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20화 (220/485)

220화.  < 71화. 물량 앞에 장사 없다 (1). >

1.

사람들은 하늘 위의 무수히 많은 별마다 이름을 붙이고는 했다.

갓워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수히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에게 사람들은 별명을 붙이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별이 너무나도 많은 탓에 비슷한 별명을 가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별명을 가진 마법사들 중에서 최고라는 수식어를 쓸 수 있는 건 오직 한 명이었다.

- 맙소사, 멀린이 후원을 했어.

멀린.

갓워즈의 최고의 마법사란 유일무이한 수식어를 가진 그의 등장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 진짜 멀린 맞음? 짭 아님?

- 에이, 설마. 멀린이 여기를 왜 와?

- 멀린은 이런 곳에 오는 성격도 아니잖아?

일단 모두가 의문부터 던졌다.

타당하고, 마땅한 의문.

그러한 의문에 대해 답을 해준 건 다름 아닌 아즈모였다.

[아즈모 님이 10,08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이게 웬일이야? 여기서 최고의 마법사님을 만나게 되네? 난 이런 거에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그렇잖아?]

[멀린 님이 10,08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일주일 전에 파티 초대장 보내줬는데, 참석 못해서 미안하군.]

[아즈모 님이 10,08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진짜네.]

아즈모가 후원 채팅을 통해 멀린임을 인정하는 순간, 당연히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이제 그 누구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 진짜 멀린이다!

ㄴ 그럼 여기 아즈모랑 구스타프에 멀린까지 모인 거네?

ㄴ 최고의 마법사들은 다 모였네.

ㄴ BJ대마도사도 있음!

이 라이브 방송의 참석자 자리에 참석한 슈퍼 스타들, 그들이 내뿜는 광채에 눈이 멀 뿐.

비단 채팅창만 그런 건 아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래?”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실, 라이브 방송을 위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던 그곳의 모든 직원들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이거였군.’

오직 한 명 박영준만이 미소를 지었다.

‘대리인이 아니라, 직접 판에 앉히려는 게 BJ대마도사의 목적이었어.’

거래, 협상, 경매 그리고 도박까지.

뭐든 사람과 사람이 마주 보고 중요한 일을 할 때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건 대리인이 아니라 책임을 질 수 있는 직책에 있는 자를 앉히는 것이었다.

경매나 도박은 더더욱 그랬다.

‘아무렴, 대리인이 아니라 당사자를 앉혀야 실수나 오판이 나올 때 무를 수 없는 거니까.’

일단 대리인은 과한 경쟁에서 생긴 실수, 오판을 통한 무리한 베팅을 할 수 없었다.

본인이 책임질 수 없는 베팅은 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당사자라면?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최대한의 베팅을 할 수 있는 법.

‘이름값 때문에라도 무리해야지.’

무엇보다 본인이 직접 앉은 이상, 명성에 걸맞은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슈퍼 스타는 그만큼 빛을 내기에 슈퍼 스타인 법이니까.

‘이제야 비로소 진짜 판이 만들어지겠군.’

그 결과에 이른 박영준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기분 좋은 미소는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판을 깔아줬으면 제대로 해야지.’

판이 커진 만큼 박영준의 역할과 책임은 더 막중해질 테니까.

‘역시 BJ대마도사, 대단하네.’

그렇게 감탄을 내뱉던 박영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 가늘어진 눈으로 모니터를 보던 박영준이 소리쳤다.

“지금 화면에 나온 고리 원숭이 몇 마리인지 체크해봐!”

“예?"

박영준의 그 갑작스러운 외침에 부하 직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모니터를 본 후에도 반응은 달라지지 않았다.

‘뭐가 문제지?’

‘보스 몬스터 잡는 거잖아? 당연히 고리 원숭이 무리가 나오겠지.’

고리 원숭이 형제 레이드의 시작점이 부하 고리 원숭이 무리를 상대한다는 건 모두가 아는 일.

무대나무 위에 올라선 BJ대마도사의 시야에 고리 원숭이 무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박영준이 말했다.

“2백 마리를 훌쩍 넘기고 있잖아!”

2.

모두가 놀란 멀린의 등장.

‘맙소사, 멀린이라니?’

개중에서도 가장 놀란 건 다름 아니라 미다스였다.

최고, 그 외에 더 이상 수식어가 필요 없는 자 아닌가?

‘진짜 맞나? 짭 아니야? 멀린은 아즈모랑 달리 이런 곳에 오는 성격이 아닌데?’

더욱이 멀린은 아즈모와는 조금 달랐다.

아즈모가 팬서비스가 훌륭하고, 친근한 슈퍼 스타라면 멀린은 고고히 작품으로만 팬을 만나는 슈퍼 스타 같은 느낌.

이렇게 누군가의 방송에서 등장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었다.

‘진짜이면 어떻게 하지? 인사해야 하나? 어떻게 하지? 허세 컨셉 유지할까? 너무 깝치는 걸로 보이려나?’

여러모로 미다스의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셈.

채팅창 역시 마찬가지였다.

- 멀린 님, 이런 누추한 곳에는 어쩐 일로?

- 설마 BJ대마도사 님 만나러?

- 에이, 아즈모 님 보러 오신 듯.

BJ대마도사가 무엇을 하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리고 미다스 역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잠시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 탓이었다.

'아.'

미다스가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더 일찍 무대나무를 타고 올라간 것은.

‘실수다.’

천천히 올라가며, 긴박한 전투를 하기 전에 시청자들과 최대한 많은 소통을 하자! 그러한 계획이 무너지는 순간.

그러나 미다스는 그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어차피 멀린이 입장하는 순간 내가 뭘 하든 의미가 없어졌어.’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고자 했던 이유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함, 그런데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 않은가?

‘바로 들어간다.’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무대나무 위에 올라섰다.

[무대나무 위에 올라섰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알림이 들렸다.

당장 보이는 건 2백이 아닌 3백 마리에 이르는 고리 원숭이.

[고리 원숭이 삼형제가 당신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10분 후 고리 원숭이 삼형제가 등장합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는 괜한 반응을 하지 않았다.

“레이드 시작합니다!”

짧은 말을 끝으로 바로 전투에 들어섰다.

“메모라이즈 아이스월!”

[아이스월이 생성됩니다.]

일단 전투태세를 갖추기 위해 얼음벽을 세웠다.

끼이!

얼음벽이 등장하는 순간 바로 옹기종기 모여 있던 무대나무 위 고리 원숭이들이 동시에 얼음벽을 바라보았다.

끼에!

그러면서 허리춤에 있는 석탄 비슷한 덩어리들을 잡았다.

투척이 시작되는 순간.

그때 몇몇 시청자들은 인식했다.

- 어? 레이드 시작?

- 뭐야? 고리 원숭이 숫자가 왜 저래?

- 2백 마리 맞아? 그 이상 같은데?

지금 레이드 상황이 자신들이 예상한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아즈모 님이 10,08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3백 마리네? 가만, 왜 3백 마리지?]

[구스타프 님이 10,08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아무래도 이번 레이드도 일반 레이드와는 다른 모양이군.]

특히 이 바닥에서 닳고 닳은 이들은 이 상황이 그냥 단순한 상황이 아님을 직감했다.

[멀린 님이 10,08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설마 고리 원숭이 형제가 아니라 삼형제가 등장하려나?]

이어서 나온 멀린의 말에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삼형제? 둘이 아니라 셋?

그리고 동시에 전장도 아수라장이 됐다.

“주인님의 위대한 영광을 위하여!”

엘프의 로브에 달린 블링크 스킬을 이용해 단숨에 고리 원숭이 무리로 파고든 미니 골드가 파투의 단검을 휘두르며 고리 원숭이들에 저주를 걸기 시작했다.

화르르!

그리고 그러한 미니 골드가 지나간 길을 따라 피어오르는 불길들이 고리 원숭이들로 하여금 고리 원숭이를 쫓게 했다.

허나, 전부를 끌기에는 고리 원숭이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끼끼!

당연히 어그로가 끌리지 않은 고리 원숭이들은 아이스월을 향해 무차별적인 투척을 시작했다.

콰앙!

얼음벽 위로 폭음이 소낙비처럼 부딪쳤다.

“하급 불의 정령 소환, 정령 전사 진화.”

[하급 불의 정령이 정령 전사로 진화합니다.]

그런 지독한 어수선함 속에서 미다스가 모두가 고대하던 것을 공개했다.

- 정령 전사다!

- 진짜 습득했구나!

정령 전사.

이제까지 대마도사들 중에 오로지 아즈모만이 보여주었던 존재.

그 존재 둘이 곧바로 불길이 넘실거리는 전장을 향해 움직였다.

이후 그 둘이 곧바로 불길에 몸을 감췄다.

모습을 드러낸 건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놓치지 않았다.

- 어? 무기들 뭐지?

- 파투의 창?

- 다른 정령 전사가 쥐고 있는 거, 저건 파투의 활 같은데?

- 파투 시리즈다!

그 정령 전사들이 어지간한 대형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도 쉬이 들 수 없는 레전더리 무기를 하나씩 쥐고 있다는 것을.

- 정령 전사에 레전더리를 끼워준다고? 미쳤네!

- 미친 게 아니라 또라이 짓이지!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채팅을 보냈다.

[아즈모 님이 10,09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아니, 정령 전사에 레전더리 무기 끼워줄 수도 있지! 그게 무슨 미친 짓이야?]

그리고 그 반응에 아즈모가 살짝 발끈했다.

물론 그러한 반응은 미다스에게 보이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정리해야 해.’

지금 미다스가 해야 하는 건 얼음벽이 무너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이곳을 정리하는 것이었으니까.

“가고일 앤 인페르노 앤 쇼크 웨이브.”

- 가고일?

미다스가 미니 골드와 정령 전사들이 고리 원숭이들을 약화시키기도 전에 본인의 전력을 꺼냈다.

- 초장부터 광역 마법 투하할 생각이야!

초전박살!

미다스가 그 의지를 품었다.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가고일을 소환합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의지가 곧바로 가고일을 통해 무대나무 위에 등장했다.

끼이!

가고일이 등장하는 순간 모든 무대나무 위 고리 원숭이들이 가고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끼이이!

미니 골드가 만들어낸 넘실거리는 불길 따위는 개의치 않은 채.

“네놈들! 감히 가지 못한다!”

그 불길을 만들어내며 쉼 없이 고리 원숭이들의 몸뚱이를 파투의 단검으로 그어내는 미니 골드와 정령 전사들도 무시한 채.

끼이끼이이!

오로지 가고일만을 부술 각오로 달려오는 3백 마리의 고리 원숭이들은 쓰나미 같았다.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법한 광경.

“럭키, 워하울링이다!”

호우우우!

그 광경 앞에서 럭키가 주눅 들기는커녕 오히려 어느 때보다 힘이 넘치는 하울링을 내질렀다.

“잭팟, 오리온의 노래!”

꾸-우!

이어서 잭팟이 미다스의 머리 위에서 날갯짓을 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후에야 미다스가 등지고 있던 얼음벽을 버리고 고리 원숭이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페르노.”

그와 동시에 등장한 인페르노가 가고일을 향해 달려드는 고리 원숭이들을 향해 불꽃을 토해냈다.

푸후후!

보는 순간 숨이 막힐 만큼 강렬한 불길이 가고일에 다가오는 고리 원숭이 무리를 뒤덮었다.

끼이!

끼에!

허나, 고리 원숭이들은 그 불길도 무시하면서 가고일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더욱이 너무나도 많은 숫자 탓에 인페르노의 불길에 닿은 것은 절반을 조금 넘을 뿐이었다.

- 3백쯤 되니까, 광역 마법이 닿질 않네.

- 어쩔 수 없지.

숫자의 무서움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장면.

탁!

그 장면이 미다스의 손가락 튕기는 소리와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은 좌우 그다음은 위아래!

- 쇼크 웨이브다!

쿠쿠쿠!

가고일에 몰려든 고리 원숭이를 쇼크 웨이브가 덮쳤다.

- 둘 다 제대로 맞은 놈들은 죽었다!

- 딜량 장난 아니네.

그 공격에 21마리나 되는 고리 원숭이가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강력하기 그지없는 데미지 딜링!

- 그런데 고리 원숭이 숫자도 장난 아니야.

그럼에도 여전히 고리 원숭이의 숫자는 넘쳐났다.

- 어쩔 수 없지. 파투의 단검으로 약 친 것도 아니고.

- 파이어 스텝 데미지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았어.

-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도 해도 사전에 양념 치지 않고 원킬은 불가능하지.

어쩌면 당연한 결과.

미다스 역시 알고 있었다.

“리틀 토네이도 앤 체인 라이트닝, 사역마 블레이즈 골렘 소환!”

‘이걸로 광역 마법은 전부 쿨타임.’

자신이 자랑하는 광역 마법 전부를 쓰더라도 여전히 많은 숫자가 남으리란 것을.

그 예상은 그대로 재현됐다.

후우웅!

가고일을 향해 몰려든 고리 원숭이들을 집어 삼킨 리틀 토네이도가 잠잠해졌을 때.

쿵!

드디어 블레이즈 골렘이 존재감을 드러냈을 때, 여전히 고리 원숭이의 숫자는 203마리나 남아 있었다.

- 와, 2백 넘게 남았네!

- 이것도 대단한 거지. 이렇다 할 준비도 없이 단숨에 100마리 가까이 제거한 거잖아?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란 건 부정할 수 없었다.

- 그래도 역시 숫자가 깡패네.

- 1백 마리나 잡았는데 줄어든 거 같지도 않아.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숫자가 아득한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 광역 마법도 다 썼고, 이제 어떻게 하려나?

이제 관심사는 이 무리를 상대로 BJ대마도사가 어떤 전투를 펼칠 것인가, 하는 부분.

사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앤 아이스볼, 사역마 아이스 스피어!”

미다스가 캐스팅을 시작하는 순간, 시청자들 미다스가 고른 답을 파악했다.

- 개싸움이네.

- 이것밖에 없지.

광역 마법 쿨타임이 끝날 때까지 치고받는 것!

‘좋아.’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미다스가 이제는 전면전을 시작했다.

“럭키, 가름의 그림자!”

왕!

“그리고 바로 전광석화!”

왕!

전광석화 모드가 된 럭키와 그림자 분신이 고리 원숭이 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쿵!

쿵!

그리고 등장한 블레이즈 골렘 두 마리 역시 고리 원숭이들을 향해 전진했다.

“주인님의 위대한 영광을 위하여!”

이미 전장에 있던 미니 골드 역시 자신의 역할을 계속 수행했다.

끼이!

끼에!

그 공세에 고리 원숭이들 역시 분노에 가득 찬 함성으로 전의를 불타올랐다.

이후 시작된 전투에 질서는 없었다.

각개전투, 모두가 저마다 달려드는 고리 원숭이를 상대로 전투를 치를 뿐.

물론 말이 전투이지, 그냥 모양새를 보면 하나가 서른이 넘는 고리 원숭이를 상대하는 식.

그것을 제대로 된 전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 이게 무슨 전투야!

- 우리 럭키 님 죽겠다!

보이는 것만 놓고 평가를 하자면, 누가 보더라도 BJ대마도사측이 극도로 불리한 광경.

- BJ대마도사가 무리하다 결국 실패할 듯.

- 한 명이라도 리타이어 하면 이번 레이드는 무조건 실패이지. 그런데 버티겠어?

- 아직 보스도 안 나옴.

때문에 채팅창이 탄식과 절망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그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 응? 그런데 왜 이렇게 고리 원숭이가 적어 보이지?

- 뭐지? 벌써 2백 이하로 떨어진 것 같은데?

아득할 것 같던 고리 원숭이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 BJ대마도사다! BJ대마도사가 학살을 하고 있어!

이유는 다름 아닌 BJ대마도사.

퍼엉!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그의 파이어볼이 닿을 때마다 고리 원숭이들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채 시체가 됐다.

- 한 방에 끝나네?

문자 그대로 원샷원킬.

사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 앞서서 광역 마법으로 HP깎긴 했으니까.

살아남은 고리 원숭이들 중 절반 이상은 광역 마법으로 HP상태가 30퍼센트 남짓한 수준.

- BJ대마도사 딜링 쩔긴 하고. 파이어볼만으로 보스도 잡잖아?

그리고 미다스의 파이어볼이 주는 데미지는 어지간한 동일 레벨 마법사들의 파이어 스피어는 물론 광역 마법과 위력이 비교될 정도로 상식 외 수준이었다.

HP 상태가 좋지 못한 놈들이라면 BJ대마도사의 파이어볼 한 방에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의미.

물론 이론이 그러할 뿐이었다.

- 아니, 그래도 그 한 방짜리만 골라서 잡는 게 말이 돼?

그 넘치는 몬스터들 중에서 딱 한 방짜리 몬스터를 찾아 공격하는 건 이론을 뛰어넘는 일.

그게 미다스가 자신감을 드러낸 배경이었다.

‘잘 보이네.’

그의 눈에는 고리 원숭이들의 HP상태가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명확하게 보였으니까.

‘분명하게 보여.’

동시에 미다스는 이 넘치는 무리들을 앞에 두고도 조금의 주저함이나, 떨림도 없었다.

훈련의 성과였다.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들을 상대로 편한 전투가 아니라, 기꺼이 몸을 내던지는 전투를 치른 성과.

미다스에게 있어 지금 눈앞에 수십여 마리의 고리 원숭이가 달려드는 광경은 이제 익숙한 광경이었다.

퍼엉!

그리고 그것을 차근차근, 빠르게 제거해나가는 것 역시 이제는 익숙한 일이었다.

여기에 미다스에게는 이 달려드는 고리 원숭이들을 상대로 매우 유효한 스킬 하나를 손에 넣은 상태였다.

“블링크!”

단숨에 고리 원숭이들로부터 거리를 벌릴 수 있는 스킬을!

퍼엉!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엄청난 속도로 고리 원숭이들 숫자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은 오히려 앞서 보여준 강력한 광역 마법을 선보였을 때보다 섬뜩했다.

영화로 치면 마치 총 한 자루를 든 주인공이 무장한 적대 세력을 휼로 부수는 모습.

- 이거 라이브 맞음? 미리 찍어둔 거 아님?

- 영화네, 영화야.

- BJ대마도사도 BJ대마도사인데, 라이징 스타 채널 촬영 능력이 장난 아니네.

더욱이 라이징 스타 채널이 그러한 BJ대마도사의 활약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주었다.

- 와, 예술이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들 정도.

퍼엉!

이목고 미다스의 파이어볼이 고리 원숭이 한 마리를 해치우는 순간, 그제야 비로소 시청자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9분 45초, 3백 마리 사냥 종료.”

- 어? 벌써?

벌써 청소가 끝이 났음을.

“자, 그럼 이제 메인 디시를 먹어볼까요?”

그리고 이제 진짜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준비됐음을 알린 미다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대나무 아래에서 소리가 들렸다.

크아아아아!

괴물의 포효가!

그 소리는 점차 미다스가 있는 무대나무 위로 올라왔고, 종국에는 무대나무 위로 소리의 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르!

크어어!

크아아!

4미터를 훌쩍 넘기는 신장을 가진 거대한 고리 원숭이들 세 마리, 고리 원숭이 삼형제가 등장하는 순간.

- 맙소사, 진짜 삼형제였어!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이 기겁했다.

동시에 미다스는 준비했다.

‘카드를 숨기는데 성공했으면, 이제 보여줘야지.’

“세 마리, 그럼 이쪽도 숫자를 맞춰줘야죠.”

자신이 굳이 힘들게 청소를 했던 보상을 받기 위한 준비를.

“블레이즈 골렘 소환.”

미다스, 그가 세 번째 블레이즈 골렘을 꺼냈다.

- 어? 세 마리째?

- 어떻게?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당황했고, 일부는 추측했다.

- BJ대마도사가 골렘의 진리 가지고 있잖아? 그럼 200레벨 찍은 건가?

골렘의 진리 스킬 효과 중 하나인 100레벨 구간마다 소환 가능한 골렘 숫자 증가가 발동한 게 아닐지.

나름 타당한 추측.

“사역마 소환.”

그러나 이어진 두 번째 사역마의 등장이 그러한 추측을 무색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 순간 할 수 있는 추측은 하나였다.

“자, 이제부터 전력으로 가겠습니다.”

이제까지 3백 마리나 되는 고리 원숭이들을 상대로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건 전력이 아니었음을.

물론 그들은 몰랐다.

‘진짜 전력은 하나 잡은 다음이지.’

미다스가 지금 보여주는 것 역시 전력이 아님을.

“일단 한 마리 먼저 잡아야겠네요.”

그렇게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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