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11화 (211/485)

211화.  < 68화. 압도 (1). >

1.

- 드디어 떴다!

-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예고다!

드디어 논쟁의 종지부를 찍을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날짜가 공개되는 순간, 세상의 이목이 집중됐다.

- 드디어 결판이 나겠네.

ㄴ 흥,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ㄴ BJ대마도사님한테 반하지나 마.

당연히 곳곳에서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에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그에 대한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그렇게 피어나는 이야기만으로도 이미 어지러울 지경.

그러나 이번 사건에는 그것 외에도 또 다른 이야깃거리가,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라이브 방송에 대한 주목도는 이제까지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중에 최고 같은데, 당연히 이번에는 광고가 붙겠지?”

“붙겠지. 설마 이것조차 안 붙으면, 그냥 광고 안 받겠다는 소리일 테니까.”

“과연 이번에는 누가 광고를 따냈으려나?”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역사상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이번 방송의 광고권을 따내는 이는 누가 될 것인가?

“우리 쪽에서 연락해보니까 이미 정해졌다던데?”

“정해졌다고? 그럼 누군가 따냈다는 거네?”

“광고료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네. 우리 쪽도 액수로는 꽤 크게 불렀는데 말이야.”

나름 굵직한 기업들 대부분이 라이징 스타 채널에 러브콜을 보낸 만큼, 그 행운의 주인공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누구든 간에 광고 따낸 쪽이 부럽네. 그쪽 담당자들은 축제 분위기일 테니까.”

“방송 끝내고 팀장에게 불려가는 게 두렵다, 두려워.”

그리고 그 행운의 주인공을 향한 부러움 역시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외부의 시선, 당사자들의 심정은 그들의 예상과 달랐다.

“메인 시나리오 정보를 강매당하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이제는 광고까지 강매를 당하는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멀린이 제 손에 쥔 머그컵으로 책상 바닥을 툭툭 쳤다.

“이번 기회에 누가 위인지 제대로 못을 박고 싶은 모양이야. 못을 말이야.”

그렇게 몇 번을 더 머그컵으로 책상을 툭툭! 두드린 후에야 엠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얼마를 요구했어?”

그 질문에 엠마 역시 썩 좋지 못한 표정을 지은 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차라리 돈이라면 편하겠죠.”

“아이템인가? 무슨 아이템?”

“알아서 준비하라더군요.”

알아서 성의를 표시해라!

“갈 데까지 갔군.”

강매 당하는 입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최악의 계산서에 멀린은 생각을 포기했다.

“이쯤 되면 그냥 전쟁을 선포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응? 어차피 시작 단서도 발견했고, 이렇게 된 거 그냥 BJ대마도사를 처치하는 게 어때? 핵심은 BJ대마도사보다 먼저 퀘스트를 끝내면 되는 거잖아?”

과격한 발언.

허나, 엠마는 그것이 멀린의 진심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멀린 역시 알고 있었으니까.

‘BJ대마도사의 이 자신감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난이도에서 나오고 있는 거야.’

BJ대마도사가 이렇게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건, 다름 아니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그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난이도가 높다는 점 때문임을.

‘여전히 시작의 마을, 그다음에서 어떠한 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어.’

당장 탐험가 길드와 어비스 길드는 시작의 마을을 졸업한 이후 퀘스트 진행을 못하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를 공격한다?

오히려 반대였다.

“이번 기회에 좀 더 거래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죠.”

‘차라리 대가를 더 치르더라도, 어떻게든 정보를 얻어서 격차를 좁히는 게 나을지 몰라.’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정보 거래를 더하는 것이 나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느 정도 후발 주자들과 거리를 두는 게 유리했으니까.

그 사실을 역시 알고 있는 멀린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뭘 줄 건데? 이제 BJ대마도사의 아이템 세팅은 동급일 때의 나보다 더 대단하잖아?”

사실 이 역시 큰 난제였다.

BJ대마도사를 상대로 현금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은 이미 수차례 상황을 통해 모두가 알고 있는 바.

결국 그에게 어필할 수 있는 건 아이템이나 스킬, 정보뿐인데, 이제 그에게 그것을 주는 것은 멀린 말처럼 불가능했다.

그보다 더 좋은 아이템이나 스킬, 정보를 가진 이가 없었으니까.

그 질문에 엠마가 대답 대신 본인이 질문을 던졌다.

“BJ대마도사가 개척자의 땅에서도 솔로 플레이를 할 수 있으리라고 보세요?”

“그럴 리가.”

멀린이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3백 단위의 개척자의 하이에나들을 혼자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지. 분명 3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조력자로 붙을 거야. 어쩌면 이번 라이브 방송에서 공개하는 게 그 조력자들일 수도 있지. 아.”

그 대목에서 멀린이 엠마의 의중을 눈치 챈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조력자에게 도움이 될 아이템이라면 먹히겠군.”

개인이면 어필할 것이 없지만, 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법.

“그래서 뭘 줄 거야?”

“로켓맨이 개척자의 땅 입성을 맞춘 아이템 세팅이요.”

로켓맨.

어비스 길드가 자랑하는 돌격대장이 언급되는 순간 멀린은 잠시 놀랐다.

“로켓맨의 세팅이라면…… 세게 지르는군.”

놀라면서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애매하게 했다가 문제가 터지는 것보단 확실하게 제안을 하는 게 낫지. 그래서 제안은 지금 할 건가?”

“바로 할 예정이에요.”

“대답은…… 라이브 방송이 말해주겠지. 우리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라이브 방송에 우리 광고를 달아줄 테니까."

그 말과 함께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홀짝인 멀린이 고개를 돌려 TV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라이브 방송을 보는 것뿐이군.”

2.

흔히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정확한 시간을 예고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라이브 방송에 여러 변수가 있는 탓이었고, 미리 예고했을 때는 그 변수가 개입할 여지도 많은 탓이었다.

BJ대마도사의 이번 라이브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이지? 몇 시야?”

“아직 시간은 안 정해졌어. 사냥이 시작되는 순간 바로 라이브를 보여준다고 하더군.”

라이브 방송 날짜만 통보되었을 뿐, 정확히 몇 시 몇 분에 시작되는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

“그런데 정말 1백 마리 잡는 거 맞아?”

“모르겠어. 타이틀도 공개 안 했으니까.”

“설마 이상한 방송 하는 거 아니야?”

“에이, 그래도 이런 여론이 있는데 다른 건 하지 않겠지.”

“혹시 겁먹고 튄 거 아니야?”

방송 주제 역시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관심 자체를 두지 않고는 했다.

이토록 불친절한 라이브 방송에 기대기에는 워즈튜브에는 너무나도 많은 슈퍼 스타들이 가득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그마한 캡슐방을 찾은 손님들조차 휴게실에서 기약 없는 방송을 기다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에이, 기다리면 다 나오겠죠. BJ대마도사가 언제 이상한 방송 한 적 있어요? 분명 기다리시면 아주 끝내주는 걸 보여줄 겁니다.”

BJ대마도사의 이번 라이브 방송은 그럴 만한 가치를 지녔다는 것.

“그리고 겁 먹고 튀다니, BJ대마도사를 뭘로 보는 거예요? 아마 지금쯤 방송 앞두고 여유 있게 와인 한 잔 걸치고 있을지도 몰라요.”

“하긴."

“갑작스러운 주변 분위기에 쫄아서 긴장하거나, 도망칠 인간은 아니지.”

무엇보다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행보와 여유를 생각하면 그는 그런 것을 신경조차 쓰지 않을 터였다.

‘젠장.’

물론 모르는 이들의 생각, 이 모든 순간의 당사자인 정현우는 지금 이 순간 적지 않은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빨리 방송 들어가야 하는데…….'

이유는 다름 아니라 라이브 방송을 못하고 있다는 것.

라이브 방송을 위한 준비가 안 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준비는 어느 때보다 완벽한 상황.

‘대답은 아직인가?’

방송을 못하는 건 다름 아니라 라이징 스타 채널의 요구 때문이었다.

광고주로부터 확실하게 광고료를 받은 후에 라이브 방송을 하자는 요구.

딱히 이상할 건 없는 요구였다.

돈도 받지 않고 그냥 갑자기 방송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너무 길어지면 좋을 거 없는데.......'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라이브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청자들이 느끼는 실망감 역시 커지는 법이었다.

동시에 기대감도 커지는 법이었다.

이렇게까지 기다리게 했으니 대단한 걸 보여주겠지! 하는 식의 기대감.

방송을 하는 입장에서는 부담감이 커지는 셈이었다.

‘시청자 떨어지면 안 되는데…….'

여러모로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 그 상황 속에서 부적을 쥐듯 쥐고 있던 정현우의 스마트폰이 띵! 하고 울림을 뱉었다

정현우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광고료 받았습니다. 받은 보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내 간략한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정현우는 자세한 내용은 읽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혁주야, 세팅 좀 해줘.”

3.

[미다스]

- 레벨 : 170

- 성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1255)/체력(5+1291)/지력(756+2095)/마력(175+1833)

- 잔여 스탯 : 0

언제나 봐도 감탄을 넘어 충격이 느껴지는 스탯.

‘이 정도면 괴물이다.’

그렇게 자신의 스탯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주변을 보았다.

헥헥!

꾸우!

“주인님,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럭키와 골드, 잭팟.

완벽하게 전투태세를 갖춘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미다스의 시선이 골드의 손에 들린 칼 한 자루를 향했다

파투의 단검.

칼자루 끝에 달린 검은색 보석을 제외하면 특별할 것 없는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가 두 눈을 감았다.

“후우."

이윽고 미다스가 길게 숨을 내뱉었다.

긴장감이나 두려움 때문에 나오는 숨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확실하다.’

모든 것을 갖추고,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가진 선수가 마지막 전력 질주를 앞두고 내뱉는 숨.

각오를 뛰어넘어 이제 실전을 앞두고 스스로를 정리하기 위해 내뱉는 숨이었지.

“후우우.”

그렇게 숨을 내뱉은 미다스가 감았던 두 눈을 뜨며 고개를 올려,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거대한 무대나무 기둥을 바라보았다.

붉은빛 기둥 사이로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정보창이 보였다.

![무대나무 위]

!고리 원숭이 숫자 : 152마리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 숫자 : 1마리

위에 존재하는 고리 원숭이의 숫자는 도합 153마리!

아득하기 그지없는 숫자였으나, 미다스는 그 숫자 앞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가자."

짧은 명령을 끝으로 미다스가 나무기둥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빠르게.

삽시간에 무대나무 위에 올라선 미다스의 귓속으로 곧바로 알림이 들렸다.

[무대나무 위에 올라왔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는 153마리나 되는 고리 원숭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 방 열렸다!

- 라이브 시작이다!

그와 동시에 라이브 방송 시작을 알리는 가장 확실한 증거, 채팅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와 같은 풍경.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메모라이즈 아이스월!”

그러나 이루어지는 라이브 방송은 평소와 달랐다.

- 뭐야? 바로 아이스월?

- 시작부터 전투 개시임?

- 럭키와 골드의 귀여운 애교 타임도 없이 가다니, 거 BJ대마도사 형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오?

미다스가 아이스월을 꺼내는 순간 곧바로 상황을 대략적으로 파악한 시청자들의 채팅이 소나기처럼 튀어나왔다.

콰앙!

콰앙!

그리고 고리 원숭이들이 던지는 투척물들이 아이스월 위를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그 광경 속에서 미다스가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자, 이제 바로 전투할 거니까 설명은 간단하게 하고, 바로 전투에 들어가겠습니다.”

딱히 긴 설명도 필요 없었다.

“현재 제 앞에는 약 150여 마리의 고리 원숭이가 있습니다.”

150여 마리!

그 단어는 채팅창에 차오르는 불만 따위를 단숨에 태워버릴 만큼 강렬한 것이었으니까.

- 미친, 150여 마리라고? 1백 마리가 아니라?

- BJ대마도사님 스케일이 이 정도다, 이 말이야!

- BJ대마도사님 충성충성충성!

- BJ대마도사님 못 믿은 새끼들은 빨리 반성문 3장씩 채팅창에 쓰도록. 후원금 잊지 말고.

모두가 생각했던 1백 마리도 아닌 150마리!

상상조차 못하던 그 스케일에 대해 감탄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

“물론 기존 전투 방식으로는 150마리를 사냥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이번에는 특별히 새로운 동료를 영입했습니다.”

- 응?

- 뭐라고요?

그때 미다스가 내뱉은 말에 곧바로 채팅창의 분위기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 새로운 동료? 잠깐, BJ대마도사님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 ㅋㅋㅋ 무슨 소리이긴, 솔플 못하고 파티플 하겠다고 하는 소리이지!

- 예, 역시 밑천 드러났죠!

- 아무렴, 150마리를 어떻게 솔플로 잡아?

- 응, 솔플 끝이야!

- 새로운 동료 예뻐요?

이제까지 BJ대마도사의 솔로 플레이를 믿어왔던 팬들의 기대감이 무너지고, 반대로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울부짖었던 이들의 어깨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채팅창 분위기는 아수라장이 됐다.

- 역시 BJ대마도사도 한계가 있네. 하긴, 이제는 파티 플레이해야지.

ㄴ 아니거든? 우리 BJ대마도사님은 죽을 때까지 솔로이거든?

ㄴ 그래, 현실에서 죽을 때까지 솔로이겠지!

ㄴ 웃기지 마! BJ대마도사님이 태어난 이후부터 죽을 때까지 솔로라니,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마! BJ대마도사님이 태어나고 앞으로 향후 최소 10년 간은 솔로로 지낼 가능성이 높지만, 평생 솔로일 리는 없다고!

ㄴ 뭐야? 여기 BJ대마도사들 까밖에 없는 거임?

그 아수라장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그럼 아이스월이 부서지기 전에 새로운 동료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곧바로 라이징 스타 채널이 카메라를 돌렸다.

그리고는 이내 만반의 준비를 마친 골드를 찍었다.

- 어?

- 골드님의 상태가?

소형화 모드에 돌입한 골드를.

- 맙소사, 저 모습 봐!

- 골드님이 압도적으로 귀여워지셨다!

그러한 모습에 모두가 놀라는 사이 미다스가 소리쳤다.

“우리 파티의 새로운 동료, 미니 골드입니다.”

[아이스월이 파괴되었습니다.]

그것을 끝으로 미다스의 귓속으로 아이스월이 부서지는 것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 헉!

- 바로 뚫렸다!

그 광경에, 150여 마리나 되는 고리 원숭이가 만들어내는 투척의 파괴력에 시청자들이 기겁했다.

그러나 미다스는 달랐다.

“설명 끝.”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여유가 넘치는 미다스가 소리쳤다.

“그럼 이제 전투 시작합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