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22화 (222/485)
  • 222화.  < 71화. 물량 앞에 장사 없다 (3). >

    5.

    - 사안 발동이다!

    사안이 발동하는 순간 BJ대마도사의 압승을 의심하는 자는 단 한 명도 존재치 않았다.

    때문에 채팅창을 가득 채운 1,300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 중 승리를 기대하는 이는 없었다.

    - 와, 얼마나 제대로 조지려고?

    - 마지막 놈이 삼형제 중에 가장 처참하게 당할 듯?

    - 그래, 난 이런 걸 원했어!

    BJ대마도사가 고리 원숭이 첫째를 상대로 얼마나 사악한 모습을 보여줄까, 그것을 기대할 뿐.

    ‘그래, 다들 그런 걸 원하지.’

    미다스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더 폭력적인 걸.’

    더 나아가 갓워즈를 즐겨보는 이들 대부분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닌 폭력적인 것임도 알고 있었다.

    그럼 지금 무엇을 보여줘야 가장 폭력적일까?

    “리볼버.”

    물론 답은 정해져 있었다.

    - 리볼버?

    - 트라이던트 쿨 끝난 듯!

    트라이던트 5연발.

    “트라이던트 애드원.”

    물론 앞선 고리 원숭이 셋째 때와는 달랐다.

    ‘한 발씩, 천천히.’

    앞선 고리 원숭이 셋째는 최단 시간 내에 데미지 딜링을 내는 것, 소위 폭딜이 목적이었다면 이번 공격은 빙결 효과 시간을 최대한 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최대한 빙결 시간을 뽑아낸다.’

    그럼으로써 고리 원숭이 첫째가 단 한 번의 제대로 반격조차, 심지어 몸부림조차 못 치게 만들고자 했다.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의지를 시청자들은 미다스가 첫 번째 트라이던트를 던지는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고리 원숭이 첫째가 석화 상태에서 풀립니다.]

    [고리 원숭이 첫째가 얼어붙습니다.]

    사안의 석화 상태가 끝나는 순간, 다시 한 번 얼어붙는 고리 원숭이 첫째.

    그것을 상대로 미다스는 두 번째 트라이던트를 손에 쥐기만 한 채 자세만 잡았다.

    - 사악하다, 사악해.

    ㄴ BJ사탄으로 개명해야 하는 거 아님?

    ㄴ 사탄은 무슨, 사탄도 이거 보고 반성해야 함.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폭력을 선사하고자 하는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내두르며 열광했다.

    [사탄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루시퍼 님이 1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바알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플레이어가 몬스터를 압도하는 것, 그것이 워즈튜브를 즐겨보는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러한 기대에 미다스는 물론, 럭키와 골드를 비롯한 모두도 최선을 다해 응했다.

    - 와, 다구리도 이런 다구리가 없네.

    - 물량 앞에 장사 없는 법이지.

    - 블레이즈 골렘이 세 방향에서 주먹 휘두르고, 거대화한 실버가 뒤에서 치고, 이제 더 때릴 곳이 없네, 없어.

    - 저것 봐, 럭키가 때릴 곳이 없어서 주춤함!

    얼어붙은 고리 원숭이 첫째를 향해 모두가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

    ‘…… 오케이.’

    빙결이 풀릴 때가 되면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트라이던트를 그대로 던졌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예상했다.

    - 이쯤 되면 딜 계산 다 끝난 거 같네.

    - 다섯 발 다 던지면 끝날 듯.

    - 그전에 끝날 듯?

    BJ대마도사가 모든 데미지 딜링 계산을 마쳐두었으리라고.

    - 그럼 우리는 카운트다운만 하면 되네.

    때문에 시청자들은 BJ대마도사의 트라이던트를 카운트다운 삼았다.

    콰직!

    [고리 원숭이 첫째가 얼어붙습니다.]

    그렇게 세 번째 트라이던트가 꽂히고, 미다스가 다시 캐스팅을 했다.

    “리플레이 트라이던트.”

    자신이 할 수 있는 다섯 개의 캐스팅 따윈 하지 않은 채, 추가 마법 따윈 더하지 않은 채.

    - 2!

    그 후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 1!

    이윽고 마지막 다섯 번째 트라이던트가 꽂히는 순간, 시청자들은 직감했다.

    - 끝났네.

    - 와, 다 잡았다.

    이제 레이드는 끝이 났음을.

    - 어? 아직 안 쓰러졌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고리 원숭이 첫째는 여전히 얼어붙은 채 굳건하게 땅 위에 서서 오는 모든 공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물론 그것을 사고로 취급하는 이는 없었다.

    - 아, 이렇게 마무리되면 별론데.

    - 마무리 화려하게 물리 마법 가시죠?

    오히려 BJ대마도사가 쇼맨십을 위해 일부러 연출을 했으리라고 생각할 뿐.

    - 맞아, 마법사 주제에 물리 마법 안 쓰는 게 말이 됨?

    - BJ대마도사는 물리 마법을 써라!

    자연스레 시청자들이 쇼맨십을 요구했고, 그러한 요구에 미다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됐다!’

    물론 이 상황은 미다스 입장에서 바라던 상황.

    “오케이, 요구 접수했습니다.”

    때문에 미다스가 적당히 연기를 마친 후 시청자들을 위해 기꺼이 쇼맨십을 보여줬다.

    - 어, 뛴다?

    미다스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 후에 소리쳤다.

    “블링크!”

    그 외침과 함께 사라진 미다스가 얼어붙은 고리 원숭이 첫째의 머리 위에 등장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두 다리를 앞세운 채 소리쳤다.

    “선더드롭킥!”

    그 외침과 함께 미다스의 몸에 그대로 고리 원숭이 첫째를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본인의 말마따나 벼락처럼.

    그렇게 미다스가 추락했다.

    - 응?

    고리 원숭이 첫째의 등 뒤로.

    쿵!

    그대로 고리 원숭이 첫째를 비켜 가며 무대나무 위에 바닥에 미다스의 몸이 꽂혔다.

    - 빗나갔네?

    - 못 맞춘 거야?

    공격이 빗나가는 순간.

    그렇게 애꿎은 바닥을 공격한 미다스는 그대로 굳었다.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잠시 동안 가만히 있던 미다스가 이내 고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아, 이걸 피하다니, 대단하네.”

    사안의 석화 이후 거듭된 트라이던트 공격에 단 한 번도 움직이지 못했던 고리 원숭이 첫째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

    - 피했다고? 지금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나?

    시청자들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하!”

    그런 시청자들의 반응을 무시한 채 미다스가 웃으면서 말했다.

    “다음 공격은 제대로 맞추겠습니다. 선더드롭……."

    그때였다.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우습지도 않은 공격을 준비할 무렵.

    [고리 원숭이 첫째를 처치했습니다.]

    들리는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뒤에 있던 고리 원숭이 첫째가 쓰러지기 시작했다.

    "응?"

    다름 아닌 미다스가 있는 방향으로.

    "헉!"

    그것을 본 미다스가 기겁하면서 오늘 전투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몸을 날렸다.

    쿵!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로 자신을 덮치는 고리 원숭이 첫째의 시체를 피한 미다스가 길게 안도의 한숨과 함께 속내를 내뱉었다.

    “어우, 뒈질 뻔……."

    그때 채팅창을 확인한 미다스가 말을 멈추며, 잽싸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물론 연출입니다. 마지막에 긴장감 있었죠?”

    물론 그걸 믿는 시청자는 없었다.

    - 응, 죽을 뻔했어.

    - 아, 오늘 라이브 방송 레전드 될 뻔했는데 아쉽다.

    - 아, 저걸 피하네.

    - BJ골드님, 원딜이 많이 아픈 듯합니다. 정신이.

    당연히 채팅창이 미다스를 향한 조롱과 웃음으로 도배됐다.

    ‘젠장.’

    사실 빗나가는 건 미다스의 노림수였다.

    그러나 자신에게 쓰러지는 건 미다스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크게 나쁠 건 없었다.

    고작 이 장면으로 BJ대마도사의 전투력을 낮게 평가할 리는 만무.

    - 역시 BJ개그도사.

    - BJ대마도사님의 연출에 따봉 하나 드립니다.

    - BJ대마도사쯤 되니까 이런 여유를 보이는 거지. 아무렴.

    오히려 시청자들은 이 장면을 통해 BJ대마도사에 대해 더 높은 평가를 했다.

    ‘후우, 큰 문제는 없겠네.’

    그 반응을 확인한 미다스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럼 이제 끝내볼까?’

    “어쨌거나 이것으로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끝났네요. 그럼 이것으로 오늘 라이브는 종료하겠습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미다스가 라이브를 종료했다.

    6.

    - 시청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 멘트를 끝으로 모니터 너머로 BJ대마도사가 사라지며 대신 검은 화면이 등장했다.

    그리고 몇 초의 시간이 흐르자, 검은 화면 위로 블루불 로고가 선명하게 올라왔다.

    그것을 보던 아즈모가 쓰고 있던 이어폰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멀린이 참가했군.”

    그 말에 비서가 말했다.

    “어비스 길드 쪽 정보를 캐내는 중입니다. 최대한 빨리 상황을 파악해서……."

    “파악할 게 뭐 있어? 간단한 거야. 대리인이 아니라 책임질 수 있는 자가 판에 앉겠다는 거지.”

    “판이요?”

    “이제 지르고 싶을 때 그 자리에서 제대로 불을 지르겠다, 이거지.”

    말을 하고 제 턱수염을 쓰다듬는 아즈모의 표정은 그다지 썩 좋지 못했다.

    ‘BJ대마도사 그리고 박영준, 보통 내기는 아닌 줄 알았지만…….'

    BJ대마도사와 박영준을 얕본 적은 없었다.

    특히 최근 거래 건, 정령 전사 건을 통해 아즈모는 BJ대마도사가 가진 능력과 정보력이 자신의 생각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자신의 몸값을 결코 저렴하게 매길 생각이 없음도 알았다.

    ‘설마 멀린을 자리에 앉히다니.’

    그러나 멀린이 움직인 건 예상 외였다.

    그만큼 멀린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멀린의 뒤에는 엠마가 있으니까.’

    결정적으로 멀린이 움직인다는 것은 어비스 길드의 매니저, 엠마가 움직인다는 의미.

    ‘사실상 베팅 상한선을 두지 않겠다는 거야.’

    그 사실 앞에서 고민하던 아즈모에게 비서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라이징 스타 채널과 미팅을 잡을까요?”

    비서의 질문에 아즈모는 고민을 멈추었다.

    “잡아야지.”

    이제 다시 새로운 판이 열리고, 다시 판을 얻기 위한 베팅을 할 때.

    “이번에는 뭘 대가로 줘야 할까요?”

    그리고 무엇을 베팅할지 고민을 할 때였다.

    그 고민 앞에서 아즈모는 턱수염을 몇 번 쓰다듬은 후에 말했다.

    “물량 앞에서는 장사 없는 법이지.”

    “예?"

    “뉴페이스가 추가됐으니, 이번 기회에 우리가 확실하게 한 벌 제대로 맞춰주자고.”

    그 말에 비서가 반문했다.

    "착용이 가능할까요? 일반 고리 원숭이도 아니고, 고리 원숭이 형제 덩치라면 소형 이상인데, 플레이어 아이템이 착용 불가일 텐데요?"

    이어진 반문에 아즈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마도사 클래스 중 가디언에게 가장 많이 돈을 쓴 그는 당연하게 알고 있었다.

    “그렇지.”

    중형 이상의 덩치, 신장으로 따지면 3미터 이상 그리고 외형이 인간과는 크게 다른 몬스터를 가디언으로 삼을 경우 플레이어가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중형 이상이나, 짐승형 몬스터를 베이스로 삼은 가디언에게 아이템을 착용시키려면 아이템을 개조해야 하지만, 무대나무 숲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 그리고 라포조차 모르는 방법이고.”

    하려면 특별한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게 이유였다.

    “그러니까 보내주는 거야. 신호를 보내는 거지.”

    아즈모가 선물을 보내는 이유를.

    “나는 이것을 입힐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라고.”

    7.

    "어우, 끝났다."

    라이브가 종료되는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는 입장에서는 미다스가 보스 몬스터들을 유린한 듯하지만, 막상 당사자인 미다스의 심정은 달랐다.

    칼날 위는 걷는 심정.

    ‘마지막에 정말 큰 사고 날 뻔했지.’

    하물며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날 뻔했다.

    물론 결과를 놓고 보면 성공적으로 끝났다.

    내용면에서는 흠잡을 곳이 없었고, 시청자 숫자는 역대 최고 수치를 찍었고, 심지어 멀린이라는 새로운 큰손마저 등장했다.

    그리고 새로운 동료도 생겼다.

    “주인님, 오늘 전투는 주인님의 명성에 어울리는 멋진 전투였습니다.”

    “선배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주인님의 영광을 함께한다는 사실에 감격할 따릅니다.”

    한도 없는 칭찬에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작아진 골드와 거대해진 실버를 보았다.

    극명하기 그지없는 덩치.

    개중에서도 미다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니라 실버였다.

    거대화 스킬을 쓰지 않아도 4미터에 이르는 덩치가 앞으로 보여줄 파괴력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아이템 착용만 가능했으면…….'

    그저 플레이어의 아이템 착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 그 사실이 달콤한 미소 뒤에 아주 미약한 쓴맛을 줄 뿐.

    ‘가만.’

    그때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작아진 골드를 바라본 후에 다시 실버를 바라보았다.

    그 후에 무언가를 생각하던 미다스가 이내 실버를 향해 말했다.

    “실버, 소형화.”

    그 명령에 거대했던 실버의 모습이 단숨에 작아졌다.

    1.5미터의 신장.

    일반 고리 원숭이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된 실버를 앞에 둔 미다스가 제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실버야, 이거 한 번 써볼래?”

    그 말에 실버가 행동 대신 지그시 미다스를 바라만 봤다.

    ‘안 되나?’

    그 모습에 미다스가 그럼 그렇지, 하는 약간 실망 어린 표정을 짓는 순간 실버가 이내 감격한 표정으로 미다스의 손에 있는 모자를 받아들며 말했다.

    “주인님의 은혜, 기꺼이 쓰겠습니다!”

    [실버가 불타오르는 모자를 착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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