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화. < 77화. 아낌 없이 주는 나무들 (3). >
7.
부족하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바로 든 생각은 하나였다.
‘퀘스트 난이도가 얼마나 지랄 맞으면 이렇게 퍼주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지?’
이번 퀘스트 난이도가 이제까지 자신이 마주한 그 어떤 것과도 비교 불가한 수준이라는 것.
‘대체 얼마나?’
그 난이도를 상상하기에 앞서 미다스는 자신이 고생했던 나날을 떠올렸다.
그다음에 그것보다 훨씬 더 고생을 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아니, 이건 아니지. 아무렴. 이게 말이 돼?’
그러한 상상이 구체화되는 순간 미다스가 이내 상상을 멈췄다.
‘어쩌면 내가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어.’
끔찍한 상상 대신 다른 상상을 했다.
‘부족하다는 게 다른 게 아니라…… 그래, 레벨!’
행복한 상상을.
‘레벨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
NPC아라의 발언은 퀘스트 수행 레벨이 이르지 못해서 나온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게 맞지! 아무렴!’
그럴싸한 답을 도출한 미다스가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모습으로 NPC아라를 향해 말했다.
“제 능력이 부족해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거군요. 그렇죠? 그러니 제가 좀 더 수련을 하면 되는 겁니까?”
‘레벨이 부족해서 그런 거죠? 렙업하고 오면 되는 거죠?’
그러한 미다스의 간절한 바람에 NPC아라는 대답했다.
“자네 능력이 부족한 건 맞고, 수련을 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아마 혼자서는 안 될 걸세. 내 가르침이 유용할 걸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알림.
그건 사형 선고였다.
[아라의 가르침]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2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개척자의 땅에 숨은 제단을 파괴하기 전 아라의 가르침을 받아 새로운 능력을 습득하자.
-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아라)
!퀘스트 완료 시 ‘블랙 골드 밸리’ 진행 가능
그리고 눈앞에 뜬 건 사형 집행이었다.
‘229레벨 이하…… 젠장.’
레벨이 문제가 아니다.
“물론 내 가르침이 해결책이 되진 않을 걸세. 그저 조금이라도 확률을 높여줄 뿐이지. 자네가 지금 이 시간부터 마주해야 하는 존재는 그 정도로 강력한 존재일세.”
꾸-우!
그러한 NPC아라의 말에 호응하듯 더 커진 잭팟이 한 방향을 향해 거센 울음을 토해내며 그곳에 거대한 위협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아……."
그것을 본 미다스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헥헥!
그러한 주인을 위로하려는 듯 다가와 머리를 비비는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왕!
“그래, 럭키야. 이 게임 쓰레기 게임이야.”
푸념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래도 해야지 뭐.”
결국 일은 벌어졌고, 갓워즈에서 한 번 정해진 게임 난이도를 타개할 방법 같은 건 이 게임의 창조주인 김민수가 무덤에서 살아 돌아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했다.
이 상황에서 미다스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부딪치는 것뿐.
“아라의 가르침을 받습니다.”
그것을 위해 미다스는 가장 먼저 아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NPC아라가 고개를 끄덕인 후에 말했다.
“내가 가르쳐줄 건 하나네.”
말과 함께 NPC아라가 미다스가 왼손에 쥐고 있는 지팡이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스르르!
그러자 지팡이가 마치 뱀처럼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미다스의 손목을 시작으로 팔을 휘감았다.
'어?'
그 광경에 미다스가 놀라며 허전해진 자신의 왼손을 바라보는 사이 NPC아라가 말을 이어갔다.
“내가 가르쳐줄 것은 이 개척자의 땅에 남아있는 위대한 정신, 그것을 다루는 방법이네.”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위대한 정신 스킬(임시)을 습득했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스킬 창이 등장했다.
[위대한 정신(임시)]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위대한 정신을 받아들이는 동안 보다 강력한 마력을 품게 된다. 모든 마법 공격력이 크게 증가한다. 대신 스킬 쿨타임과 캐스팅 타임, 마력 소모량이 증가한다. 스킬을 사용하는 동안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위대한 정신!
‘스킬 효과가 아라 셋이랑 똑같잖아?’
미다스가 현재 확보한 아라와 관련된 아이템 옵션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때문에 미다스의 의문은 하나였다.
‘이거 중첩되나?’
과연 이 옵션이 미다스가 가진 아라의 세트 아이템 효과와 같이 적용되는 것인지.
‘되면?’
그리고 중첩된다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미쳤다.’
지금도 말도 안 되는 화력을 퍼붓는 미다스에게 이건 날개 달린 호랑이의 양쪽 옆구리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달아주는 격.
상식의 수준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기뻐서 정신이 아득해질 일.
‘잠깐만.’
물론 미다스는 잊지 않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스킬을 주면서도 부족하다고?’
이러한 엄청난 스킬을 주는 게 게임을 보다 쉽게 날로 먹으라고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그 반대, 앞으로 이 스킬을 가지고도 게임 진행이 어려울 만큼 난이도가 높다는 증거라는 것을.
이 대목에서 미다스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하나 그릴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이번 퀘스트 하나의 난이도만 높아지는 게 아닐지도…….'
어쩌면 자신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깸으로써 게임 자체의 모든 난이도가 상승할지도 모른다고.
‘설마 진짜 이제까지 게임이 노멀 모드였는데 헬 모드가 되는 건가? 에이, 설마…….'
물론 미다스는 이내 그 상상을 부정했다.
‘그럼 큰일나지. 아무렴.’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저 자기 하나 게임하기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는 선에서 일이 정리되지 않을 터.
그러나 그 상상을 부정하는 미다스의 표정은 도무지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미다스가 굳은 표정으로 NPC아라를 향해 말했다.
“어떤 수련을 하면 됩니까?”
‘일단 스킬부터 확실하게 얻고 보자.’
그 질문에 NPC아라가 가볍게 손짓을 하는 순간, 미다스 주변의 모래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하이에나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10분 간 생존하십시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버티는 거군요.”
미다스가 수련을 시작했다.
8.
유명세를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장 좋은 사냥감은 보스 몬스터였다.
개척자의 땅.
200레벨, 이제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이 무대에서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플레이어들이 먹을 수 있는 가장 달콤한 과실은 당연히 보스 몬스터인 골드 하이에나였다.
더욱이 개척자의 땅이 가지는 특수성은 골드 하이에나에게 보다 많은 상징성을 부여해줬다.
“골드 하이에나를 잡는다고 스타 플레이어가 되는 건 아니지만, 스타 플레이어들은 모두 골드 하이에나를 잡아봤지.”
별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기본 중의 기본!
그러한 이유로 골드 하이에나를 잡기 위한 프로 플레이어들의 노력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골드 하이에나 못 잡고 개척자의 땅을 졸업하면 스폰서가 상대도 안 해준다니까. 재수, 삼수, 사수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잡아야 해. 경쟁률이 엄청날 수밖에 없지.”
경쟁 역시 그만큼 높았다.
일단 골드 하이에나가 등장하는 무대, 골드 밸리에 입장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골드 밸리에서 골드 하이에나가 등장하는 건 하루에 한 번, 한 번에 12개 팀이 골드 밸리 입장이 가능하지. 입장은 입장 자격을 가진 이들만 가능하고.”
당장 골드 밸리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그와 관련된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하며, 이러한 퀘스트는 무작위로 생성되고는 했다.
“입장 자격 퀘스트만 얻어도 일단 1만 달러 버는 거라니까.”
입장 자격 퀘스트를 운 좋게 얻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거금을 쥘 수 있는 셈.
“심할 때는 그 이상도 나오지. 경쟁이 붙으면 말이야.”
그마저도 최소 금액이 1만 달러 근처일 뿐, 그 이상으로 거래되는 일도 자주 있었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입장 자격을 얻는 이들은 12개 파티였으며, 그들 앞에 놓이는 골드 하이에나는 한 마리였다.
“그렇게 뽑힌 애들이 다시 경쟁하는 거야. 피가 마르지.”
결국 별이 될 자격을 얻고 졸업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단 하나의 파티뿐.
“그리고 어찌어찌해서 골드 하이에나 앞에 서면, 그때는 피가 마르는 수준이 아니라 정신이 마르는 수준이고.”
혹여 그렇게 해서 자격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마주하게 되는 골드 하이에나란 보스 몬스터는 결코 쉬운 몬스터가 아니었다.
최초의 도전자가 사냥에 성공할 확률은 52.3퍼센트.
2차 도전자의 성공 확률 역시 67.7퍼센트에 불과할 정도로 사냥 난이도가 매우 높았다.
“솔직히 그런 과정을 거쳤는데 별 볼 일 없는 게 훨씬 이상한 일 아니겠어?”
사실 그렇기에 골드 하이에나를 사냥하는 것은 더더욱 가치가 있었다.
그저 운이 아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진정으로 실력 있는 이가 살아남는 건 당연지사.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자격이 넘치는 것 역시 당연했다.
- 우리가 최초 도전자다! 함성 질러!
- 우와아아!
- 더 크게!
- 우와아아!
지금 현재 1티어급 길드, 블루 버팔로스 길드 소속 25인 플레이어들이 골드 하이에나와의 전투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흥분된 모습을 보이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 5명 게임 오버 당했네.
ㄴ 이 정도면 준수한 거지.
ㄴ 이번에 재수지?
ㄴ 삼수. 처음에는 8순위, 두 번째는 2순위였는데 실패했지.
ㄴ 와, 삼수 끝에 드디어 버팔로스 길드가 기회 잡네.
ㄴ 시청자 터지는 거 봐, 평소 50만 안 나오던 시청자 숫자가 벌써 3백만 넘겼잖아!
그리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관심을 받는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여러모로 들끓는 분위기.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이제 하나에만 관심을 가졌다.
- 잡을 수 있으려나? 잡으면 대박인데!
과연 블루 버팔로스의 멤버들이 새로운 별이 될 수 있을지.
- 못 잡으면 진짜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지.
아니면 다시 그냥 바닥에 추락한 그저 그런 돌멩이로 남을 것인지.
그것을 보기 위해 보다 많은 이들이 블루 버팔로스의 방송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 3페이즈 돌입했어!
- 실시간 시청자 5백만 넘었다!
분위기 역시 가파르게 오르게 시작했다.
- 잡았다!
- 쓰러졌다!
이윽고 블루 버팔로스가 골드 하이에나의 3페이즈, 그 마지막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 세상은 볼 수 있었다.
- 어?
- 뭐야?
달라진 게임을.
9.
“사장님, 큰일났습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은 대답 대신 툭툭 제 손가락으로 머리를 두드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거면 충분했다.
“아."
‘보셨구나.’
부하 직원이 굳이 자신이 가져온 속보를 전달할 필요가 없음을.
그렇게 물러나는 부하 직원을 뒤로한 채 박영준은 머릿속으로 고민을 가득 했다.
그러한 박영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조금 전, 정확히 1분 10초 전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블루 버팔로스가 골드 하이에나를 사냥하는 순간, 그 순간 골드 하이에나의 몸이 검게 물들었다.
‘블랙 골드라니.’
그렇게 등장한 새로운 블랙 골드 하이에나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블루 버팔로스 길드를 바로 전멸시켰다.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이후 전부 전멸.’
블루 버팔로스의 뒤를 이어 속속 도전권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도전을 했으나, 승자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실패라는 단어로 끝이 났다.
‘마지막 5개 길드가 남았을 때는 연맹했지.’
개중에서 마지막에 살아남은 5개 길드 멤버, 101인의 플레이어가 합동 공격했음에도 결과는 실패했다.
그 정도로 블랙 골드 하이에나는 강력했다.
갓워즈에 이제까지 있을 수 없었던 일.
그러나 그 일이 터지는 순간 그것을 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바로 알 수 있었다.
‘BJ대마도사다.’
이 모든 상황의 원인은 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라는 것을.
이미 갓워즈 관련 커뮤니티는 실패한 블루 버팔로스 소속 플레이어들이 아닌 BJ대마도사를 언급하고 있었다.
당연히 시간이 흐르면 언급하는 정도가 아니라 BJ대마도사를 향해 답을 요구하기 시작할 터.
더욱이 이번 사건은 그저 단순한 헤프닝 수준의 일이 아니었다.
‘BJ대마도사가 갓워즈란 게임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어.’
이제까지 갓워즈는 단 한 번도 게임 내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마주했던 적이 없었다.
소위 업데이트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셈.
그러한 업데이트가 전방위로 이루어진다면 이제까지 쌓아진 기존의 상식이나, 방식은 구시대의 것이 되는 셈.
하물며 갓워즈는 그냥 게임이 아니었다.
이 게임을 근간으로 어마어마한 시장이 형성된 상태.
‘관련주들 지랄나겠네.’
때문에 박영준은 이 갑작스러운 불확실성의 등장에 가장 먼저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더들이 비명을 지르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내 폰도 지랄나겠고.’
그리고 그들만큼 박영준의 폰도 비명을 지르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우웅!
그 확신대로 폰이 진동을 토해내기 시작했고, 실시간으로 문자가 폭설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영준은 그러한 폰을 향해 한 번 눈빛만 보낼 뿐, 그 이상의 관심을 보내지 않았다.
툭툭!
거듭 머리를 두드리며 자신의 눈앞에 놓인 모니터를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을 뿐.
그때 박영준이 보던 화면에 변화가 생겼다.
박영준이 보고 있던 SNS에 새로운 글이 하나 올라왔다.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 전화 좀 받아. 전화만 받아도 뭐든 줄 테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이야기만 나누게 해줘도 대가를 지불하겠다.
보통의 이들이라면 피식, 웃게 만들 내용.
그러나 그것을 보는 박영준은 웃을 수 없었다.
‘이제 이야기를 해야겠군.’’
자신이 보고 있는 SNS의 주인은 아즈모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