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15화 (215/485)
  • 215화.  < 69화. 미싱 링크 (2). >

    3.

    드넓은 무대나무 위에 놓인 나무로 만든 오두막집 하나.

    그 오두막 앞에 하늘 가오리가 착지하는 광경은 이곳이 숲이 아닌 드넓은 바다처럼 보이게 했다.

    허나 그에 대한 감상은 길어지지 않았다.

    드륵!

    손님이 도착하는 순간 바로 집주인이 등장했으니까.

    “왔군.”

    오두막집의 문이 열리며 쉰 듯한 목소리와 함께 로브를 입고 있는 집주인이 등장했다.

    그렇게 등장한 집주인은 분명 고리 원숭이였다.

    그러나 풍기는 느낌은 고리 원숭이와 전혀 달랐다.

    일단 옷차림부터가 달랐다. 비단처럼 보이는 붉은빛 천으로 만든 로브는 문외한인 이가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였으니까.

    로브 위로 보이는 얼굴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범한 고리 원숭이가 한두 개의 피어싱만 하는 것과 달리 귀는 물론 코와 입술을 비롯해 얼굴 곳곳에 고리 피어싱이 되어 있었을뿐더러, 결정적으로 얼굴 전체가 문신으로 가득했다.

    “흐마라고 하네.”

    NPC 흐마.

    그가 곧바로 자신을 소개하며 NPC히투 옆에 있는 미다스를 향해 스윽,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내민 손의 앙상하기 그지없는 손가락들은 저마다 두세 개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선뜻 잡을 수 있는 손이 아니었다.

    당장 베이스부터가 몬스터인 고리 원숭이 아닌가?

    그것만으로도 거부감 넘치는데, 얼굴 전부가 기괴한 문신과 피어싱으로 가득한 상태.

    그런 존재가 내미는 손을 잡는다?

    잡기는커녕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는 게 정상.

    덥석!

    그러나 미다스는 정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민 NPC흐마의 손을 그대로 잡았다.

    “미다스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그 어떤 NPC를 만났을 때보다 반가움이 넘치는 기색을 드러냈다.

    그건 결코 연기가 아니었다.

    “정말 만나서 반갑습니다.”

    진심.

    마음속 깊은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었다.

    ‘어휴, 이 괴물하고 싸웠어야 했으면 그냥 포기해야지.’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미 미다스의 눈에 NPC흐마는 하늘이 보내준 천사처럼 보일 따름.

    더욱이 미다스는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템도 장난 아니네. 로브는 레전더리잖아?’

    NPC흐마의 레벨은 물론 NPC흐마가 가진 로브도 범상치 않은 물건임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렇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과 함께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고리 원숭이들의 주술사]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7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고리 원숭이들의 주술사 흐마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의 부탁을 들어주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저주를 먹는 목걸이’ 진행 가능 그것을 본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그렸다.

    ‘목걸이 업그레이드부터 간다, 이거지? 설마 당장 보스 몬스터 잡으러 가라는 건 아니겠지?’

    여러 경우의 수들.

    그렇게 미다스가 고민하는 사이 NPC히투가 NPC흐마를 향해 말을 던졌다.

    “흐마, 자네 말이 맞았네. 고리 원숭이들 사이에 이름 잃은 신의 사제가 있는 듯하네.”

    그 말에 NPC흐마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이름 잃은 신이 부활한 것인가?”

    이어진 질문에는 NPC흐마가 고개를 저었다.

    “신이란 그리 쉽게 죽음과 부활을 맞이하는 존재가 아닐세. 필시 신을 대신할 무언가를 만들어주었을 터.”

    “그게 뭔가?”

    “굳이 표현을 하자면…… 제단. 그래, 제단이라고 할 수 있겠지.”

    “제단? 그럼 그 제단을 찾아서 파괴하는 게 우선이겠군.”

    “쉽진 않을 걸세. 그토록 쉽게 발견될 것이었다면 내가 진작에 발견해서 파괴했을 터. 무엇보다 이름 잃은 신의 힘을 담은 제단이라면 아무나 다가갈 수 없을 걸세.”

    그 순간 낌새를 느낀 미다스가 고민을 멈췄다.

    ‘이거, 내가 나설 타이밍 같은데?’

    지금이 자신이 나설 때임을.

    “저라면 발견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제 목걸이를 꺼내 보여줬다.

    그리고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이 목걸이에는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찾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름 잃는 신의 힘에 가까이 갈수록 나침반처럼 반응하죠. 그러나 현재 이곳에 어떠한 힘 때문에 목걸이가 반응하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매우 친절하게.

    “이 목걸이의 힘을 보다 강력하게 만든다면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를 잡아 채취한 피에서 이름 잃은 신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이 피를 이용하면 될듯합니다.”

    자신이 받은 히투의 물약마저 꺼냈다.

    ‘자, 빨리빨리 가자.’

    괜히 이런저런 대화로 뜸 들일 필요는 없다는 듯이, 본래는 NPC들이 해야 할 설명마저 본인이 해버렸다.

    그러한 미다스의 노력에 NPC흐마가 바로 답했다.

    “그럼 가능하겠군.”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

    그 알림에 미다스는 긴장했다.

    ‘제발.’

    이제 다음 퀘스트에 미다스의 운명이 걸린 순간.

    “허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네. 필시 보다 많은 피를 채취해서 가져와야 할 거야.”

    이어진 NPC흐마의 말에 미다스는 실망하지 않았다.

    여전히 기다렸다.

    “가능하겠는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런 미다스의 눈앞에 새로운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저주를 먹는 목걸이]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7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 16마리를 잡아 피를 채취하여, NPC흐마에게 가져다주자.

    - 퀘스트 보상 : 저주를 먹는 목걸이

    !퀘스트 보상 : 마스터 스킬북(레전더리)

    !퀘스트 완료 시 ‘제단’ 진행 가능

    그리고 뜬 퀘스트 내용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주먹을 쥐며 외쳤다.

    “예, 가능합니다!”

    자신 있게, 진심을 담아.

    그 외침에 NPC흐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

    그 사이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퀘스트 내용을 살폈다.

    ‘쉽진 않지만 못할 건 없어.’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 16마리 사냥이 쉽진 않을 터.

    허나, 이미 해본 미다스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볼 만한 수준의 난이도였다.

    ‘좋아, 해보자. 아니, 이번 기회에 레벨업도 하고, 제대로 전투 스타일도 맞춰보자. 그래, 시련을 이겨내야 성장하는 거지!’

    그렇게 다짐을 마친 미다스가 고개를 들었다.

    ‘응?’

    그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물음표가 남아있지?’

    여전히 NPC흐마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남아있다는 것.

    그 사실에 미다스가 조심스레 말했다.

    “저기 혹시 저한테 또 하실 말 있으신가요?”

    그 물음에 NPC흐마가 말했다.

    “혹시 거래를 하지 않겠나?”

    “거래요?”

    “내가 원하는 걸 주면, 나도 자네가 원하는 마법을 배우게 해주지.”

    “예?”

    4.

    [흐마의 제안]

    - 퀘스트 랭크 : 레전더리

    - 퀘스트 레벨 : 19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흐마와 거래를 하자.

    - 퀘스트 보상 : 199레벨 이하 스킬 중 원하는 스킬 습득 가능

    퀘스트 정보를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NPC흐마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자연스레 조금 전 그의 대화가 떠올랐다.

    NPC흐마는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걸 주면, 네가 원하는 마법을 얻게 해주겠다고.

    ‘파투 시리즈.’

    그리고 원하는 물건은 다름 아니라 파투 시리즈였다.

    쉽게 말하면 파투 시리즈의 무기를 대가로 대마도사란 직업이 습득 가능한 199레벨 이하 마법 중 하나를 배우는 것이었다.

    ‘비싸긴 하지만.......'

    물론 파투 시리즈가 저렴한 무기는 아니었다.

    그중 최고라고 평가받는 파투의 단검은 제외하더라도, 어지간한 무기들은 억이 넘는 돈에 거래가 됐다.

    ‘이건 남는 장사다.’

    그러나 대마도사 직업이 습득할 수 있는 마법 중에는 그 이상의 값어치를 가진 것도 있었다.

    당장 미다스가 습득했던 몇 가지 종류의 레전더리 마법들만 하더라도 그 가치는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 아니었던가?

    ‘아니, 남는 정도가 아니지.’

    물론 미다스가 생각하는 건 그런 금전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미다스가 그런 말을 하기에는 뭐하지만,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솔직히 돈으로 해결하면 될 일.

    오히려 미다스가 보기에 이것은 파격적인 기회였다.

    ‘가만!’

    스킬 카드가 존재하지 않는 마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

    ‘이거면 정령 전사 마법도 습득이 가능할지도?

    그 대표적인 스킬이 바로 정령 전사였다.

    정령 전사 마법 자체는 특이한 스킬은 아니었다.

    50레벨에 정령술사들이 쓸 수 있는 스킬로, 하급 정령을 정령 전사로 바꾸는 스킬이었다.

    문제는 정령 전사 마법의 스킬 카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정령술사들의 경우에는 퀘스트 진행을 통해서 정령 전사 스킬을 습득할 수 있지만, 대마도사는 그 퀘스트를 받을 수 없었다.

    더욱이 정령술사들이 단계적으로 배우는 중급 정령 소환, 정령 기사, 상급 정령, 정령왕까지, 이러한 모든 스킬들은 습득하는데 기본 조건이 정령 전사 스킬을 습득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정령술은 대마도사가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분야였다.

    ‘확실해. 아즈모가 여기 왔었어.’

    아즈모가 정령 전사 스킬을 습득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생각해보면 개척자의 땅에 진입했을 때 정령 전사를 꺼냈었으니까.’

    개척자의 땅 진입, 200레벨 달성을 앞두고 당시 아즈모는 갑자기 정령 전사 마법을 사용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냥 놀라는 정도가 아니라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때 내려가던 아즈모의 평가가 180도 바뀌었지.’

    사실 그 무렵의 아즈모, 개척자의 땅을 앞둔 아즈모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제아무리 엄청난 돈을 게임에 투자해도 한계는 있는 법.

    하물며 당시 아즈모에게는 신수가 있거나, 가디언을 업그레이드 시킬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이유로 당시 아즈모는 순수한 솔로 플레이가 아니라 자신이 만든 지원팀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는, 사실상 길드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제는 경쟁자들과 싸워야 하는 개척자들의 땅에서 결국 스타일을 포기하리라 예상했었다.

    그때 아즈모가 정령 전사 스킬을 꺼내들면서 분위기를 반전했다.

    ‘그 후에도 아즈모가 아즈모로 남을 수 있는 이유가 되어줬지.’

    당연한 말이지만 정령 전사라는 미싱 링크를 확보한 아즈모는 곧바로 정령술사 테크트리를 밟으면서 막강한 화력을 발휘하는 최강의 마법사가 될 수 있었다.

    당연히 이 순간 미다스 역시 고민은 없었다.

    솔직히 다른 마법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다.

    ‘일단 어떻게든 가진 돈을 짜내면 파투 시리즈를 구할 수 있어. 그다음에는…….'

    보이는 것은 그다음.

    자신이 정령 전사 스킬을 습득했을 때 이후의 광경을 떠올리는 순간 미다스의 얼굴에는 기쁨이 담긴 표정조차 걸리지 않았다.

    ‘된다.’

    지금은 감정을 표현할 때가 아니라, 실행할 때다!

    그러한 감정만이 있을 뿐.

    당연히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후우!”

    짧게 숨을 내뱉은 미다스가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럭키와 골드, 잭팟을 향해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주인님이 좋은 거 가져올게!”

    5.

    “현우 형, 표정이 왜 그래요?”

    이혁주의 물음에 정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소파에 앉은 채 늘어질 뿐.

    그 상태에서 정현우가 어렵게 고개를 돌려 자신이 손에 든 스마트폰을 바라보았고, 이내 축 늘어졌다.

    그 순간 정현우의 스마트폰을 잡은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 모습을 본 이혁주는 생각했다.

    ‘무슨 안 좋은 일 생긴 모양이네.’

    정현우에게 매우 안 좋은 무언가가 있다고.

    ‘괜히 얽히지 말고 피하자.’

    그러니까 굳이 더 이상 자극하지 말자고.

    “아, 청소 좀 해볼까?”

    그렇게 이혁주가 평소에 하지도 않는 짓을 하면서 슬그머니 정현우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물론 정현우는 그런 이혁주의 모습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보일 리가 없었다.

    ‘빌어먹을, 매물이 없다니!’

    G베이에 파투 시리즈 매물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말 그대로였다.

    나름 각오를 하고 구매하려고 했으나, 단 하나의 매물도 G베이에 올라오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원래 귀한 매물이긴 했으나, 그렇다고는 해도 네다섯 개 정도는 항시 매물이 나오고는 했었다.

    ‘아니 왜?’

    그런데 설마 지금 이 순간 매물이 사라질 줄이야?

    정현우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젠장, 매물이 언제 올라올지도 모르는데…….'

    운이 좋으면 10분 후에 매물이 올라올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운이 없다면 사나흘을 그냥 날릴지도 모르는 일.

    ‘파투의 단검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해서 파투의 단검을 거래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미치겠네, 왜 하필?’

    정현우 입장에서는 그저 미치고 환장할 일.

    ‘가만.’

    딱 하나 방법이 있긴 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 부탁해볼까?’

    이제까지 라이징 스타 채널이 아이템을 구해준 것을 보면, 필시 거대 길드들과 개인적인 거래 루트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런 라이징 스타 채널의 도움을 받는다면 파투 시리즈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을 터.

    ‘고민할 문제가 아니야. 이번 건은 대박이야. 라이징 스타 채널도 충분히 협조해줄 거야.’

    그 대목에서 정현우의 얼굴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래, 체면이고 뭐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러면서 이내 스마트폰을 들고 이메일 작성했다.

    ‘확실하게 말씀드리자. 정령 전사 마법을 습득해야 하는데, 파투 시리즈 무기가 필요하다고,’

    그렇게 평소와 달리 확실하게 목적을 밝힌 정현우가 이내 그 이메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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