼.’

그렇다면 결국 같이 잡는다, 라는 선택지만이 유일한 차선책일 뿐.

‘어쨌거나 분위기는 만들어줬다.’

미다스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손을 잡을 용의가 있으며, 나름 손을 잡을 만한 명분도 줬다.

- 이거 설마 둘이 손잡나?

- 잡으면 재미있긴 할 듯?

- 에이, 그래도 굴욕이잖아?

- 굴욕은 굴욕인데, 손해볼 건 없잖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와 충돌 없이 보스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상황.

또한 손을 잡는다고 해도 시청자들이 크게 불만을 가질 이유도 없어 보였다.

- 기왕 이렇게 된 거 헬퍼 컨셉 계속 가자!

- 탐험가 길드를 도운 자! 이거 타이틀 좀 간지나는 듯?

어쨌거나 지금 BJ대마도사의 컨셉은 헬퍼이고, 탐험가 길드는 그 컨셉을 이용하면 될 뿐.

‘이래도 안 잡으면 결국 전쟁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험가 길드가 싫다고 내민 손을 거절한다면 그때는 미다스도 전쟁을 벌이는 수밖에 없었다.

‘싸우고 싶다면, 나도 진짜 이 악물고 제대로 해주마.’

그리고 만약 전쟁이 시작된다면, 미다스는 그 전쟁에 모든 걸 쏟아부을 생각이었다.

지면 모든 걸 잃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굳이 여력을 남겨둘 이유는 없었으니까.

‘질 땐 지더라도 진짜 지랄 맞은 게 뭔지 보여줄게.’

그래야 져도 다음 도전자들이 혀를 내두르며 도전을 포기할 테니까.

물론 여기서 미다스는 한 가지를 잊지 않았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요청하세요. 시간은 아직 충분하니까요.”

굳이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넣어서 당장 답을 강제로 얻어낼 필요는 없는 법.

그렇게 멘트를 친 미다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이 상황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예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보스 레이드 전까지는 도와드리겠습니다.”

3.

-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요청하세요.

그 멘트가 떨어지는 순간, 박영준은 곧바로 자신이 보는 개인용 모니터 한 구석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방화벽 작동 중이라는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곧바로 채팅창을 열었다.

열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인물이 인사를 건넸다.

[아즈모 : 인사는 나중에 하자고.]

[아즈모 : 벤처와 이야기를 나눴어.]

벤처, 갓워즈가 직업인 이들이라면 결코 모를 수 없는 그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박영준은 놀라지 않았다.

‘당연히 하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지분을 가진 아즈모 입장에서는 탐험가 길드의 이런 행동이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로 보였을 터.

탐험가 길드의 가장 높으신 양반과 이야기를 나누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물론 그걸 탐험가 길드가 모를 리는 없었다.

[와튼 : 협상할 생각은 없었겠죠.]

[와튼 : 협상할 생각이 있었다면 애초에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박영준이 협상할 생각이 없다고 확신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가치 앞에서는 아즈모와의 충돌도 피하지 않겠다.

[와튼 : BJ대마도사의 생각도 그렇고요.]

그리고 그러한 사실은 다른 누구보다 BJ대마도사가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J대마도사가 이런 우스꽝스러운 도발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아즈모 : 그래도 BJ대마도사 덕분에 시간은 벌었지.]

[아즈모 : 도와주겠다는 말을 한 것도 먹혔어. 벤처도 당황했는지 그게 진심으로 한 소리냐고, 나한테 묻더군.]

그냥 바로 전쟁이 나는 것보단 그 중간 사이에 1분이라도 좋으니 시간이 있는 게 좋은 법.

[아즈모 : 어쨌거나 덕분에 시간을 벌었어. 솔직히 나도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으니까.]

무엇보다 아즈모와 박영준, 그 둘은 탐험가 길드가 이런 준비를 할 줄 예상치 못하고 있었다.

탐험가 길드가 소름 끼칠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보안 유지를 했다는 의미.

만약 그대로 일이 진행됐으면 아무것도 모른 채 당했을 것이 분명했다.

[아즈모 : BJ대마도사가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네.]

[아즈모 : 미리 보고 받은 거 있나?]

[와튼 : 없습니다. 아마 BJ대마도사도 도중에 파악한 듯합니다.]

BJ대마도사의 정보력이 새삼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와튼 : 그래서 벤처와 어떤 대화를 나눴습니까?]

[아즈모 : 당신이 말한 대로야. 나랑 통화하는 순간 벤처는 인사 대신 말했어. 다른 곳은 몰라도 운석 도시에서 만큼은 협상할 생각이 없다고.]

[아즈모 : 그래서 말했지. 그럼 협상 말고 내기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론 아즈모의 배짱도 남달랐다.

그 대목에서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걸 파악하는 순간 내기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와튼 : 내기 주제는 보스 몬스터 레이드이겠군요. 보스를 잡는 쪽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

그중에는 박영준도 있었다.

박영준 역시 생각했다.

협상의 여지가 없이 전쟁을 치르면, 그 후에는 그냥 소모전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중에 내기 같은 걸 하면 어쨌거나 그것을 빌미 삼아 협상의 여지를 남길 수 있는 셈.

밑도 끝도 없는 소모전이 과열되어 감정적인 판단만 남게 하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아즈모 : 역시 당신이랑 이야기할 때는 빨리 진행되어서 좋다니까.

[와튼 : 뭘 거셨습니까?]

[아즈모 : 운석 도시만큼은 안 된다고 하길래, 그럼 사막은 되냐고 질문을 했지.]

사막, 운석 도시 다음의 무대.

[와튼 : 사막 프리패스권이군요.]

아즈모가 요구한 것은 그다음 무대에서의 자유였다.

지금처럼 탐험가 길드가 멋대로 개입하는 상황으로부터의 자유.

[아즈모 : 그래, BJ대마도사가 보스 몬스터 잡으면 사막에서는 그가 뭘 하든 건드리지 말라고. 애초에 운석 도시에서 체면이 구겨지면 더 이상 체면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 받아들이더군.]

[와튼 : 그럼 탐험가 길드는 뭘 요구했습니까?]

[아즈모 :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 2개.]

그 대목에서 박영준은 잠시 고민했다.

탐험가 길드가 원하는 바는 오로지 BJ대마도사만이 줄 수 있는 것인데, 과연 자신이 임의로 내기를 수락할 수 있는가? 하는 고민.

‘나에게 모든 걸 맡겼다.’

이내 BJ대마도사가 자신에게 해준 말을 떠올린 박영준이 자신 있게 말했다.

[와튼 : 그대로 진행하시죠.]

[아즈모 님이 퇴장하였습니다.]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아즈모가 채팅창에서 사라졌고, 박영준도 채팅을 멈췄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라이브 방송실의 대형 모니터를 집중했다.

그 순간 더 이상 박영준이 할 일은 없었다.

‘판은 깔았다.’

그저 최후의 결전이 오기를 기다리면 될 뿐.

4.

[럭키가 전광석화 상태에 돌입합니다.]

크-왕!

전광석화 상태의 럭키.

[골드가 광전사 상태에 돌입합니다.]

“우오오오!”

그 럭키 위에서 광기 어린 눈빛을 품은 채 사방에 적의를 드러내는 골드.

[오리온의 노래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골드의 머리 위에 앉은 채 노래를 부르는 잭팟.

한 몸이 된 셋이 발휘하는 파괴력은 가히 상식의 범주를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그저 몬스터를 상대로 보여주는 파괴력을 말함이 아니었다.

애초에 그 어떤 몬스터들도 이 셋에게 적수가 되지 않았다.

말하고자 하는 파괴력은 보이는 광경.

콰직!

럭키가 적을 물어뜯고, 그 럭키 위에 올라탄 골드가 그대로 두 팔을 해머처럼 휘두르며 몬스터를 내리치는 광경.

그러면서 불도저처럼 몬스터를 그냥 밀어버리는 광경.

앞서 말한 파괴력의 의미는 그 광경이 주는 위력이었다.

전장을 휩쓰는 광경은 이제까지 갓워즈에 존재한 적 없는 광경이었다.

- 이야, 끝내주네.

- 몬스터들이 운다, 울어!

시청자들이 앞다투어 감탄을 토해낼 정도.

‘이제 슬슬 한계다.’

그러나 그 광경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속에는 이제 초조함이란 놈이 차오르고 있었다.

당연했다.

‘마지막 카드까지 썼어.’

지금 보여주는 스킬 조합, 전광석화와 광전사 조합은 미다스가 럭키골드잭팟, 이 콤비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끝내주는 장면이었으니까.

즉, 이제부터 보여줄 장면은 앞서 보여준 장면의 재탕일 따름이었다.

무엇보다 이제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건 이런 일반 몬스터를 상대로 학살하는 게 아니었다.

- 끝내주기는 한데, 이제 슬슬 일반몹 잡는 건 지겹네.

- 너무 원사이드 해서 노잼이긴 하지.

- 레이드 레이스는 예전에 끝났고.

- 이제 슬슬 보스전 나올 때 되지 않았나?

최초로 공개된 필드, 그곳에 등장할 최초의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

더욱이 지금은 그냥 보스 몬스터 사냥도 아니었다.

- 정리하면 삼파전인가?

현재 보스 몬스터를 두고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 연맹 그리고 3백 명이 넘는 플레이어를 이끌고 온 탐험가 길드, 이 세 집단이 경쟁하는 모양새.

제법 흥미진진한 모양새였다.

- 누가 잡으려나?

ㄴ 숫자로 보면 탐험가 길드가 유리하지.

ㄴ 하지만 탐험가 길드가 혼자 먹으려고 하면 BJ대마도사랑 중원 길드가 손잡을 수도 있잖아?

ㄴ 탐험가 길드가 안정빵으로 BJ대마도사와 손잡고 잡을 수도 있지.

ㄴ 반대로 BJ대마도사 말고 남은 두 길드가 손잡는 것도 가능하고.

여러모로 어느 하나가 쉽사리 포식할 수는 없는 모양새였으니까.

지금까지지 중원 길드가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는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여차하면 중원 길드는 레이드 레이스를 포기하고 BJ대마도사와 공동 작업을 할 수도 있다는 것.

‘아, 제발 평화롭게 가자.’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 베스트 시나리오는 그 누구와도 얼굴 붉히는 일이 없는 것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아.’

미다스의 눈에 드디어 목적지가 보였다.

드디어 기나긴 숲, 그 숲 한가운데 운석이 떨어지면서 만든 드넓은 공터가.

물론 어디까지나 미다스의 시점이었다.

다른 이들은 여전히 숲 그리고 운석 충돌 당시 밀려나며 생긴 드높은 흙더미에 가로막혀 보이지 않았으니까.

오직 갓워즈란 세상을 정보로 바라보는 미다스이기에 볼 수 있는 것.

‘보스다.’

그곳에 자리 잡은 보스 몬스터의 정보 역시 이제는 미다스의 눈에 들어왔다.

![신운석 (Lv.249)]

!피격 시 카모플라쥬 스킬 발동

!피격 시 폴리모프 스킬 발동

!피격 시 블링크 스킬 발동

!피격 시 헤이스트 스킬 발동

!총 29회 피격 시 포획 가능

신운석.

‘어?’

그 몬스터의 정보를 확인한 미다스가 제 눈을 깜빡였다.

‘이거? 술래잡기잖아?’

술래잡기.

그냥 단순히 데미지 딜링으로 HP를 0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일정 횟수를 공격해야 사냥이 가능한 방식.

지금 잡아야 할 보스 몬스터 사냥 방식이 그 방식임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의 가슴 속에는 초조함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 미다스가 보는 채팅창에 신호가 왔다.

- 탐험가 길드가 BJ대마도사의 도움을 거절했다!

- 탐험가 길드가 보스 레이드 준비한다!

탐험가 길드가 BJ대마도사가 내민 손에 침을 뱉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내 도움이 필요 없으시다? 그럼 뭐 어쩔 수 없죠.”

그 반응에 시청자들이 놀랐다.

- 와, 역시 BJ대마도사네. 여기서 당황 한 번 안 하네.

- 3백 명 넘는 탐험가 길드원도 가소롭다, 이건가?

탐험가 길드, 갓워즈의 절대자 중 하나인 그들을 앞에 두고 조금도 기죽지 않는 BJ대마도사의 위세에 대한 놀람.

동시에 생각했다.

- 그럼 중원 길드랑 손잡는 건가?

- 각도 보면 그럴 듯?

- 혼자서 보스 몬스터를 사냥할 수는 없지 .

이제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가 손을 잡으리라고.

- 이것도 나름 볼 만하겠네.

- 누가 이기나 한 번 보자!

그 역시 재미있으리라고.

물론 예화의 생각은 달랐다.

‘이렇게 된 거 탐험가 길드와 손을 잡을까?’

중원 길드의 선택에 따라 BJ대마도사를 제대로 물먹일 수 있는 상황.

‘아니면 BJ대마도사와 거래를 할까?’

반대로 그 점을 이용해서 BJ대마도사를 상대로 치명적인 무언가를 뜯어낼 수도 있는 상황.

캐스팅 보트를 손에 쥔 채 고민하는 예화, 그런 그녀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자립하세요.”

“예?”

“열심히 도와드렸으니까, 자립하셔야죠. 설마 보스 몬스터 잡는 것까지 도와달라는 건 아니죠?”

“아니……."

예상외의 대답에 예화가 이제는 대답하는 것조차 잊은 채 두 눈꺼풀만 뻐끔뻐끔 움직일 뿐.

“그럼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미다스가 확인사살을 했다.

“물론 혼자서 합니다.”

미다스, 그가 솔로 플레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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