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44화 (244/485)

244화.  < 79화.  레이드 레이스 (1). >

1.

여론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었다.

효과는 당장 보이지 않지만, 차근차근 흔적 없이 원하는 식으로 조작하는 방법이 있었고, 그와 반대로 의도는 노골적이지만 효과는 즉시 보이는 방법이 있었다.

중원 길드가 이번에 택한 방법은 후자였다.

- 야, 대박! 지금 라이브 방송에서 폭탄 터짐!

ㄴ 누구 라이브 방송?

ㄴ 아레스!

ㄴ 아레스? 진짜? 뭐라고 했는데?

ㄴ 블랙 골드 하이에나 건! 아레스 피셜인데, 중원 길드 쪽 관계자 이야기 들어보면 BJ대마도사랑 중원 길드, 둘이서만 레이드 레이스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대!

ㄴ 진짜?

아레스.

중국을 대표하는 슈퍼 스타 플레이어 중 한 명인 그가 자신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블랙 골드 하이에나 이벤트 매치를 터뜨렸다.

- 아레스면 이런 거로 이슈몰이 할 급은 아니잖아?

ㄴ 아레스 스폰서 중 한 곳이 칭화 그룹이니까, 그쪽 통해서 이야기 들었나 봄.

ㄴ 흠, 냄새가 나는데?

ㄴ 냄새고 나발이고 확실한 정보는 맞는 듯.

당연히 그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 정리하면 중원 길드에서 리벤지 매치를 제안한 거네? 그것도 괜히 12개 파티가 합쳐서 하는 게 아니라, 2개 파티만 들어가는 끝장 승부로?

ㄴ 그래, 이래야지. 단 둘이서 레이드 레이스! 화끈하네!

ㄴ 중원 길드에서 BJ대마도사에게 이벤트 매치 조건으로 엄청난 걸 걸었다고 함.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

ㄴ 그래? 그럼 당연히 BJ대마도사는 콜해야지.

ㄴ 맞아, 설마 본인이 일 저지르고 그냥 편하게 무마하려는 건 아니겠지?

아직 당사자들이 그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은 이미 이 이벤트 매치를 기정사실화 했다.

- 아니, 주변인 썰이 아니라, 본인들 말을 들어봐야지.

ㄴ 듣긴 뭘 들어, 이렇게까지 했으면 당연히 직진이지!

이제는 아니라고 반박한다고 해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지경.

“아니, 이거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니야?”

BJ대마도사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정보 보안 유지를 거듭 당부 받은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지경이었다.

“여론 조작도 적당히 해야지, 아레스를 섭외해서 이렇게 대뜸 약을 뿌리다니?”

“중원 길드 장난 아니네. 다른 것도 아니고 아레스 이용할 줄이야.”

“아레스가 얼마 받고 썰 풀어줬을까?”

설마 중원 길드가 이렇게 대놓고 수작을 부릴 줄은 몰랐으니까.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커졌다.

“여기서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나라면 못할 거 같아.”

“어우, 여기서는 죽어도 콜이지.”

BJ대마도사가 저울질 없이, 여론에 밀려 무리한 선택을 할지도 모르며,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부담감.

그러한 부담감 가득 찬 직원들을 향해 막 도착한 이메일 내용을 확인한 박영준이 말했다.

“다들 집중! 2시간 후에 BJ대마도사가 라이브를 통해 이번 이벤트 매치에 대한 발표를 한다! 바로 공지 올려!”

진짜 부담감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고.

2.

“후우!”

길게 숨을 내뱉은 미다스가 그대로 고개를 돌려 럭키를 바라보며 말을 내뱉었다.

헥헥!

“그래, 럭키야. 네 말처럼 릴렉스해야지. 릴렉스.”

왕!

“아무렴, 어느 때보다 표정 연기가 중요한 때니까.”

럭키를 앞에 두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숨을 골랐다.

‘좋아, 가자.’

그렇게 숨을 확실하게 고른 미다스가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 접속합니다.]

그러자 들리는 라이브 방송 시작 알림.

[BJ럭키99999호팬 님이 접속했습니다.]

[BJ골드999999호팬 님이 접속했습니다.]

[BJ대마도사999999호안티팬 님이 접속했습니다.]

이어서 떠오르는 채팅창 위로 물밀 듯이, 라는 표현보다는 해일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무섭게 몰려드는 시청자들이 보였다.

그러한 광경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표정에 조금 전 보였던 긴장감 같은 건 없었다.

도리어 미다스는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썩 좋지 못한 표정,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자연스레 시청자들이 그 표정에 집중했다.

- 오늘 표정 왜 이래요?

ㄴ 설마 애인하고 헤어졌나?

ㄴ 에이, 있지도 않은 거랑 어떻게 헤어짐?

ㄴ 모니터 속에 있을 수 있지!

아, 그러네?

이어서 표정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이 한없이 쌓였을 때 미다스가 여전히 좋지 못한 표정을 지은 채 말문을 열었다.

“일단 블랙 골드 하이에나 사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건 저 때문에 등장한 게 맞습니다.”

모두가 확신에 가깝게 짐작하고 있었던 일.

그러나 본인 스스로가 인정하는 순간, 그 충격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채팅창이 곧바로 격한 반응으로 가득 찼다.

- 역시!

- 그래서 표정 굳은 거구나!

- 하긴, 이런 일이 터졌는데 표정이 좋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지.

격한 반응을 보이는 한편 시청자들은 미다스의 표정이 좋지 못한 사실을 이해했다.

“물론 제가 벌린 일인 만큼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잡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미 모든 만반의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습니다. 사실 표정 구길 만한 일은 아니죠. 까놓고 말해서 게임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게임 시스템이 이런 건 제 탓이 아니잖아요? 만든 사람 탓이지.”

- 응?

그러나 이어진 말에 시청자들은 채팅창에 물음표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그게 표정을 구긴 이유가 아니라면, 대체 어떤 이유 때문에 표정을 구긴단 말인가?

“중원 길드에서 이벤트 매치 제안이 왔습니다. 정확히는 리벤지 매치죠.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두고 누가 먼저 잡는지, 레이드 레이스를 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이어진 말에도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벤트 매치에 대한 대가로 엄청난 것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후에 추가된 말에는 더더욱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 그게 평생 여자 친구를 사귈 수 없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 표정을 지을 이유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미다스의 그 참담한 표정, 분노로 가득 찬 표정을 지을 만한 이유는 아니었으니까.

그러한 시청자들의 의문에 미다스가 말했다.

“솔직히 그때 확실하게 수준 차이를 보여줬는데, 이렇게 다시 리벤지 매치라고 귀찮게 나오는 게 이해가 안 되네요.”

- 아!

그제야 비로소 시청자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째서 미다스가 이러한 표정을 지었는지.

- 맙소사! 중원 길드가 시비 건 게 마음에 안 든다는 거야?

BJ대마도사에게 패배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놀라운 성과를 냈던 중원 길드 아닌가?

그런데 그런 중원 길드가 이렇게 시비를 건 게 기분이 나쁘다?

물론 이번 일은 중원 길드 쪽에서 여론 조작을 한 게 보일 만큼 노골적이긴 했다.

기분이 썩 좋아질 이야기는 아닌 셈.

그렇다고는 해도 분명 보통 이들은 품을 수 없는 분노와 짜증이었다.

- 내가 잘못 들은 거 같은데?

일부는 자신들이 BJ대마도사의 발언을 잘못 들었다고, 뭔가 착각하는 것 같다고 스스로를 의심할 정도.

그러나 미다스는 그런 그들의 머릿속에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심지어 중원 길드는 단 둘이서 레이드 레이스를 하자고 했습니다. 30인 파티, 그대로. 추가 멤버 없이 해볼 만하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잘못 들은 게 아니라고.

그 순간 채팅창의 분위기는 미다스의 표정과 같았다.

더 이상의 웃음기는 없었다.

- 지금 이거 진심인 거 같은데?

- 표정 봐, 진심 확실함!

- 저런 표정은 연기에서 나오는 게 아니지. 저게 연기면 BJ대마도사는 오스카 가야함.

- 와, BJ대마도사가 각 잡고 제대로 털겠는데?

동시에 채팅창의 흐름, 여론도 바뀌었다.

- 기대된다.

- 이렇게까지 나오는 거 보면 BJ대마도사가 제대로 실력 발휘할 듯?

- 반대로 생각하면 이렇게 도전하는 건 중원 길드도 뭔가 있다는 거잖아?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이벤트 매치가 단숨에 무게감을 가진 리벤지 매치가 되는 순간.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이번 이벤트 매치에서 확실하게 보여드리죠. 제가 어떤 플레이어인지. 그럼 오늘 라이브 방송은 이것으로 마칩니다. 다음 이벤트 매치를 기대해주세요.”

그 어느 때보다 사나운 표정을 지은 채.

그 표정이 말해주었다.

- 사생결단을 낼 생각이야!

BJ대마도사가 이번에 중원 길드를 상대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리란 것을.

3.

- 다음 이벤트 매치를 기대해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방송이 종료되는 순간, 그 방송을 보고 있던 모두는 생각했다.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를 상대로 끝장을 보겠다는 것을.

‘역시 BJ대마도사답군.’

그러한 방송을 보고 있던 아즈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를 상대로 그저 승리, 그 단순한 두 글자만 취할 생각이 없음을, 처절한 응징을 준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그 이유 역시 예측하고 있었다.

‘틈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것은 없는 법.

일을 하다 보면 실수도 나오고, 틈도 나오는 게 정상이었다.

그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중요한 건 틈을 드러낸 다음.’

문제는 그 후의 대처.

‘그 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놈들에 대한 대처법이지.’

특히 그 틈을 공격당했을 때의 대처법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다시는 그런 놈들이 나오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여줘야지.’

사실 응징은 당연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응징하느냐?

똑같은 사형도 그저 편안하게 약물을 주입하는 것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단두대에 목을 올리고 칼날을 떨어뜨리느냐, 사지를 말에 묶어버린 후 당겨 뜯어버리느냐, 방법에 따라 보는 이가 느끼는 감정이 달라지는 것처럼.

‘당하는 쪽을 보는 게 속이 답답할 정도로 처참하게.’

그런 의미에서 BJ대마도사가 보여준 방식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응징이었다.

오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중원 길드는 주제도 모르고 덤벼든 놈이 되어버렸으니까.

물론 중원 길드도 반박은 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누가 봐도 중원 길드가 노골적으로 먼저 시비를 걸고, 여론을 조작한 모양새 아닌가?

여론은 BJ대마도사가 바라는 대로 흘러갈 것이고, 만약 BJ대마도사가 이번 레이드 레이스에서 승리한다면 중원 길드는 앞으로 BJ대마도사에게 라이벌 기믹을 설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었다.

‘어비스 길드와 중원 길드가 손을 잡은 걸 눈치 챘다는 거겠지.’

자연스레 중원 길드를 BJ대마도사의 발목을 잡기 위한 대항마로 쓰기 위해 연맹을 구축했던 어비스 길드에도 제대로 한 방 먹이는 일이 될 터.

막 내린 커피 가득한 머그잔을 홀짝인 아즈모가 쓴맛이 감도는 미소를 짓는 건 그 때문이었다.

‘나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고.’

이번에 이 틈을 노려 이득을 취하고자 한 건 중원 길드만이 아니었으니까.

“BJ대마도사가 살벌하게 경고하는군요.”

그러한 아즈모와 같은 생각을 한 듯 비서가 말과 함께 손에 든 것을 아즈모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은 문서였다.

“그래, 살벌한 경고이지. 여기 사인을 하는 순간 나도 BJ대마도사에게 눈총을 사는 거니까.”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지분 1.35퍼센트를 구매하겠다, 그와 관련된 문서들.

그 문서를 앞에 둔 아즈모가 다시 한 번 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에 펜을 들었다.

여전히 입에는 쓴웃음이 걸려 있었다.

허나, 망설임은 없었다.

스윽!

단숨에 서명을 마친 아즈모가 펜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고작 눈총을 사는 것만으로, 그것만으로도 1.35퍼센트나 얻을 수 있는 거지.”

곧바로 비서가 문서를 집은 후에 서류 봉투에 넣었다.

그러한 비서에게 아즈모가 말했다.

“자, 그럼 이제 협력 관계가 됐으니, 그에 대한 선물도 한 번 보내주자고. 이번에 광고 배너, 아직 자리 있지?”

“어떤 걸로 준비할까요?”

“200레벨 달성했을 테니, 헬파이어가 좋을 것 같군. 그 레벨에는 그만한 스킬이 없으니까.”

“확보해둔 스킬 카드가 있으니, 문제없을 듯합니다.”

“좋아, 그럼 그걸로 호감을 사보자고.”

말을 마친 아즈모가 이제는 쓰지 않은 미소를 지었다.

“그보다 지금쯤 BJ대마도사는 중원 길드를 씹어 먹을 생각에 이를 갈고 있겠군.”

4.

“오케이.”

방송 종료를 알리는 알림을 듣는 순간, 미다스가 굳어있던 표정을 풀며 말했다.

“얘들아 내 연기력 어땠어?”

왕!

“매우 훌륭했습니다!”

이어진 럭키와 골드의 대답에 미다스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생각해도 진짜 이번 건 신들린 연기였어.’

자신이 생각해도 감탄할 만큼 훌륭한 연기.

‘너무 나간 감이 없진 않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강하게 중원 길드와의 대립각을 세운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연기가 너무 좋았으니까.

‘그래도 이 정도 느낌은 있어야지. 애매하게 가면 오히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욕먹을 거야.’

그러나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이 정도 느낌은 있어야 했다.

프로레슬링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건 링 위에 오르기 전에 레슬러들이 펼치는 연기가 뛰어난 덕분이었으니까.

결정적으로 프로에게 필요한 건 결과였다.

‘그리도 이 정도로 나가야지 시청자가 하늘을 뚫지.’

어떻게 하면 과연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미다스의 이 연출은 프로다운 결과물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다스는 망각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하나,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잡는 것뿐.’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잡아야 한다는 것.

그 사실을 되새김질하는 미다스의 표정에 걱정과 우려는 없었다.

‘해볼 만해.’

오히려 옅은 기대감마저 보일 지경.

그러한 기대감 속에서 미다스는 다시 한 번 더 계획을 세웠다.

‘그래, 이렇게 된 거 당일에 한 번 더 연기 해보자. 골드 밸리 입장하기 전에 진짜 사생결단을 낼 것처럼 연기를 해보는 거야.’

이 기세를 몰아 더 화끈하게 분위기를 태워보자!

그러한 미다스에게 중원 길드 쪽에서 연락이 왔다.

[좋은 라이브 방송이었어요. 이틀 후 레이드 레이스 라이브 방송이 정말 기대되네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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