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47화 (247/485)

247화.  < 80화. 한 번 솔로는 영원한 솔로 (1). >

1.

레이스 게임에 참가한 이들은 모두가 1위가 되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가끔 레이스에 참가한 경쟁자들은 무언의 담합을 하고는 했다.

서로의 페이스를 확인하면서 슬그머니 속도를 낮추는 식으로, 그런 식으로 체력을 모으고는 했다.

골드 하이에나 레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마치 경쟁적으로 전력 질주를 하더라도, 어느 정도 순위가 정해지고 보스룸 입장을 앞둘 무렵이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페이스를 늦추고는 했다.

정말 이기고 싶어서, 마지막에 모든 전력을 발휘하고 싶어서 하는 선택이었고, 그 사실을 보는 시청자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속 200킬로미터로 뒤를 돌아보지 않듯이 질주하던 차량이 갑자기 100킬로미터로 달리기 시작하는 건 썩 재미가 없는 광경인 게 사실.

- 미쳤다! 중원 길드가 휴식 없이 바로 간다!

- BJ대마도사는 포션 세 병 깠어!

지금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의 레이드 레이스에 사람들이 미치도록 열광하는 건 그 때문이었다.

그 두 경쟁자들은 보스 레이드를 코앞에 둔 상태에서 조금도 페이스를 늦추거나 하지 않았다.

- 중원 길드는 멈출 생각이 없는 모양인데? 페이스 더 높이고 있어.

- BJ대마도사가 진짜 끝장을 볼 모양이네. 이제 포션도 달리면서 먹네.

늦추기는커녕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을 정도.

- 이러다 그냥 둘 다 실패하겠는데?

- 아무리 봐도 무리야.

이제는 도리어 보는 이들이 그 둘의 뒤를 돌아보지 않는 폭주를 보고 겁에 질릴 정도였다.

“이거 괜찮을까요?”

“이러다가 사고 터지는 거 아닙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그 폭주하는 차량의 조수석에 탄 것이나 다름없는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의 표정은 핏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질려 있었다.

오직 한 명, 박영준만이 오히려 평소보다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사고 터지라고 이러는 거야.”

“예?"

“BJ대마도사가 노리는 게 바로 그 사고라고.”

박영준이 보기에 지금 펼쳐지는 상황은 BJ대마도사가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시나리오였으니까.

‘결국 도발에 넘어왔다.’

일단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의 도발에 결국 맞불을 놓았다.

사실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제아무리 도발을 하더라도 중원 길드 정도 되는 곳이 그 도발에 쉬이 넘어올 리 없었으니까.

‘아즈모를 이런 식으로 쓸 줄이야.’

그런데 설마 아즈모가 흔들어줄 줄이야?

‘이것도 사전에 합의된 거겠지.’

당연한 말이지만 이 역시 기획 자체는 BJ대마도사의 머리에서 나오고 아즈모와 협상을 통해 이루어진 일이 분명했다.

물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부분은 똑같은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가 BJ대마도사가 레이드 실패하면 어떻게 하죠?”

과연 BJ대마도사가 이렇게 무리를 하면서 그 블랙 골드 하이에나 레이드를 성공할 수 있을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을 박영준은 갖추고 있었다.

“가진 체력을 다 쓰면, 그때부터 중요한 건 회복력이지. 둘 다 상처투성이가 되면 오히려 BJ대마도사가 훨씬 유리해.”

당장 BJ대마도사가 보여주는 스태미너의 비결은 다른 무엇도 아닌 회복력이었다.

그렇다면 똑같은 소모전을 하더라도 그 후에는 BJ대마도사가 훨씬 유리하다는 것.

사실 그래서 도발이 쉽지 않았다.

중원 길드가 바보가 아닌 이상 회복력에서 이길 수 없는데 이런 끝장 승부를 받아들일 리 없을 테니까.

“그래도 12개 파티를 전멸시킨 괴물인데, 회복력이 좋다고 잡을 수 있겠어요?”

허나,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 대목에서 박영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러니까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지.”

“예?"

“레이드 레이스는 신기록 경쟁 싸움이 아니야. 그냥 경쟁자보다 빨리 들어오면 되는 거지.”

말을 하던 박영준이 고개를 돌려 중원 길드를 보며 말했다.

“현재 중원 길드와 BJ대마도사의 시간 차이는 5분 21초, 휴식 시간으로는 충분하지.”

그제야 비로소 직원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와......"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를 진짜 박살을 내고 싶은 모양이네요.”

BJ대마도사가 준비한 것이 얼마나 악독한지.

그도 그럴 것이 결승선을 앞에 두고 휴식을 취하면서 유일한 경쟁자가 오기를 기다린단 의미 아닌가?

그러한 사실을 깨닫고는 혀를 내두르는 그들 앞에서 BJ대마도사가 말했다.

- 14번째 전투 끝, 이제 보스룸 입장까지 한 번만 남았네요. 그럼 바로 달리겠습니다.

그 외침에 긴장하고 있던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짧게나마 한숨을 돌렸다.

“중원 길드한테 쫓길 일은 없겠어.”

“어휴, 사고 없어서 다행이다.”

앞서 박영준의 말처럼 이제 한 번의 전투를 끝으로 BJ대마도사가 휴식을 취할 터.

즉, 위험한 폭주가 다행히도 사고 없이 끝나는 셈이었다.

“마지막 전투 시작이네.”

“특이사항 없지?”

“없어.”

“좋아, 그럼 다들 집중하자! 일단 이거만 찍으면 한숨 돌릴 수 있을 테니까.”

마지막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여유를 가졌다.

그러나 그 여유는 오래 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네 마리나 되는 블레이즈 골렘을 앞세운 BJ대마도사의 전투는 순식간에 끝났고, 그 전투가 끝나는 순간 BJ대마도사는 말했으니까.

- 마지막 잡고, 바로 보스룸 입장하겠습니다.

"응?"

폭주를 멈출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2.

[갈기 하이에나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마지막 갈기 하이에나를 잡는 순간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당신의 눈앞에 강력한 존재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레이스의 승자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알림이.

그 알림에 채팅창이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 와! 결국 BJ대마도사가 이겼다!

- 지금 중원 길드는 13번째 무리 잡으러 가는 중!

- 최소 5분 이상 차이 나네!

- 승부도 안 되네.

BJ대마도사가 만들어낸 압도적인 승리에 대한 환호성이었다.

‘결국 이렇게 됐네.’

그러나 그 환호성에 미다스는 환호성으로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는 건, 달리 말하면 중원 길드가 압도적으로 패배했다는 의미였으니까.

‘중원 길드가 쪽팔리겠어.’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기분 좋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여기서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를 봐주겠다고 페이스를 늦추면 그게 오히려 그들을 모욕하는 일.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바라고 있었다.

[BJ대마도사믿는흑우 님이 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최고다 님이 2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팬 님이 100원을 후원했습니다.]

시청자들이 자신의 승리를 바라며 온 힘을 다해 응원하는데 그 앞에서 쉬엄쉬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 발언을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럼 앞서 한 말대로 바로 입장하겠습니다.”

보스룸 앞에서 휴식 없이 바로 입장하겠다는 발언.

- 와, 진짜 바로 들어감?

- 어차피 이겼는데 좀 쉬었다 가는 게 나을 거 같은데?

그 발언에 시청자들이 재차 놀람을 표했다.

‘쉬고 싶지.’

사실 미다스 본인 역시 여기서 한 번쯤은 길게, 최소 5분 이상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랬다간 중원 길드가 진짜 날 죽이려고 들 거야.’

하지만 그랬다간 중원 길드가 느끼는 모욕감이 선을 넘게 될 게 분명했다.

레이스에서 나보다 상대방이 빨리 가는 건 분한 일이지만, 그 상대방이 결승선 앞에서 여유를 부리며 자신이 오기를 기다리는 건 분한 수준을 넘어 살의가 생길 법한 일이었으니까.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마지막까지 전력으로 달려주는 게 예의.

‘그래도 여기서 한 번 쉼표 비슷한 건 찍어줘야지.’

물론 그렇다고 너무 필사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건 BJ대마도사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얘들아, 혹시 쉬고 싶은 사람 손.”

미다스가 슬쩍 장난기 섞인 표정을 지으며 동료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손을 드는 이는 없었다.

왕!

럭키는 여전히 힘이 넘치는 울음을 토해냈고, 골드와 실버는 손을 드는 대신 주먹으로 제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죽을 때까지 쉴 생각은 없습니다!”

“선배님의 말이 맞습니다!”

남은 하나, 잭팟은 보스룸을 향해 어느 때보다 살벌한 눈빛만을 보낼 따름이었다.

- 어? BJ대마도사는 손들었네?

오직 한 명, 미다스만이 손을 들었을 뿐.

그러한 좌중의 반응에 미다스가 든 손을 슬금슬금 내렸다.

“역시 아무도 안 드네요.”

- 방금 손들었던 거 내가 봤음!

- 나도 봤음!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채팅을 쳤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말했다.

“어깨 좀 푼 겁니다, 어깨 좀. 자! 그럼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 말 돌리는 거 봐.

자연스레 유쾌해진 분위기, 그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곧바로 보스룸을 향해 바라봤다.

‘여기까지 왔는데 골치 아프게 생각할 건 없어.’

사실 이 순간 더 이상 머릿속에 복잡한 경우의 수를 두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보스룸에 들어가는 순간, 이제 미다스가 살아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뿐이었고, 그것 외에는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머릿속에 오로지 하나만 생각했다.

‘준비한 대로 움직이는 거다.’

그 생각과 함께 미다스가 걸음을 내디뎠고, 그러한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골드 하이에나의 땅에 입장했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앞에 협곡이 끝나고 대신 1천 평이 넘는 드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드넓은 공간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금빛 광채가 미다스의 눈앞을 가득 채웠다.

[골드 하이에나(Lv229)]

!HP가 9퍼센트 감소할 때마다 신기루 스킬 사용

!HP가 70퍼센트 이하일 경우 ‘금강’ 스킬 발동

!HP가 10퍼센트 이하일 경우 ‘모래화’ 스킬 발동

!HP가 0퍼센트일 경우 ‘강신’ 스킬 발동

개척자의 땅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몬스터, 골드 하이에나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렇게 등장한 골드 하이에나의 덩치는 상당했다.

다리부터 머리까지 높이는 2미터, 몸길이는 약 8미터, 분명 규격 외의 크기였다.

그러나 그전에 플레이어들이 개척자의 땅에서 만날 수 있는 미들 보스 몬스터인 샌드 하이에나보다 훨씬 작았다.

사실 그래서 더 골치 아팠다.

크기가 작을수록 그리고 강력할수록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것은 골드의 소형화 스킬을 통해서 이미 검증된바.

- 드디어 전투 시작이네.

-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도 골드 하이에나 상대로는 쉽지 않겠지.

또한 골드 하이에나가 가진 스킬 하나하나가 까다로웠다.

- 일단 포지션 잡아도 신기루 발동하면 끝이니까.

일단 HP가 9퍼센트 감소할 때마다 발동하는 신기루 스킬은 매우 골치 아팠다.

문자 그대로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스킬로, 제아무리 포지션을 잡아도 그것을 단숨에 무색하게 만들었다.

- 금강 모드도 빡치고.

- 데미지 진짜 안 박히지.

이후 2페이즈 모드인 금강 모드 역시 골치 아팠다.

금강이란 표현 그대로 금빛 육체가 단단하게 강화되면서 방어력이 대폭 상승했으니까.

물론 가장 까다로운 건 3페이즈 모드였다.

- 그래도 모래화에 비하면 양반이지.

모래화 모드.

이 모래화 모드가 되는 순간 골드 하이에나의 육체는 문자 그대로 모래와 같아졌다.

그 어떤 물리적 행사로 막을 수 없는 존재!

허나, 이곳에 모인 이들 모두는 알고 있었다.

- 문제는 그다음이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면, 지금 이 순간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무려 2,712만 명이나 되는 시청자들이 찾아오는 일은 없었을 거라고.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다음이 중요하다.’

골드 하이에나를 잡은 다음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최대한 전력을 아껴야 해.’

그만큼 골드 하이에나를 상대로 최대한 전력을 아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 레이드 시작하겠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손가락을 까닥이는 순간 타오르던 네 마리의 블레이즈 골렘이 그대로 사라졌다.

‘어차피 블레이즈 골렘 기동력으로는 그냥 덩치 좋은 샌드백일 따름이다.’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효율적인 전투를 위해 가장 비효율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순간.

크아아아!

그 순간 골드 하이에나가 거센 울음을 토해내며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포효를 내질렀다.

“실버!”

“예, 주인님!”

그 포효에 가장 먼저 달려든 건 다름 아니라 실버였다.

철벽 세트!

이미 앞선 전투로 검증된 그 단단함을 앞세운 실버가 망설임 없이 골드 하이에나에게 달려들었다.

크르르!

동시에 럭키와 골드 그리고 럭키의 그림자 분신이 움직였다.

"나쁜개, 왼쪽은 내 몫이다!”

노리는 것은 골드 하이에나의 좌우 그리고 후방!

단숨에 골드 하이에나의 사방을 포위한 넷이 바로 치열하기 그지없는 전투를 치렀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골렘 소환!”

그 캐스팅에 이제는 투박하기 그지없는 돌 골렘 한 마리가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 골렘? 여기서?

시청자들이 그 사실에 의문을 가지는 사이, 미다스가 곧바로 골렘의 몸 위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발사대였다.

치열한 전투 속에서 보다 쉽게 표적을 방해물 없이 노릴 수 있는 발사대!

꾸우!

그 발사대 위에 올라선 미다스의 머리 위로 잭팟이 날아오더니 허공에서 멈춘 채 크게 날갯짓을 했다.

그러한 날갯짓을 따라 은빛 가루들이 내리며 미다스의 머리를 그리고 골렘의 머리를 적셨다.

[레아의 축복이 내려집니다.]

레아의 축복!

축복이 내려진 땅 위에서 체력과 마력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그 스킬 효과 속에서 미다스가 곧바로 캐스팅을 외쳤다.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앤 아이스 스피어.”

트리플 캐스팅.

“사역마 트라이던트, 사역마 인페르노.”

그리고 이어서 두 사역마를 이용한 캐스팅까지.

단숨에 다섯 발의 마법을 장전한 미다스가 가장 먼저 손에 쥔 파이어볼을 그대로 던졌다.

퍼엉!

그렇게 던진 미다스의 파이어볼이 치열한 전투 속에서 격하게 움직이는 골드 하이에나의 머리, 황금빛 과녁에 제대로 꽂혔다. 놀라운 명중률!

그 후의 명중률 역시 엄청났다.

- 족족 맞추네!

그때였다.

거듭된 공격 속에서 골드 하이에나의 갑자기 신기루처럼 출렁거리더니 이내 금빛 모래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일단 경악했다.

- 아니, 벌써 첫 번째 신기루 발동?

- BJ대마도사 파이어볼이 평범한 마법사 인페르노보다 쎈 것 같네.

고작 파이어볼이나 파이어 스피어와 같은 기본 마법만으로 순식간에 골드 하이에나의 HP를 깎은 것에 대한 경악이었다.

왕!

“주인님!”

한편 이제까지 상대하던 사냥감을 잃은 럭키와 골드가 경고성을 내지르며 사방을 훑는 사이, 미다스의 눈 역시 사방을 훑었다. ‘저기다.’

그런 미다스의 눈에는 이내 골드 하이에나가 등장할 위치가 그대로 표시되었다.

자연스레 미다스가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

“사역마 트라이던트.”

이윽고 황금 하이에나가 모습을 갖추는 순간 사역마를 통해 캐스팅해둔 트라이던트를 손에 쥔 미다스가 그것을 던졌다.

콰직!

그렇게 날아간 트라이던트가 등장한 골드 하이에나의 머리통에 정확히 꽂혔다.

- 맙소사, 반응 속도 봐!

- 미친, 이게 가능해?

보는 입장에서는 신기에 가까운 반응 속도!

동시에 매우 유효한 공격이었다.

[골드 하이에나가 얼어붙습니다.]

트라이던트 빙결 효과로 인해 번 시간은 럭키와 골드, 잭팟에게 다시 한 번 더 놈을 포위할 기회를 주었으니까. 전장이 다시 한 번 미다스에게 유리하게 잡혔다.

물론 그 상황 속에서 미다스는 굳이 복잡하게 움직이거나 할 필요는 없었다.

- 골렘 위에 올라간 이유가 저거였구나.

그저 몸을 돌려서 다시 자리를 잡으면 될 뿐.

때문에 그 순간 더 이상 BJ대마도사의 골드 하이에나 레이드를 걱정하는 이는 없었다.

[아즈모 님이 10,11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공략 끝냈네. 볼 것도 없겠어.]

기대감조차 사라질 만큼 완벽한 공략법이었으니까.

때문에 그들의 관심은 오직 하나였다.

- 중원 길드가 어떻게 하려나?

과연 이러한 BJ대마도사의 상황을 앞두고 중원 길드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물론 이 순간 중원 길드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 빡쳐서 난입하려나?

에이, 그래도 매너가 있지. 난입은 힘들지.

ㄴ 그냥 대기 타다가 BJ대마도사가 포기하면 그때 도전할 듯.

ㄴ 혹은 BJ대마도사가 요청하면 같이 잡거나.

ㄴ 같이 잡을 가능성이 있겠네.

난입, 대기 그리고 합류.

그중에서도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합류였다.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페이즈를 보고 아니다 싶으면 같이 잡아야지.’

당장 미다스 역시도 중원 길드와의 협동 플레이를 염두에 놓은 상황.

그리고 그게 그림도 좋았다.

어쨌거나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와 협동 플레이로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잡는다면 나름 기념비적인 일이 될 터.

지금까지 뭉개진 이미지를 만회할 기회이기도 했다.

‘그거라도 해드려야지.’

미다스 입장에서는 고객님께 해드릴 수 있는 최소한의 서비스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때를 기다렸다.

‘블랙 골드 하이에나로 변하는 순간, 몇 번 싸워본 후에 도움 요청하자.’

중원 길드에게 같이 합시다! 그렇게 외칠 때가 오기를.

그 무렵이었다.

중원 길드가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냈다.

- 어? 중원 길드가 사냥 멈췄다! 예화가 중대 발표한다는데?

중대 발표?

ㄴ 맙소사, 중원 길드가 패배 선언했어!

3.

갓워즈에서 실력 있고, 명성 있는 플레이어들 중에 호승심이 없는 이는 없었다.

예화,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소에는 리더답게 최대한 냉정하게 판단하고자 하지만, 그녀의 가슴속에도 사나운 맹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당연히 BJ대마도사의 거듭된 도발 앞에서 그녀가 품은 맹수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살벌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제 차가운 이성 따위는 한점 보이지 않을 정도.

그런 그녀가 14번째 갈기 하이에나 무리를 처치한 후에 말했다.

“중원 길드는 이 시간부로 BJ대마도사와의 대결에서 패배를 선언합니다.”

패배를 인정한다,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이성적 결정을 내렸다.

그런 그녀의 머릿속을 차갑게 만든 건 다름 아니라 어비스 길드의 매니저, 엠마였다.

그녀가 예화에게 요구했다.

- 엠마 : 예하, 그냥 포기하세요.

포기하라고.

물론 그 말만으로는 예화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

영향을 주기는커녕 예화는 필요하다면 난입을 해서 BJ대마도사를 상대로 동귀어진을 할 정도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 엠마 : 만약 당신이 난입한다면, 그 시간부로 중원 길드는 BJ대마도사의 라이벌은커녕 제대로 된 활동조차 쉽지 않아요. 그게 BJ대마도사가 바라는 베스트 시나리오죠. 중원 길드를 완벽하게 박살을 낼 수 있으니까.

허나, 이어진 설명에 상황을 바꾸었다.

난입이야말로 BJ대마도사가 원하는 시나리오다.

- 엠마 : 혹여 그게 아니더라도 당신이 여기서 전투 의지를 불태우면 BJ대마도사는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등장하는 순간 당신에게 협동 플레이를 요구할 수 있어요. 그 상황에서 그 제안을 거절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다음으로 바라는 건 다름 아닌 협동 플레이다!

그 시나리오를 듣는 순간 예화의 온몸에는 소름이 돋았다.

‘제안하면 거절할 수 없어.’

엠마의 말처럼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등장했을 때 BJ대마도사의 협력 제안을 거절하기에는 명분이 없었으니까.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데, 그건 BJ대마도사를 돕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만약 전투 중에 BJ대마도사가 수작을 부리면, 우리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더욱이 블랙 골드 하이에나는 이미 12개 파티를 전멸시킨 전적을 모두에게 보여준 상황.

페이즈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만큼 어떤 식의 불상사가 일어나도 이상할 건 없었다.

그리고 만약 협력 플레이를 한다면 그 불상사 속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건 중원 길드일 터.

즉, BJ대마도사는 전투 도중 적당한 수작질을 통해 중원 길드의 멤버를 게임 오버 시킬 수도 있었다.

‘그는 그러고도 남아.’

BJ대마도사에게는 그럴 이유는 물론 능력이 충분했으니까.

그야말로 눈 뜬 채 코가 베이는 셈.

그렇기에 예화는 패배를 선언했다.

“이 시간부로 중원 길드는 BJ대마도사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끝날 때까지 그 어떤 방해도 하지 않겠습니다.”

패배를 선언하면서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다시 말합니다. BJ대마도사가 게임 오버가 되기 전까지 그 어떤 방해나, 난입을 하지 않겠습니다.”

BJ대마도사가 게임 오버를 당하지 않는 이상, 중원 길드가 난입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의 협력 제안을 사전에 차단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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