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39화 (239/485)

239화.  < 77화. 아낌 없이 주는 나무들 (2). >

4.

[아라의 지팡이를 해체하시겠습니까?]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의 입에서 어느 때보다 아쉬움과 망설임이 가득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

‘이걸 해체하다니…….'

아라의 지팡이.

G베이에 올리는 순간 갓워즈를 아는 모든 이들을 떠들썩하게 만들 만한 아이템.

물론 팔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었다.

이미 예화 앞에서 G베이에 올릴 바에는 해체한다고 호언장담을 했던 건 그 누구도 아닌 미다스 아닌가?

허나, 그게 팔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득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언박싱 한 번 해야 하는데…….'

당장 미다스는 이 아라의 지팡이를 이용한 언박싱 콘텐츠, 아이템 능력을 보여주는 라이브 방송을 기획해둔 상태였다.

할 만한 방송 콘텐츠가 없을 때 비상식량처럼 써먹기 위해서.

그러한 준비를 해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아이템을 해체해야 하는데 쉽게 예, 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어우, 못하겠다.”

기어코 고개를 흔들며 투정을 내뱉는 미다스, 그러한 주인의 모습에 곧바로 럭키와 골드가 반응했다.

왕!

“주인님! 하실 수 있습니다.”

럭키와 골드가 경쟁하듯 미다스를 향해 응원을 시작했다.

그러한 선배들의 모습에 실버가 고개를 갸웃하며 질문했다.

“선배님, 주인님이 뭘 하시나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주인님은 뭐든 하실 수 있으시니, 우리는 응원만 하면 된다!”

“그렇군요! 주인님 하실 수 있습니다!”

이어진 실버의 동참에 미다스는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그래, 해야지. 아무렴.”

‘젠장…….'

울며 겨자 먹듯 미다스가 그 어색한 웃음 속에서 결국 아이템 해체를 시도했고 이내 알림이 들렸다.

[아라의 지팡이를 해체했습니다.]

[인벤토리에 새로운 아이템에 생성됐습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물을 마주했음을 알리는 알림 앞에서 미다스가 이내 긴 한숨을 내뱉었다.

“주인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왕!

“이 나쁜 개도 주인님의 행동에 찬사를 보내는군요! 하지만 저기 나쁜 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군요. 역시 저 새는 도움이 안 됩니다. 앞으로 주인님의 방해물만 될 것입니다.”

그런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골드와 럭키의 거듭된 격려 그리고 골드의 과한 충성심을 배경음 삼은 채 미다스가 인벤토리에 새로이 등장한 아이템을 꺼냈다.

[아라의 무덤으로 가는 지도]

- 등급 : 레전더리

- 아라의 무덤으로 가는 지도다. 소유자에게 아라의 무덤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준다.

그렇게 천으로 만들어진 지도를 꺼내는 순간 미다스의 앞에 발자국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라의 무덤으로 향하는 발자국이 등장합니다.]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며칠 전 기억이 떠올렸다.

‘설마?’

개척 금지 구역, 그곳에서 발자국을 따라 이동하며 힘겹게 몬스터를 상대했던 때의 기억이.

'또?"

절로 이가 갈리는 기억이.

그렇게 이를 가는 미다스에게 게임이 말해줬다.

[발자국에서 벗어나면 발자국은 사라집니다.]

언제나 그렇듯 생각하던 그게 맞았다고.

“아주 빌어먹을 게임이라니까.”

물론 그때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오냐, 제대로 한 번 해주마.”

지금의 미다스에게는 아라의 세트가 있다는 것.

5.

외부 요인으로 인해 하던 일이 쉬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예를 들면 수동 변속 차량을 운전하다가 자동 변속 차량을 운전하게 되는 경우.

딱히 운전 스킬이 늘어난 것이 아님에도 운전 시 여유가 넘치게 된다.

미다스 역시 그러했다.

[아라의 세트 효과가 발동 중입니다.]

아라의 세트 착용 이후 미다스의 모든 스킬 쿨타임과 캐스팅 타임은 평소보다 50퍼센트 상승했다.

초 단위로 스킬 쿨타임을 계산하던 미다스 입장에서는 여유가 넘칠 수밖에 없는 일.

그리고 미다스는 그렇게 생긴 여유를 전투에 사용했다.

‘나한테 붙은 게 다섯 마리, 럭키에게 붙은 게 일곱 마리, 골드와 실버에 붙은 게 네 마리.’

전황을 살피는데 사용했고, 그러한 전황 속에서 계산을 하는데 사용했다.

“골드! 럭키에게 붙어!”

“명을 받듭니다!”

자연스레 미다스가 전황을 지휘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평소 각개전투, 그마저도 급급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울 정도의 변화.

전황을 지휘할 수 있으니 전투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것 역시 가능해졌고, 전투 역시 보다 효율적으로 변했다.

심지어 그 후에도 여유가 남았다.

‘초반에 몰이해서 단숨에 처치하니까, 확실히 전투 속도 자체가 차원이 다르네.’

대마도사, 그 표현에 걸맞은 광역 마법의 효과는 제아무리 머릿수가 많은 무리를 마주해도 미다스에게 유리한 결과물을 내주었으니까.

더욱이 미다스에게는 눈이 있었다.

‘뭐, 어디에 있는지도 다 보이고.’

매복한 몬스터의 위치, 플레이어들에게는 지뢰와 같은 리스크들을 볼 수 있는 눈이.

물론 미다스는 그 여유를 즐길 생각이 없었다.

그 사실에 만족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퍼엉!

[갈기 하이에나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도리어 전황이 끝났을 때 미다스는 들리는 알림에 기뻐하는 대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그렸다.

'이 여유를 이용해서 뭔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해.’

이 넘치는 여유를 이용해서 보다 더 효율적이고, 빠른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가장 시급한 건 마력이긴 하지만…….'

물론 현재 미다스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마력이었다.

마력 소모량이 50퍼센트 증가한 탓에 현재 미다스는 블레이즈 골렘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중이었다.

‘200레벨 되면 최대 4마리까지 소환 가능한데, 이걸 유지하는 건 지금으로는 불가능해.’

때문에 기본적인 전투 시에서는 블레이즈 골렘 하나와 정령 전사 두 마리만 소환하고,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그마저도 여유가 생긴 덕분에 유지가 가능한 일이었다.

‘여유가 있어서 포션이라도 마실 수 있으니까 버틸 수 있는 거지.’

앞서 말한 여유 시간 동안 포션을 마시지 않았다면, 이조차도 유지하기 힘들었을 터.

그러나 포션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

물론 마력 부족 부분은 미다스가 열심히 연습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었다.

스킬 또는 아이템만이 해결해줄 수 있을 뿐.

'이 이상 지르라고 해도, 지를 템이 없다.’

골치 아픈 점은 이미 미다스의 아이템 세팅은 동급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미다스]

- 레벨 : 198

- 성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1623)/체력(5+1588)/지력(892+2752)/마력(203+2301)

- 잔여 스탯 : 4

그리고 능력치는 갓워즈 역사상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

이러한 상황에서 미다스가 스펙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이었다.

‘일단 200레벨부터 찍고.’

하나는 200레벨을 달성하는 것.

‘그다음에 퀘스트 보상으로 얻은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으로 용맥을 업그레이드해야겠어.’

남은 하나는 레전더리 에픽 스킬을 얻는 것.

“얘들아, 아직 힘 남아있지?”

그 사실에 이른 미다스가 곧바로 발자국, 그 끝을 바라보며 동료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왕!

“저 골드, 가진 힘의 반의 반도 쓰지 않았습니다! 실버, 너는 어떠하냐?”

“선배님, 저도 힘이 넘칩니다!”

이어진 대답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바로 가자.”

6.

[아라의 무덤에 도착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기나긴 전투, 그 끝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러한 미다스의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였다.

무덤이라고 부를 만한 여지조차 없는 곳.

왕!

“주인님, 이곳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럭키와 골드 역시 이 황무지와 같은 무대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미다스의 눈에는 달랐다.

이 황무지와 같은 땅, 그곳에서 미다스의 눈에는 명명백백하게 보이고 있었다.

!위대한 개척자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를.

이윽고 그 눈동자 주변으로 얼굴이 드러나더니, 이내 판초를 두르고 깃털 모자를 쓴 유령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유령이 미다스를 향해 걸어왔다.

왕!

“주인님, 으슬으슬한 게 느낌이 싸합니다.”

허나, 럭키와 골드는 그러한 NPC아라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때였다.

NPC아라가 미다스의 코앞에 등장하는 순간, 그 순간 NPC아라의 형태가 보다 뚜렷해졌다.

크-왕!

“주인님!”

그제야 NPC아라를 확인한 럭키와 골드가 경계 태세를 갖추며 미다스를 향해 경고했다.

물론 이미 모든 걸 보고 있던 미다스는 놀라는 대신 웃으면서 말했다.

“아라 님을 뵙습니다.”

여유 넘치는 그 모습에 NPC아라가 도리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대단하군, 날 보고도 놀라지 않다니? 일부러 놀라게 해주려고 코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데 말이야.”

그 말에 미다스가 놀라는 럭키와 골드를 향해 진정하라는 듯 손을 가볍게 흔들며 대답을 했다.

“위대한 개척자를 만나는 자리인데,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건 없지요.”

“마음에 드는군. 내 유품을 얻을 자격이 있어.”

고개를 끄덕이는 NPC아라가 말을 이어갔다.

“긴 설명은 필요 없네. 이미 개척자의 땅에서 일어난 일은 알고 있으니까. 날 찾아온 이유는 블랙 하이에나들, 이름 잃은 신의 추종자가 되어버린 그 괴물을 이 개척자의 땅에서 처리하는 방법을 묻기 위함이겠지.”

“예."

“솔직히 방법은 자네도 알고 있겠지. 추종자가 있다는 건 필시 제단이 있다는 의미, 그리고 자네가 원하는 건 그 제단이 위치한 곳일 테고.”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퀘스트에 미다스는 만족한 듯 이제는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 모습에 NPC아라가 말했다.

“어려울 건 없네.”

말과 함께 아라가 곧바로 미다스의 머리에 있는 잭팟을 향해 그대로 손을 뻗었다.

꾸엑!

그러자 잭팟이 기괴한 비명을 내지르면서, 미다스의 머리 위에서 날갯짓을 시작했다.

아니, 날갯짓이라기보다는 발버둥에 가까웠다.

꾸엑!

그 발버둥 속에서 잭팟이 당장에라도 죽을 듯한 소리를 내뱉었다.

“아니, 지금 무슨 짓……."

그 사실에 미다스가 기겁했다.

크-왕!

“네놈! 내 동료에게서 손을 떼지 못할까!”

그리고 럭키와 골드는 그대로 NPC아라를 향해 명백한 적의를, 이빨과 칼을 드러냈다.

미다스가 명령만 내리면 당장에라도 달려들 기세.

그렇게 숨소리조차 잦아가고, 살벌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알림이 들렸다.

[잭팟이 성장했습니다.]

잭팟이 한 단계 성장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선더버드에게 내 능력의 일부를 주었네. 이제 이 새가 이름 잃은 신의 제단을 찾을 수 있을 걸세."

이어서 들리는 알림에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정지한 컴퓨터 같은 표정을 짓는 미다스.

꾸루루루!

그런 그의 귓속으로 조금 전까지 숨넘어가는 소리가 무색할 만큼 기분 좋아 보이는 잭팟의 음색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예전보다 더 거대해진 덩치를 가지게 된 잭팟이 기분 좋은 울음소리와 함께 제 자리에서 도약하며 미다스의 머리 위에 앉았다.

미다스의 목이 휘청거릴 만큼 무거운 중량감이 느껴졌다.

[잭팟의 새로운 능력을 직접 선택하십시오.]

그러한 중량감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황금빛만을 내뿜는 세 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자, 잠깐.”

과부하에 걸린 컴퓨터처럼 격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아니,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렇게 잠시 상황을 정지시킨 후에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눈을 몇 번이나 깜빡인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박 터졌다!’

자신에게 지금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거대한 운이 터졌다는 것을!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캬, 역시 갓겜! 그래, 게임이 이래야지.’

그 여유 속에서 미다스가 이제는 자신의 눈앞에 등장한 세 장의 카드를 확인했다.

그중에서 한 장의 카드가 미다스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보다 짙게 만들었다.

[레아의 축복]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레아의 노래를 불러, 레아의 축복을 대지에 내리게 한다. 축복이 내려진 땅에서는 체력과 마력이 빠르게 회복된다. 레아의 축복!

지금 미다스의 갈증을 채워줄 그 스킬의 등장에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잭팟이 레아의 축복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선택을 마친 후에 이제는 어느 때보다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NPC아라를 바라보았다.

‘자, 이제 내 보상을 받을 차례네.’

그러한 미다스의 기대에 NPC아라는 기꺼이 부응했다.

“그래도 힘겹게 이곳까지 왔으니 선물을 줘야겠지.”

NPC아라가 손으로 어느 한 방향을 가리키자, 곧바로 그곳에서 에메랄드빛, 레전더리 에픽을 뜻하는 빛이 뿜어졌다.

"그리고 일찍 왔으니, 그에 걸맞은 추가 선물을 줘야겠고.”

이후 곧바로 NPC아라가 다른 방향을 손으로 가리키자, 그곳에서도 에메랄드빛이 뿜어졌다.

‘이러다 너무 좋아 죽을지도 몰라. 진정하자.’

그 빛 앞에서 미다스가 억지로 치솟는 기쁨을 억눌렀다.

그러나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역시 위대한 개척자 아라님이군요! 저 미다스! 이제부터 무슨 일을 시키셔도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NPC아라를 향해 치솟는 충성심 역시 어찌할 수 없었다.

‘아라 님이 아니라 갓라 님이네. 아니, 갓갓이네, 갓갓이야.’

그러한 미다스의 즐거움을 향해 NPC아라가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군. 솔직히 나는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리라 생각하고 있어서 말이야.”

“부족하다고요?”

“아무렴. 부족하지.”

그 순간 미다스가 기겁했다.

‘이렇게 퍼주고도 부족하다니? 뭐지? 게임이 미쳤나?’

너무 기겁한 나머지 머릿속이 도리어 차가워지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는 직감했다.

‘잠깐.’

NPC아라가 말한 부족함이 무엇인지.

‘서, 설마?’

그러한 미다스의 예상에 언제나 그렇듯 갓워즈는 대답했다.

“지금 이대로 그 제단으로 향한다면, 자네는 무조건 죽을 테니까.”

감이 참 좋으시다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