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화. < 78화. 라이벌 기믹 (1). >
1.
[실패했습니다.]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 그 목소리가 알려주는 알림과 함께 미다스에 달라붙은 모래 하이에나들이 힘없이 무너지며 다시 모래로 돌아갔다.
“퉤!”
그러한 모래 더미 밑에서 미다스가 입안의 모래를 거칠게 뱉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덮고 있던 모래가 쉼 없이 바닥으로 흘리는 미다스의 꼴은 퍽 좋지 못했다.
그 좋지 못한 꼴을 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주변을 바라보았다.
왕!
“주인님!”
그러자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럭키와 골드가 보였다.
그리고 그 둘의 노심초사한 표정도 보였다.
그뿐이었다.
왕! 왕!
“제게 맡겨주십시오! 이러한 놈들은 제 한끼 식사 거리도 되지 않습니다!”
“선배님의 말이 맞습니다!”
말을 뱉는 그들에게서는 그 어떤 전투의 흔적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단 한 번의 전투도 치르지 않은 모양.
전투에 참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지 말고 자네 동료들과 함께 싸우는 게 어떻겠나?”
NPC아라는 도리어 미다스에게 동료들의 참가를 권했다.
“괜찮습니다.”
그럼에도 미다스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즉, 이 상황은 미다스가 자처한 일이었다.
“혼자 해보겠습니다.”
지금 이러한 일을 계획한 것은 NPC아라로부터 테스트 내용을 들은 후였다.
10분 버티기 퀘스트.
그 테스트에서 게임 오버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미다스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죽지 않고 극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릴 순 없지.’
게임 오버 페널티 없이 극한의 상황에 내몰릴 수 있는 기회.
그 기회를 미다스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여기서 스킬 얻고 나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앞으로 주어진 과제를 앞두고 당장 1레벨을 더 빨리 올리는 것보단 자신이 가진 것을 120퍼센트 활용하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더욱이 이번 결정은 막연하게 하면 좋다, 라는 생각으로 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미다스는 확신이 있었다.
‘왼손만 제대로 쓸 수 있으면 확실히 엄청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어.’
위대한 정신 스킬을 발동하는 순간 자유로워지는 왼손, 그 왼손을 통해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
그 확신이 미다스를 다시 한 번 더 도전케 했다.
“좋아."
그러한 미다스의 요청에 NPC아라가 다시 한 번 손을 흔들자 모래 더미들이 다시금 하이에나의 모습을 갖추었고, 그것을 마주한 미다스가 짧게 숨을 골랐다.
‘착실하게 가자. 아직 시간 여유는 충분하니까. 당장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잡으러 갈 이유는 없으니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여유를 만든 미다스를 향해 모래 하이에나들이 덤벼들었다.
2.
블랙 골드 하이에나.
- 이거 최초 몬스터 맞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등장한 적 없었던 몬스터.
여기까지는 딱히 이상할 게 없었다.
- 최초 몬스터야 처음 나오는 건 아니지.
ㄴ 하지만 이렇게 일반 플레이어가 갑자기 최초 몬스터를 만나는 적은 없었잖아?
그러나 이런 식으로, 일반 플레이어들 앞에 갑자기 예고치 않고 등장한 적은 단언컨대 갓워즈의 역사 속에 존재한 적 없었다.
문자 그대로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그 어떤 사례를 들먹이면서 해석이나, 예측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한 사건.
그러한 사건 앞에서 알 수 있는 건 오직 하나였다.
- 이거 BJ대마도사 때문이네.
- BJ대마도사가 뭔가 했네.
- BJ대마도사가 또?
BJ대마도사가 원인이라는 것.
당연히 루머 역시 BJ대마도사와 얽혀서 나왔다.
- BJ대마도사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던데? 이제부터 이런 몬스터 사방에서 출몰할 예정이라는데?
ㄴ BJ대마도사가 알면서 일부러 말 안 했다는 소문도 있어. 일부러 스케일 키우려고.
ㄴ BJ대마도사가 저거 보고 솔로 플레이 포기한다던데?
ㄴ 지랄 ㄴㄴ해. BJ대마도사는 영원한 솔로거든?
그것도 어느 때보다 뜨겁게.
“이건 제가 들은 소문인데, BJ대마도사가 너무 강해서 갓워즈 시스템이 BJ대마도사를 죽이려고 패치를 한 결과물이래요”
그러한 루머들 중에서 사람들의 이목이 가장 집중되는 루머는 BJ대마도사에 의해 갓워즈가 업데이트를 했다! 라는 놈이었다.
“그럼 앞으로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거야?”
만약 정말 그 루머가 맞는다면 갓워즈의 게임 난이도가 어떤 식으로든 변화한다는 의미였으니까.
“헬모드 열리네.”
더욱이 드러난 것을 봤을 때 그 난이도는 높아지는 쪽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컸다.
“지금도 쓰레기 게임인데, 이제는 무슨 게임이라고 불러야 하나?”
“개쓰레기 게임?”
갓워즈를 하는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참담한 소식은 없을 터.
“그래도 우리는 빌어먹으면 낫지, 프로 플레이어들은…… 어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네.”
개중에서도 게임으로 밥을 벌어먹는 이들 입장에서는 이 사태는 그저 놀랍다, 라는 단어 하나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현우, 봐봐. 머리 쥐어뜯고 있잖아.”
“쯧쯧, 요즘 뭔가 되는 거 같더니만…… 쟤는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
“현우가 운이 없군.”
휴게실 밖에 마련된 소파에 앉은 채 머리를 양손으로 부여잡고는 세상 모든 고민을 짊어진 표정을 짓고 있는 정현우를 바라보는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정현우가 그런 이유로 머리를 쥐어뜯는 건 아니었다.
‘좆됐다.’
상황은 모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물에 일반 플레이어들이 휘말렸다는 것.
‘그리고 왜 이렇게 강해?’
또한 공개된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강력함이 상식을 초월한다는 점 역시 문제였다.
5개 파티, 100인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어찌하지 못한 정도 아닌가?
제아무리 급조한 파티였다고 하더라도 말도 안 되는 결과물.
‘이거 욕 지랄나게 먹겠네.’
당연한 말이지만 이로 인해 당분간 많은 이들이 적잖은 피해를 입을 테고, 그러한 불만은 BJ대마도사를 향할 터였다.
하물며 골드 하이에나를 사냥하는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1티어급 혹은 그에 준하는 배경과 실력을 가진 자들.
‘아니, 욕만 먹으면 다행이지.’
BJ대마도사, 저 새끼 순 나쁜 새끼에요! 라고 투정 한 번 부리고 끝낼 자들이 아니었다.
‘날 죽이려고 달려들지도 몰라.’
자신들의 행보에 방해가 되는 BJ대마도사를 어떻게든 물고 늘어지려고 할 게 뻔했다.
과장이 아니었다.
프로 플레이어들, 이 게임에 목숨을 거는 입장에서 이런 식으로 문제가 생기는 걸 좌시할 수 없었다.
‘밥줄 끊기면 발악을 하는 게 당연하니까.’
정현우, 그 역시 프로 플레이어였기에 그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방법도 있었다.
‘수틀리면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나한테 주지 않을 수도 있어.’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잡을 기회, 그것을 BJ대마도사에게 허락하지 않는 것.
가장 간편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었다.
그것을 못 잡으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은 불가능해지니까.
‘시간이 없어.’
어쨌거나 정리하면 지금 정현우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는 늘어날 테고, 그러한 피해자들은 그 울분을 BJ대마도사에게 토해낼 터.
‘더 커지기 전에 일단 내가 잡아야 해.’
그 전에 처리해야 했다.
하루라도 빨리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처치하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게 최선이었다.
‘어우, 미치겠네. 왜 일이 이딴 식으로 흘러가는 거지?’
나름 그래도 시간이 넉넉하게 남았으리라 생각한 정현우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우웅!
그런 정현우의 주머니 속에 있던 스마트폰이 몸부림을 쳤다.
진동은 짧았다.
이메일이 도착한 모양.
‘아.’
그 순간 정현우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도 발신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다급하게 이메일을 보낼 사람은 한 명뿐이었으니까.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왔구나.’
3.
맥도날드, 언제나 그렇듯 소란스럽기 그지없는 그곳에서 한 사내가 감자튀김 하나를 밀크 쉐이크에 찍은 후에 그대로 입에 가져갔다.
그 후 기름기 넘치는 손으로 곧바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그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일이 바쁜 직장인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 누구도 그 사내가 요즘 막 주가가 치솟는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장, 박영준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
‘역시 맥도날드 감자튀김은 별로라니까.’
하물며 그가 맥도날드에 온 이유가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와의 미팅을 위해서라는 건 감히 그 누구도 상상치 못할 일이었다.
그게 그가 이곳에 온 이유였다.
‘내 사무실도 믿지 못해서 밖에 나오다니, 썩 좋은 꼴은 아니군.’
사무실 내에서는 정보 유출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
망상은 아니었다.
현재 라이징 스타 채널은 BJ대마도사의 유일한 소통 창구, 그것만으로도 파파라치나, 언론사들이 관심을 가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여기에 하나 더 BJ대마도사는 세상이 감히 상상조차 못하는 판을 움직이는 판의 주인이었다.
해커 여러 명을 고용하거나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을 회유해서 정보 유출을 하려는 이들은 차고 넘치는 게 오히려 당연한 일.
실제로 박영준은 어느 시점부터는 BJ대마도사와의 중요한 미팅은 혼자서, 직원들 몰래 진행하고는 했다.
달리 말하면 BJ대마도사와의 미팅은 그만큼 중요했다.
- 안녕하세요?
그러한 박영준의 눈앞에 그 중요한 분이 등장했다.
BJ대마도사, 깃털 모자를 쓴 그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그 표정을 확인한 박영준이 곧바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와튼 : 갑자기 미팅을 요청해서 죄송합니다. 사태가 사태인지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말에 모니터 너머의 BJ대마도사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것을 본 박영준이 곧바로 채팅을 쳤다.
[와튼 : 혹시 이번 사태를 예상하셨습니까?]
그 채팅을 치는 순간, 박영준의 머릿속에는 몇 시간 전의 대화가 떠올랐다.
‘아즈모…….'
아즈모, SNS를 통해 급하게 미팅을 요구한 그는 그 자리에서 말했다.
BJ대마도사도 절대 이번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을 거라고.
그리고 그 말에 박영준은 동의했다.
‘그의 말이 맞아. 만약 BJ대마도사가 이번 사태를 예상했다면 이런 식의 그림은 그리지 않았을 거야.’
박영준과 아즈모, 그 둘이 알고 있는 BJ대마도사는 이번 일을 예상했다면 결코 이런 식으로 흘러가게 놔둘 존재가 아니었다.
그 둘이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판을 키우든, 판의 흐름을 바꾸든 했을 존재였지.
그러한 그 둘의 생각에 BJ대마도사는 대답했다.
- 예상 못한 일입니다. 했다면 먼저 라이징 스타 채널에 통보하거나 대비책을 준비했을 겁니다.
당신들의 예상이 맞았다고.
그 대답을 들은 박영준의 얼굴에 당혹감 같은 건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상황은 예상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그에 대한 대책을 준비해왔다.
[와튼 : 현재 여론 반응이 좋지 못합니다.]
[와튼 : 분명 언론 플레이를 이용해 분위기를 BJ대마도사님 쪽에 불리한 방향으로 조성하려고 할 겁니다.]
[와튼 : 길드들이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방해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그 대책에 앞서 보다 명확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 후우, 그렇겠죠.
그러한 박영준의 분석에 BJ대마도사는 대답 대신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약한 모습.
‘BJ대마도사도 아는군. 생각보다 이번 일이 골치 아프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걸.’
그러나 지금 상황을 놓고 보면 오히려 저런 한숨 정도로 끝나는 게 대단한 일이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10대 길드 전부가 손을 잡고 BJ대마도사를 막을지도 모르니까.’
당장 BJ대마도사는 포식자를 먹어치우는 혁명가의 의지를 드러낸 상황이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10대 길드 입장에서 그리고 1티어급 길드 입장에서 그것은 당장의 위협이 아니었다.
‘판이 바뀌면 혼란이 오니까.’
그러나 게임 자체가 바뀌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적응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를 나누는 법 그리고 적응하지 못한 자는 도태되는 법이었으니까.
그렇다면 과연 이 변화 속에서 1티어급 이상 길드 중에 도태되는 이는 몇 퍼센트일까?
‘그 혼란이 끝난 후에는 상당수는 빈털터리가 되겠지.’
그 확률이 10퍼센트만 되더라도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일이었다.
‘가진 게 많을수록 일을 것도 많은 법이고.’
그러니 잃을 게 많은 이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그럼 그에 대한 대책은 무엇일刀나
[와튼 : 그런 상황에서 아즈모가 요청을 했습니다.]
그 대책을 강구한 건 놀랍게도 아즈모였다.
그는 제안했다.
[와튼 : 아즈모가 나서서 BJ대마도사에 힘을 실어주겠답니다.]
자신이 여론전에서 BJ대마도사의 편에 서주겠다!
아즈모가 가진 영향력을 생각하면 그건 엄청난 일이었다.
- 아즈모가요? 원하는 게 뭔가요?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와튼 :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지분을 사는 게 조건이었습니다.]
[와튼 : 1.35퍼센트를 요구했습니다.]
대가는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지분.
물론 정말 라이징 스타 채널을 사려고 요구하는 게 아니었다.
이건 BJ대마도사에게 보내는 시그널이었다.
‘BJ대마도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게임의 끝에서 얻는 것의 1.35퍼센트를 달라는 거겠지.’
당신이 우승 상금을 받는다면, 그중 1.35퍼센트를 달라!
라이징 스타 채널 지분을 인질로 삼는 셈이었다.
‘그와 동시에 판에 제한선을 두는 거고.’
동시에 이제까지처럼 애매모호하게 해주겠다, 안 해주겠다 같은 게 아니라 명확한 대가를 달라는 일종의 협박이기도 했다.
‘이 제안을 거절하면 아즈모는 BJ대마도사의 반대편에 설 거다.’
이 협박을 받아주지 않으면 아즈모는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BJ대마도사를 찍어 누르는 쪽에 설 테니까.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살점을 잘라야 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쉽지 않은 선택.
- 아, 잘됐네요.
그러나 의외로 BJ대마도사는 너무나도 쉽게 선택을 내렸다.
- 하긴, 그냥 실드 쳐주는 것보단 지분 사고 실드 쳐주는 게 나으니까요.
오히려 상황을 유쾌하게 받아들일 정도.
- 그러지 말고 확 30퍼센트 팔아보죠. 아주 그냥 제대로 돈을 뜯어내는 겁니다.
물론 BJ대마도사가 이어서 내뱉는 말을 듣는 순간 박영준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화났구나.’
그가 진심으로 30퍼센트를 팔라는 의미에서 이런 말을 했을 리는 만무, 이 말은 분노의 표현이었다.
이런 식으로 나온다? 좋아, 한 번 해보자고.
그러한 분노의 표현.
- 장난입니다, 그럴 순 없죠. 라이징 스타 채널 지분이 얼마나 소중한 건데. 피와 살 아닙니까, 피와 살.
이어진 말에 박영준은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그사이 BJ대마도사가 마저 말을 이어갔다.
- 어쨌거나 아즈모께서 움직여주시니, 저는 그냥 제 일에 집중하면 되겠네요. 최대한 빨리 블랙 골드 하이에나 사냥에 나서겠습니다. 바로 무대를 세팅해주세요.
그 말에 박영준은 이제 참지 못하고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말도 안 되는 행동력이다.’
예상치 못한 사태의 등장.
그리고 이어진 아즈모란 강력한 존재의 협박.
보통 이들이라면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말조차 쉬이 나오지 않는 벽 앞에서 뒷걸음질 치기는커녕 오히려 먼저 머리를 들이밀 수 있는 건 세상천지에 BJ대마도사뿐일 터.
‘진짜 말도 안 되는 뱃심이라니까.’
그 사실에 박영준은 놀람과 동시에 힘을 얻었다.
자신의 뒤에 있는 BJ대마도사에 대한 믿음이 샘솟는 순간.
[와튼 : 알겠습니다. 바로 무대 세팅하겠습니다.]
[와튼 : 특별히 원하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그러한 상황 속에서 던진 질문에 BJ대마도사가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 뭐든 화려하게 가야죠. 이런 빅이벤트를 그냥 날릴 수는 없잖아요? 기왕 할 거, 크게 갑시다.
크게 가자, 그 말에 박영준이 머릿속으로 한 명을 떠올렸다.
‘중원 길드의 이벤트를 받으라는 거군.’
예화.
그녀를 떠올리며 박영준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와튼 : 예. 모든 준비가 끝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 수고하세요.
그렇게 대화를 마친 박영준이 곧바로 노트북을 덮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지분 거래가 시작되는 만큼…….'
오늘 시간부로 BJ대마도사가 만든 판은 바뀔 것이며, 그 판에서 움직이는 것들의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질 것이 분명했다.
‘이런 곳에서 더 이상 미팅을 할 수도 없지.’
그에 어울리는 정보 보안도 필요했다.
‘보안을 위해서 보안 전문가들을 고용할 필요가 있겠어. 한 번 찾아봐야지.’
그렇게 머릿속에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놓은 박영준이 그대로 맥도날드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