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화. < 85화. 도와드립니다 (2). >
4.
암석, 광석, 보석.
운석 도시에서 지겹도록 마주 보게 될 이 몬스터들의 특징에 대해서 모르는 플레이어는 없다.
공략법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보석급 몬스터 중에 토파즈로 된 놈은 몸통 박치기와 함께 체인 라이트닝 마법을 사용하며, 그로 인해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정보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러니 그 토파즈가 탱커에게 접근하기 전에 원거리 딜러들이 잽싸게 처치해야 한다는 것 역시 모르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실수란 놈은 알고 있음에도 힘들고, 지치고, 어려울 때 저도 모르게 저지르는 놈이었다.
지금 중원 길드가 실수를 저지른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우우!
암석 그리고 광석 늑대 2백여 마리와 전투를 치르는 중원 길드는 그 무리 속에 숨은 토파즈 울프를 발견하지 못했다.
자연스레 토파즈 울프는 탱커 라인과의 거리를 좁혔고, 그 거리가 약 20미터 남짓 됐을 때야 비로소 중원 길드는 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젠장, 토파즈다!”
“뭐?”
“토파즈라고!”
무리한 전투 탓에 저지른 실수.
더불어 치명적인 실수였다.
“미친 바로 코앞이잖아!”
등장한 토파즈 울프가 일렬종대로 벽을 자처하는 탱커에 부딪칠 것이고, 부딪치는 순간 체인 라이트닝 마법이 그대로 탱커들을 징검다리 건너듯 건너면서 그들을 마비 상태로 만들 터.
그리고 온갖 암석과 광석으로 구성된 늑대들이 그 탱커들을 덮치고, 뛰어넘어 그 너머의 것들을 공격할 터였다.
더욱이 지금 그들이 보는 토파즈 울프는 운석 충돌 필드 밖에서 보는 놈과 전혀 달랐다.
HP나 공격력 면에서 운석급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그야말로 보스급 몬스터였다.
힐러나 딜러 서너 명 정도는 가뿐하게 처리하고도 남을 괴물!
커헝!
그 괴물이 멈추지 않고 탱커와의 거리를 좁혔다.
파직!
그때 토파즈 울프의 머리 위로 화살 한 발이, 마치 벼락처럼 수직으로 떨어졌다.
푸홧!
떨어진 화살은 그대로 토파즈 울프의 몸에 닿음과 동시에 주변으로 새하얀 연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쩌저적!
닿는 모든 것을 얼어붙는 극한의 한기!
‘프로스트 애로우다!’
이나즈마, 그녀가 강력한 빙결 상태 이상 효과를 가진 프로스트 애로우로 위기를 막는 순간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임에도 아주 정확하게 토파즈 울프를 노리는 실력에 대해서는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광경.
그러나 그 순간 감탄을 토해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여기서 프로스트 애로우 소모할 줄이야.’
프로스트 애로우는 정말 절체절명의 순간 써야 하는 히든 카드였다.
그러한 카드를 고작 보석급 몬스터 하나를 막는 데 썼다?
제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수지타산이 남지 않는 장사.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하고 기분이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이나즈마는 거듭 활시위를 당기며, 얼어붙은 토파즈 울프를 그대로 산산조각을 냈다.
백발백중!
그 놀라운 명중률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판단 능력이 어째서 그녀가 일본이 낳은 최고의 천재이자, 최고의 기대주로 평가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진짜 빌어먹을 사냥터네!”
그러나 그런 그녀도 눈앞의 결과물을 향해 기분 좋은 환호성은커녕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만큼 그녀가 보기에도 그들이 마주한 상황은 최악이었다.
당연히 이어진 전투도 힘겨웠다.
그 위기 순간 이후에도 무려 10분이 지난 후에야, 그제야 비로소 전투가 끝날 정도.
“정말 최악이야.”
그렇게 전투가 끝나는 순간 이나즈마가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화살들을 꺼내 제 화살통을 채우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이상 최악은 없을 것 같네.”
이어진 그녀의 말에 반박은 없었다.
‘정말 힘들다.’
‘이대로 가다가 보스 몬스터에 먼저 도착해도 못 잡고 전멸당할 것 같아.’
그 정도였다.
중원 길드에 영입되기 전에는 이름 있는 길드의 최고 유망주들로, 이제까지 언제나 남들을 밟고 올라서며 영광이란 빛을 쬐던 이들이 도리어 절망을 느낄 정도로 운석 충돌 필드는 최악이었다.
물론 그렇기에 일부는 생각했다.
“좋게 생각하자고, 이것보다 나빠질 것도 없잖아?”
“그래, 최악이지만 어쨌거나 버텼어. 그럼 버틴 게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가봐야지.”
밑바닥까지 왔으니, 이제 오를 일만 남지 않았느냐?
그러한 생각에 애써 미소 짓는 길드원들을 향해 이제까지 침묵하던 예화가 말했다.
“현재 BJ대마도사가 헬퍼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그 말에 휴식을 취하던 플레이어들이 모두 고개를 갸웃했다.
‘헬퍼?’
‘뭔 소리야?’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BJ대마도사의 소식을 끊은 상태에서 들은 소식치고는 너무 충격적인 탓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예화가 어느 때보다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에게 헬퍼 서비스 요청을 했어요.”
그 말에 길드원들은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뭘 요청했다고? 헬퍼? BJ대마도사에게?’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너무 충격적이어서 사고 능력 자체가 일시적으로 멈춘 탓이었다.
“BJ대마도사가 그걸 수락했고요. 현재 BJ대마도사가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이곳에 오는 중이에요.”
그리고 나온 마지막 예화의 말에 모두는 이제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5.
- 오프너 길드 전멸!
- JJ길드도 포기 선언했다!
곳곳에서 파티 전멸 소식이 울려 퍼지는 운석 충돌 필드.
- 야, 지금 그게 뭐가 중요해?
그러나 더 이상 그 사실에 관심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 지금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 도와주러 가는데!
운석 충돌 필드에서 세상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 왔다!
- 만났다!
이윽고 미다스가 중원 길드와 조우하는 순간, 세간의 정말 그대로 숨을 죽였다.
상상하지 못한 광경이 현실이 되는 상황에서 예측 같은 건 더 이상 무의미한 법.
때문에 숨죽인 채 그저 지켜만 볼 뿐이었다.
“헬퍼 서비스 요청하셨죠?”
그 세간의 고요한 이목 앞에서 속에서 미다스가 말을 꺼내는 순간 채팅창이 그대로 폭발했다.
- 와, 미친, 나 이런 거 처음 봐.
- 캬! 레이드 레이스 상대로 헬퍼 요청함!
- 그걸 또 받아주네!
- 이 세상의 텐션이 아님!
- 이쯤 되면 이 세상이 아니라 저 세상의 텐션도 아니지.
그만큼 상식을 벗어나는 상황.
‘미치겠네.’
물론 미다스 역시 지금 이 상황을 감히 예상할 수 없었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 어쩌다 여기까지 왔냐?’
솔직히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헬퍼 서비스 요청자가 중원 길드라는 말에 미다스의 머릿속은 바로 얼어붙었다.
그만큼 충격적인 일.
그렇기에 미다스는 중원 길드의 의도를 읽기 위해 나름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힘드니까 손잡자는 건 알겠는데…….'
일단 중원 길드가 원하는 바가 일종의 임시 동맹을 맺는 것이라는 건 파악했다.
중원 길드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곳에서 자신과 뒤를 보지 않는 레이스를 하는 게 좋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을 터.
문제는 그다음.
- 이야, 이거 뭐 방송을 나갈 수가 없네.
- 야! 여기야! 이 방송만 보면 돼!
- 여기 지금 웃기는 일이 벌어진다면서요?
- 경쟁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길드가 있다?
현재 시청자들은 이 유례가 없는 사건에 유례가 없을 만큼 지대한 흥미와 관심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진짜 손잡고 하하호호 하는 걸 보여줘서는 안 돼.’
달리 말하면 유례가 있는 상황을 연출한다면, 지금 보여주는 흥미와 관심은 금방 식어버릴 터.
즉, 시청자들은 두 경쟁자가 서로 적당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몬스터를 잘 잡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게 이유였다.
“도움이 필요하긴 필요하신 모양이네요. 숫자가 처음보다 줄어든 걸 보니.”
미다스가 중원 길드를 앞에 두고 비아냥거림을 내뱉은 이유.
‘난 헬퍼로 왔어. 그럼 그 컨셉을 유지해야지.’
시청자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그들이 열광하는 컨셉을 끝까지 고수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미다스의 반응에 예화 역시 반응을 보였다.
“그러는 그쪽은 여유가 넘치시는 모양이네요.”
반응을 보이는 예화의 말에는 날이 바짝 서 있었다.
당연했다.
‘빌어먹을.’
당장 지금 상황 자체가 누가 봐도 중원 길드의 꼴이 우스운 꼴이 된 상황이었다.
세상 천지에 레이드 레이스 도중에 한 명이 헬퍼를 하겠다고 여유를 부리고, 다른 한 명이 그 경쟁자한테 도움을 요청한다?
‘이번에도 결국 또 놈의 수작질에 넘어갔다.’
더 큰 문제는 이게 BJ대마도사의 수작임을 알면서도 그 수작질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만약 그 대목에서 탐험가 길드와 손을 잡았다면, 중원 길드 입장은 매우 난처해졌을 테니까.
여러모로 예화 입장에서는 이가 갈릴 일, 쌍욕을 토해내지 않은 게 대단한 일이었다.
물론 시청자들이 그런 의중을 알 리 없었다.
- 예화 표정 구겨지네.
- 좋아서 잡은 게 아니라는 거지. 진짜 도움이 필요한 셈이니까.
- 여하튼 둘이 하하호호 협업할 생각은 없을 것 같네.
- 딱 봐도 서로 같이 하면서 싸울 듯?
- 일단 꿀잼 예약해봅니다.
그저 중원 길드와 BJ대마도사가 앞으로 조용히 있을 리는 없겠다, 그것을 기대할 뿐.
그러한 채팅창의 반응에 미다스는 생각했다.
‘역시 예화님, 표정 연기가 일품이시네.’
예화가 이렇게 날 선 모습을 보여주는 게 긴장감을 조성해서 시청자를 만족시키기 위함이라고.
‘오케이, 그럼 나도 제대로 맞장구 쳐드려야지.’
그렇기에 미다스 역시 이제는 보다 확실하게 컨셉을 잡고 나섰다.
“아, 예. 전 운 좋게도 몬스터가 덤벼들지 않아서 말이죠. 딱 2번 싸웠습니다. 2번.”
너희들이 개고생하는 동안 난 꿀 좀 빨았다!
“그러는 그쪽은 들어보니까 여덟 번 정도 전투를 치르셨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1차 도발을 날린 후에 정말 아쉽다는 듯이 입을 쩝쩝 다시면서 말을 이어갔다.
“아,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그렇게 치열하게 싸워서 실력 발휘 좀 하고 싶었는데…… 아, 게임이 도와주질 않네요. 참, 쓰레기 게임이라니까. 럭키야, 그렇지?”
왕!
“럭키도 동감한다고 하네요.”
“주인님, 저도 동의합니다!”
“저도요.”
강력한 도발!
그 도발에 예화의 속에서 이빨이 갈리다 못해 부러지는 듯한 소리 하나가 터졌다.
허나, 말 그대로 속.
예화는 그 사실을 내색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현실을 직시했다.
‘참자. 어차피 일은 진행됐어.’
전후 사정이 어떻고, 감정 상황이 어떻든 간에 당분간 BJ대마도사와 동행해야 하는 상황.
그렇다면 지금 예화가 해야 하는 건 이러한 상황에서 최선의 이득을 꾀하는 것이었다.
“여유가 넘치셔서 다행이네요. 앞으로 믿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예하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럼 이제 도와주시죠.”
‘도와주고 싶어 안달이 난 거 같은데, 기꺼이 도움을 받아주지.’
여기서 BJ대마도사의 도움을 받아 게임 진행을 편하게 한다면 나쁠 건 없는 일.
하물며 지금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는 거듭된 전투로 피로감이 지독히 쌓은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BJ대마도사란 버스를 탄 채 휴식을 취하는 것조차 좋을 건 없을 터.
예화의 동료들 생각 역시 마찬가지였다.
‘굴욕을 갚아주려면 결국 체력과 컨디션이 정상이어야지.’
보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 기꺼이 굴욕을 참아주겠다!
그러한 물음에 미다스는 웃으며 대답했다.
“예, 도와드려야죠.”
의외로 순순히 나오는 대답.
그 대답에 도리어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원들은 생각했다.
‘이번 기회에 한 번 실력 좀 보자고.’
‘그 대단하신 럭키 익스프레스와 골드 항공, 실버 특급 좀 경험해 볼까?’
기왕 이렇게 된 거 BJ대마도사가 자랑하는 그 서비스를 한 번 제대로 누려보자고.
- 그래도 제대로 해주려는 모양이네.
- 그래, 이제 BJ대마도사 실력 좀 확인해보자!
그 사실에 이제는 분노나 굴욕감 대신 긴장을 풀만큼 여유가 생길 무렵, 미다스가 말했다
“그러니까 한 번 봅시다. 제 도움이 필요한지.”
미다스의 그 말에 바로 예화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고, 그들에게 미다스가 더 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중원 길드를 의심하는 건 아닌데…… 종종 있잖아요? 도움이 필요 없는데 꿀 좀 빨고 싶어서, 게임 좀 편하게 하고 싶어서, 남의 버스에 무임으로 승차하고 싶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그제야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원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아.’
도움을 받고 싶다면,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을 보여줄 수밖에 없음을.
- 크으, BJ대마도사 빅 픽쳐 보소!
- 그래, 도움이 필요한지 확인해야지!
- 중원 길드, 부족함을 증명하라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의 표정이 차갑게 굳는 사이 예화가 말했다.
“예, 도움이 왜 필요한지 증명해드리죠.”
6.
부족함을 증명하겠다, 그 말을 내뱉은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는 곧바로 전투에 나섰다.
끼이!
끼에!
그런 그들의 상대는 고블린 무리였다.
스톤 고블린과 아이언 고블린 무리로, 그 덩치가 일반 고블린들보다 1.5배쯤은 컸다.
- 다이아다! 다이아!
- 이야, 다이아면 올스탯 버프잖아? 골 때리네.
또한 단체 버프 효과를 가진 다이아몬드 고블린이 무려 두 마리나 존재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무리의 숫자가 5백을 넘겼다.
- 어우, 이거는 보는 것만으로 좀 토 나오네.
- 그냥 부딪치면 위험하겠어.
솔직히 말하면 피할 수 있을 때 피하는 게 상책인 무리.
혹여 싸우더라도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싸워야 하는 무리였다.
“전투 개시!”
그러나 예화는 그 무리를 발견하는 순간 이렇다 할 버프나, 포션 도핑, 사전 캐스팅 없이 바로 전투 개시를 선언했다.
바로 탱커들이 라인을 잡았고, 그와 동시에 마법사들이 캐스팅을 시작했다.
- 그냥 바로 부딪치네!
- 작심하고 무리할 모양이네.
일부러 무리를 할 작정.
당연히 전투는 바로 시작됐다.
끼에에!
끼아아!
5백이 넘는 스톤 고블린, 아이언 고블린들이 돌진을 시작했고 다이아몬드 고블린가 제 손가락으로 제 몸을 긁어 만든 가루를 사방에 흩뿌렸다.
[강화된 다이아몬드 고블린이 주변에 축복을 내립니다.]
[축복을 받은 고블린들의 모든 능력치가 크게 상승합니다.]
듣기만으로도 섬뜩한 알림이 마주한 플레이어들의 귀를 두드렸다.
물론 물러섬은 없었다.
자연스레 두 무리의 충돌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 순간이었다.
콰앙!
끼에!
5백이 넘는 스톤 고블린, 아이언 고블린과 탱커들이 그대로 정면으로 부딪치며 온갖 소음이 터지는 순간.
마치 방파제 위로 파도가 부딪치는 듯한 그 광경 속으로 얼음으로 만들어진 창 한 자루가 날아오다니 이내 고블린 무리 한 가운데에 그대로 꽃혔다.
- 창? 트라이던트다!
- BJ대마도사야!
미다스가 트라이던트를 던지는 순간.
- 왜?
- 갑자기 왜 공격함?
-아!
그 사실에 모두가 의문을 가졌으나, 그러한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봤으니까.
- 토파즈 고블린이다!
- 아, 다른 놈들보다 덩치가 작다!
- 숨어 있었구나!
- 와, 이거 그냥 놔뒀으면 큰일 날 뻔했네!
그 트라이던트에 꽂힌 토파즈 고블린의 모습을.
그 사실에 이나즈마가 뱀처럼 날렵한 두 눈을 부릅떴다.
‘어떻게?’
자신조차 발견은커녕 낌새조차 느끼지 못한 것을 파악하고, 그 순간 정확히 맞추다니?
한편으로는 섬뜩한 일이었다.
이나즈마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상 팀 내 그 어떤 플레이어도 발견 못했다는 의미.
만약 그대로 사냥이 계속됐다면 앞서 전투에서 간신히 넘어간 무마한 악몽이 현실이 될 뻔한 순간이었다.
심지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미다스가 자신의 능력, 애드원 스킬 효과로 등장한 두 번째 트라이던트를 전장에 던졌다.
[문스톤 고블린이 얼어붙습니다.]
이번에 맞춘 건 문스톤 고블린!
- 헉, 문스톤 고블린이 있었어?
- 자폭했으면 끝날 뻔했네!
전장의 균형을 단숨에 무너뜨릴 만한 자폭 능력을 가진 놈의 등장에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원들은 섬뜩함마저 느꼈다.
만약 BJ대마도사가 아니었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꼴을 당했을지도 몰랐으니까.
그런 그들에게 미다스가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 거 같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