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화. < 84화. 웰컴 투 더 헬 (2). >
4.
- 맙소사, 진짜 운석이 떨어졌네.
- 초토화네, 초토화야!
갓워즈와 관련된 모든 곳을 강타한 운석 충돌 사건.
그러나 그 사건에 대해 공포와 혼란을 느끼는 이는 더 이상 없었다.
- 진짜 BJ대마도사도 대단하네. 이런 무지막지한 이벤트를 혼자서 발동시키다니.
ㄴ 이제야 비로소 갓워즈의 진짜 스케일이 나오는 거지. BJ대마도사 아니었으면 이런 거 보지도 못했을걸?
BJ대마도사, 그가 이 공포와 혼란에 빠진 이들을 구해낸 덕분이었다.
- 그보다 이런 빅 이벤트 무대에서 중원 길드랑 레이드 레이스를 붙는다니, 진짜 끝내주네. 이런 매치업은 짜고 해도 만드는 게 불가능할 텐데.
ㄴ 이나즈마가 합쳐진 중원 길드랑 붙다니, 솔직히 이거 싸움이 안 되는 거 아니야?
ㄴ 글쎄, 중원 길드 쪽도 방심은 못 할걸? 이런 스케일을 일으킨 BJ대마도사라면 뭘 꺼내도 이상할 게 없으니까.
ㄴ 솔직히 BJ대마도사 상대로는 이 정도 상대는 있어야 볼 맛이 나지.
심지어 그렇게 구해준 이들에게 BJ대마도사는 아주 화끈한 이벤트마저 약속했다.
- 이 맛에 BJ대마도사 팬한다니까.
- 아직도 BJ대마도사 팬클럽 가입 안 한 바보 없지?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여러모로 급격히 오를 수밖에 없는 일.
기대감 역시 그만큼 높아졌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 그보다 그 운석 충돌 필드 말이야, 운석 도시에 있던 플레이어들 전부 들어갈 수 있다면서?
ㄴ 그때 접속했던 모든 플레이어에게 입장 시간 알림이 떴다고 했음.
ㄴ 와, 개꿀이네!
ㄴ 개부럽다, 나도 그런 이벤트 참가하고 싶은데!
과거 블랙 골드 하이에나 때와는 다르게 이번 이벤트 무대에는 알림을 들은 모두가 참가 가능하다는 것.
- 이 기회를 놓치면 병신이지.
- 이거 잘하면 역대급 신데렐라 나오겠는데?
- 게임 오버 당해도 남는 장사임!
- 혹시 알아? BJ대마도사가 잡다가 남긴 보스 몬스터 막타 기회가 올지?
별이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은 물론, 특별한 경험을 바라는 일반 플레이어들에게는 그야말로 하늘이 기회를 준 셈이었다.
힘없는 이들조차 그런 생각을 품는데, 힘 있는 길드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선라이즈 길드, 운석 충돌 필드 참가 선언!]
[태극 길드, 운석 충돌 필드 공략 라이브 일정 발표!]
[1티어급 길드들, 대거 공략 선언!]
때문에 1티어급 길드들이 움직이고자 했을 때 그 사실에 의문을 가지는 이들은 없었다.
- 다들 참가하네.
ㄴ 해야지, 만약 보스몹 잡으면 단숨에 스타가 되는 건데!
놀라는 이들도 없었다.
그만큼 당연하고, 타당한 선택이었으니까.
[탐험가 길드 참가 선언!]
그러나 탐험가 길드마저 참가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는 반응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 어? 탐험가 길드가? 진짜?
1티어급 길드조차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10대 길드 중 한 축.
- 못할 건 없지. 탐험가 길드잖아?
- 원래 이런 거 터지면 가장 먼저 달라붙는 게 탐험가 길드지.
또한 탐험가 길드의 참가는 명분상으로도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들이 내세우는 탐험가라는 단어와 새로운 사냥터라는 단어보다 잘 어울리는 조합은 없었으니까.
- 가만, 그러면 BJ대마도사 vs 탐험가 길드 나오는 건가?
ㄴ 10대 길드랑 이제 붙는 건가?
ㄴ 슬슬 붙을 때가 왔지. 1티어급 길드로는 상대가 안 되잖아?
ㄴ 재밌겠네, 진행 시켜!
도리어 기대감이 증폭될 정도.
그런 이유로 운석 충돌 필드 개장을 앞두고 운석 도시가 소란스러워졌다.
‘아, 이거 골치 아프겠네.’
미다스 입장에서는 썩 좋지 못한 소란이었다.
‘이거 보니까 운석 도시 모든 플레이어들이 개떼 같이 달려들 기세인데…….'
남의 밥그릇에 숟가락을 들이미는 이들이 주변 눈치 따위를 볼 리는 만무.
‘개판 되겠네.’
미친 듯이 달려들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미친 승냥이들을 상대로 BJ대마도사의 후환 같은 게 보일 리 만무했다.
‘탐험가 길드도 그렇고.’
심지어 그중에는 BJ대마도사를 상대로 후환을 걱정하기는커녕 미다스 본인이 후환을 걱정해야 하는 탐험가 길드마저 있었다.
‘운석 도시 룰도 문제야.’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운석 도시에서 운석급 몬스터, 개중에서도 천운석급 보스 몬스터를 만났을 때의 룰이었다.
룰 없음이 룰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 운석 충돌 필드에 등장한 보스 몬스터는 누가 보더라도 천운석급 이상이었다.
천운석급 몬스터에 적용되던 룰이 알아서 소급 적용된다는 의미.
룰이 없으니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가장 골치 아픈 건 어떤 게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지만.’
물론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운석 충돌 필드에 어떤 몬스터가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난이도도 그렇고.’
당연히 그 난이도도 가늠하는 게 불가능한 일.
‘쉬우면 안 돼.’
개중에서도 미다스가 가장 염려하는 건 사냥 난이도가 생각한 것보다 낮을 경우였다.
게임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으로, 물량 앞에 장사 없다고 하지 않는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운석 충돌 필드에 어중이떠중이는 물론 어마어마한 실력자들이 이익을 위해 손에 손을 잡고 덤벼드는데 몬스터라고 해서 어찌할 도리가 있을 리 없었다.
‘차라리 헬모드였으면 좋겠다.’
그럴 바엔 차라리 몬스터들이 알아서 경쟁자들을 제거해주는 경우가 나을 터.
‘아니, 그런 생각하지 말자.’
물론 그러한 생각은 오래 가지 않았다.
‘꼭 이런 기도는 이루어지니까. 절대 바라지 말자. 괜히 엿을 사서 먹을 필요는 없잖아?’
굳이 고생을 자처하며 간절히 바랄 필요는 없는 법.
[에메랄드 늑대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21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특별한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드디어 들리는 알림.
그 알림 속에서 미다스가 전장을 바라보았다.
왕!
“주인님을 위하여!”
“주인님을 위하여!”
그러한 전장은 실버를 탄 골드와 럭키 그리고 블레이즈 골렘들과 정령 전사에 의해 빠르게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딱히 미다스가 나설 일은 없어 보이는 전장.
그 전장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미다스가 소리쳤다.
“럭키야, 워하울링이다!”
호우우우!
그러자 먼 곳에서 들리는 럭키의 하울링 소리를 배경음 삼은 채 미다스가 말했다.
“새로운 스킬을 받겠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들이 화려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 황금!’
자연스레 미다스의 눈이 그 100장의 카드를 빠르게 훑었다.
‘제발 좋은 거 나와라!’
그 순간이었다.
미다스가 보이지 않는 황금빛을 찾아 헤매며 간절하게 소원을 빌고자 하는 순간.
크르르!
미다스의 등 뒤에서 섬뜩한 짐승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에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숲 사이에 모습을 숨긴 스톤 베어 한 마리가 자신을 노려보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럭키와 골드, 실버가 놓친 녀석이 미다스를 향해 운 좋게 다가온 모양.
원거리 딜러 입장에서는 당혹감을 느껴 마땅한 상황이었다.
“파이어볼……."
그러나 미다스는 당혹감을 한 모금도 머금지 않은 듯, 그 자리에서 마법을 캐스팅했다.
“……앤 파이어 스피어.”
단 두 개.
크왕!
그렇게 캐스팅을 시작한 미다스를 향해 스톤 베어가 네 발로 대지를 박차며 그 돌로 만들어진 육중한 몸을 움직였다.
쿵, 쿵, 쿵!
마치 탱크가 달려오는 것처럼, 그 스톤 베어가 땅을 박찰 때마다 마주한 이의 세상이 위아래로 거세게 흔들렸다.
그러나 막상 그것을 마주한 미다스의 시선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이윽고 캐스팅이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이제는 20미터 앞까지 온 스톤 베어의 머리를 향해 캐스팅이 끝난 마법을 던졌다.
그 순간 미다스에게는 뒷걸음질조차 없었다.
똑바로 스톤 베어를 마주한 채 꼿꼿이 자리에 선 채 양손에 잡힌 마법을 단숨에 던질 뿐.
퍼엉, 퍼엉!
그렇게 단숨에 양손에 쥐고 있는 두 개의 파이어볼을 머리통에 꽂아 넣은 미다스가 손에 들린 두 자루의 파이어 스피어를 동시에 던졌다.
조준할 시간은 기껏해야 일말.
푸화핫!
그럼에도 그렇게 던진 두 개의 파이어 스피어가 동시에 스톤 베어의 오른눈과 왼눈에 꽂혔다.
[스톤 베어를 처치했습니다.]
신기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명중률!
그게 지금 미다스의 수준이었다.
거듭된 훈련을 통해 이제 충분한 단련을 마친 상황.
달리 말하면 미다스 스스로가 노력과 연습을 이룩한 결과물이었다.
“에이씨!”
그렇기에 미다스는 그러한 자신의 능력에 감탄 따위는 토하지 않았다.
‘카드 까는데 몹 만나면 부정 타는데! 제발 황금 카드 하나만!’
그저 갓워즈의 흔한 징크스 중 하나를 떠올리며 간절한 기도를 품으며 다시 카드를 확인할 뿐.
왕!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꾸우!
그렇게 카드를 확인하는 미다스를 향해 전투를 마친 럭키와 골드, 잭팟이 앞다투어 다가왔다.
“얘들아.”
그런 그들에게 미다스가 멜했다.
“나왔다.”
말을 마친 미다스의 눈에는 황금빛 카드 하나가 보였다.
[프로스트 골렘]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프로스트 골렘을 소환할 수 있다.
스킬을 재차 확인한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완벽한 게 나왔다고!”
프로스트 골렘.
사방에 서리를 토해내는 골렘으로 블레이즈 골렘과는 여러모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블레이즈 골렘이 사방에 화상 페널티로 데미지를 주는 타입이라면, 프로스트 골렘은 사방에 동상 페널티로 이동 속도 및 공격 속도를 감소시키는 디버프를 주는 타입.
‘이걸로 드디어 밸런스를 맞출 수 있게 됐어!’
그러나 미다스에게 중요한 점은 프로스트 골렘의 속성, 그 자체였다.
실제로 미다스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화력의 대부분이 화염 계열에 편중되었다는 점이었다.
나쁠 건 없었으나, 어떤 상황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대마도사의 장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
그런 관점에서 보면 프로스트 골렘은 미다스의 전술의 폭을 넓혀줄 녀석이었다.
‘완벽해.’
당연히 그 스킬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가슴 속에 어느 때보다 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 자신감 속에서 미다스가 진심으로 빌었다.
‘부디 내일 필드 사냥 난이도가 헬모드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일이 왔다.
5.
라이브 방송을 하는 플레이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이 질문에 대부분은 같은 대답을 했다.
독점 콘텐츠만큼 좋은 게 없다고.
달리 말하면 하나의 콘텐츠를 두고 경쟁자들과 경쟁하는 건 매우 피가 마르는 일이었다.
“와, 사람 좀 봐.”
운석이 충돌하면서 등장한 거대한 크레이터, 그 크레이터를 중심으로 펼쳐진 제주도 크기의 드넓은 숲.
그 숲 주변에 모인 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혀를 절레절레 내두르는 건 그 때문이었다.
“이거 뭐, 운석 도시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전부 온 거 같네.”
“운석 도시에 지금 플레이어 하나도 없다는데?”
이 모든 숫자가 그들에게는 경쟁자였으니까.
“지금 워즈튜브도 미쳤어. 운석 단어 들어간 라이브 방송이 수천 개가 넘어.”
“시청자 나눠먹기 장난 아니겠네.”
사상 유례가 없는 경쟁이었다.
“1티어급 길드들도 라이브 방송 팠다!”
“저기 봐! 라이트 길드다!”
“저긴 태극 길드야!”
그러한 경쟁에 강력한 맹수들이 하나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긴장감이 섞이기 시작했다.
“탐험가 길드다!”
그런 분위기는 탐험가 길드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퍼지는 순간 전운이 감돌았다.
이제까지 천운석을 사실상 독점이나 다름없이 했던 탐험가 길드는 운석 도시의 최강자였으니까.
사실 보통은 그런 최강자의 등장에 분위기는 정리되고는 했다.
전운이 감도는 일 따위는 없었다.
왕이 왔는데 어찌 감히 다른 것들이 그 사냥감을 탐낼 수 있을 리 만무했으니까.
“중원 길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운이 감도는 것은 이제 그 왕의 자리를 위협할 자의 존재가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나즈마도 함께 왔어!”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가 손을 잡으며 구성한 50인 파티!
그 강력하기 그지없는 무리의 등장했고 그러한 무리가 서로의 거리를 좁혔다.
이내 악수를 할 만큼 거리가 좁혀지자, 진짜배기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더욱이 이 세력들의 관계는 보통 관계가 아니었다.
“역시 테오 님이 직접 오셨네요. 만나는 건 처음이네요, 반가워요.”
“저 역시 예화 님을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설마 이런 식으로 고객님하고 부딪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일단 중원 길드는 탐험가 길드의 VVIP고객 중 한 명이었다.
이런 식으로 경쟁하리란 건 예상할 수 없는 관계.
“그렇죠, 만나서 좋을 건 없죠. 보스 몬스터를 앞두고 메테오 컬렉터를 만나는 건 참담한 이야기이니까요.”
하물며 이 경쟁에 참가한 탐험가 길드, 그곳을 대표하는 플레이어는 테오라는 플레이어였다.
별명은 메테오 컬렉터.
레벨은 240레벨.
현재 운석 도시에서만 2년째 플레이를 하는 플레이어였다.
탐험가 길드가 운석 도시에서 천운석을 확실하게 확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육성한 플레이어로, 실력이 뛰어난 건 물론 운석 도시에서 경험은 갓워즈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였다.
고인물을 넘어 석유라고 할 수 있는 자.
“전쟁을 벌일 생각은 없습니다. 현재 탐험가 길드의 최우선 목표는 운석 충돌 필드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거니까요.”
“그럼 당연히 이곳의 보스 몬스터에 대한 데이터 수집도 중요하시겠네요.”
“중요하지요.”
그런 존재 앞에서는 차마 예화조차도 쉽게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너무 그러지 말라고. 필요하면 손잡고 같이 잡자고? 버스에 자리는 남으니까.”
굳이 말하면 이나즈마, 그녀 정도만이 이런 대화 분위기에 끼어들며 여유를 보였다.
“이나즈마 님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예, 반가워요. 좋게, 좋게 넘어가요.”
그 무렵이었다.
“럭키다! 럭키가 나타났다!”
“골드와 실버다!
“저기 잭팟도 날아오고 있어!”
그러한 대화 분위기를 무색하게 만드는 자가 등장했다.
“BJ대마도사가 나타났다!”
BJ대마도사의 등장에 곧바로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 탐험가 길드의 모든 멤버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거대한 럭키와 골드, 실버를 등에 둔 채 걸어오는 깃털 모자를 쓴 플레이어가 보였다.
‘BJ대마도사.’
‘진짜 괴물이 왔네.’
그의 등장에 이제는 모두가 긴장했다.
지금 이곳에 모인 이들이 기존의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자라면, BJ대마도사는 그 먹이사슬 밖에 존재하는 포식자였으니까.
그때였다.
스윽!
다가오는 BJ대마도사를 확인한 이나즈마가 슬찍 등에 찬 활에 손을 가져갔다.
‘한 번 장난이나 걸어볼까?’
시비라도 한 번 걸어보려는 듯.
“하지 마세요.”
그런 이나즈마에게 예화가 바로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사실에 이나즈마가 한 번 해보자, 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고 예화가 대답 대신 턱짓으로 BJ대마도사를 가리켰다.
그 턱짓에 이나즈마가 시선을 돌려 BJ대마도사를 확인했다.
그제야 비로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장난 칠 분위기가 아니네.’
어느 때보다 굳어 있는 BJ대마도사의 표정을.
그 표정 앞에서는 이나즈마도 이내 장난기를 숨길 수밖에 없었다.
앞서 있었던 블랙 골드 하이에나 레이드 당시에도 중원 길드를 상대로 PK를 해보려는 농담마저 건넸던 BJ대마도사.
그런 그의 성정을 생각하면 지금 표정은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오늘 BJ대마도사는 장난칠 생각도 없다.’
‘방해하는 자는 전부 부술 속셈이야.’
‘전력으로 나올 거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자들을 박살을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
물론 그들의 생각과 달리 미다스의 표정이 굳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몬스터들 능력치들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야.’
운석 충돌 필드, 지금 저곳에 있는 게 지옥이라는 사실 때문이라는 것을.
당연히 지금 미다스는 생각했다.
‘초반에는 몸 좀 사리자.’
몸을 사리면서 최대한 전력을 아끼자고.
그런 상태에서 미다스에게 예화가 다가오며 말했다.
“BJ대마도사님 이렇게 다시 뵐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보다 방송 중이신가요?”
‘방송 중? 아차!’
그 질문을 받은 후에야 미다스는 자신이 라이브 방송을 켜지 않은 상태임을 깨달았다.
정확히는 라이징 스타 채널에 비공개 상태의 방을 공개로 하자는 명령을 내리지 않은 상태.
‘젠장, 실수다! 한 눈이 팔렸어!’
그 실수에 미다스가 당혹감을 간신히 숨긴 채 라이징 스타 채널에 신호를 보냈다.
가볍게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그러자 곧바로 라이징 스타 채널이 비공개 상태였던 방을 공개로 바꾸었다.
- 접속했다!
- 왜 이렇게 방 늦게 열어요!
- 이렇게 느리니까 평생 솔로인 거지.
그러자 곧바로 채팅창을 가득 채우는 시청자들, 그러한 시청자들은 이내 발견할 수 있었다.
- 그런데 왜 표정이 이렇지?
- BJ대마도사님 표정 왜 이렇게 심각해요?
- 표정이 소개팅 100번째 차인 모태솔로처럼 심각한데?
미다스의 표정이 굳어 있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현재 자신의 눈으로 보니 사냥터 난이도는 말도 안 되는 난이도에, 라이브 방송 개시 타이밍은 늦은 상황.
표정이 굳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래도 표정을 보니, 굳이 말로 대화를 나눌 생각은 없으신 모양이네요.”
그런 미다스의 표정에 예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우리 사이에 대화는 필요 없겠죠.”
말을 마친 그녀가 미다스를 상대로 등을 돌렸다.
그런 예화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BJ대마도사가 오늘 작정을 했다.’
자신이 상대하게 된 BJ대마도사가 어느 때보다 완벽한 각오와 결의를 다졌음을 확인했기에.
‘처음부터 전력으로, 최단 시간 내에 끝낼 속셈이야.’
그렇기에 그녀 역시 마찬가지로 각오와 결의를 다졌다.
‘그럼 우리도 처음부터 전력으로 들어간다. 전력전에는 전력전으로 응해주는 거야.’
그리고 그 광경을 멀찌감치에서 바라보던 탐험가 길드의 테오 역시 생각했다.
‘보니까 처음부터 전력질주를 할 모양이군. 그럼 우리 쪽도 전력질주를 해야지.’
그리고 그 방송을 보던 1티어급 길드 역시 생각했다.
“BJ대마도사가 초반부터 전력으로 달릴 모양이야.”
“머릿수가 많으니, 괜한 변수가 생기기 전에 빨리 상황을 끝낼 속셈인 모양이군.”
“좋아, 그럼 우리도 질 수 없지. 일단 전력으로 달려서 한 번 쫓아가 보자고.”
전력으로 달릴 BJ대마도사의 페이스를 쫓기 위해 자신들 역시 전력으로 달리자고.
물론 그 순간 미다스는 생각했다.
‘아, 왜 이렇게 일진이 꼬이냐? 오늘 아무래도 안 풀리는 날 같다. 그냥 조심히, 천천히 가자.’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게임을 하자고.
그 순간 누군가 소리쳤다.
“필드 열렸다!”
레이드 레이스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