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화. < 82화. 럭키 vs 골드 (5). >
11.
까앙!
운석이 대지를 두드리며 만든 크레이터, 그 안에 만들어진 도시 곳곳에 자리 잡은 대장간에서 나오는 쇠 두드리는 소리가 가득한 그곳에서 미다스가 두 손을 모은 채 앉아 있었다.
그러한 미다스의 얼굴에는 초조한 기색이 옅게 드러나 있었다.
‘제발 옵션 좋게 나오기를.’
초조함의 이유는 다름 아니라 잠시 후 NPC토스를 통해 받게 될 럭키, 골드 그리고 실버의 아이템의 옵션.
물론 어떤 식으로 아이템 옵션이 나오든 놀라운 스펙업을 이룩할 건 분명했다.
‘전 재산을 바쳤으니, 좀 좋게.’
그러나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입장에서는 아이템 옵션이 조금이라도 좋게 나오기를 바라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초조한 것도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헥헥!
“주인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엇이든 주인님께 영광스러운 일이 될 겁니다!"
"선배님의 말이 맞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초조함에 셋이 마치 경쟁하듯 미다스를 격려했다.
꾸우!
미다스의 머리 위에 앉은 잭팟만이 시큰둥하게 제 부리로 날개에 붙은 이물질을 털어낼 뿐.
그때였다.
“기다리고 있었군.”
NPC토스가 미다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본 미다스가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만드셨습니까?”
“대장장이는 대장간과 관련된 약속은 결코 어기지 않는 법이지. 전부 만들어졌네.”
말과 함께 NPC토스가 턱짓을 하자 그를 따라온 그의 부하들이 하나둘 물건을 바닥에 놓기 시작했다.
‘응?’
그렇게 내려놓은 것들은 주먹 크기의 돌로 만들어진 공이었다.
도무지 아이템이라고는 보기 힘든 것들.
‘이게 뭐지?’
의문을 품는 미다스에게 NPC토스가 설명을 해주었다.
“간단하네. 이 공을 원하는 녀석에게 던지면 그에 맞는 형태로 바뀔 것이네. 물론 한 번 사용하면 그 대상과 공명하기 때문에 다른 이에게 쓸 수 없지만.”
“아."
설명을 들은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 공명?’
그와 동시에 미다스가 놀라며 말했다.
“잠시만요, 그럼 주인만 같으면 몸의 형태가 어떻든 간에 상관없다는 겁니까?”
“그러니까 전용 아닌가?”
부정이 아닌 긍정 어린 대답에 미다스가 재차 질문했다.
“그럼…… 쟤네들이 새로운 몸을 가져도 상관없습니까?”
“물론일세. 그냥 보이는 몸에 맞추는 것뿐이면 이런 고생을 뭐하러 하겠나?”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대박이다!’
이런 논리라면 앞으로 골드와 실버가 새로운 몸을 얻어도 아이템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
새로운 몸을 얻는 순간 아이템이 무용지물 될지도 모르는 걱정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갓겜을 몰라보고, 운빨좆망겜이라고 욕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운빨갓겜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당연히 미다스는 조금 전의 초조한 기색 따위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은 채 아이템 옵션을 확인했다.
‘어?’
그런 미다스의 눈에 커졌다.
[토스의 흑운석 투구]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착용자 레벨에 비례
- 토스가 특별히 제작한 흑운석 투구다. 착용자의 몸과 공명한다.
- 근력 (착용자의 레벨에 비례)
- 체력 (착용자의 레벨에 비례)
- 지력 (착용자의 레벨에 비례)
- 마력 (착용자의 레벨에 비례)
- 착용 시 체력 20퍼센트 증가
- 착용 시 체력 회복 속도 20퍼센트 증가
- 착용 시 모든 방어력 20퍼센트 증가
- 착용 시 고통의 희열 스킬 발동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두 눈을 껌뻑였다.
‘기본 스탯 옵션이 착용자 레벨 따라 오른다고?’
모든 스탯이 착용자 레벨에 비례한다는 것.
‘맙소사.’
그건 곧 이 아이템을 사실상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와 같았다.
그 순간 미다스가 NPC토스를 바라봤다.
“저기.”
“뭔가?”
“일단 절부터 받으시죠.”
그리고는 진심으로 미다스가 그 자리에서 그대로 NPC토스를 향해 절을 했다.
그 모습에 NPC토스가 두 눈만 깜빡였다.
제아무리 훌륭하게 설계된 AI라고 해도 자신에게 플레이어가 절을 하는 것에 대응하는 방법은 설계되지 않은 모양.
“토스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이 은혜는 게임 접는 날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그런 NPC토스에게 미다스가 거듭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럴 만했다.
‘전 재산을 투자한 보람이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한 대가로 베스트 시나리오가 나온 상황 아닌가?
‘조만간 알파 컴퍼니 향해서도 절 한 번 해야지. 아니야, 지금 당장 가서 할까? 아니, 하는 김에 갓워즈 만드신 김민수 씨한테도 해야 겠다.’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이성이 반쯤 녹아버린 미다스를 앞에 둔 NPC토스는 결국 강제로 다음 행동으로 넘어갔다.
“자 받게.”
“예? 뭘요?”
“뭐긴, 자네 지팡이지.”
“아!”
그제야 비로소 받을 물건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떠올린 미다스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지팡이를 받았다.
“하하, 감사합니다.”
지팡이를 받아드는 미다스의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았다.
‘뭐, 멋진 거 나왔겠지.’
이미 지금 만족감이 하늘을 찌른 상황에서 좀 더 하늘 높이 솟는다고 해서 감흥이 올 리 없으니까.
때문에 미다스는 그저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자신의 지팡이를 확인했다.
[토스가 개조한 아르비아의 지팡이]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200레벨 이상
- 토스가 개조한 아르비아의 지팡이다. 본래 가지고 있는 아이템의 능력이 대폭 강화됐다. 아르비아가 보면 싫어할 것 같다.
- 공격력 : 339
- 지력 +501
- 마력 +488
- 모든 마법 공력력 24퍼센트 증가
- 착용 시 캐스팅 마법 개수 1개 증가
- 모든 마법 크기 38퍼센트 증가
- 누적 마법 데미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사안(死眼)’ 마법 발동
- 상태 이상 효과 118퍼센트 증가
- 작열의 정령왕의 힘 활성 시 모든 마법 공격력 29퍼센트 증가
- 혹한의 정령왕의 힘 활성 시 마력 회복 속도 87퍼센트 증가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그리고 옵션을 확인한 미다스가 이내 방긋 웃은 후에 두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아, 그럼 그렇지.”
그 순간 미다스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 이거 꿈이었네. 하하! 그래, 이럴 줄 알았어. 이렇게 운이 좋을 리가 없잖아? 하하하! 꿈이네, 꿈.”
짝!
말과 함께 미다스가 오른손으로 제 오른뺨을 세게 후려쳤다.
짝!
연달아서.
짝!
거듭해서.
그렇게 뺨을 후려친 후에 미다스가 다시 지팡이를 바라보았을 때 그의 표정에 더 이상 웃음기는 없었다.
‘미친, 이게 현실이라고? 진짜?’
그런 미다스의 귓속에 NPC토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내 실력에 의심은 없을 터. 그래서 말인데 자네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네.”
그 말에 미다스가 정신을 차리며 소리쳤다.
“무슨 명이든 받들겠습니다!”
‘개처럼 짖으래도 짖겠습니다!’
그 어떤 NPC를 만났을 때보다 진심을 품은 채 대답하는 미다스에게 NPC토스가 말했다.
“이제 자네 실력을 보여주게. 재료를 좀 구해다주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토스의 부탁]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4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토스가 재료를 요구했다. 암석 몬스터 1만 마리와 광석 몬스터 2천 마리, 보석 몬스터 5백 마리를 잡아 재료를 구해다 주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마스터 스킬북(레전더리)
!퀘스트 완료 시 ‘토스의 마지막 부탁’ 진행 가능
아득한 퀘스트 조건!
그러나 미다스는 그 내용에 도리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렴요, 당연히 구해드려야죠.”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럭키와 골드, 실버를 향해 말했다.
“얘들아, 템 맞췄으니까 위력 좀 보러 가자!”
12.
럭키 대 골드, 누가 보더라도 이벤트 매치에 불과한 매치.
- 럭키가 최고라니까. 귀여움의 차원이 다르다고. 사탄도 럭키를 봤으면 웃으면서 개껌 3박스 주문했을 거다.
ㄴ 골드는 귀여움에 플러스로 말을 하잖아, 말을!
그러나 그 매치에 대한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 아니, 어떻게 된 게 럭키랑 골드 매치가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할 때보다 더 이슈가 되는 듯?
ㄴ 당연하지. 그런 허접한 쓰레기 원딜 방송하고는 차원이 다르지!
ㄴ 어디서 그런 못 생긴 원딜하고 럭키, 골드하고 비교함?
ㄴ 맞아. 일단 비주얼부터가 남다르니까 그것만으로도 최소 시청자 숫자 4천만부터 시작할 듯.
ㄴ 역대급 후원금 터질 듯?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역사상 최고의 성적이 나오리란 게 너무나도 당연시될 정도.
- 라이브 방송 채널 열렸다!
그런 상황에서 디데이가 됐을 때 그리고 라이브 방송이 열리는 순간 채팅창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BJ럭키3449호팬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129호팬 님이 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럭키1233호팬 님이 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88호팬 님이 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팬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가 얼굴을 비추기도 전에 후원금 경쟁이 시작될 정도.
“정말 뜨겁네.”
그야말로 뜨거운 분위기였다.
“예, 뜨겁죠.”
물론 그 라이브 방송을 보는 엠마 그리고 멀린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천운석을 2개나 받아간 라이브 방송인데, 뜨겁지 않으면 의미가 없겠죠.”
원치 않은 베팅을 한 상황인데 분위기가 뜨겁고 싶어도 뜨거울 수가 없었으니까.
‘결국 거래를 했다.’
사실 엠마의 경우에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거래였다.
여러모로 수락하는 쪽이 바보가 되는 계약이었으니까.
그러나 감마 제약 입장에서는 답이 없었다.
‘물러날 수 없어서.’
만약 거기서 거래를 무시했다면, 감마 제약의 경쟁사인 블루불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 블루불이 어떻게든 언론 플레이를 할 테고, 그 경우 감마 제약의 이미지에 어떤 식으로든 타격이 갈 수밖에 없었다.
감마 제약의 회사 가치를 고려하면, 고작 아이템 하나 때문에 그런 막대한 이미지 손해를 감수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오히려 감마 제약 입장에서는 이번 베팅은 져도 남는 장사였다.
“BJ대마도사가 너무 커졌어. 이제는 모두가 진심으로 베팅을 하고 싶어 할 정도로.”
그게 지금 BJ대마도사가 가지는 가장 확실한 장점이었다.
예전에는 그저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였던 BJ대마도사가 지금은 판을 지배하는 포식자인 메기가 된 상황.
당장 감마 제약 건도 마찬가지였다.
거기서 만약 엠마가 안 된다고 했다면 감마 제약은 자체적으로 천운석을 구해서 협상을 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럴 바엔 그냥 엠마가 허락해주는 게 모양새도 나은 일.
“다른 방송은 시청자 숫자가 빠르게 주는군.”
한편 스마트폰을 통해 전달받은 데이터 내용을 보던 멀린이 실소를 머금었다.
“지금 라이브 방송 중이던 1티어급 길드들은 모두 예외 없이 시청자가 감소했어.”
그 말에 엠마가 말했다.
“저라도 그들보단 BJ대마도사의 방송을 보겠어요.”
“그렇지. 이제 1티어급 길드들은 BJ대마도사에게 상대가 되지 않으니까 말이야.”
말을 하던 멀린이 머그잔 안의 커피를 홀짝인 후 말했다.
“오로치 길드가 중원 길드 제안을 받은 거도 그 때문이고.”
앞서 말했듯이 BJ대마도사의 존재감에 이제는 1티어급 길들이 위협을 받기 시작했고, 그게 이번에 오로치 길드가 중원 길드의 제안을 받은 이유였다.
개인들의 이익을 떠나서 BJ대마도사를 어떻게든 한 번 막아보자!
이제는 그러한 위기감이 팽배한 수준을 넘어 행동하게 만드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래서 준비는 어떻게 돼?”
“대결 구도만 잡히면 문제는 없죠.”
“그러니까 그 대결 구도 말이야, BJ대마도사가 받아줄 생각은 있나?”
“예화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라이징 스타 채널과 도전료를 협상 중이라더군요.”
“뭘 요구하지?”
“천운석이요.”
천운석이란 말에 멀린 한 번 더 커피를 마신 후에 쓴맛을 본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BJ대마도사는 천운석 2개를 확보한 상태, 그런 상태에서 천운석을 하나 더 요구한다?
정말 필요해서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반대로 그저 상대방의 모든 것을 짓밟기 위해,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강제로 뜯어낼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도전자를 그냥 박살을 내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 이거군.”
그리고 BJ대마도사의 그동안 행보라면 후자일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도전료를 협상하는 걸 보면 정말 붙어볼 생각인가?”
“두고 봐야죠. 그러나 만약 붙는다면 중원 길드 쪽이 질 가능성은 없을 거예요.”
“그렇겠지. 이나즈마 쪽이 추가됐는데,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지.”
그때였다.
-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드디어 모니터에 BJ대마도사가 등장하자, 엠마와 멀린이 대화를 멈추고 모니터에 집중했다.
- 아예, 압니다. 엑스트라는 빠지라는 거. 그러니 길게 가지 않겠습니다.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자, 일단 골드를 소개하겠습니다!
그 순간 모니터 속의 화면이 골드로 바뀌었다.
‘응?’
‘어?’
그리고 그것을 보는 순간 엠마와 멀린의 표정도 바뀌었다.
비단 그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 잠깐, 지금 골드님 아이템 착용하신 건가?
ㄴ 원래 착용했잖아? 새 아이템인 모양이지.
ㄴ 그런데 왜 이렇게 덩치가 커 보이지?
ㄴ 어? 그러네? 왜 크지?
이제까지 럭키와 골드, 둘을 두고 편을 가른 채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던 채팅창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 그럼 골드를 봤으니, 이제 럭키를 보겠습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다시 화면이 바뀌는 순간 채팅창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럭키가 아이템을 착용했어? 어떻게?”
“무슨 일이죠? 신수가 아이템을 착용하는 게 가능한가요?”
엠마와 멀린조차 기겁하며 서로에게 질문을 건넬 정도.
- 좋아, 그럼 소개는 이 정도면 되겠죠. 새로운 아이템도 아닌데 주절주절 설명 따윈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BJ대마도사는 그런 그들에게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 따위는 주지 않았다.
- 럭키 대 골드,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얘들아, 처리해.
그가 바로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13.
전투는 단순할수록 좋다.
과장하면 그냥 힘으로 때려 부수는 것만큼 쉬운 것 없다.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이 고가의 아이템에 거금을 지불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보다 압도적인 스펙을 가질수록 전투를 단순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크-왕!
이제 새로이 투구와 갑옷 그리고 부츠를 신게 된 럭키가 무식하게, 눈앞에 있는 스톤 오크 무리를 상대로 이렇다 할 몸놀림 없이 그저 단순한 박치기만을 날리는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 그냥 냅다 치면 날아가네.
- 날아만 가면 다행이지. 그냥 박살이 나잖아!
- 데미지 살벌하네.
그 박치기만으로도 딜링은 충분한 상황에서 그 이상 뭔가를 특별히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한 사실은 골드 쪽에도 유리했다.
“네놈들, 주인님을 위한 거름이 되어라!”
더 이상 아이템 착용을 위해 소형화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된 골드는 도리어 거대화 모드를 한 상태로 전장을 헤집었다.
더욱이 럭키와 달리 긴 양손을, 고리 원숭이 특유의 투척에 유리한 요수를 가진 골드의 전투는 럭키보다 더 기술적이었다.
퍼억!
[스톤 오크를 처치했습니다.]
당장 골드의 경우에는 주먹질이라는 단순하지만 기술적인 공격이 가능했으며 그 위력은 덤벼드는 스톤 오크들의 몸뚱이를 조각낼 만큼 위력적이었다.
덥석!
무엇보다 손을 이용해 잡을 수 있다는 요소는 엄청났다.
“네놈!”
크어?
단숨에 스톤 오크 한 마리의 머리통을 잡은 골드가 그대로 스톤 오크를 무기 삼아 다른 스톤 오크를 후려쳤고, 그 후에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놈을 향해 집어 던졌다.
꽈앙!
그러한 장거리 투척의 위력은 위력도 위력이지만 효율이 무척이나 좋았다.
크어!
상대하는 머릿수가 많다 하면, 집어던져서 그 몬스터의 머릿수를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었으니까.
여러모로 압도적인 광경.
- 그래도 딜량은 럭키가 위인듯?
- 무슨 소리, 골드가 낫지.
럭키와 골드, 둘 다 너무 압도적이라서 어느 하나의 손을 쉽사리 들어줄 수 없을 정도였다.
- 그보다 실버도 장난 아니네.
- 솔직히 실버가 탱킹 다해주니까 이렇게 마음대로 싸우는 거지.
물론 이러한 전투 속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는 건 다름 아닌 실버였다.
“선배님들 이놈들은 제가 막아서겠습니다!”
실버가 거대화 모드로 더 거대해진 덩치를 앞세우며 덤벼드는 무리 앞에서 기꺼이 벽이 되었다.
럭키와 골드 입장에서는 그렇게 실버가 움직이면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잔당들을 처리하면 될 뿐.
- 실버는 탱킹만 하면 되네.
달리 말하면 실버 입장에서도 복잡할 것 없이 그저 탱킹에만 집중하면 될 뿐이었다.
‘이야, 진짜 잘 싸우네.’
보는 미다스조차도 감탄이 나올 정도.
물론 미다스 그 감탄에 빠지지 않았다.
“둘 다 잘 싸우네요.”
‘라이브 방송은 라이브 방송답게 가야지.’
그저 보여주는 것뿐이라면 굳이 라이브 방송을 할 필요도 없는 일.
“이 중에서 누구 한 명을 승자로 뽑는 게 무리일 것 같은데, 공동 우승으로 갈까요?”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라이브 감상을 그저 하염없이 감상 중이던 시청자들이 빠르게 반응을 했다.
- 공동 우승? 지금 장난 하나?
- 아니, 했으면 끝장 봐야지!
- 어딜 봐서 비슷함? 딱봐도 럭키님이 우세한데?
- 럭키님이 우세? 골드님이 스톤 오크 던지는 거 못 봄?
잠시 가라앉았던 채팅창의 분위기가 들썩거리다 못해 더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비단 그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라포 님이 10,12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지금 딱 봐도 럭키가 우세한데?]
[구스타프 님이 10,12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우세하긴, 누가 봐도 원거리 투척 가능한 골드가 압도적으로 효용 범위가 높지. 원거리 딜러잖아, 원거리 딜러. 원거리 딜러는 딜링의 꽃이지.]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2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원거리 딜러들은 별것도 아닌 원거리 공격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한다니까. 누가 봐도 럭키 우세다. 딜링의 딜이 다르다.]
큰손들 역시 갑론을박을 펼칠 정도.
“반응이 뜨겁네요.”
결코 어설픈 무승부 따위는 용납하지 않겠다.
어떻게든 오늘 끝장을 보겠다!
“뭐, 이렇게 뜨거운 게 여기서 식으면 BJ대마도사가 아니죠.”
그렇게 시청자들을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오른 요구에 미다스가 기꺼이 부응했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한 무리의 몬스터를 바라보았다.
돌코끼리.
운석 도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암석급 몬스터 중에서는 손꼽히는 강력함을 품은 무리를 발견한 미다스가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원맨쇼 타임으로 가겠습니다.”
그 물음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 원맨쇼 타임? 무슨 의미야?
- 지금처럼 동시에 싸우는 게 아니라, 한 명씩 싸운다는 의미 아닐까?
- 그거 위험한 거 아니야?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 그 상황 속에서 미다스는 질문 대신 골드를 향해 소리쳤다.
“골드.”
“예, 주인님.”
“실버에 타!”
“알겠습니다! 실버!”
이윽고 실버를 부른 골드가 단숨에 실버의 몸 위에 올라탔다.
- 어?
- 탔어?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기겁하는 사이, 실버 위에 올라탄 골드가 전방의 돌코끼리 20마리, 그 무리를 향해 소리쳤다.
“실버, 가자! 함께 주인님을 위한 전설을 만드는 것이다!”
“예, 선배님!”
골드의 원맨쇼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