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18화 (218/485)
  • 218화.  < 70화. 다다익선 (2). >

    3.

    종종 그런 질문이 나온다.

    갓워즈에서 가장 비싼 아이템이 뭐냐고.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 아이템을 쓰는 클래스들이 가장 좋아하는 옵션이 달린 아이템이 비쌀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각 클래스들이 바라는 최고의 아이템 옵션은 무엇일까?

    마법사 클래스들이 바라는 최고의 옵션은 플러스 원이었다.

    그리고 연금술사나 정령술사와 같은 소환술사들이 바라는 최고의 옵션은 원 모어였다.

    물론 일부는 이 대목에서 질문을 던졌다.

    “대마도사 클래스도 소환 마법 배울 수 있는데, 원 모어 옵션 달린 무기 끼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대마도사에게 원 모어 스킬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허나,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메리트는 있다.

    “무기를 실시간으로 스위칭한다면 모를까, 굳이 플러스 원 옵션 달린 무기 대신 원 모어 옵션 달린 무기를 낄 이유가 없잖아?”

    “아무렴, 스위칭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그리고 원 모어 스킬은 플러스 원하고 다르게 스킬 효과가 사라지는 순간 스킬 효과로 추가된 소환물도 사라진다고.”

    그러니 플러스 원 옵션이 달린 무기를 대신할 만큼의 메리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즈모도 관심 안 가지잖아?”

    “맞아, 정말 할 가치가 있었으면 아즈모가 이미 지른 후에 언박싱 콘텐츠로 공개해줬겠지.”

    그런 이유로 어지간한 아이템들은 전부 직접 구매해서 써보는 아즈모조차 원 모어 스킬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말하면 원 모어 스킬의 존재 자체가 미다스의 머릿속 어디에도 없었다.

    더욱이 미다스가 알기로 원 모어 스킬이 달린 아이템 중 착용 레벨이 가장 낮은 건 230레벨.

    또한 이미 여러 영상을 통해 아이템을 통해 얻은 원 모어 스킬 효과는 스위칭을 하는 순간 사라지는 게 검증된 상황이었다.

    아직 200레벨이 채 되지도 않은 미다스가 관심을 가질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맙소사.’

    미다스의 사고가 정지한 건 그 때문이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의 사고가 다시 진행된 것은 5분 남짓한 시간이 흐른 다음이었다.

    “후우!”

    ‘릴렉스, 지금은 일단 릴텍스하자.’

    5분 동안 멎었던 숨을 내뱉은 미다스는 일단 머릿속 상황을 정리했다.

    ‘정현우, 정신 차려. 지금은 김칫국을 마실 때가 아니야.’

    일단 지금 가장 먼저 미다스가 해야 하는 건 기쁨에 몸서리를 치는 게 아니라 원 모어 스킬이 적용되는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골렘과 정령 전사는 적용된다.’

    그중에서 골렘과 정령 전사는 이미 많은 소환술사들을 통해 적용되는 게 확인된 바였다.

    ‘가디언은…… 확인해봐야지.’

    하지만 가디언의 경우에는 확인된 바 없는 일.

    즉, 미지의 영역이었다.

    ‘아즈모도 못하는 걸 하게 될 줄이야.’

    아즈모조차 시도해본 적 없는 영역.

    ‘하긴, 아즈모에게는 의미가 없지.’

    물론 아즈모 입장에서는 딱히 시도해볼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가디언이 한 마리 더 늘어나는 것은 딱히 메리트를 느낄 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미다스의 가디언은 다르지 않은가?

    ‘오직 BJ대마도사에게만 의미가 있는 짓이니까.’

    그렇게 머릿속을 정리한 미다스는 고개를 돌렸다.

    ‘그럼 김칫국 마시러 가볼까?’

    4.

    게임을 하다 보면 별거 아닌 일에 온갖 종류의 의미를 부여하고 경쟁하고는 했다.

    갓워즈, 무대나무 숲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플레이어들은 두 가지를 가지고 경쟁했다.

    “고리 원숭이 1백 마리 잡아봤나?”

    고리 원숭이 1백 마리를 상대해봤는가?

    “당연히 해봤지. 10분 만에 깔끔하게 처치했어. 그러는 너는 저번에 들어보니까 15분 걸렸지?”

    그리고 얼마나 빨리 잡았는가?

    이제까지 그와 관련된 최고 기록은 어비스 길드가 보유한 10인 파티, 5분 33초였다.

    놀라운 기록이었다.

    쉽게 계산하면 1명이 30초에 1마리꼴로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다는 의미!

    그리고 그게 미다스가 지금 놀라는 이유였다.

    ‘4분 58초.’

    지금 그 기록이 깨졌으니까.

    물론 기록이 깨진 것 자체는 놀랄 일이 아니었다.

    이미 미다스는 150마리가 넘는 무리, 그것도 우두머리가 포함된 고리 원숭이 무리를 상대로도 압승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승리를 거둔 바.

    놀라운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었다.

    “주인님의 명성에 비하면 가소로운 상대였습니다.”

    그 놀라운 과정을 만들어낸 장본인의 목소리에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아이스 나이트의 육신을 베이스로 소환된 가디언, 그 옆에 자리 잡은 고리 원숭이 한 마리가.

    “선배님의 말씀이 맞아요. 주인님의 위대한 위엄에 감히 비할 바 못한 녀석들이었네요.”

    자신의 두 번째 가디언 실버의 모습에 미다스는 잠시 두 눈을 감았다.

    ‘이게 진짜 될 줄이야.’

    놀람의 시작은 두 번째 가디언, 실버 소환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소환된 실버는 골드와 마찬가지로 모든 스킬을 공유했다.

    소형화 스킬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렇게 작아진 둘은 고리 원숭이들 무리를 유유자적 빠져나가며 그들을 유린했다.

    놀라운 건 그게 시작이라는 것.

    “주인님, 저는 주인님의 보다 위대한 전설을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었습니다!”

    “선배님보다 제가 먼저 목숨을 바칠게요!”

    미다스가 경쟁하듯 자신을 찬양하는 골드와 실버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화르르!

    그러자 이번에는 블레이즈 골렘이 내뿜는 열기가 느껴졌다.

    ‘셋.’

    예전과 달리 둘이 아닌 셋이 만들어내는 열기가.

    ‘얘네들도 장난 아니었지.’

    당연한 말이지만 탱커이자 딜러이기도 한 블레이즈 골렘 숫자의 증가는 압도적인 전력의 증가로 돌아왔다.

    비주얼면에서도 압도적이었다.

    블레이즈 골렘 셋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은 거대한 불의 벽이 움직이는 것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사냥 속도 역시 훨씬 더 빨라졌다.

    ‘쟤들도 그렇고.’

    그러한 블레이즈 골렘의 몸 위에 무기를 든 정령 전사들이 앉아 있었다.

    그 숫자 역시 셋이었다.

    ‘예상 이상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예상의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

    더 놀라운 건 그마저도 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오른편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빛의 구체, 사역마가 보였다.

    이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왼편을 보자 똑같은 빛의 구체가 하나 더 보였다.

    ‘사역마까지 원 모어 스킬이 적용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원 모어 스킬 효과가 사역마까지 적용됐다는 것.

    당연히 사역마의 효과 역시 중첩됐다.

    ‘5개 마법 동시 캐스팅이라니…… 이거 최초 아닌가?’

    서브 캐스팅이 가능하다는 것.

    ‘잠깐, 쿼드러플 다음은 뭐였지? 펜타 캐스팅이라고 해야 하나? 다른 건가?’

    즉, 이제 쿼드러플을 넘어서 퀸튜플 캐스팅이 가능했다.

    “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여기까지만 해도 솔직히 이미 미다스가 상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상태였다.

    이제는 상상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

    그런 상태에서 이제 미다스는 결정해야 했다.

    ‘마스터 스킬북을 어떤 스킬에 써야 하지?’

    퀘스트 보상으로 최근 획득한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을 어느 스킬에 쓸 것인가?

    ‘블레이즈 골렘? 아니면 사역마?’

    그게 현재 미다스가 직면한 마지막 고민이었다.

    달리 말하면 다른 고민은 없었다.

    조만간 있을 보스 몬스터 레이드, 그것도 고리 원숭이 형제가 아닌 삼형제 레이드를 성공할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은 없었다.

    ‘어떤 걸 마스터 랭크로 만들어야 고리 원숭이 삼형제를 잡을 때 시청자들이 열광하려나?’

    어떤 식으로 성공하나, 그에 대한 고민만 있을 뿐.

    5.

    누가 보더라도 성공한 자들, 세상의 기대에 부응한 자들 중 몇몇은 말했다.

    대중의 기대에 부응할수록, 그 대중에 자신에게 더 큰 기대감을 가지는 것이 너무나도 부담스러웠다고.

    그게 소위 별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가지는 고뇌 중 하나였다.

    세간의 기대에 부응할수록 부귀영화와 함께 더 큰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

    BJ대마도사 역시 그 고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 기대는 했지만 설마 고리 원숭이 150마리를 상대로 그렇게 압도할 줄이야.

    - 과연 BJ대마도사가 다음에 무엇을 보여줄까?

    모두가 예상하는 것, 그 이상을 해낸 BJ대마도사를 향해 세상은 찬사와 함께 곧바로 새로운 기대를 품었다.

    - 뭐든 간에 엄청난 걸 보여주겠지.

    ㄴ 아무렴!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것들을 떠올려보라고!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게 없었어. 전부 차원이 다른 거였지.

    ㄴ 그럼 개척자의 땅에서 솔로 플레이 하나? 이쯤 되면 시도해 볼만하잖아?

    ㄴ 그것보단 일단 고리 원숭이 형제부터 잡는 게 우선 아닐까?

    ㄴ 맞아! 보스 솔로 레이드부터 해야지!

    그러한 세간의 기대감은 무대나무 숲의 보스 몬스터, 고리 원숭이 형제 솔로 레이드라는 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바뀌었다.

    물론 말이 기대감이지, 사실상 강요나 다름없었다.

    - 무조건 솔로 해야지.

    ㄴ 맞아. 설마 고리 원숭이 형제 잡는데 파티플이니, 뭐니 그런 거 하진 않겠지?

    ㄴ 하면 구독 끊음.

    이것을 해내지 못하면 너를 향한 관심과 찬사를 버리고, 대신 조롱과 탄식을 보내겠다는 협박 어린 강요.

    그러한 강요는 비단 BJ대마도사만을 향하지 않았다.

    오히려 BJ대마도사를 향해서 직접적인 강요는 없었다.

    “어유, 미치겠네.”

    “왜?"

    “아니, 아는 친구가 다음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주제 알려달라고 계속 전화가 와서 말이야.”

    도리어 직접적인 강요를 받는 건 BJ대마도사의 유일한 파트너 채널, 라이징 스타 채널이었다.

    당장 직원들부터가 주변인들에게 쉼 없이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뭐라고 했어?”

    “모른다고 했지. 그런데 의미가 있겠어? 솔직히 이미 다들 고리 원숭이 형제 잡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데.”

    그것도 이미 답이 정해진 질문을.

    앞서 말했듯이 그건 사실상 강요였다.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한 강요.

    그러한 강요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하나였다.

    “빨리 BJ대마도사가 발표해줬으면 좋겠다.”

    BJ대마도사가 확실하게 다음 라이브 방송 주제를 발표하는 것.

    결국 참다못한 직원 한 명이 자리에 앉아 있는 박영준을 향해 직접 질문을 던졌다.

    “사장님……."

    “응, 아직 아무 말 없었어.”

    그러나 그런 부하 직원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박영준은 바로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예?"

    “BJ대마도사 쪽에서는 다음 라이브 방송 주제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없었다고.”

    그것도 두 번이나.

    그러한 박영준의 확실한 못질에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무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 분위기를 확인한 박영준이 속으로 미소를 머금었다.

    ‘뭐, 말은 없지만 뻔하지.’

    이미 박영준은 짐작하고 있었다.

    ‘조만간 라이브 방송한다. 그것도 모두가 기대하는 방식으로.’

    BJ대마도사라면 결코 세간의 기대를 그냥 외면하고, 무시하고 가지 않으리란 것을.

    ‘아, 입이 근질근질하네.’

    사실 그것만이었다면 박영준은 일찌감치 고통받는 부하 직원들에게 그 사실을 말해줬을 것이다.

    ‘이거 뭐, 말해줄 수가 있어야지.’

    그러나 이번 건수는 그저 단순히 세간의 기대를 충족하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정령 전사……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빅이슈를 내가 건드릴 수는 없지. 아무렴.’

    아즈모가 이제까지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던 정령 전사 마법이 BJ대마도사에게 계승된 상태.

    ‘정말 어떻게 되려나?’

    그 사실이 만들어낼 파급력은 지금 당장 박영준도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게 박영준이 부하 직원들에게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말해주지 못하는 이유였다.

    ‘숨길지도 몰라.’

    너무나도 파급 효과가 큰 만큼, 어쩌면 박영준의 예상처럼 BJ대마도사가 정령 전사 스킬 습득 사실을 숨길 가능성도 없진 않았다.

    솔직히 이게 공개되는 순간 내부 사정을 알지 못하는 이들 입장에서 아즈모와 BJ대마도사가 한 몸이라 생각할 터.

    즉, BJ대마도사가 아즈모의 계승자로 세간에 인식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자칫 잘못하면 BJ대마도사가 아즈모와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을지도 모르니까.’

    물론 이제까지 그 둘은 어느 정도 협력 관계였다.

    ‘그냥 알고 지내다가 주변 여론 때문에 애인이 되는 것은 피해야지.’

    그러나 그 이상의 관계가 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실제로 당장 이번 건수만 하더라도 아즈모와 BJ대마도사는 서로 신경전을 벌였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즈모가 BJ대마도사와의 관계를 더 깊게 만들고자 하는 걸, BJ대마도사가 자기 역량을 발휘해 차단했다.

    그런 상태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정령 전사 스킬 습득 사실을 공개한다?

    앞서 한 BJ대마도사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셈.

    박영준이 이번 정령 전사 습득 건을 BJ대마도사가 숨길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언제까지 숨길 순 없지만.’

    물론 결국 언젠가는 정령 전사 스킬 습득 사실을 공개해야 할 일이었다.

    ‘이슈는 이슈로 묻는 게 제일 좋은데…….'

    그러나 박영준조차도 이 거대한 이슈를 쉽게 넘어갈 만한 방법은 쉬이 떠오르지 않았다.

    'BJ대마도사가 어떻게 하려나?’

    때문에 박영준은 기다릴 뿐이었다.

    BJ대마도사가 확답을 해주기를.

    “사장님, BJ대마도사에게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박영준에게 확답이 왔다.

    “그래? 뭐래?”

    “라이브 일정을 잡아달랍니다.”

    “라이브 일정?”

    물음에 대해 부하 직원이 조심스레 이야기를 해주었고, 그것을 들은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인 후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모두 집중! BJ대마도사에게도 라이브 방송 요청이 왔다!”

    그 말에 모든 직원들이 동시에 구원을 바라는 눈빛으로 박영준을 바라봤고, 그런 부하 직원들에게 박영준이 구원을 내렸다.

    “3일 후 BJ대마도사, 보스 몬스터 솔로 레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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