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53화 (253/485)

253화.  < 82화. 럭키 vs 골드 (1). >

1.

보통 위험을 느낄 때 사람들은 당황한다.

하지만 그 위험이 일정 수준을 넘어 생존의 위협을 느낄 만큼 극한에 이르면 오히려 어느 때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지금 정현우가 그랬다.

‘아.’

게임에서 아이템 제작 조건을 듣는 순간 미다스는 바로 로그아웃을 할 정도로 당혹했으나, 캡슐에서 나오는 순간 정현우의 머릿속은 오히려 깨끗했다.

컴퓨터로 따지면 너무 큰 충격을 받은 탓에 리셋이 된 셈.

자연스레 리셋과 함께 고민과 걱정, 우려와 탄식조차 사라져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화장실 세면대에서 세수를 마치는 순간, 정신이 돌아오는 순간 정현우는 어느 때보다 냉정하게 계산할 수 있었다.

‘이번 건수는 무조건 해야 해. 거절하거나, 저울질할 수 있는 건수가 아니야.’

그 계산 끝에 나온 결론은 지금 건수를 적당히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말 그대로였다.

‘지금 라이징 스타 채널은 내가 이에 대한 확실한 투자를 할 것을 염두에 두고 모든 계획을 짜고 있다.’

라이징 스타 채널은 이 정보를 넘겨주는 순간 BJ대마도사가 당연히 럭키와 골드, 실버를 무장하는 데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리란 판단을 내리고, 그에 맞게 모든 계획을 진행 중일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정현우가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혹여 투자를 아낀다면?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이 아니라 유니크 등급 아이템에 만족한다면?

‘사정하면 바꿔주겠지만…….'

물론 여기서 정현우가 자기 사정을 설명할 수는 있었다.

자신은 집에 책임져야 할 입이 두 개나 있고, 앞으로 새로 이사 갈 집도 알아보고, 대출 계획도 세워두고, 노후 준비도 해야 해서 그렇게 큰돈을 쓸 수 없다, 그러니 투자가 힘들다, 라고 말하면 라이징 스타 채널은 계획을 수정해줄 것이다.

‘그 순간 끝이다.’

그러나 그러한 결정을 하는 순간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쌓아온 이미지의 좋은 요소들 중 절반 정도는 날아갈 것이 분명했다.

‘나도 끝, 라이징 스타 채널도 끝.’

더 나아가 BJ대마도사를 믿고 계획을 준비해온 라이징 스타 채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터.

‘하물며 럭키의 첫 템 세팅이야. 그에 맞게 제대로 이벤트 준비했을 거야.’

무엇보다 이 정도 스케일의 일을 준비하는 만큼, 라이징 스타 채널 역시 어느 때보다 큰 이벤트를 준비했을 가능성이 컸다.

당연히 그 빅 이벤트를 접었을 때의 손해도 클 수밖에 없는 노릇.

‘그게 아니더라도 이번에 무조건 투자를 해야 해. 운석 도시를 넘어가는 순간 전용 아이템 제작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어.’

결정적으로 이 기회는 다시 찾아오리란 보장이 없었다.

이번에 맞춘 아이템이 럭키, 골드, 실버가 평생 사용해야 할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

‘지금은 투자할 때다.’

어느 때보다 전력을 다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즉, 지금 정현우가 해야 할 고민은 어떻게 돈을 아낄 수 있을까, 같은 게 아니었다.

‘어떻게든 돈을 더 끌어모으는 한이 있더라고. 최고의 아이템을 제작해야 해.’

어떻게 해야 더 많은 돈을 모아 아이템 제작에 투입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을 고민해야 할 뿐.

일단 한 가지는 확실했다.

‘당분간 이사는 포기구나.’

새로운 집에서 하하호호 갓워즈를 즐기는 꿈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

그 사실에 이른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그 순간 일어선 정현우가 비틀거리며 그대로 다시 소파 위에 주저앉았다.

그제야 정현우는 제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어이가 없네.’

현실은 직시한 것과 별개로 그 현실 자체가 정현우에게는 너무 치명적이었으니까.

그동안 정말 악착같이,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아끼며 열심히 모은 돈을 단숨에 써버려야 하는 상황 아닌가?

하물며 그렇게 투자한 아이템은 되파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런 사실 앞에서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갈 리가 만무.

'이 게임 만든 새끼, 진짜 게임 깨지 말라고 만든 게 분명해. 그게 아니면 이딴 식으로 만들 리가 없잖아?’

그렇게 게임 제작자를 향해 이를 간 후에 정현우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이내 카운터로 다가가 말했다.

“혁주야.”

“예, 형.”

“10만 원만 충전해줘.”

그 말에 이혁주가 잠깐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정현우의 주문을 받았다.

“예, 바로 해드릴게요.”

그러면서 생각했다.

‘현우 형, 뭔가 득템이라도 하신 모양이네. 바로 10만 원 충전하시는 걸 보면.’

정현우에게 좋은 일이 생긴 모양이라고.

정현우 본인이 알았으면 이혁주의 뒤통수를 한 대 후려치고도 남았을 생각.

물론 이혁주의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정현우는 이 순간 각오를 다질 뿐이었다.

그 각오를 다진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든 후에 라이징 스타 채널에 이메일을 보냈다.

[NPC토스랑 만났습니다. 최고의 아이템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그러니 원하시는 대로 이벤트를 진행하세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이메일을 보낸 정현우가 이제 등을 돌렸다.

‘투자한 만큼 어떻게든 뽑는다.’

어떻게든 기필코 해내겠다!

‘혜린아, 조금만 더 기다려줘. 삼촌이 꼭 혜린이 방 달린 집 사줄게.’

배수의 진을 친 정현우가 게임에 접속했다.

2.

운석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NPC토스의 대장간.

“얘들아, 일단 서봐.”

그곳에서 이제는 럭키와 골드, 실버 그리고 잭팟을 한곳에 모은 미다스가 일단 잭팟을 보며 말했다.

“잭팟은 빠져 있고.”

꾸우!

그 말에 잭팟이 곧바로 날갯짓과 함께 날아올라 미다스의 머리에 착지했다.

그렇게 잭팟을 머리 위에 둔 미다스가 남은 셋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얘네들이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은 총 세 개 부위.’

게임에 접속한 이후 미다스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정보를 보다 확실히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NPC토스를 통해 알아본 바에 따르면 럭키와 골드, 실버의 경우 보통 상태에서 착용 가능한 아이템은 투구, 갑옷, 신발, 이렇게 3개 파츠가 전부였다.

‘레벨에 맞는 것만.’

더불어 셋이 착용 가능한 레벨의 아이템으로만 전용 아이템 제작을 할 수 있었다.

400레벨짜리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으로 미리 아이템을 만들어두는 짓 따위는 불가능했다.

‘뭐, 이게 정상이지.’

상식적인 설정이었다.

베이스가 고리 원숭이인 골드라면 모를까 럭키가 도끼와 방패를 들고 망토를 두른 것은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일곱 파츠 전부를 착용한다고 생각한 게 이상한 거지.’

어쨌거나 생각했던 것보다 제작 비용 자체는 훨씬 더 적어졌다.

‘그럼 제작할 아이템은 총 9개, 비용은 9만 골드. 아이템에 더 돈을 쓸 수 있겠어.’

물론 그렇게 줄어든 돈은 남겨두는 게 아니라 아이템 구매 비용에 써야 했다.

그게 고민의 시작점이었다.

‘거금을 쓰는 만큼, 확실한 세팅을 해야 해.’

럭키와 골드, 실버의 장단점을 생각해서 그에 알맞은 최적의 세팅이 필요했으니까.

‘운석 도시는 다른 곳에 비해 등장하는 레전더리 아이템의 개수도 넘쳐나고.’

그런 의미에서 유난히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의 종류가 많이 등장하는 운석 도시는 좋은 무대였다.

‘이것도 의도한 바이겠지.’

물론 반대로 생각하면 이러한 운석 도시를 설계할 때부터 이러한 설정을 염두에 두었다는 의미였다.

이곳에서 신수나 가디언의 스펙업을 마쳐라!

미다스의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일단 실전으로 확인해야지.’

제아무리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도 결국 실전보다 확실한 건 없는 법.

“이제부터 너희들의 한계를 확인할 거야. 과연 어디까지 싸울 수 있는지 그리고 버틸 수 있는지. 한계를 확인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될 거야.”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럭키와 골드, 실버는 동시에 대답했다.

왕!

“주인님의 명령은 죽은 후에도 따르겠습니다!”

“저 역시 선배님을 따르겠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대답들.

꾸-우!

그리고 마치 자신도 빼놓지 말라는 듯이 존재감을 표하는 잭팟의 모습에 미다스가 이제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얘네들 스펙업시키는데 돈이 대수야?’

이 믿음직한 동료들을 위한 투자가 이제는 조금도 아쉽지 않은 순간.

‘내 무기가 업그레이드되는 이틀 동안 최대한 많이 데이터를 모아둔 후 최고의 아이템을 얻어주마.’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더 이상 리미트는 없었다.

‘얼마가 들든 간에,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저 최고만을 향해 달릴 뿐.

3.

운석 도시.

230레벨대의 플레이어들을 위한 이곳에서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는 크게 네 가지였다.

“여기서는 재질에 따라 몬스터를 구분해. 암석, 광석 그리고 보석. 마지막으로 보스 몬스터인 운석.”

그렇게 몸을 구성하는 재질에 따라 종류가 나뉠 뿐 외형적인 형태는 천차만별이었다.

“형태는 제멋대로야.”

사자, 곰, 코끼리 같은 동물형부터 오크나, 오우거 같은 몬스터 타입까지.

“당연히 재질 따라 특성도 다르고.”

또한 재질에 따라 능력이나 스펙이 달랐다.

“암석 쪽은 물리 공격에 대한 내성이 강하고, 반대로 광석 쪽은 마법 공격 내성이 강해. 보석은 특수 능력이 있고. 운석은…… 뭐 보스 몬스터 만날 일 없으니 신경 쓸 거 없고.”

마법 공격을 반사하는 녀석도 있었고, 반대로 물리 공격에 강력한 내성을 지닌 놈도 있었으며, 보석 타입의 경우에는 주변 몬스터에게 버프 효과를 주거나 반대로 강력한 범위 공격을 행사했다.

“골 때리는 건 재질에 상관없이 몬스터들이 무리를 짓는다는 거지. 그것도 세 자릿수로.”

이렇게 다양한 타입의 몬스터들이 백 단위의 무리를 구성한 채 운석 도시의 플레이어들을 상대했다.

“어느 때보다 팀플레이가 중요해. 비효율적인 전투를 했다간 정말 미쳐버릴 테니까."

그만큼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도 마주한 타입에 맞는 맞춤형 공략을 준수해야 했다.

물론 여기까지는 보통의 플레이어들의 이야기였다.

“저기 저쪽은 그냥 무식하게 때려부수는데?”

“저건 BJ대마도사잖아? 저긴 저래도 돼.”

BJ대마도사, 그의 경우에는 맞춤형 공략이란 표현 자체가 사실상 무의미했다.

“럭키! 들어가!”

왕!

“골드!”

“예, 주인님!”

“들어가.”

“예!"

“실버, 너도 들어가!”

“선배님, 같이 가요!”

그저 제 주변에 있는 럭키, 골드, 실버를 전장을 향해 돌진시키면 될 뿐.

보는 이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광경이었다.

당장 골드 하이에나인 실버는 몬스터를 상대로 덩치에서 우위를 보이는 상황.

크-왕!

여기에 럭키 역시 거대화 모드로 실버에 비해 부족함이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네놈들, 주인님께는 한 발자국도 가지 못한다!”

더욱이 이제 무장 해체와 함께 소형화 모드에서도 벗어난 골드 역시 제 덩치를 마음껏 자랑했다.

심지어 골드의 경우에는 고리 원숭이의 강력한 능력인 투척을 마음껏 이용했다.

“주인님의 심판을 받아라, 이 부정한 무리들아!”

근처에 너부러진 바위 따위를 들어 몬스터를 향해 던지는 모습은 다른 의미로 섬뜩했다.

“이야, 골드도 장난 아니네.”

“골드랑 실버는 베이스가 보스 몬스터잖아?”

“저 셋만으로도 나름 버티네.”

물론 그 셋만으로 할 수 있는 건 버티는 것뿐, 전황 자체를 압도하는 것은 솔직히 힘든 일이었다.

어쨌거나 230레벨 이상의 플레이어들을 위한 사냥터 아닌가?

더욱이 운석 도시에서 권장되는 파티 플레이 인원은 30인에서 50인 사이였다.

제아무리 럭키와 골드, 실버가 대단하다고는 해도 그 인원만큼의 위력을 발휘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그게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는 이유였다.

“아직 BJ대마도사가 안 나섰으니까.”

“맞아. 블레이즈 골렘에 정령 전사들도 없고, 본인도 나서지 않고 있어.”

어째서 셋만 전투에 나서는 건지.

물론 그 이유는 간단했다.

‘순수한 전투 스펙은 역시 럭키가 최고다.’

쉬운 전투로는 그들의 한계를 알 수 없다는 것.

‘실버도 나쁘진 않지만, 덩치가 너무 커. 좋든 싫든 랭킹 능력을 확보시켜줘야 해.’

실제로 지금 미다스는 여러 번의 전투를 통해서 현재 저 셋의 특징을 파악한 바였다.

‘골드는 전천후다. 실버가 어그로를 끌고, 그 뒤로 럭키가 휩쓸고 남은 것들을 처리하는 청소부 역할이 제격이야.’

그렇게 계산을 하는 사이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돌늑대를 처치했습니다.]

[아이언 오크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힘겨웠던 전투가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

‘좋아, 세팅은 정해졌다’

동시에 미다스의 계산 역시 끝났다.

왕!

그렇게 전투를 마치자, 럭키가 가장 먼저 미다스에게 다가와 머리를 비볐다.

헥헥!

그러한 럭키의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치열한 전투를 치렀음을 보여주는 증거.

“나쁜개! 주인님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마라! 당당한 모습만을 보여주어라!”

“선배님이 말이 맞습니다!”

골드 역시 제법 지친 기색이 있었으나, 그 기색을 숨기며 꿋꿋한 자세를 보여주었고 그 모습에 실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한 모습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자, 수고했어. 이제 힘든 일은 끝났고, 바로 세팅을 들어갈 거야.”

그 미소와 함께 미다스가 제 얼굴을 자신의 몸에 비비는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럭키, 아주 좋은 것들로 한 벌 뽑아줄게.”

왕!

기쁨에 꼬리를 세차게 흔드는 럭키.

그러한 미다스의 시선이 이제는 골드를 향했다.

칭찬을 받는 럭키가 부러운 듯, 하지만 그것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곁눈질로만 상황을 살피는 골드의 모습에 미다스가 말했다.

“당연히 골드 네게도……."

그때 미다스가 말을 멈췄다.

“주인님, 저는 무엇이든 감사히 받을 겁니다!”

이어서 제 가슴을 두드리는 골드,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그런 골드의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응?’

그저 그의 머리 위에 등장한 물음표만이 보일 뿐.

계산을 다시 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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