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화. < 79화. 레이드 레이스 (3). >
8.
레이드 레이스.
한 마리의 보스 몬스터를 두고 여러 파티들이 경쟁하는 방식.
“레이드 레이스에서 중요한 게 뭔지는 아시죠?”
이러한 레이드 레이스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했다.
하나는 경쟁자보다 빨리 보스 몬스터 앞까지 가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보스 몬스터 앞에 섰을 때 최대한 전력을 온전하게 남겨두는 것.
“그렇죠, 페이스 조절이죠.”
이것을 위해 필요한 게 바로 페이스 조절이었다.
그 페이스 조절을 위해 플레이어들은 경쟁자들의 속도를 가늠하는 한편, 시간이 될 때마다 체력 또는 마력 회복에 집중한 아이템 세팅으로 스위칭을 하면서 포션 소모량을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
“휴식 때마다 회복셋으로 아이템 스위칭하고, 포션 한 방울까지 아껴 마시고, 다음 전투 앞두고 피로도 체크하고…… 진짜 힘든 일이죠."
그 작업은 보기보다 무척 힘들었다.
다른 무엇보다 경쟁이란 게 문제였다.
다른 한쪽이 페이스를 올린다면, 어쨌거나 그것을 보는 입장에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는 일.
그렇다고 마라톤처럼 페이스 메이커를 붙여둘 수도 없는 일이었다.
여기에 하나 더, 언제 갈기 하이에나 무리와 전투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이 주는 부담감은 매우 컸다.
“골드 밸리는 일반 필드랑 다르게 갈기 하이에나 등장 위치나, 시점도 더 골치 아프고요.”
특히 골드 밸리에서는 갈기 하이에나 무리가 뒤에서 등장하거나, 협곡 위에서 등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갑자기 포위를 당하는 경우도 있는 셈.
“포위당한 채로 한 번 전투 치러보면 체력 싹 빠지죠. 어휴, 상상만으로도 무섭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포위를 당하고 나면 페이스가 망가지는 일은 허다했다.
“골드 밸리가 이렇게 힘든 곳입니다.”
지금 미다스가 하는 설명 중에 틀린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에 동감하는 이 역시 하나도 없었다.
[라포 님이 10,10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닌데, BJ대마도사가 하니까 개소리처럼 들리네.]
그도 그럴 것이 던전 입장 이후 미다스가 보여준 행보는 그가 한 말과 배치되는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
BJ대마도사의 행보에 페이스 조절 따위는 없었다.
지금도 그랬다.
왕!
“아, 럭키야 갈기 하이에나 발견했다고?”
전투를 치른 이후 휴식을 취하기는커녕 오히려 미다스는 이동했다.
그것도 주변을 경계하면서 착실하게 이동하는 것도 아니었다.
전력 질주!
“여러분 저기 하이에나부터 처리하겠습니다. 블리자드!”
그리고는 몬스터가 등장하는 순간 미리 캐스팅해둔 광역 마법을 바로 발동했다.
이후 곧바로 전투가 시작됐다.
“얘들아, 그냥 들이박아!”
왕!
“예, 주인님!”
그 전투 역시 규칙적인 것은 없었다.
광역 마법이 끝나는 순간 남은 무리들을 각자 알아서 처치하는 식이었다.
페이스 조절이라는 단어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전투.
사실 보통은 망가져야 마땅한 방식이었다.
비효율적인 전투로 전투 시간은 길어지고 자연스레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고, 다시 전투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방식.
- 미친, 벌써 절반 이상 잡았어!
- 아니, 저렇게 무식하게 싸우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전투를 끝낼 수 있지?
그러나 BJ대마도사의 전투에서 그런 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 럭키나 골드, 실버는 그렇다 쳐도 BJ대마도사 장난 아니네. 진짜 쌍권총 든 것처럼 쓸어버리잖아?
특히 BJ대마도사, 그의 전투 방식이 유난히 빛났다.
마치 근접 딜러처럼 갈기 하이에나와의 지척의 거리에서 갈기 하이에나들의 모든 공격을 피해내는 한편 빠르게 양손에 쥔 마법으로 갈기 하이에나들의 황금빛 과녁을 맞히는 건 신기에 가까웠다.
- 대체 어떻게 게임을 해야 저렇게 되지?
- 저런 식으로 싸우다가는 게임 오버 50번쯤은 당할 거 같은데?
그만큼 전투 속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 아, 이거 뭐 전투만 하느라 소통이 안 되네.
- 좀 쉬엄쉬엄합시다! 응? 포션도 마시고? 응? 수다도 떨고? 응?
- 이거 뭐 협곡 들어오고 한 번을 안 쉬네. 인간적으로 화장실 갈 시간은 좀 가집시다!
시청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
동시에 이러한 BJ대마도사의 행보의 이유를 추측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0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이런식으로 나오면 상대방도 페이스 조절을 하기 쉽지 않지. 설계가 좋아.]
[구스타프 님이 10,10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초반에 도발 이후 폭주, 단순하지만 충분히 효과가 있지. 중원 길드가 어떻게 과연 페이스 조절을 고수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BJ대마도사가 이런 무리한 행보를 보이는 것이 그저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중원 길드의 페이스를 무너뜨리기 위한 공격임을. 그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
[멀린 님이 10,10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이렇게 무한정 페이스 조절 없이 가는 건 불가능하지. 절대 마력이 버티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이렇게 무리한 전투를 유지할 방법도 없었다.
여러모로 노림수를 깔아둔 행동이라는 의미.
- 역시 BJ대마도사다.
- 치킨 레이스 시도하는 건가?
- 중원 길드를 진짜 박살내고 싶은 모양이네.
시청자들 역시 그러한 BJ대마도사의 계획에 감탄 그리고 환호성을 내뱉었다.
“전투 끝. 뭐라고 하셨나요? 전투 중에는 채팅창 보는 게 힘들어서 말이죠.”
물론 미다스에게 그런 의도 따위는 없었다.
지금 미다스가 페이스 조절을 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이렇게 하는데도 마력이 부족하지 않네.’
일단은 마력이 부족하지 않으니, 굳이 페이스 조절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좋아, 이 기세로 내가 먼저 보스전에 들어가자.’
또 다른 이유는 미다스, 자신이 중원 길드보다 먼저 보스 몬스터에 도달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압도적인 승리 같은 걸 위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워야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번 일의 근원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 아닌가?
그런데 만약 이번 일로 인해서 중원 길드가 피해를 보고, 전멸 혹은 그에 준하는 타격을 입는다면?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기분 좋을 것 하나 없는 일.
‘고객님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용납할 수 없어. 아무렴.’
무엇보다 그 중원 길드는 미다스에게 있어 든든한 고객 중 한 분이었다.
때문에 그 고객을 위한 또 다른 계획도 준비해두었다.
‘내가 먼저 가서 열심히 잡다가 아니다 싶으면 도움을 요청한 후에 같이 마무리하는 거지.’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손을 내밀고, 협동 플레이로 잡을 생각도 있었다.
그야말로 윈윈이 되는 셈.
‘중원 길드라면 분명 그 서비스에 대해서 섭섭지 않은 대우를 해주겠지.’
더불어 그렇게 이야기가 끝난다면 중원 길드가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해줄 게 분명했다.
‘후후후.’
그 보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미다스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번질 따름.
‘시청자분들도 좋아하고.’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이 라이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일이었다.
시청자 없이는 광고주도 없는 법.
중원 길드가 중요한 고객이지만, 만약 그 중원 길드와 시청자들 중 하나를 고르라면 미다스는 고민 없이 시청자를 고를 수 있었다.
그런 미다스이기에 망설이지 않았다.
‘자, 그럼 좀 더 화끈하게 가보자고.’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여유 있게 뜀박질하는 게 아니라, 그 선수가 전력으로 뛰었을 때 나오는 기록인 법.
“그럼 여기서 잠깐 휴식 시간 가져볼까요?”
미다스가 그 말과 함께 처음으로 질주를 멈추었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반색했다.
- 결국 여기서 쉬네.
- 하긴, 이 이상 어떻게 달려?
- 잠깐 화장실 좀!
그 틈을 노려 시청자들 역시 숨을 돌리기 시작했다.
허나, 그 여유는 오래 가지 않았다.
인벤토리에서 포션 한 병을 꺼낸 미다스가 이내 단숨에 그것을 먹어치운 후에 말했다.
“자, 휴식 끝. 다시 달립시다.”
- 벌써?
고작 포션 한 병을 마시고 휴식을 끝내는 미다스의 모습에 가라앉았던 채팅창 분위기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미다스에게는 그조차도 필요 없었다.
‘진짜 이렇게 마력이 넘치는 건 처음이네.’
포션을 마시는 건 어디까지나 연출이었을 뿐, 지금 그의 마력은 단 한 번도 70퍼센트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으니까.
“그럼 이번에는 더 뜨겁게 달아 올라보겠습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자신 있게 나섰다.
“블레이즈 골렘.”
미다스, 그가 자신의 전력에 블레이즈 골렘을 추가했다.
“네 마리랑 함께 달려보겠습니다.”
미다스가 레이스의 속도를 올렸다.
9.
골드 밸리에 입장한 지 10분.
“탱커들 라인 잡아!”
“딜러들 탱커들하고 떨어지지 마!”
중원 길드는 누가 보더라도 감탄이 나올 만큼 조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협곡을 전진하고 있었다.
- 와, 중원 길드 장난 아니네.
ㄴ 진짜 역대급 파티 같음.
ㄴ 지금 10대 길드랑 비교해도 레벨 빼면 꿇릴 건 없는 듯?
ㄴ 맞아, 아이템도 레전더리가 가득하잖아?
무려 2천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감탄을 아끼지 않을 정도.
실제로 후원금도 어느 때보다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 시청자 숫자 봐. 중원 길드 최고 기록 가뿐히 경신했네!
- 이 정도면 이벤트 매치 잡은 보람이 있네.
- 져도 남는 장사했네.
여러모로 기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중원 길드원 중 그 누구도 이 상황을 즐기지 못했다.
즐길 수 있을 리 없었다.
‘BJ대마도사에게 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실시간으로 BJ대마도사의 레이스 상황을 보고 받고 있었으니까.
물론 모두가 알고 있었다.
‘BJ대마도사가 무리하는 거야.’
‘지금 심리전을 거는 거야. 우리들도 무리하게 만들어서, 나가떨어지게 하려고.’
BJ대마도사가 일부러 도발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들 이대로 가자고.”
“페이스 좋아! 무리하지 말고 착실하게 가자!”
“아직 보스 전까지는 멀었어!”
그 사실을 알기에 거듭 서로가 서로에게 그 사실을 말해주었다.
BJ대마도사의 페이스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달리 말하면 거듭 서로에게 말할 만큼 자각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페이스 조절해야 해.’
‘절대 서두르면 안 돼. 절대.’
지금 자신들의 마음속에 있는 호승심이 BJ대마도사의 도발에 맞불을 놓으라고 거듭 요구하고 있으며, 자칫 잘못했다가는 그 요구에 페이스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여기 모인 이들은 모두가 위에 오르기 위해 모인 투견과도 같은 이들 아닌가?
이러한 도발에 냉정하게 그리고 계산적으로 움직였다면 결코 지금 이곳에 오지도 못했을 터.
더욱이 그들이 당한 도발은 그저 단순한 도발이 아니었다.
‘젠장, 그래도 이대로 가면 꼴이 너무 우스워지는데?’
‘PK라니, 빌어먹을 새끼.’
이미 골드 밸리 입장에 앞서서 상식을 넘는 도발을 당한 상태.
솔직히 이제 자존심이란 놈이 흔적도 없을 만큼 짓밟혀진 상태나 다름없었다.
‘확 붙어버려?’
‘진짜 잃을 것도 없는데 여기서 그냥 해보는 게 낫지 않아?’
그렇기에 더더욱 호승심이 불타오를 수밖에 없는 일.
그러한 그들에게 속보가 들렸다.
- BJ대마도사가 휴식 선언했다!
- BJ대마도사가 멈췄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폭주를 하던 BJ대마도사가 멈추었다는 소식!
‘역시!’
‘한계에 도달한 모양이군.’
그 사실에 중원 길드원들이 반색했다.
“다들 페이스 조절해!”
“서두를 거 없어!”
그 반색과 함께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감정을, 놈이 쉬는 동안 따라잡아볼까, 하는 감정을 짓밟았다.
“어차피 제풀에 지칠 거야!”
“결국 보스 몬스터를 못 잡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어!”
거듭해서.
그렇게 스스로를 추스르기 시작하는 중원 길드, 그런 그들에게 재차 속보가 나왔다.
- 어? 달린다?
- 포션 하나 마시고 바로 사냥 들어가는데?
- 블레이즈 골렘 뽑았다! 네 마리!
- 뭐? 몇 마리?
- 네 마리!
말도 안 되는 내용의 속보에 중원 길드원들의 얼굴 위로 당혹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블레이즈 골렘? 네 마리?’
‘그걸 유지할 마력이 된다고?’
그때였다.
“다들 처음 계획을 잊지 마세요!”
이 상황을 잠자코 보고 있던 예화가 모두에게 큰 소리로 통보했다.
“우리는 우리 페이스대로 갑니다!”
그제야 비로소 중원 길드원들의 저마다 변해가던 표정이 똑같은 표정으로 바뀔 수 있었다.
‘계획대로 가는 거다.’
중원 길드원들이 거세게 흔들리던 마음을 다시금 한 번 제대로 움켜쥐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아즈모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그들이 쥔 손을 향해 바람이 불었다.
[아즈모 : BJ대마도사가 저렇게 나오는데, 가만히 있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응? 설마 쫄았어?]
아주 강력한 바람이.
10.
골드 밸리는 무척이나 컸다.
3백 마리나 되는 갈기 하이에나와 30인의 파티가 전투를 치르면서 좁다, 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을 만큼!
쿵!
그러나 네 마리나 되는 블레이즈 골렘이 등장 앞에서는 그 골드 밸리도 비좁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보는 입장에서는 숨이 답답할 정도.
케헹!
물론 그 블레이즈 골렘이란 벽을,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벽을 상대하는 갈기 하이에나들 입장에서는 숨이 답답한 수준이 아니었다.
당장 갈기 하이에나들에게 블레이즈 골렘의 등장은 막다른 길과 마찬가지였다.
닿았다가는 그대로 거대한 불길에 휩싸이고, 거대한 주먹이 날아오는 길.
이제까지 그런 것 없이도 폭주하던 미다스를 비롯해 럭키와 골드, 실버, 잭팟을 제한된 영역에서 상대해야 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으니까.
- 이제는 그냥 불도저처럼 밀고 가는 느낌이네.
당연히 사냥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와, 역시 네 마리 뽑으니까 마력 소모량이 장난 아니네. 여유가 하나도 없어졌어.’
동시에 미다스의 마력 소모 속도도 그만큼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하긴, 이렇게 뽑고 마력이 여유 있기를 바라면 그게 미친놈이지.’
물론 이건 예상한 바였다.
‘자, 그럼 퍼포먼스는 이 정도면 되겠고.’
그렇기에 미다스는 여기서 퍼포먼스를 멈출 생각이었다.
이 정도면 시청자들을 열광케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테니까.
‘이제 슬슬 블레이즈 골렘 두 마리는 취…….'
그 무렵이었다.
미다스가 페이스를 조절할 무렵.
- 어? 중원 길드 달리기 시작했다!
- 중원 길드가 페이스 올렸다!
- 중원 길드 폭주다!
갑자기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응? 폭주? 왜?’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곧바로 후원 채팅 하나가 들렸다.
[아즈모 님이 10,1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BJ대마도사를 위해서 내가 불 좀 지르고 왔지.]
아즈모의 말에 미다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쪽 중원 길드 채팅창에서 뭐 하셨나요?”
자연스레 질문이 나왔고, 그 질문에 아즈모가 바로 대답했다.
[아즈모 님이 10,11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먼저 보스룸에 도착하는 쪽에 내가 회식비 쏘기로 했어. 비용은 뭐 알아서 상상하라고. 분명한 건 내가 중원 길드보다 돈이 많다는 거지. 아주.]
회식비!
그 단어가 언급되는 순간 그제야 비로소 시청자들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 아즈모가 상금을 걸었네!
- 역시 아즈모! 불 지를 줄 아신다니까!
이 뜨거운 경쟁에 뜨거운 불을 던져준 아즈모에 대한 찬양으로 채팅창이 가득 찼다.
반면 미다스는 그런 아즈모의 발언에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아, 굳이 돈 쓰실 필요 없으신데. 그런 거 걸면 마치 제가 회식비 위해서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런 건 필요 없다.
“뭐, 그래도 걸어주셨으니 적당히 할 수는 없겠네요. 아즈모 님의 성의를 봐서라도 열심히 해야지.”
하지만 성의가 있으니, 그만큼 열심히 해주겠다.
- 와, 말이 회식비이지 아즈모가 건 상금이 엄청날 텐데, BJ대마도사 반응이 무덤덤하네?
ㄴ BJ대마도사한테는 진짜 회식비 수준일 테니까.
ㄴ 하긴, 돈지랄이라면 어디 가서 꿇리지 않는 BJ대마도사이니까.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물론 미다스의 속내는 달랐다.
‘무조건 중원 길드보다 먼저 보스 앞에 도달해야 해.’
어떻게든 빨리 보스룸에 도달해야 한다!
미다스가 그 각오를 더 단호히 머금었다.
상금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상금에 눈이 멀어 자신의 페이스를 버릴 정도로 미다스는 바보가 아니었다.
문제는 그렇게 무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
‘잘못하면 계획이 나가리 될지도 몰라.’
앞서서 이미 미다스는 중원 길드보다 먼저 보스룸에 도착하는 것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워둔 상황이었다.
달리 말하면 중원 길드가 먼저 도착하는 건 그에게 매우 좋지 않은 일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 중원 길드가 전력 질주를 택했다는 것.
‘젠장, 미치겠네.’
당연히 미다스에게 페이스 조절이란 선택지는 없었다.
“자, 그럼 이대로 달리겠습니다!”
양쪽이 전력을 다한 레이드 레이스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