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화. < 70화. 다다익선 (3). >
6.
때로는 시끄럽게 광고하는 것보다 조용히 떠드는 게 더 효과적인 법.
BJ대마도사에 대한 상황이 그러했다.
- 내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 근무하는 친구 통해서 간신히 들은 소식인데, BJ대마도사 다음 라이브 방송 주제 잡혔데!
라이징 스타 채널은 단 한 번도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BJ대마도사의 라이브에 대한 한 톨의 정보도 공개치 않은 상황.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뜨겁게 흐르기 시작했다.
- 맞아, 나도 거기 근무하는 지인 통해서 들었어. 절대 외부 발설하지 말라는 조건으로.
ㄴ 내가 듣기로는 고리 원숭이 형제 솔로 레이드라던데, 맞나?
ㄴ 나도 그렇게 들었음. 방송 날짜는 이틀 후라는 소문 들었음.
ㄴ 이틀 후 그리니치 천문대 시간 기준으로 오후 2시 10분에 방송 시작이라는 소문이 맞는 모양이네.
ㄴ 아니, 이게 무슨 비밀 소문이야? 그냥 공식 발표지?
아주 디테일한 소문들이.
어쨌거나 대중이 기대하던 상황이 펼쳐졌고, 대중의 반응은 자연스레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 그래서 어떻게 잡을까?
과연 고리 원숭이 형제 솔로 레이드를 어떻게 할까?
- 저번하고는 난이도가 최소 두 단계 이상 높아. 절대 저번 수준으로는 못 잡아.
분명한 건 기존까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다.
- 일단 보스몹인 고리 원숭이 형제도 형제인데, 그전에 고리 원숭이 부하들부터 정리해야겠지.
ㄴ 몇 마리인데?
ㄴ 두 당 1백, 도합 2백 마리.
ㄴ 헐.
일단 고리 원숭이 형제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데리고 다니는 부하의 숫자가 2백 마리였다.
- 2백 마리를 5분 안에 최대한 많이 제거해야 해. 5분 후에 고리 원숭이 형제 등장하니까.
ㄴ 보스몹 등장하는 순간 분노 모드 발동하고.
ㄴ 남은 고리 원숭이들이 미쳐 날뛰지.
그러한 2백 마리나 되는 고리 원숭이를 상대하는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5분.
- 저번에 사냥하는 속도 보니까 5분 안에 전부 제거는 힘들 거 같은데?
ㄴ 뭔가 새로운 방법이 필요해.
ㄴ 방법이 있으니까 시도하는 거겠지?
여러모로 BJ대마도사에게는 저번에 보여준 것, 그 이상이 없으면 힘든 상황.
- 그게 뭘까?
그 이상의 것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그러나 그 논쟁은 오래가지 않았다.
- 어, 대박 사건. BJ대마도사가 정령 전사 습득했데!
ㄴ 무슨 소리야? 정령 전사라고?
ㄴ 아즈모에게 도움을 받았데!
BJ대마도사의 새로운 노림수가 공개됐으니까.
- 구라치고 있네, 누가 그러는데?
ㄴ 구라 아니야! BJ대마도사가 직접 말했어!
ㄴ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 한 적도 없고, 영상 올라온 적도 없는데? 구라 아님?
ㄴ 빅스테이지에서 셀카 찍어달라는 팬들한테 직접 말해줬어!
ㄴ 뭐?
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 본인의 입을 통해서.
어쨌거나 그 소식은 삽시간에 세간을 뜨겁게 만들었다.
그럴 만한 소식이었다.
- 와, 이 정도 거래라면 보통 관계는 아니라는 거잖아?
ㄴ 후원금 주고받는 수준은 절대 아니지!
아즈모와 BJ대마도사가 친한 건 알았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친분.
그러나 이번 일은 그러한 친분으로 감히 해석 가능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온갖 루머가 생산되는 게 당연지사.
그러한 루머에 게시판이 아수라장이 됐다.
“BJ대마도사가 정령 전사 습득 스킬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지금 온갖 게시판이 이 이야기로 가득 찼습니다!”
그리고 라이징 스타 채널 사무실 역시 아수라장이 됐다.
“사장님, 알고 계셨습니까?”
그 아수라장 속에서 부하 직원 한 명이 박영준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박영준은 대답 대신 툭툭,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두드렸다.
‘어차피 공개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일단 박영준이 보기에 아즈모와의 거래를 했다는 사실, 그 사실 자체가 드러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걸 감추고 싶었다면 보스 몬스터 레이드 라이브 방송을 애초에 하지 않았을 터.
박영준이 고민하는 부분은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왜 라이브 방송을 이틀이나 앞둔 상태에서 공개했다는 건 이유가 있다.’
지금 이 타이밍에 공개를 했다면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터.
‘대체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 거지?’
7.
아즈모와 이렇게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너희는 가만히 있을 거냐?”
멀린이 말을 잠시 멈춘 후에 엠마를 향해 시선을 돌린 후에 멈춘 말을 이어갔다.
“내 귀에는 그렇게 들리는데, 당신 생각은 어때?”
“똑같아요.”
대답을 내뱉는 엠마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저번에 강매한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협박을 하는군. 그것도 아주 강력한 협박을.”
그리고 멀린의 표정 역시 마찬가지로 좋지 못했다.
“정령 전사라…… 부럽네. 나조차 구하지 못했던 건데.”
정령 전사 스킬은 멀린조차도 아즈모에게서 얻어내지 못했던 스킬.
그런데 그런 스킬 입수 방법이 거래가 됐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솔직히 이 이상 베팅할 만한 건 우리 수중에 없잖아?”
당장 어비스 길드 수중에는 이 이상 베팅할 수 있는 정보나, 아이템이 없었다.
그게 엠마가 고민하는 이유였다.
‘베팅액을 높이는 게 목표가 아니야.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 과해.’
이제까지 BJ대마도사는 여러 사람들을 경쟁시킴으로써 자신의 몸값을 올려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아즈모와 긴밀한 관계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아즈모와 정말 손을 잡을 생각이었으면 공개할 필요도 없어.’
분명한 건 아즈모와 손을 잡은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랬다면 굳이 이런 수작을 부리기는커녕 오히려 이 사실을 숨기고자 했을 터.
‘아즈모와는 오히려 거리를 뒀을 가능성도 크다.’
오히려 반대로 나중을 위해서 아즈모와는 막상 빅딜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
무엇보다 아즈모는 자신이 준 것을 회수하고자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회수할 수 있는 자였으니rK.
‘설마?’
그렇게 고민하던 엠마가 이내 멀린을 향해 말했다.
“멀린.”
“뭐 생각난 거라고 있어?”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일정 동안 시간을 좀 비워두셔야겠어요.”
“시간을?”
반문하는 멀린을 향해 엠마가 말했다.
“진심으로 친하게 지내고 싶으면 얼굴을 보고 인사 정도는 해야죠.”
대답과 함께 엠마는 속으로 생각했다.
‘BJ대마도사, 네가 원하는 게 이거지?’
8.
화르르!
불바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대나무 위.
쿵!
그 불길 위를 블레이즈 골렘과 정령 전사들이 질주하며 고리 원숭이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다스 본인 역시도 그러한 전장을 향해 쉼 없이 파이어볼을 비롯한 마법을 던지고 있었다.
퍼엉!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날아간 파이어볼이 고리 원숭이 한 마리를 단숨에 처치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아주, 뜨겁네, 뜨거워.”
그의 말처럼 뜨겁기 그지없는 분위기.
“내일 라이브 방송 앞두고 분위기도 뜨겁고.”
물론 지금 이곳보다 더 뜨거운 건 라이브 방송을 앞둔 현재의 분위기였다.
BJ대마도사가 아즈모에게 전수 받은 정령 전사 스킬을 이용해 보스 몬스터 솔로 레이드를 한다!
관심이 뜨거워지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
‘의도한 대로야.’
더불어 그게 미다스가 제 입으로 아즈모와의 거래 건을 언급한 이유였다.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이슈를 끄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만한 건수도 없었다.
‘정령 전사로 이목을 끈 상태에서 원모어 스킬을 공개하는 거지.’
더욱이 미다스의 수중에는 정령 전사보다 더 확실하게 대중의 이목을 끌 카드들이 즐비한 상황.
‘시나리오도 완벽하다.’
그에 맞는 라이브 시나리오도 이미 완벽하게 해둔 상태였다.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8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 남은 하나마저 갖춰졌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전장을 바라봤다.
‘남은 건 5마리.’
무대나무 위에 남은 고리 원숭이는 이제 5마리.
그것도 대부분 HP상태가 30퍼센트 미만 상태인,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놈들이었다.
크르르!
“나쁜 개! 저 놈은 우리 몫이다!”
“선배님, 제가 하겠습니다!”
미다스가 아니더라도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가 앞다투어 나서는 상황.
‘오케이.’
때문에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이 순간 180레벨 보상, 카드 보상을 개봉했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예."
그 대답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가 화려하게 빛을 내며 등장했다.
그렇게 등장한 카드가 저마다의 빛을 내뿜으며 미다스를 향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미다스의 이목을 잡았다.
‘나왔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카드 하나.
“블링크다!”
180레벨 레전더리 마법, 블링크가 나오는 순간.
‘준비는 끝났다.’
완벽하게 준비된 무대 위에 오를 배우마저 준비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9.
거대하기 그지없는 무대나무가 가득한 숲.
그 숲을 거닐던 미다스의 발걸음이 이내 거대한 무대나무 한 그루 앞에서 멈추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내려 목걸이를 바라봤다.
그렇게 눈에 들어온 목걸이의 펜던트가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니라 땅 바닥이었다.
‘지하 제단이었네.’
그 순간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제단을 발견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새로운 퀘스트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리 원숭이 삼형제]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79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제단 입구는 무대나무 위에 있다. 무대나무 위의 고리 원숭이 삼형제와 그 부하를 처치하고, 입구를 들어가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제단 파괴’ 진행 가능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준비 끝.’
“후우."
그리고는 짧게 숨을 내뱉은 후에 미다스가 이내 라이징 스타 방송 채널에 접속했다.
그러자 투명한 채팅창이 미다스의 눈앞에 떴다.
- 화면 떴다!
- 라이브 시작이다!
- BJ정령술사 하이!
미다스의 등장에 이미 시끌벅적했던 채팅창에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몰아치는 아수라장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BJ정령전사1호팬 님이 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정령전사보여주세요 님이 3유로를 후원했습니다.]
[정령전사몇명임 님이 3파운드를 후원했습니다.]
정령 전사를 보여달라!
‘노린 그대로다.’
자신이 바라던 대로 정령 전사가 사전 분위기를 아주 뜨검게 만들어주었다는 것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은 채 시청자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다들 정령 전사에만 관심이 있고, 오늘 제가 잡는 몬스터에는 관심이 없는 모양이네요.”
말과 함께 미다스가 무대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평소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오르는 미다스의 모습에 몇몇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고, 그 의문에 미다스가 말했다.
“레이드 시작하면 이야기하기 바쁘니까, 그 전에 할 말은 다 해두고 싶어서요. 질문 없으신가요?”
느리게 오르는 건 소통을 하기 위함이라고.
그 말에 곧바로 질문들이 쏟아졌다.
[구스타프 님이 10,081 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개중에서 가장 먼저 질문을 지른 건 구스타프였다.
[구스타프 : 아즈모한테 산 정령 전사 습득 방법, 나한테 팔 생각은 없나? 2배 가격에 사주지. 혹시 아즈모 허락이 필요한 건가?]
정령 전사 스킬 습득 방법을 팔아라!
그 파격적인 제안.
미다스의 입장에서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 제안을 받은 미다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무덤덤했다.
‘마음 같아서는 팔고 싶지만…….'
솔직히 미다스 입장에서는 정보를 팔 수 있다면 팔고 싶었다.
‘내가 얻은 방식은 아즈모랑 다르지.’
그러나 아즈모와 달리 미다스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령 전사 스킬을 습득했다.
아즈모가 가진 정보와는 가치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일.
더욱이 팔고자 한다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를 같이 묶어서 팔아야 했다.
즉, 팔 수 없는 물건이었다.
“죄송하지만 팔기 애매한 물건이라서요. 무엇보다 구스타프 님에게는 소용없을 겁니다.”
[라포 님이 10,08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팔기 애매하다는 건, 아즈모 눈치를 봐야 한다는 거야 아니면 너무 비싸다는 거야?]
그때 기습적으로 라포가 질문을 던졌다.
- 그래, 그게 중요하지.
- 아즈모 님이랑 무슨 관계에요?
그것도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
애초에 모두가 알고 싶은 건 정령 전사 스킬 자체의 강력함 따위가 아니었다.
솔직히 그게 아무도 쓰지 못하는 신비 속의 스킬도 아니고, 그 위력 자체는 수도 없이 알려진 바.
중요한 건 왜 아즈모가 그것을 BJ대마도사에게 주었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그러한 의문에 미다스가 답했다.
“아즈모 님하고는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죠. 이번에도 적잖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고요.”
무난한 대답.
그러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 저렇게 적당히 숨기는 걸 보니까 오히려 더 의심 가는데?
ㄴ 아즈모 후계자라는 루머가 사실일지도?
ㄴ 솔직히 아즈모랑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라면 게임 끝이지. 아즈모랑 거래하는데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겠어?
무엇보다 아즈모와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라는 것은 달리 말하면 아즈모 정도 되는 급이 아니면 비즈니스 파트너조차 될 수 없다는 말 아닌가?
- 구스타프 님 무시함?
지금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건, 구스타프 정도 뿐.
- 구스타프 님, 한 번 질러주시죠!
- 돈지랄 배틀 가즈아!
자연스레 채팅창의 분위기가 구스타프를 향해 나아갔고, 그 반응에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멀린 님이 10,08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그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