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52화 (252/485)

252화.  < 81화. 돈지랄 (3). >

- BJ대마도사가 아즈모에게 엄청난 돈을 받았대!

ㄴ 당연한 거 가지고 괜히 나대지 마셈.

이제는 기정사실화된 BJ대마도사와 아즈모의 거래 소문.

그러한 소문은 곧바로 새로운 소문을 꼬리로 달았다.

- BJ대마도사가 운석 도시에서 제대로 돈지랄을 한다던데?

BJ대마도사가 아즈모로부터 받은 그 거금을 운석 도시에서 스펙업에 투자하리란 소문이.

- 아니, 스펙업할 게 있긴 해?

- 맞아, 이미 템이니 스킬이니 전부 다 얻었잖아?

사실 다른 곳이라면 통하지 않을 소문이었다.

이미 BJ대마도사의 스펙은 갓워즈 역사상 그 어떤 플레이어와 비교해도 그 이상이었으니까.

- 운석 도시라면 모르지.

- 아무렴. 대장간의 도시잖아?

- 괜히 럭키 시티이겠어? 뭔가 있을지 모르지.

그러나 다음 행선지가 운석 도시라는 사실이 평소라면 무시했을 소문에 무게감을 실었다.

그 무렵이었다.

“저기 봐!”

“드디어 왔구나!”

개척자의 땅에서 운석 도시로 향하는 길, 개척자의 길을 걷는 이들이 모이는 곳에 미다스가 등장했다.

당연히 BJ대마도사의 등장에 모여 있던 모든 플레이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실버다!”

“골드 하이에나 실버다!”

“……그냥 골드한테 골드 하이에나 몸을 주면 안 되나? 헷갈리게.”

개중에서도 플레이어들의 이목을 바로 사로잡은 것은 골드 하이에나의 몸을 얻은 실버였다.

“골드 하이에나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렇게 보게 되네.”

골드 하이에나는 개척자의 땅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의 로망이었으니까.

눈이 돌아가지 않으면 이상한 일.

자연스레 골드와 럭키를 향한 관심은 평소보다 덜 할 수밖에 없었다.

“아, 이제 BJ럭키님이 묻히네.”

“BJ골드님은 바로 후배한테 밀리시네.”

“어, 그보다 저기 뒤에 있는 건 누구지? 뉴페이스인가?”

“아니야, BJ대마도사야.”

“에이, 난 또 누군가 했네.”

하물며 미다스의 존재감도 평소보다 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분위기에 미다스는 개의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불을 붙였다.

“실버야.”

“예, 주인님.”

“실버 투어 준비해라.”

실버 투어, 그 단어에 곧바로 주변에 있는 플레이어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실버의 눈빛도 마찬가지였다.

"예?"

미다스의 말뜻을 모르겠다는 듯 실버가 눈을 동그랗게 뜬 상태로 자신의 지척에 있는 골드에게 고개를 내려 나지막이 질문을 던졌다.

“선배님, 선배님! 지금 주인님이 하신 말이 뭔가요?”

그 질문에 골드는 바로 대답했다.

“훌륭한 것이다! 아무튼 훌륭한 것이다.”

“아, 그렇군요.”

물론 그 두 가디언의 대화에 관심을 주는 이는 없었다.

모두의 관심은 오직 하나.

‘나도 실버 투어 타고 싶다.’

‘제발 실버 투어에 당첨되게 해주세요.’

그저 BJ대마도사와 운석 도시로 향하는 길을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을 뿐.

그 관심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자, 그럼 랜덤으로 파티에 들어가겠습니다.”

8.

개척자의 길.

개척자의 땅을 졸업하는 이들이 다음 무대인 운석 도시에 닿기 위해 걸어야 하는 이 길은 이제까지 다른 무대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게임 오버가 쉽게 나올 만큼 난이도가 제법 높았다.

“젠장!”

“이 빌어먹을 모래 먼지들!”

일단 개척자의 길에서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조우하는 골칫거리는 쉼 없이 불어오는 모래 먼지와 모래 폭풍의 존재였다.

“폭풍이 온다!”

거듭 피어오르는 모래 먼지는 시야를 가렸으며, 간간이 불어오는 모래 폭풍은 모든 이들의 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리고 그 폭풍에 휘말려서 길을 잃으면 그 순간 게임 오버나 마찬가지였다.

뿌우우!

물론 가장 골치 아픈 것은 그 모래 먼지 사이로 플레이어들을 향해 덤벼드는 몬스터들이었다.

“돌코끼리 떼가 온다!”

그러한 몬스터들 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건 다름 아니라 돌코끼리 무리였다.

일단 돌코끼리 자체가 매우 난이도가 높은 몬스터였다.

코끼리랑 같은 덩치라는 것부터가 이미 부담스러운데, 몸뚱이는 단단한 돌조각이었고 심지어 그 상아는 강철로 되어 있었다.

심지어 놈들은 네다섯 마리씩 무리를 짓고는 했다.

“젠장, 하필이면 돌코끼리야!”

“일단 탱커들 붙어!”

“아, 돌코끼리 같은 건 막기 힘든데……."

이제 막 운석 도시에 방문하는 플레이어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수준을 넘어 아득한 상대.

“어? 젠장, 폭풍이다!”

“힐러랑 원거리 딜러들 날아가지 않게 조심해!”

“말뚝 잘 좀 박고 딜해!”

하물며 앞서 말한 요소들이 동시에 겹쳐지는 순간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미들 보스 몬스터를 마주할 때, 그 이상이었다.

물론 세상에는 언제나 예외가 있는 법.

“여러분들!”

지금 미다스가 그 예외였다.

“모래 폭풍하고 돌코끼리가 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외침에 곧바로 그와 함께 개척자의 길을 걷게 된 49인의 플레이어들이 대열을 꾸민 채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다들 준비하시고!”

그렇게 무언가를 할 준비를 마친 플레이어들을 향해 미다스가 소리쳤다.

“응원 시작!”

“실버 화이팅!”

“실버님 힘내세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플레이어들이 전력을 다해 실버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인 광경이었다.

크르르!

그러나 실버의 모습은 그 응원을 정상적으로 보이게 했다.

그 정도였다.

크왕!

돌코끼리와 모래 폭풍을 마주하는 실버의 존재감은 그 응원을 상식적으로 만들 압도적이었다.

당장 실버의 덩치부터가 남달랐다.

본래 덩치도 어지간한 코끼리보다 컸던 골드 하이에나의 육체, 그 육체를 가진 상태에서 거대화 스킬마저 발동한 실버의 덩치는 그 거대한 돌코끼리를 서너 마리 합친 것만큼 거대했다.

실버와 돌코끼리의 크기 차이는 덩치 좋은 애와 어른 수준의 차이.

후우우우!

당연히 그런 거대한 몸뚱이를 가진 실버에게 휘몰아치는 모래 폭풍은 그저 간지러운 마파람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그 파괴력 역시 차원이 달랐다.

콰앙!

“맙소사!”

“돌코끼리 넘어진다!”

보통은 막아내기 급급한 돌코끼리를 몸통박치기 한 번으로 넘어뜨릴 정도!

“돌코끼리가 저렇게 애처럼 넘어가는 건 처음본다!”

“크으, 실버 투어 끝내주네!”

“와, 진짜 무슨 사바나 초원 투어 같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광경 앞에서 플레이어이 진심으로 감탄사를 토해낼 정도였다.

물론 실버의 활약만으로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었다.

부우우우!

돌코끼리는 미들 보스급 몬스터로 분류해도 될 만큼 강인한 방어력과 HP를 가진 몬스터! 고작 몸통박치기 한 방에 넘어뜨린 것으로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더욱이 보이는 것과 다르게 돌코끼리는 제법 날랬고, 유연했다.

쿵!

육중한 몸에 어울리지 않게 넘어지는 순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녀석은 넘어지기 전보다 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제 강철로 된 창과 같은 상아로 실버를 겨누었다.

뿌우!

만약 이대로 돌진을 한다면 덩치 큰 실버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을 터.

그게 실버의 약점이기도 했다.

너무 크다는 것.

여러모로 공격하는 입장에서 이보다 맞추기 쉬운 타깃은 없었다.

물론 그에 대한 대처는 이미 이루어진 바였다.

쿵! 쿵! 쿵! 쿵!

블레이즈 골렘 네 마리!

돌코끼리에 비해 부족하지 않는 덩치 그리고 무게감을 지닌 놈들이 일어나는 돌코끼리를 재차 두드렸다.

콰앙!

거대한 돌덩이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는 모래 폭풍 사이를 울려 퍼졌다.

그만큼 타격음은 강렬했다.

뿌우!

허나, 막상 돌코끼리가 입는 타격은 그리 커보이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미들 보스급 몬스터!

블레이즈 골렘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그 평범한 공세에 속절없이 밀릴 몬스터는 아니었다.

뿌오!

돌코끼리들이 블레이즈 골렘들의 공격을 버텨내며, 동시에 역공을 날렸다.

제 코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콰앙!

마치 광산에서 발파작업을 할 때나 들을 법한 굉음이 터졌다.

퍼억!

그 굉음 속에서 블레이즈 골렘의 몸뚱이가 큼지막하게 부서지며 사방에 비산했다.

블레이즈 골렘이 밀리는 모양새.

사실 그 정도면 블레이즈 골렘의 역할은 끝이었다.

"주인님의 영광을 위하여!”

실버가 다시 자세를 갖추고 공세를 펼치는 데에는 그 정도 시간이면 차고 넘쳤으니까.

무엇보다 그러한 작업은 일회용이 아니었다.

뿌우!

작업은 계속 이어졌다.

[돌코끼리를 처치했습니다.]

모래 폭풍이 멈추고 돌코끼리의 몸뚱이가 무너져서 바닥이 드리운 후에야 비로소 그 작업이 멈추었다.

“볼 때마다 놀랍다.”

“여기에 BJ대마도사마저 나서면……."

“운석 도시도 무난하게 씹어먹겠네.”

이윽고 전투가 끝난 후의 광경에, 거대한 돌코끼리의 사체들 속에서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실버의 모습에 투어 참가자들이 재차 감탄을 토해냈다.

그 순간이었다.

“어? 저기!”

“크레이터다!”

모래 폭풍이 멈추고, 모래 먼지가 가라앉으며 밝아진 시야에 그들의 목적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운석 도시다!”

운석이 충돌해 만들어진 거대한 크레이터, 그 안에 옹기종기 자리 잡은 건물들이 모여 만든 도시, 운석 도시의 등장에 모두가 반색했다.

‘오케이.’

물론 가장 반색하는 건 미다스였다.

그의 눈에는 보였으니까.

‘바로 보이네.’

운석 도시, 그 한가운데에서 솟구치는 붉은빛 기둥이.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소리쳤다.

“여러분, 기다리시던 운석 도시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것으로 실버 투어를 마치겠습니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떡밥을 던졌다.

“다음에는 더 끝내주는 게 준비되어 있으니, 라이브 방송에 찾아와 주세요.”

그 달콤한 떡밥에 플레이어들은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했다.

‘바로 알려야지.’

‘나가서 자랑해야지.’

한시라도 빨리 지금 있던 모든 일을 세상천지에 알려야겠다고.

물론 그게 미다스가 바라던 일이었다.

“그럼 다들 볼일들 보세요.”

‘이제 빅이벤트를 준비하러 가볼까?’

빅이벤트를 앞두고 입소문만큼 중요한 게 없었으니까.

그렇게 미다스가 운석 도시로 향했다.

9.

운석 도시의 배경 설정은 간단했다.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곳, 그곳에 남은 운석의 조각들로 무구를 만들기 위해 세상 곳곳의 대장장이들이 모이고 이내 도시가 되었다!

어려울 것 없는 내용.

그러나 이 어려울 것 없는 내용에도 플레이어들은 딱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하나였다.

“저번에 일반 파티가 레전더리 템 하나 먹었다면서?”

“여긴 심심하면 하나씩 터지네.”

운석 도시에서는 그 어느 곳보다 유니크 그리고 레전더리 아이템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히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의 입수 난이도가 무척이나 낮았다.

“운빨만 좋으면 언제든 레전더리를 먹을 수 있으니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퀘스트를 얻을 방법 자체가 간단했다.

“퀘스트를 거듭하면서 시장이나 영주를 만나야 하는 다른 곳과는 다르게 말이야.”

보통의 경우에는 그 지역 내에서 다양한 퀘스트를 통해 업적을 쌓고, 그 후에야 그 도시의 주인을 만나야만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지만, 운석 도시에서는 운만 좋으면 그냥 퀘스트 하나만으로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입수 난이도는 낮은 셈.

“그럼 뭐해, 결국 운빨좆망겜인데.”

물론 확률 자체가 높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게 운석 도시에 럭키 시티라는 별명이 붙은 가장 큰 이유였다.

당연히 운석 도시를 방문한 이들의 모든 관심사는 일확천금,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에 대한 소식뿐이었다.

어지간한 스타 플레이어의 존재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보내지 않을 정도.

“야, 대박 사건! BJ대마도사가 운석 도시에 왔어!”

“진짜?”

“골드 하이에나 잡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왔다고?”

“스펙업도 필요없이 바로 운석 도시에서 사냥할 자신이 있는 모양이네. 이런 페이스면 금방 선두주자들 따라잡겠는걸?”

그러나 BJ대마도사의 이름값 앞에서만큼은 운석 도시의 플레이어들도 관심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들은 들을 수 있었다.

“BJ대마도사가 운석 도시 오자마자 바로 어떤 NPC를 만나고 운석 도시 중심부로 이동 중이래!”

“NPC랑?"

“드워프들 자경대가 데려갔어!”

“드워프 자경대? 보통 NPC수준이 아니잖아?”

이번에도 BJ대마도사가 유례가 없는 방문을 했다는 것을.

그 사실에 플레이어들은 놀라는 한편 짧게 혀를 찼다.

“오자마자 자경대 호위 받고 NPC를 만나러 간다는 건, 사실상 레전더리 아이템 예약한 거나 마찬가지잖아?”

“로또 1등 당첨하고 시작이네.”

“빌어먹을 운빨좆망겜. 되는 놈만 된다니까.”

누가 보더라도 이미 당첨된 복권을 손에 든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에 질투가 생기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

한편으로는 관심도 생겼다.

“대체 뭘까?”

“그냥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이 아닐 수도 있어. 왜 소문도 돌잖아? BJ대마도사가 엄청난 돈을 쓰리란 소문이."

“역대급 돈지랄 나올 듯."

과연 BJ대마도사가 보여주려는 것이 무엇일까?

‘나 때문에 운석 도시가 핫하군.’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는 운석 도시를 가득 채우는 자신을 향한 관심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 더 뜨거워져라.’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쁜 일이었다.

‘그래야 빅이벤트를 하는 보람이 있지.’

이미 모두가 놀랄 만한 빅 이벤트가 잡힌 상태에서 분위기가 더 뜨거워질수록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익이었으니까.

“여깁니다.”

그렇게 부푼 기대 속에서 미다스가 드디어 운석 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대장간 한 곳에 도착했다.

“토스님, 울가프 님의 손님이 오셨습니다.”

“그래, 나간다!”

그리고 이내 미다스의 눈앞에 드워프가 등장했다.

그렇게 등장한 드워프의 온몸에는 털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머리털이나 수염은 물론 눈썹까지.

“토스일세. 드워프이지.”

말미에 드워프란 소개가 아니었다면 미다스는 그가 드워프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정도였다.

“아, 예…… 저는 미다스라고 합니다. 아!”

물론 그의 종족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여기 울가프 님의 편지입니다.”

‘빠르게 가자고, 빠르게.’

중요한 건 눈앞의 NPC토스에게 럭키와 골드, 실버를 무장시킬 방법이 있다는 것!

"흠."

미다스가 건네준 편지 내용을 확인한 NPC토스가 짤막하게 고개를 끄덕인 후에 말했다.

“편지 내용에 따르면, 자네를 자신과 같이 대우해달라고 하더군. 아주 큰일을 한 모양이야. 울가프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면."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말과 함께 편지를 찢은 NPC토스가 고개를 돌려 대장간 안을 향해 소리쳤다.

“어이, 울가프의 물건을 가져와!”

“예!"

말이 끝나기 무섭게 NPC토스와 달리 털이 가득한 드워프 한 명이 자그마한 책자를 가져왔다.

“울가프가 맡긴 물건이네. 자네를 자신과 같이 대우하라 했으니, 자네가 가지면 되겠지.”

참으로 이상한 논리.

그러나 미다스는 그 논리에 딱히 반박을 하지 않았다.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

눈앞의 물건 앞에서는 그런 논리 싸움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으니까.

“예, 감사합니다.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

당연히 미다스가 잽싸게 아이템을 받은 후에 절대 빼앗기지 않고 싶은 듯 자신의 인벤토리에 바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편지 내용에는 자네를 도와주라는 말이 있었군.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은 하나뿐이네.”

그사이 NPC토스가 말과 함께 턱짓으로 제 대장간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네가 가진 무구를 보다 강력한 놈으로 만들어주는 것. 그런 의미에서 자네 지팡이에 욕심이 생기는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퀘스트창이 미다스의 눈앞을 채웠다.

[토스의 욕심]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4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토스가 아르비아의 지팡이를 개조하기를 원한다. 그에게 지팡이를 맡겨보자.

- 퀘스트 보상 : 아르비아의 개조된 지팡이

!퀘스트 완료 시 ‘토스의 부탁’ 진행 가능

‘응?’

그러한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의 머릿속이 잠시 동안 하얗게 변했다.

‘업그레이드?’

이렇게 갑자기 아르비아의 지팡이를 업그레이드할 기회가 올줄은 상상도 못한 바.

물론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개꿀이네!’

공짜로 업그레이드를 해주겠다는데 거절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아이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얼마든지 마음껏 물고뜯고 맛보시죠.”

미다스가 잽싸게 손에 쥔 아르비아의 지팡이를 NPC토스에게 건네줬다.

“멋진 녀석이군. 작업에는 이틀 정도 걸릴 걸세.”

그것을 받아든 NPC토스가 업그레이드 대가를 요구했다.

적은 대가는 아니었다.

이틀, 그 시간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었으니까.

‘이틀 동안 다른 무기 끼고 사냥하라는 건가?’

더욱이 아르비아의 지팡이를 대신할 만한 아이템은 사실상 없었다.

‘아이템 업그레이드해주겠다는데, 까짓것.’

시간은 금이지만, 금보다 비싼 걸 준다는데 기다리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와, 이런 식으로 운빨이 터지네. 설마 여기서 아르비아의 지팡이를 업그레이드하게 될 줄이야.’

도리어 기대 이상의 소득에 미다스의 가슴은 어느 때보다 크게 부풀어 올랐다.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자, 그럼 확인 한 번 들어가자.’

이제 이 부푼 가슴이 터질 만한 것을 확인하는 것.

“저기 그보다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뭔가?”

“토스님께서 그 어떤 무기도 만드는 대단한 재주가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제 신수와 가디언을 위한 아이템을 제작하실 수 있으십니까?”

그 물음에 NPC토스가 슬찍 미다스의 뒤쪽에 있는 럭키와 골드, 실버를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못 해줄 건 없지. 저 새는 좀 힘들겠지만.”

꿀꺽!

그 대답에 미다스가 대답 대신 침을 한 번 삼켰다.

‘진짜다!’

정보를 받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의심이 가슴 속에 있었던 것은 사실.

“대신 저 아이들을 위해 만든 무구는 저 아이들만이 쓸 수 있네. 다른 누구에게도 줄 수 없지.”

전용 아이템을 만들면 팔 수 없다.

‘귀속쯤이야.’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조금도 염려할 필요가 없는 조건이었다.

궁금한 건 오직 하나였다.

“만드는데 무엇이 필요합니까?”

과연 제작 대가는 무엇인가?

“무구를 몸에 맞추는 일이니, 맞추고자 하는 무구를 가져만 오면 될 뿐이지. 뭐가 더 필요하겠나? 굳이 말하면 돈이 좀 필요할 터."

“아, 돈이요.”

이내 밝혀진 대가에 미다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추가 지출이 마음에 들 일은 없는 법.

“돈은 얼마쯤 필요하십니까?”

“이런저런 일을 하려면 무구 하나를 제작하는데 1만 골드 정도는 받아야 수지타산이 맞지.”

“1만 골드요?”

생각보다 큰 금액에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가만, 얘네들 부위별로 맞추면 기본 방어구만 6개이고 무기까지 포함하면 두당 7만 골드? 셋이면…… 미친.’

그렇게 럭키, 골드, 실버를 보는 미다스의 얼굴에 더 이상 웃음기는 없었다.

‘이건 좀 큰데…….'

예상 금액 최소 21만 골드!

그 아득한 액수에 고민하는 미다스의 머리 위로 오늘 실버가 보여준 활약이 떠올랐다.

돌코끼리를 상대로 보여주던 압도적인 모습이!

‘그래도 남는 장사다.’

그제야 비로소 각오를 마친 미다스가 이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NPC토스를 보며 말했다.

“그럼 필요한 무구와 1만 골드만 가져다드리면 되는 겁니까?”

“아무렴.”

그 물음에 NPC토스가 호쾌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덩치가 있으니, 똑같은 아이템이 3개 정도 필요하겠지만.”

그리고 나온 말에 미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로그아웃하셨습니다.]

대신 현실로 도피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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