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화. < 82화. 럭키 vs 골드 (2) >
4.
보통 사람들에게 스타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막상 현실에서 직접 스타를 만나는 건 기분 좋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갓워즈도 마찬가지였다.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에게 스타 플레이어와의 만남은 썩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이나즈마가 이 근처에 사냥하고 있다던데?”
“일본이 낳은 천재? 오로치 길드가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그 이나즈마?”
“응, 요즘 일본 갓워즈 커뮤니티가 일동단결해서 빨아주는 걔.”
“렙업 속도 장난 아니네, 벌써 여기에 왔다고?”
일단 비교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달갑지 않았다.
“참나, 누군 사냥터 하나를 반년 내내 제대로 공략도 못하는데, 누군 그냥 두어 달 만에 졸업을 하네.”
“빌어먹을 게임이라니까.”
자신이 영혼을 갈아 넣어도 할 수 없는 걸, 숨 쉬는 것처럼 해버리는 것을 보는 게 기분 좋을 리는 없지 않은가?
물론 그건 심리적인 부분이었고, 실질적인 부분으로 보자면 스타 플레이어들의 주변에는 언제나 가드가 붙었다.
“그나저나 이나즈마가 왔다면 오로치 길드는 물론, 도우미들 잔뜩 붙어서 왔겠네?”
“탐험가 길드 VVIP이니까. 후원자 중 한 명인 일본의 대부호가 막 쓰라고 돈도 대주잖아?”
그 스타 플레이어가 사냥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을 정리해주는 가드들이.
당연히 그런 스타 플레이어의 등장은 그 근처에서 사냥 중이던 플레이어들에게는 떠나라는 소리와 마찬가지였다.
“괜히 근처에 가서 얼굴 붉힐 필요는 없지. 이동하자!”
“이렇게 된 거 그냥 좀 쉬자.”
그런 이유로 보통 스타 플레이어가 등장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개인적으로 팬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혀를 차며 장소를 떠나거나, 게임을 잠시 떠나고는 했다.
“나 팬인데, 같이 사진이라도 찍어볼까?”
“아서라, 이나즈마가 얼마나 콧대가 높은데. 접근하는 순간 가드들한테 PK 안 당하면 다행이지.”
혹여 팬이라고 해도 그냥 물러서는 경우가 많았다.
사냥에 집중하는 플레이어는 맹수와 다를 바 없었으니까.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그냥 보통의 스타 플레이어들의 경우였다.
“저기, BJ대마도사가 사냥 중이래!”
“진짜?”
그 스타조차 빛을 잃게 만드는 슈퍼 스타의 등장은 달랐다.
“보러 가자!”
“구경하자!”
불쾌함 따위보다는 오히려 어떻게든 이 기회를 천금 같은 행운으로 받아들일 정도.
“안녕하세요, 럭TV입니다! 지금 저는 BJ대마도사의 사냥터 근처에 있습니다.”
“저기, 저기 럭키가 보입니다! 앗! BJ럭키19323호팬님 후원금 10달러 감사합니다. 오! BJ골드332호팬 님도 후원금 10달러 감사합니다. 아! BJ대마도사1호팬님 1원 감…… 아, 이건 아니죠.”
심지어 그러한 BJ대마도사를 두고 빨대를 꽂기 위해 달려드는 플레이어도 있었다.
“와, 몰려든 숫자 좀 봐! 진짜 장난 아니네. 우글우글하네, 우글우글해.”
“지금 이 주변에 플레이어들만 천 명 가까이 모인 것 같은데?”
그렇게 BJ대마도사를 구경하기 위해 모인 플레이어의 숫자가 무려 1천 명을 훌찍 넘길 정도!
“이렇게 많이 모인 경우가 있었나?”
“아니, 보통은 이렇게 모일 여건이 안 나오니까.”
사실 이건 분명 이례적인 경우였다.
분명 BJ대마도사가 대단한 건 맞았고, 그렇기에 BJ대마도사 본인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사냥을 했다.
특히 시간을 끊어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단 BJ대마도사만이 그런 건 아니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하루 플레이 타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20분 또는 30분 단위로 사냥을 하고 휴식 시간을 가지고는 했으니까.
"이야기 들어보니까 지금 3시간 30분째 로그아웃 안 하고 사냥 중이라는데?”
그러나 지금 BJ대마도사는 무려 3시간 넘게 로그아웃을 하지 않은 채 사냥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그게 이토록 많은 이들이 모일 수 있었던 이유였다.
“뭔가 있어.”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런 걸 할 리는 없지.”
“최근에 빅이벤트 준비 중이라는데, 혹시 그거와 관련된 게 아닐까?”
한편으로는 그러한 점이 모인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고민케 했다.
대체 BJ대마도사가 무엇을 위해 이토록 기나긴 전투를 치르는 것인가?
물론 이유는 간단했다.
[와신상담]
!3시간 33분 동안 전투를 멈추지 않으면 충성도 2급으로 상승
!충성도 2급으로 상승 시 능력치 강화 및 전투 능력 향상
!충성도 2급으로 상승 시 보다 친밀한 대화 가능
!충성도 2급으로 상승 시 새로운 스킬 습득 가능
‘이제 얼마 안 남았다.’
골드의 충성도 승급 조건이 3시간 33분 동안 멈추지 않고 전투를 치러야 한다는 것.
‘3분만 더 버티면 이 빌어먹을 일도 끝이다!’
솔직히 그런 이유가 아니고서는 미다스가 이렇게 손해 보는 일을 할 필요는 없었다.
아니, 손해 보는 정도가 아니었다.
말이 3시간 33분이지, 그 시간 동안 휴식 한 번 없이 전투를 계속하는 건 정말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았다.
‘조금만 더.’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골에 도달하는 것 외에는 다른 무엇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
당연히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자신의 행동으로 어떤 루머가 만들어지는지, 그것에 대한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가디언이 3시간 33분 동안 전투를 치렀습니다.]
[가디언의 충성도가 2급이 되었습니다.]
‘끝났다!’
그의 머릿속을 채우는 건 오로지 하나, 가디언의 성장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사실 뿐.
‘새로운 스킬이다!’
그 순간 미다스는 곧바로 전투를 정리했다.
“얘들아, 이제 마무리하자!”
전투의 종료를 명령했고, 그 명령에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만을 정리한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가 곧바로 미다스의 곁으로 모였다.
이후 미다스가 좌중을 훑어봤다.
‘한 곳에서 오래 플레이해서 그런가? 관중이 많네.’
자신의 주변에 넘치는 플레이어들을 이제야 확인하는 순간.
물론 미다스는 그 이상 그 관객들에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딱히 신경 쓰지도 않았다.
‘거리는 유지해주는군.’
관객은 많았지만, 그들 중에 미다스와의 거리를 좁히는 이들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BJ대마도사의 이름값 덕분이었다.
BJ대마도사는 팬에게는 친절하지만, 자신을 방해하는 무리에게는 누구보다 잔혹하다는 것.
그리고 그 잔혹함 앞에서는 1티어급 길드들도 쉬이 몸을 건사하지 못할 정도라는 것.
그 사실이 무모한 이들의 탄생을 막았다.
‘좋아, 바로 가자.’
그렇기에 미다스는 자리를 이동하지 않은 채 곧바로 골드 앞에 섰다.
“주인님, 새로운 힘이 꿈틀대는 것이 느껴집니다.”
[가디언의 능력을 직접 선택해주십시오.]
이어진 골드의 말과 알림에 미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미다스의 눈앞에 20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왔다!’
그리고 그 20장의 카드 중 유일하게 빛내는 황금빛 카드에 미다스의 눈이 꽂혔다.
‘자, 이번에는 과연 어떤 스킬이냐? 공격 스킬? 방어 스킬? 어?’
이윽고 황금빛 카드의 정체를 확인한 미다스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골드 그리고 실버를 번갈아 바라본 후에 다시 카드, 그 뒷면 너머를 확인했다.
[라이딩]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가디언이 모든 것에 타고, 조종할 수 있게 된다.
라이딩.
그 스킬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곧바로 한 가지 그림이 그려졌다.
‘실버 탄 골드.’
골드 하이에나의 등에 올라탄 고리 원숭이가 전장을 같이 휩쓰는 장면이.
그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그려졌던 아이템 세팅은 바로 수정되었다.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다르지. 럭키보다는 골드를 공격수로 배치하는 게 낫겠어.’
적을 무참히 분쇄하는 역할을 럭키가 아닌 골드에게 맡겨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럭키가 청소부 역할을 해줘야겠어.’
그렇게 결정을 마친 미다스가 이제는 럭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럭키야.”
왕!
“이번에는 네가……."
그리고는 자신의 결정을 럭키에게 말해주려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의 말문이 멈췄다.
[럭키]
![죽음의 레이스]
!몬스터 4,444마리를 쉬지 않고 처치 시 진화
!진화 시 능력치 강화 및 새로운 스킬 습득
럭키의 머리 위에도 물음표가 등장했으니까.
5.
이제는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 이슈가 될 만큼 유명해진 BJ대마도사.
- 3시간 30분 넘게 사냥을 하네. 체력이 장난 아니네.
그런 그의 기행에 당연히 세상은 빠르게 관심을 가졌다.
- 속보! 다시 접속해서 사냥 중!
- 이번에도 설마 다시 장기전 하려나?
- 아니, 왜 굳이 장기전을 하는 거지?
더 나아가 그 기행 후에 다시 한 번 더 기행이 시작됐을 때 세상은 그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예하,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솔직히 의도는 모르겠어요.
엠마 그리고 예하, 두 여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BJ대마도사의 기행 소식을 듣는 순간 둘은 모든 일을 멈추고 화상 채팅을 통해 들려오는 BJ대마도사의 소식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 확실한 건 BJ대마도사는 지금 자신의 장기전 능력을 점검하고 있어요.
“제 생각도 마찬가지예요.”
그런 두 여인이 내린 결론은 현재 BJ대마도사가 자신의 장기전 능력을 가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블레이즈 골렘 없이 장시간 전투를 치렀고, 그 후에 휴식을 취하고 다시 접속해서 4천 마리가 넘는 몬스터를 멈추지 않고 잡았죠. 몇 시간 동안 싸울 수 있는가, 몇 마리까지 쉬지 않고 잡을 수 있는가…… 누가 보더라도 장기전에 대한 능력 검증이죠.”
그게 아니고서는 도무지 BJ대마도사의 이 기행을, 레벨업 사냥이란 기준에서 본다면 비효율적인 일을 설명할 도리가 없었으니까.
- 딱히 이상한 건 아니죠. 장기전 능력은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그런 장기전 능력 검증은 많은 플레이어들이 주기적으로 하는 일이었다.
그만큼 장기전 능력은 중요했다.
- 비슷한 실력끼리 붙으면 결국 체력이 좋은 쪽이 이기니까요.
특히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할 때 실력이 비슷하면 장기전 능력이 우수한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그저 전투 능력만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렇죠, 체력이 부족하면 강제 로그아웃도 당하니까요.”
체력과 정신력 부족으로 육체에 과부하가 걸리는 순간 강제 로그아웃이 실행됐고, 이후에는 일정 시간 동안 게임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게 장기전 능력이 중요한 이유였다.
즉, 검증 자체는 이상할 게 없었다.
“문제는 왜 지금 이 시점에 하는가, 그거죠.”
- 네.
의문은 그 장기전 능력의 검증을 왜 하필 운석 도시에 도착하는 순간 했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그때였다.
두 여인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는 순간, 똑똑! 노크 소리가 엠마의 방안을 가득 채웠다.
“들어오세요.”
이내 허락이 나오자 곧바로 문이 열리면서 멀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야기 들었어. BJ대마도사가 장기전 능력을 검증하는 중이라면서?”
조금 전까지 라이브 방송을 한 것 때문에 제법 피곤한 모습을 보인 멀린이 곧바로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이유는 알겠어? 왜 이 시점에 장기전 능력을 체크하는지?”
그 물음에 화면 속 예화와 엠마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멀린은 당황하지 않았다.
대신 뱀과 같이 날카로운 눈빛을 뜬 채 두 여인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 두 여인도 낌새를 눈치챈 듯 동시에 질문을 했다.
“이유를 아시나요?”
“아는 건 아니지만 짐작 가는 바가 있지. 그래서 지금 당장 샤워도 안 하고 여기 온 거야.”
- 그게 뭔가요?
거듭 나오는 질문에 멀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BJ대마도사가 정말 한계에 내몰리면 도움을 요청하겠지. 하지만 과연 아즈모와 손을 잡은 지금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도움을 요청 하면 어떻게 될까?”
그 물음에 예화가 바로 대답했다.
- 예전과 달리 쉽게 손을 내밀진 않겠죠. 내밀더라도 과한 대가를 요구할 테고요.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많은 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정황상 아즈모와 한 편이 된 상황.
심지어 루머이긴 하지만 조 단위가 넘는 돈이 오고 갔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었다.
예전처럼 BJ대마도사를 향해 호의 어린 손길을 내밀 필요가 없어진 셈.
“그리고 BJ대마도사의 성격을 생각하면 아즈모와 단숨에 운명공동체가 됐을 가능성은 없어. 어쩌면 손을 잡은 게 아니라 손가락 정도를 건 사이일 수도 있지. 그렇잖아? 만약 BJ대마도사가 적당히 케이크 위의 딸기만 먹을 생각이었다면 우리 손을 진작에 잡았겠지.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이 상태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제야 비로소 엠마와 예화도 무언가를 눈치챈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도 아즈모의 도움을 최대한 받지 않은 채, 솔로로 활동하겠다는 거군요.”
- 그걸 위해서 장기전 능력을 체크한 거고요.
BJ대마도사는 여전히 혼자서 게임을 진행하고자 한다.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엠마가 말했다.
“그럼 여기서 BJ대마도사를 궁지에 몰아넣으면 아즈모와 손을 꽉 잡을 수밖에 없겠군요.”
- 예? 그 둘이 이 이상 가까워지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건가요?
그녀의 말에 예화가 반문을 제기했다.
“BJ대마도사와 아즈모가 서로 손을 잡으면, 그때부터는 다른 이들과 손을 잡을 수가 없을 테니까요. 오히려 갓워즈에 있는 모든 이익 집단들의 공공의 적이 되겠죠. 어차피 우리 손을 잡을 생각도 없는데, 그럼 차라리 고립시키는 게 낫겠죠.”
- 아!
그리고 이어진 엠마의 설명에 예화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그녀에게 멀린이 말했다.
“그러니 중원 길드가 한 번 더 BJ대마도사에게 시비를 걸어야지.”
그 말에 예화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 그렇게 짓밟힌 상황에서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에게 덤빌 명분이 없어요.
명분이 없어도 시비를 걸 수 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최후에나 할 수 있는 선택.
여러모로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 의문에 멀린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건 아니지.”
- 아니라고요?
“BJ대마도사가 말했잖아? 똑같은 전력으로 덤비는 게 날 얕보는 것 같았다. 그게 싫었다, 라고.”
- 그야…… 아!
그 순간 예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 똑같은 전력이 아니면 되겠군요.
“그래, BJ대마도사가 말한대로 더 압도적인 전력을 갖춘 후에 도전을 하면 되는 거지.
곧바로 엠마가 제안을 했다.
“중원 길드가 각오가 되어있다면, 오로치 길드의 이나즈마와 손을 잡게 해주겠어요.”
이나즈마.
일본이 낳은 천재이며, 최고의 기대주인 플레이어가 언급되는 순간 예화는 고민 없이 대답했다.
-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설 이유는 없죠.
기꺼이 손을 잡겠다.
그 의지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바로 사전 작업에 들어가면 되겠네. 시작은 언론 보도겠군.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가 손을 잡았다, 이슈거리는 제대로 되겠어.”
- 그런데 BJ대마도사가 도발에 응하지 않을 경우는 어떻게 하죠?
그때 나온 의문에 멀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본인 입으로 말한 조건을 충족해서 덤비는데, BJ대마도사의 성격을 생각하면 한 입으로 두 말은 안 하겠지.”
대답을 하던 멀린이 잠시 무언가를 생각한 후에 말했다.
“뭐, 갑자기 BJ대마도사가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스펙업을 하고, 그걸 보여준다면 모를까……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 말에 예화는 더 이상 반문하지 않았다.
- 그럼 전 제 일을 하러 가야겠네요.
이제 저마다의 역할을 위해 움직이기만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