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38화 (238/485)

238화.  < 77화. 아낌 없이 주는 나무들 (1). >

1.

- BJ대마도사가 이번에도 또 일냈다면서?

이제는 우스갯소리로 숨을 쉬는 것조차 이슈가 되어버린다는 평가를 받게 된 BJ대마도사.

그런 그가 이슈가 된다는 것은 이상할 게 없었다

- 갈기 하이에나 원콤으로 끝냈다면서?

ㄴ 정확히는 원킬이지. 블리자드 한 방으로 끝냈으니까.

ㄴ 아니, 솔직히 이건 너무하지 않나?

그러나 이번에는 그 정도가 심했다.

말 그대로였다.

이번 라이브 방송에서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것은 그저 뛰어난 퍼포먼스, 남다른 퍼포먼스 수준이 아니었다.

100미터 경주로 따지면 9초대에서 0.1초를 줄이기 위해 모두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연마하는 와중에 갑자기 자기 혼자 6초대 기록을 낸 것, 그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 솔직히 지금 당장 BJ대마도사를 300레벨대 사냥터에 데려다 놓아도 유명한 마법사들보다 딜링 더 잘 나올 듯?

ㄴ 신수랑 가디언에 소환물들 데미지 딜링까지 합치면, 그냥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지.

ㄴ 앞으로 게임 진짜 쉽게 하겠네.

ㄴ 무섭다, 무서워.

기존의 상식을 무너뜨리는 그 결과물에 일부는 환호성보다는 우려, 두려움을 보내고는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까지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기대치는 과연 이번에도 사냥터에서 솔로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그것마저 혼자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라이브를 통해 BJ대마도사는 그것조차 자신에게는 시간만 주어진다면 별거 아닌 일임을 증명한 셈.

- 앞으로 진짜 뭘 할지 상상조차 안 된다.

- 아무렴. 몹 잡는 건 일도 아니잖아?

즉, 이제는 BJ대마도사가 무엇을 할지 상상하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게 된 셈이었다.

물론 그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 과연 BJ대마도사가 앞으로 뭘 하려나?

이 엄청난 힘을 이용해서 BJ대마도사가 무엇을 할까?

BJ대마도사에 별 관심이 없던 이들도 이제는 그의 행보에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된 셈.

그만큼 루머도 늘어났다.

“혼자서 길드전 치른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나도 들었어. 10대 길드 중 하나 박살낸 후에 자기 이름 거기에 박겠다고.”

개중 대부분의 루머들은 BJ대마도사와 길드를 엮었다.

그가 어느어느 길드와 전쟁을 벌인다는 식.

“여하튼 플레이어는 경쟁자가 아니다, 이거네.”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능력은 더 이상 플레이어들과 비교가 불가능한 탓이었다.

길드 단위가 아니고서는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솔직히 BJ대마도사가 길드 좀 박살내주는 걸 보고 싶네.”

동시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들, 갓워즈를 즐겨보는 이들이 바라는 것 역시 그런 것이었다.

“그렇지. 1티어급 길드 애들이 하는 짓 보면 누가 좀 박살을 내주면 좋겠지.”

“아주 그냥 자기들끼리 모여서 다 해먹잖아?”

“요즘 텃새 부리는 거 보면 진짜 무슨 게임 전세 낸 줄 알겠다니까.”

1티어급 길드들, 그들이 자신들만을 위한 울타리를 만든 후에 갓워즈의 대부분의 콘텐츠들, 과실들을 독점하고 있었으니까.

“BJ대마도사가 저번에 1티어급 길드 대가리들 박살냈을 때 진짜 통쾌했지.”

혁명가가 탄생해주기를 바라는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그 길을 걸어주기를 바라는 건 당연지사.

물론 당사자의 생각은 달랐다.

‘길드전이라니…… 말도 안 되는 짓이지.’

정현우 입장에서 길드와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자기 밥줄을 끊는 것과 마찬가지.

‘고객님들하고 뭐하러 전쟁을 해?’

하물며 이제는 대형 길드들은 정현우의 중요한 사업 파트너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당장 중원 길드와 계약을 따낸 상황 아닌가?

실제로 이번에 중원 길드는 패배하긴 했지만 성과 자체를 보면 나쁠 게 없었다.

일단 이번 패배로 중원 길드를 폄하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들이 보여준 결과물 역시 어비스 길드를 뛰어넘는 매우 훌륭한 결과물이었으니까.

도리어 BJ대마도사와의 이벤트 매치업 덕분에 그 사실을 그 어떤 방법보다 더 확실하게 세상에 알린 상태였다.

‘다음 이벤트 매치에서 잘만하면 진짜 제대로 뽕을 뽑을 수 있을 거야.’

그런 상태에서 중원 길드와의 다음 이벤트 매치조차 대박을 터뜨린다면?

그때부터는 쏟아지는 제안들을 골라내기 바쁠 터.

자연스레 정현우의 지갑도 보다 더 풍족해질 터였다.

‘형 수술 끝나면, 집도 바꿔야지.’

지금 주어진 미래를 보다 더 풍족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

‘갑자기 100평짜리 집에 가면 형이 의심할 테니까…… 처음에는 방 2개짜리로 가서 내 방에 캡슐 설치하고…… 아니지, 이번 기회에 혜린이 방도 만들어줄까? 하긴, 혜린이도 금방 쑥쑥 자랄 텐데.’

그렇게 이제까지는 꿈도 꿔보지 못했던 풍족한 미래를 꿈꾸던 미다스가 이내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정신 차리자, 정현우.’

물론 정현우는 그 모든 것이 지금 손에 잡힌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돈 쓸 생각하지 말고, 벌 생각을 해야지.’

자신이 이제부터 잡아야 하는 것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음 이벤트가 중요해.’

그리고 그것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도 알고 있었다.

‘그전까지 최대한 빨리 스펙업과 퀘스트 진행을 해둬야 해. 저번처럼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

‘그럼 퀘스트부터 깨러 가야지.’

“혁주야, 세팅해줘.”

2.

[조사 완료]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2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개척 금지 구역 보고서를 개척단장에게 전달해주고, 그의 명령서를 텍스에게 전달해주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개척 준비’ 진행 가능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들자,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와 같은 땅이 눈에 들어왔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돌리자 붉은빛 기둥 하나가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피식 웃었다.

“여기서 사람을 찾으라니, 아주 미친 소리지. 안 그래, 럭키야?”

왕!

“그래, 진짜 개쓰레기 게임이라니까. 골드, 네 생각도 그렇지?”

“맞습니다! 주인님의 말처럼 정말 쓰레기 같습니다! 이런 쓰레기는 파멸해야 마땅합니다!”

바로 동의를 표하는 럭키와 골드의 모습에 미다스가 다시 고개를 돌리자, 그 빛기둥이 움직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찾아야 하는 대상인 NPC텍스가 지금 개척 구역을 움직인다는 증거.

그것을 본 미다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사할린 때는 애교네, 애교야.’

사할린 때처럼 NPC가 한 장소에 머물 때는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나마 말도 안 되는 퀘스트 난이도가 낮아지는 셈.

허나, NPC텍스는 그조차도 용납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 정보는 얼마에 팔았으려나?’

그 대목에서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최근 사할린에 대한 정보를 판 것이 떠올랐다.

아직 정보를 판 대가로 무엇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

물론 큰 걱정은 없었다.

‘어련히 잘 파셨겠지.’

라이징 스타 채널은 언제나 미다스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의 성과를 가져오지 않았던가?

‘그보다 이번 것은 정보로 팔기 힘들겠네.’

오히려 저렇게 움직이는 NPC에 대한 정보는 팔 수 없다는 사실이 미다스 입장에서는 더 신경 쓰이는 일.

‘콩고물에 대한 신경은 그만 쓰자.’

물론 가장 중요한 건 결국 퀘스트를 공략하는 것이었고 미다스는 그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미다스에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도 아니었다.

‘어차피 난 볼 수 있으니까.’

NPC가 어디에 있든 간에 미다스에게는 분명하게 찾을 수 있는 눈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뭐든 할 수 있지.’

동시에 이제는 어떤 퀘스트 난이도가 나오더라도 깰 수 있으리란 자신감도 있었다.

“얘들아 가자.”

그렇기에 미다스는 주저함 없이 그 까마득한 황무지를 향해 동료들과 발을 내디였다.

그렇게 15분 남짓 이동했을 때 미다스는 하이에나를 타고 있는 NPC텍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 용케 날 찾아왔군.”

NPC텍스 역시 미다스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그에게 다가왔다.

그런 그에게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편지 봉투 하나를 꺼낸 후에 건네주었다.

“개척단장께서 텍스님께 드리라 했습니다.”

“음.”

무거운 표정을 지으며 편지를 받은 NPC텍스가 곧바로 내용을 읽은 후에 말했다.

“단장님께서 결국 그곳을 개척하실 모양이군. 개척 준비를 하라는 명령을 내리셨네.”

어느 때보다 심각한 NPC텍스의 분위기가 말해주었다.

이번 퀘스트는 앞선 퀘스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어렵고, 힘들 것이라고.

허나, 미다스는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까짓것 해보죠.”

이미 개척자의 땅에서 마주할 수 있는 위협은 보스 몬스터를 제외하고 질리도록 경험해본 미다스 아닌가?

‘보스도 지금 잡으라면 못 잡을 건 없다.’

당장 개척자의 땅 보스 몬스터인 골드 하이에나를 잡으라는 과제가 나오더라도 잡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감이 없다면 그게 이상한 일.

“자네의 자신감에 감탄이 나올 따름이군.”

그러한 미다스의 모습에 NPC텍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미 그곳에서도 살아돌아온 자네라면 필시 아라의 무덤을 찾을 수 있을 걸세.”

“아무렴요, 제가 아라의 무덤…… 예?”

그 순간 튀어나온 단어에 자신감 넘치던 미다스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갸웃했다.

“뭘 찾아요?”

“이 상태에서 개척 금지 구역을 개척하는 건 불가능하네. 답은 하나, 위대한 개척자인 아라께 직접 답을 구하는 수밖에.”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때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창이 떴다.

[개척 준비]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2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아라의 무덤을 찾아, 아라에게 개척 방법을 구하자. 아라의 무덤을 찾기 위해서는 그의 유품이 필요하다.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아라의 가르침’ 진행 가능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아라의 지팡이 해체 시 ‘아라의 무덤으로 가는 지도’ 습득 가능

!퀘스트 239시간 내 완료 시 추가 보상 지급

!퀘스트 추가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미다스가 그러한 퀘스트창을 바라보는 두 눈을 깜빡였다.

많이 당황한 모양.

솔직히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게 설마 여기서 아라의 지팡이가 필요할 줄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어우……."

그러한 당혹감 속에서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한 미다스 한숨을 내뱉었다.

‘다행이다.’

아이템을 해체해야 한다는 사실보다 이 아라의 지팡이가 손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이었다.

‘진짜 다행이다.’

만약 아라의 지팡이를 구하지 못했다면, 이것을 구하는데 정말 까마득한 시간을 허비해야 했을 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슨 퀘스트가 이래? 이건 그냥 깨지 말라는 거잖아?’

허비하는 정도가 아니라 포기라는 선택지를 골라야 했을지도 몰랐을 일.

실제로 이 퀘스트 난이도는 엄청났다.

‘보상도...... 미쳤네.’

그 증거로 이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이 무려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 2개였다.

이제까지 얻은 그 어떤 퀘스트 보상보다 강력한 보상이 나온 셈!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그때 나온 NPC텍스의 질문에 미다스는 대답 대신 인벤토리에서 아라의 지팡이를 꺼냈다.

그 후에 대답했다.

“할 수 있느냐, 그런 질문보다는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느냐, 라고 질문해주시죠.”

어느 때보다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이는 미다스.

물론 미다스는 잊지 않았다.

‘와, 예화 님 아니었으면 진짜 끝날 뻔했네.’

본인은 알 리 없지만 이 엄청난 물건을 가져다준 중원 길드의 마스터를 향한 감사함을.

‘아라의 지팡이에 이벤트까지…….'

그러한 생각은 더 진해졌고, 이윽고 미다스는 생각했다.

‘진짜 신이 날 도우려고 천사를 보내준 모양이네.’

3.

“그러니까 제게 원하는 건 BJ대마도사를 죽이는 거네요.”

예화의 말에 곧바로 그녀가 보고 있는 모니터 너머의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 맞아요.

그러한 여인의 담백한 대답을 들은 예화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

‘엠마.’

사실 이 순간 예화의 신경은 이 대화 주제보다는 대화를 나누는 이의 정체에 집중되어 있었다.

알고 있다는 증거였다.

‘어비스 길드의 창설자.’

눈앞에 대화를 나누는 여인, 엠마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녀가 노리는 게 무엇인지.

달리 말하면 예화는 지금 대화 주제 자체에 대해서는 딱히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었다.

- 현시점에서 BJ대마도사를 방해할 수 있는 전력을 가진 건 중원 길드뿐이니까요.

어비스 길드는 제안했다.

BJ대마도사의 목적은 시간 벌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 BJ대마도사와 같은 레벨대의 플레이어 중 의미 있는 실력 행사를 할 집단은 중원 길드밖에 없다는 것.

그러니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의 발목을 잡아주는, 그의 추격자가 되어달라고.

그리 하면 어비스 길드와 탐험가 길드, 최소한 두 곳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충분히 합리적인 제안이었고, 때문에 예화 입장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그래서 어비스 길드는 방법이 있나요? 그 말도 안 되는 괴물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어떻게 해야 BJ대마도사를 고꾸라뜨릴 수 있을까?

그러한 예화의 물음에 모니터 너머의 엠마가 답했다.

- 일단은 당위성을 부여하는 게 중요해요. 중원 길드와 BJ대마도사, 둘 관계를 언제 어느 순간 붙어도 이상할 게 없는 라이벌 관계로 만들어야겠죠.

그 말에 예화는 이내 의도를 파악한 듯 말했다.

“그럼 한 번 더 붙으라는 거네요. 지금 당장 상황을 보면…… 골드 하이에나가 되겠군요.”

- 필요한 게 있으신가요?

그 물음에 예화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보고 계세요. 돈은 어비스 길드보다 우리 길드가 더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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