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화. < 75화. 원콤맨 (3). >
8.
이기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예화의 그 제안을 들은 주변의 모든 플레이어들의 다음 관심사는 오직 하나였다.
‘그래서 BJ대마도사가 이기면?’
과연 BJ대마도사는 이번 이벤트 매치의 승리 수당으로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예화,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딜을 받은 이상, 그만한 리스크를 짊어지게 해주겠지.’
BJ대마도사 성격이라면 자신을 상대로 이러한 공격을, 유효한 기습을 한 이를 그냥 놔두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는 BJ대마도사, 당신은 승리 보수로 뭘 원하나요? 내기를 저만할 수는 없잖아요?”
‘여기서 확실하게 긋는다.’
그렇기에 그녀는 아예 계산을 확실하게 하고자 했다.
괜히 소원 들어주기 같은 애매모호한 것을 승리 보수로 정했다가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는 없는 일이기에.
“그래서 뭘 원하시죠?”
그러한 그녀의 의지에 미다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말했다.
“그냥 편하게 돈으로 하죠.”
돈!
특별할 것 없는 단어.
그러나 BJ대마도사가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좌중의 모든 이들이 그대로 굳었다.
‘돈으로 하자고?’
‘BJ대마도사가?’
아즈모에 버금가는 부자들로 평가받는 예화에게 그 아즈모보다 더 대단한 재력을 보여준 BJ대마도사가 돈을 달라고 한다?
‘대체 얼마를 부르려고?’
보통 이들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 일.
예화,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5천만 달러까지는 내 선에서 가능하다.’
그녀는 상상을 넘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의 한계선을 가늠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긴장감 속에서 정현우가 말했다.
“1만 달러.”
그 액수가 모두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정현우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제가 이기면 1만 달러를 주시죠. 이번 기회에 고생하신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분들 회식이라도 시켜드려야 하니까요."
‘그래, 이 정도가 딱 적당해.’
그렇게 대답을 한 미다스는 자신의 대답에 만족했다.
‘이미 선금으로 엄청난 걸 받았는데 여기서 과한 요구는 안 되지, 아무렴.’
어쨌거나 승리 보수는 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한 요구를 했다간 욕만 먹는 일.
그렇다고 너무 볼품없는 걸 요구하는 것은 상대하는 걸 무시하는 것이 될지도 몰랐다.
그런 의미에서 미다스의 지금 제안은 적당했다.
회식비로 1만 달러가 필요하다, 여러모로 스케일은 있으면서도 과하지 않은 수준.
물론 그건 미다스의 기준이었다.
예화, 그녀 입장에서 미다스의 그 제안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이런 식으로 우리 자존심을 뭉개겠다, 이거지?’
그쪽이 내가 원하는 걸 구해다 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러니 그쪽에게 딱히 바라는 게 없다.
그건 중원 길드 칭화 그룹을 무가치한 존재로 치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사실상 도발인 셈.
그렇게 이제는 그 도발을 당한 입장이 된 예화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내기가 성립되는 순간.
“그럼 이벤트 매치 때 보죠.”
그리고 이벤트 매치가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순간이었다.
9.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 둘의 소문은 바로 번졌다.
- 서로 내기했다면서?
ㄴ 중원 길드는 자기들이 이기면 BJ대마도사랑 현실에서 만나고 싶다고 했음.
ㄴ 헐, 데이트 제안한 거임?
ㄴ 그럴 리가 있나? 그냥 현실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거겠지.
ㄴ 맞아, 평생 솔로로 살아갈 BJ대마도사한테 데이트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중원 길드가 요구한 것이 무엇인지.
- 그래서 BJ대마도사가 원한 건 뭐야?
ㄴ 1만 달러.
ㄴ 응? 돈을 요구했다고?
ㄴ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 회식비로 1만 달러 달라고 함.
ㄴ BJ대마도사답네. 회식비로 1만 달러라니.
그리고 BJ대마도사가 요구한 것이 무엇인지.
사실 그다지 대단한 스케일의 내기는 아니었다.
- BJ대마도사가 너무 배포가 작은데?
ㄴ 질 거 같아서 그러는 거 아님?
ㄴ 그냥 이벤트 매치로 끝내려는 듯.
BJ대마도사가 일부러 스케일을 줄인다, 승부를 피한다, 이길 생각이 없다, 같은 의견이 나오는 건 그 때문이었다.
- 뭔가 전력으로 한다는 느낌은 없지.
여러모로 BJ대마도사의 패배가 기정사실화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
반대로 그 점이 오히려 사람들을 들끓게 했다.
- BJ대마도사, 대충 해봐. 아주 그냥 제대로 물어 뜯어줄 테니까.
- 결국 BJ대마도사도 플레이어일 뿐이지. 솔직히 혼자서 어떻게 이기겠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가 무너지기를 바라는 이도 적지 않았으니까.
그 반대급부로 중원 길드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 밟고 이제 떡상할 듯.
- 솔직히 지금 200레벨대 중에서 가장 핫한 건 중원 길드 아님? 이번에 보니까 멤버들이 장난이 아니던데?
더욱이 중원 길드의 멤버 하나하나가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이 공개되었고, 그 사실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
이번 이벤트 매치 이전에도 충분히 대단한 평가를 받던 중원 길드가 그 이상의 관심과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 뭐든 간에 까보면 알겠지.
그러한 관심 속에서 결전의 날이 밝았다.
10.
개척자의 땅에서 플레이어들이 사냥하는 방식은 하나였다.
개척 퀘스트를 받은 파티들끼리 경쟁하는 것.
그러한 개척 퀘스트는 3개 파티부터 최대 10개 파티까지 받을 수 있었으며, 방식은 3개 파티가 퀘스트를 같이 받는 방식과 랜덤 매칭, 두 가지가 존재했다.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 그 둘 외에도 하나의 파티가 필요하다는 의미.
다행히도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러한 퀘스트와 관련한 것들을 처리하는 데 있어 갓워즈 최고의 집단이 있었으니까.
“탐험가 길드 소속 오원입니다.”
탐험가 길드, 그들이 기꺼이 제3자를 맡아주었다.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무대는 완벽하게 갖춰진 셈.
남은 건 하나였다.
"그러니 두 분은 마음껏 경쟁하시죠.”
무대 위에서 싸우는 것뿐.
11.
[개척 지역에 입장했습니다.]
이어진 알림과 함께 황무지 위에 30인의 플레이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30인의 플레이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가지각색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오로지 하나였다.
중원 길드 소속이라는 것.
“아, 드디어 이 날이 왔네.”
그러한 중원 길드의 이름 아래에서 BJ대마도사 사냥을 위해 그리고 그 이상의 도약을 위해 모인 그들은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음에도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우리 쪽 라이브 방송 시청자 몇 명이지?”
“1,100만 명.”
“BJ대마도사 이름값이 대단하군. 바로 1천만 찍고 시작하네. 그러는 BJ대마도사쪽은?”
“거기도 1,100만 명.”
“그냥 동시에 본다, 이거군.”
긴장한 기색을 드러내기는커녕 여유 있게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빨리 끝내자고.”
“그래, 빨리 끝내고 이 지루한 개척자의 땅을 졸업하자고.”
오히려 한시라도 빨리 길었던 이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고 다음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
그들에게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단판 승부라서 다행이야, 괜히 몇 차례 시도한답시고 시간 더 끌 필요도 없으니까.”
“확실하게 끝내자고.”
중원 길드 멤버 중에 승리를 의심하는 이는 없었으니까.
그러한 광경 앞에서 예화 역시 이렇다 할 말은 하지 않았다.
‘길고, 어려웠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어.’
다사다난했으나 결국 원하는 판은 만들어졌고, 이제 수확을 하기만 하면 될 때.
이제 더 이상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작전은 하던 그대로예요.”
하던 대로 하면 될 뿐.
“킬러독 부대가 하얀 갈기를 잡는 사이, 우리가 갈기 하이에나를 처리합니다.”
그때였다.
예화가 명령을 내리는 사이 정찰을 나갔던 두 명의 플레이어가 다가오며 말했다.
“전방 1킬로미터 지역에 갈기 하이에나 무리 발견했습니다.”
그 말에 곧바로 예화가 고개를 돌려 다른 플레이어를 바라보았고, 그 플레이어가 자신의 채팅창을 본 후에 말했다.
“BJ대마도사 쪽은 아직 준비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BJ대마도사 기록을 보고 움직일까요?”
기본적으로는 경쟁자의 기록을 확인한 후에 시도하는 게 유리한 법.
더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면 BJ대마도사 쪽 기록을 보고 움직이는 게 맞았다.
그러나 예화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BJ대마도사가 낼 수 있는 기록은 빨라야 7분대,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도 그 이상은 불가능했어요.”
너무 용의주도한 모습이 때로는 나약하게 보이게 만드는 법.
이미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나약하게 보일 여지를 남길 이유는 없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이 바라는 건 그저 오늘 한 번의 승리가 아니었으니까.
“우리가 먼저 잡습니다.”
그렇게 단호하게 말을 하던 예화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한마디를 덧붙였다.
“기왕 하는 거 베스트 기록인 3분 35초를 갱신해보죠. 어비스 길드의 기록을 59초 단축하는 것보다 1분 단축한 게 1초 차이지만 더 느낌이 좋잖아요?”
그녀의 말에 곧바로 모든 이들이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시작하죠.”
12.
- 중원 길드 움직인다!
- BJ대마도사님 중원 길드가 사냥 준비해요!
중원 길드가 움직임과 동시에 미다스의 라이브 방송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 와, 30인 파티 움직이는 거 장난 아니네. 이렇게 잘 맞춰서 움직이는 거 처음 봄.
- 대열 유지하는 거 봐. 칼이네, 칼!
- 아! 킬러독 부대가 우두머리 맡는 듯.
- 몇 분대 나오려나? 4분대는 확실할 거 같은데.
그렇게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중원 길드 소식을 전달했다.
그러한 시청자들의 채팅에는 다급함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를 응원하기 모인 이들, 이벤트 전이라고 해도 BJ대마도사가 지는 것을 바라는 이는 없었다.
- 아, 망쳐라.
- 믿을 건 실수뿐이야!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의 팬들이 바라는 건 중원 길드 쪽이 실수하는 것이었다.
단판 승부이기에 바랄 수 있는 유일한 여지인 셈.
- 아니, 아무리 실수해도 5분대는 가능할 듯?
- 이미 다 끝났어. BJ대마도사는 안 될 거야.
그마저도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아, 중원 길드 시작했나요?”
그러나 막상 이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당사자인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여유가 넘쳐 있었다.
“잘했으면 좋겠네요.”
도리어 중원 길드 쪽을 응원할 정도.
"그렇지, 럭키야?”
왕!
"뭐라고? 그냥 일부러 져서 예화 님하고 현실에서 알콩달콩 데이트하는 게 개이득이라고?”
왕!
"크으, 역시 럭키가 뭘 좀 아는구나.”
심지어 이제는 지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같은 소리를 할 정도였다.
그 사실에 몇몇 시청자들은 생각했다.
- 설마 진짜 데이트 때문에 일부러 지는 건 아니지?
ㄴ 에이, BJ대마도사가 그러겠어?
ㄴ 아니야. 어쩌면 이번이 BJ대마도사가 솔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지도 몰라.
진심으로 데이트 때문에 BJ대마도사가 패배를 자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쨌거나 그러한 미다스의 행동에 채팅창의 분위기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구스타프 님이 10,10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내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중원 길드 쪽은 이미 어비스 길드의 신기록을 갱신했다더군.]
그때 들려온 구스타프의 말에 채팅창에 다시 한 번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 어비스 길드 기록이면 4분 35초? 그 기록을 뛰어넘었다고?
- 그게 가능해?
- 미친, 그거 멀린이 세운 기록인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
허나, 다른 누구도 아닌 캐논 구스타프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부정하는 이는 없었다.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0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킬러독이 최근 중원 길드로부터 제대로 지원을 받았으니까. 우두머리 잡는데 3분 40초 정도 걸릴 거다. 빠르면 30초대까지 줄일 수 있고. 실력은 확실한 녀석이니까.]
부정은커녕 오히려 검객마저 구스타프의 의견에 힘을 한 번 더 실어줄 정도.
[멀린 님이 10,10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우리 쪽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3분 52초, 가장 빠른 기록은 3분 35초까지 나오더군.]
이어서 공식 신기록 보유자였던 멀린마저 의견을 건네는 순간 더 이상 채팅창에 기대감을 품는 이는 없었다.
- 아, 끝났네.
- 그냥 항복하시죠?
BJ대마도사에게 일말의 희망조차도 없음을.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전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기 있네.’
이내 갈기 하이에나 무리를 발견한 미다스가 이내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저도 슬슬 준비해야겠네요. 일단 포션 도핑부터 들어가겠습니다.”
포션을 꺼내 하나씩 마시는 건 물론, 근처에 있는 골드와 실버, 럭키에게 포션을 먹였다.
그사이 말을 했다.
“자, 그럼 제 작전을 설명토록 하겠습니다.”
그때였다.
- 기록 나왔다!
- 3분 35초!
중원 길드 쪽의 기록이 실시간으로 채팅창을 뒤엎었다.
- 맙소사.
- 어비스 길드 신기록을 1분이나 단축했잖아?
그 압도적인 기록에 더 이상 채팅창에서는 BJ대마도사를 향한 응원조차 내뱉지 못했다.
모두가 말문이 막힌 탓이었다.
"오늘 준비한 작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럭키가 사생결단으로 하얀 갈기 하이에나의 어그로를 끌면 골드를 비롯해 공격을 들어갈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만이 말문을 연 채 작전을 설명했다.
"그사이 제가 가고일로 갈기 하이에나들의 어그로를 끈 후에 블리자드를 쓸 겁니다.”
의외로 여전히 담담한 미다스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도리어 기대감을 품었다.
- 지금 BJ대마도사 모습 뭔가 있는 모양인데?
- 뭔가 제대로 준비한 듯?
- 그래, 아무런 작전도 없이 BJ대마도사가 왔을 리 없잖아?
- 분명 뭔가 준비했을 거야. 블리자드만 해도 그렇잖아?
- 뭔가 회심의 방법이 있을 거야.
BJ대마도사가 이 상황을 타개할 작전을 가져왔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 그래서 블리자드를 쓴 다음에 뭐죠?
- 혹시 메테오 스트라이크 마법?
그렇게 기대감을 품은 시청자들 미다스는 말했다.
“작전 설명 끝.”
이거면 충분하다고.
- 응?
- 그게 전부?
그 사실에 모두가 놀라는 사이, 미다스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작전명은 원콤맨입니다.”
그 말의 의미를 당연히 알 리 없는 시청자들이 고개를 갸웃했고, 그사이 미다스가 말했다.
“인벤토리.”
자신의 인벤토리를 열고 그 안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아라의 깃털 모자를 착용했습니다.]
미다스, 그가 드디어 아라 세트를 세상에 공개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