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10화 (210/485)
  • 210화.  < 67화. 강매 (3). >

    9.

    논쟁이 거듭되면 어느 순간 타협 지점이 생기는 법.

    BJ대마도사에 대한 논쟁도 마찬가지였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밑도 끝도 없던 논쟁은 한 가지 결론에서 타협했다.

    - 그래, BJ대마도사빠들 말대로 BJ대마도사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

    - 오냐, BJ대마도사님이 하는 거 보고 반성문 쓸 준비나 해!

    BJ대마도사가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자!

    자연스레 대중의 관심은 이제 하나로 뭉쳐졌다.

    - 대체 어떻게 하려나?

    일반적으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허나, 그런 이야기를 언제나 무색하게 만들었던 BJ대마도사가 과연 어떤 식으로 모두의 기대에 부응할까?

    그 의문에 저마다의 의견을 건넸다.

    - 새로운 레전더리 템을 가져오겠지?

    아이템으로 그것을 커버한다는 의견부터.

    - 스킬 도움을 받겠지. 아이템으로는 한계가 있잖아?

    스킬로 커버하는 이야기까지.

    “제가 듣기로는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배웠다네요. 운석으로 무대나무랑 함께 고리 원숭이를 박살낼 예정이래요!"

    심지어 듣는 것만으로도 말이 안 되는 강력한 마법을 언급하는 이들까지 있었다.

    “에이, 그게 말이 되냐?”

    “200레벨도 안 된 플레이어가 메테오라니, 그런 마법은 등장한 적도 없다고.”

    듣는 이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 당사자 입장에서는 미칠 이야기였다.

    “아니, 그럴 수도 있죠! BJ대마도사잖아요! 현우 형, 형 생각도 저랑 같죠?”

    그러한 상황에서 당사자인 정현우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쓰는 단어에는 날이 섰지만, 막상 그 말을 내뱉는 목소리에는 날카로움은 한 점도 없었다.

    “뭐, 그래도 나름 재미있는 결과는 나올 거 같네. BJ대마도사가 여기서 물러설 일은 없을 테니까.”

    그 증거로 예전과 다르게 이혁주의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

    “봐요! BJ대마도사 대가리를 박살을 내고 싶어 할 정도로 증오하시던 현우 형도 인정하잖아요! 가능하다니까요!"

    넘치는 탓이었다.

    ‘아무렴, 가능하지.’

    여유가 넘치는 탓.

    ‘준비는 물론 실전 테스트도 끝났다.’

    그것도 그냥 여유가 아니라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황, 그 상황 위로 흘러나오는 여유였다.

    '1백 마리쯤은 압도할 수 있다.’

    미다스는 지금 당장에라도 1백 마리를 상대하는 라이브 방송을 찍으라면 찍을 수 있었다.

    ‘템만 도착해라.’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는 건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준 아이템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그 이유 하나 때문.

    띵!

    그러한 정현우에게 기다리던 것이 도착했다.

    ‘왔다!’

    정현우가 곧바로 자리에서 앉은 채 스마트폰을 꺼낸 후에 G베이에 접속했고, 이내 내용을 확인했다.

    “후후.”

    그 순간 옅게 미소를 머금은 정현우가 이내 스마트폰을 끈 후 주머니에 넣었다.

    “후후후.”

    어느 때보다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이며 정현우는 생각했다.

    ‘아직 꿈을 꾸는 모양이네.’

    지금 이 순간이 꿈일 거라고.

    10.

    [파투의 단검]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65레벨 이상

    - 파파투의 관리자, 파투가 숨겨둔 단검이다. 강력한 저주의 힘을 품고 있다. 저주에 걸린 대상은 죽을 때까지 저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공격력 : 200

    - 근력 +100

    - 체력 +100

    - 지력 +100

    - 마력 +100

    - 공격 시 ‘파투의 저주’ 발동

    !파투의 저주 효과

    !모든 능력치 20퍼센트 감소

    !모든 방어력 20퍼센트 감소

    !모든 속성 저항력 20퍼센트 감소

    !이동 속도 20퍼센트 감소

    !공격 속도 20퍼센트 감소

    파투의 단검.

    그 기나긴 아이템 옵션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슬쩍 고개를 돌려 럭키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말했다.

    “럭키야.”

    왕!

    “내 뺨 좀 때려볼래?”

    왕?

    주인의 갑작스러운 취향 고백에 럭키가 놀란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가볍게 절레절레 흔드는 사이, 골드가 소리쳤다.

    “흥! 역시 충성심이 부족하군! 주인님! 제가 하겠습니다! 꼭 시켜주십시오!”

    울부짖듯 충성심을 토해내는 골드의 모습에 미다스가 어?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잭팟이 움직였다.

    꾸우!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잭팟이 제 부리로 미다스의 모자를 쓰지 않은 머리를 콕콕 찌르기 시작했다.

    “야!”

    꾸우!

    그 갑작스러운 잭팟의 공격에 미다스가 제 머리 위로 손을 휙휙 흔들며 잭팟을 내쫓았다.

    이후 다시 고개를 돌려 제 손에 든 단검을 확인한 미다스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꿈이 아니다.’

    이제야 비로소 눈앞의 것이 현실임이 느껴지는 순간.

    ‘맙소사.’

    그 순간 미다스는 놀랐다.

    그럴 만한 일이었다.

    ‘파투의 단검이라니?’

    파투의 단검 옵션은 문외한인 이가 보더라도 감탄이 나올 만했으니까.

    또한 파투의 단검은 그냥 가벼운 공격만으로도 효과가 적용됐다.

    때문에 300레벨이 넘어가는 플레이어들도 파투의 단검을 이용하고는 했고, 그런 이유로 G베이에서 제대로 거래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메인 시나리오 가치가 이 정도일 줄이야.’

    자신이 가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가치를 향한 놀람.

    그러한 놀람은 곧바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스타팅 정보가 이 정도면 그다음 정보는…….'

    그 순간 미다스는 생각을 멈췄다.

    “휴우!”

    이 이상 생각을 이어가다가는 행복을 주체 못해서 심장마비에 걸릴 것 같다는 것.

    ‘릴렉스, 정현우 릴렉스하자.’

    허무맹랑하기 그지없는 소리이지만, 그러한 허무맹랑함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미다스는 놀라고 있었다.

    그렇게 놀란 스스로를 추스른 미다스가 정신을 돌렸다.

    ‘지금은 이것만 보자.’

    지금 중요한 것은 자신의 손에 파투의 단검이 들어왔다는 것.

    ‘이거면.......'

    일단 미다스는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봤다.

    파투의 단검을 손에 쥔 골드를 앞세우고 1백 마리의 고리 원숭이들을 향해 싸우는 모습을.

    ‘1백 마리는…… 가뿐하다.’

    그러한 전투는 가볍게 끝났고, 이내 미다스는 그 숫자를 조금 더 높여 보였다.

    ‘일단 파투의 단검에 닿는 순간 모든 방어력과 속성 저항력이 감소하고…….'

    110마리 그리고 120마리.

    ‘여기에 인페르노 효과가 추가된 상태에서 파이어 스텝의 데미지를 더하고…….'

    그 후에도 계속 시뮬레이션은 이어졌다.

    숫자 역시 늘어났다.

    그러한 숫자가 150마리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시뮬레이션을 멈추었다.

    ‘가만, 도중에 불뱀의 송곳니로 스위칭을 하면?’

    이후 한 가지 더 그림을 그려 넣는 순간, 미다스는 더 이상 숫자를 늘리지 않았다.

    ‘퀘스트, 깰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깰 수 있다.’

    자신이 결코 혼자 힘으로 깰 수 없으리라 했던 것, 히투의 물약 퀘스트만이 떠오를 뿐.

    그것을 떠올린 미다스가 고민을 멈췄다.

    “얘들아, 라이브 준비하자.”

    이제는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아!"

    그때 무언가를 떠올린 미다스가 급하게 행동했다.

    ‘그전에 확실하게 말씀드려야지!’

    11.

    BJ대마도사에게 아이템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BJ대마도사 쪽에서 라이브 미팅 요청했습니다.”

    직원 한 명의 갑작스러운 알림에 사무실 내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라이브 미팅이란 단어 자체는 이상할 게 없었다.

    ‘뭐지?’

    ‘아이템을 줬는데 왜 이렇게 빨리?’

    문제는 아이템을 보내줬는데, 갑자기 라이브 미팅을 잡았다는 것.

    여러모로 뭔가 의심될 수밖에 없는 대목 아닌가?

    ‘문제가 있나?’

    ‘설마 원하는 게 그 아이템이 아니었나?’

    특히 BJ대마도사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순간.

    자연스레 박영준의 표정도 굳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보기엔 베스트 시나리오였는데…….'

    그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브 미팅을 위한 무대를 세팅하라는 신호, 그 신호에 곧바로 직원들이 빠르게 라이브 미팅을 위한 준비를 꾸몄다.

    그러한 작업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곧바로 큼지막한 라이브 방송실 화면 위로 BJ대마도사의 모습이 등장했다.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것을 확인한 박영준이 잽싸게 키보드 위의 타자를 쳤다.

    ‘갑자기 라이브 미팅이라니,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이어진 말에 바로 대답이 나왔다.

    - 문제는 없습니다. 오히려 어느 때보다 만족스럽습니다. 덕분에 최고의 라이브 방송을 할 준비가 됐습니다.

    의외로 상쾌한 대답.

    그 대답에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큰 문제는 아니네.’

    아무래도 무언가 잘못되어서 문제가 생긴 일은 아닌 모양.

    그러나 박영준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BJ대마도사가 일부러 라이브 미팅을 가진다는 건, 특별히 전달하고 싶은 게 있다는 의미.’

    그가 아는 BJ대마도사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덕담을 해주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이가 아니었으니까.

    때문에 박영준은 머릿속으로 BJ대마도사가 한 말 하나하나를 분해한 후에 그에 따른 의미를, 가설을 부여했다.

    그런 그에게 BJ대마도사가 몇 마디를 더 던졌다.

    - 다음 라이브 방송은 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스케일로 이루어질 겁니다. 아마 모두가 예상하는 것 이상의 방송이 될 듯합니다. 그러니 마음껏 광고주들에게 어필하셔도 좋을 겁니다.

    그 단어에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모두 놀람을 표현했다.

    “와."

    “진짜?”

    자신들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세간의 반응, 그 이상을 보여주겠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

    허나, 박영준은 놀라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한 가지 단어에 집중했다.

    ‘광고주.’

    그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그제야 비로소 박영준은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오케이, 그거였군.’

    이 순간 박영준은 확신했다.

    ‘이제 판이 정리됐으니, 선수들을 모집해라.’

    한 번 광고 거부를 통해 몸값이 올랐고, 정신 차린 것 같으니 다시 판을 열어라.

    - 특히 이번에 좋은 선물을 주신 분들에게 기회를 줬으면 좋겠네요.

    이어서 나온 말에 박영준이 잠시 미소를 지우더니, 이내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이후 박영준이 키보드를 쳤다.

    “알겠습니다.”

    - 그럼 잘 부탁합니다.

    그것으로 대화가 끝나는 순간 박영준은 곧바로 의자를 뒤로 밀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부하 직원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이제 광고 받으시는 건가요?”

    “당연히 받아야지.”

    말을 하던 박영준이 미소를 지은 채 조금 전 BJ대마도사의 말을 해석했다.

    ‘좋은 선물을 준 대상에게 기회를 줘라…… 그건 우리에게 파투의 단검을 뜯긴 쪽에게 광고를 주라는 말.’

    BJ대마도사의 말을 해석하자면 이번에 파투의 단검을 준 쪽에 광고 기회를 주라는 의미.

    물론 그건 단순히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아니었다.

    ‘그 제안을 하면 받는 쪽에서는…….'

    당장 파투의 단검부터가 사실상 협박을 통해 강제로 뜯어낸 아이템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라이징 스타 채널이 엄청난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광고를 넣을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면?

    적어도 그게 그저 순수한 호의라고 생각할 리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반대, 모두가 그런 상황에서는 똑같이 생각할 것이다.

    ‘강매지.’

    광고를 강매당하는 거라고.

    더욱이 강제로 이루어지는 만큼 그 광고에 대해 지불하는 대가도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무엇보다 이것은 BJ대마도사가 보내는 명백한 신호였다.

    ‘확실하게 갑을관계가 뭔지 못을 박겠다는 거군.’

    자신을 향해 괜한 수작을 부린 이들에 대해 허튼 수작을 부리지 말라는 경고의 신호!

    그 신호를 떠올린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뭘 요구할까나?’

    12.

    - 와튼 : 알겠습니다.

    그 대화를 끝으로 라이브 미팅이 종료되는 순간 미다스가 참고 있던 숨을 토해냈다.

    “어휴, 긴장되어서 죽는 줄 알았네.”

    헥헥!

    그러한 미다스를 격려하려는 듯 다가오는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이번에는 광고를 꼭 받아야지.’

    이번 라이브 미팅을 가진 이유는 오직 하나, 광고 때문이었다.

    사실 이상할 건 없었다.

    이미 저번에 광고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다음 광고는 제대로 받아야 하는 게 당연지사.

    그리고 그 부분을 미다스가 좀 더 확실하게 어필하는 것 역시 이상할 건 없었다.

    ‘그런데 너무 나댔나?’

    허나 이야기를 마치고 시간이 흐르자,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고민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는 어련히 준비해둘 것인데 훈수를 당한 것일 수도 있었으니까.

    ‘좀 과한 건 같긴 해. 그냥도 아니고 파투의 단검을 준 분에게 우대를 해달라고 하다니…….'

    심지어 미다스는 그 대화 속에서 그냥 광고를 따오는 게 아니라 특정인에게 광고를 주라고 지목까지 한 상황.

    물론 그건 미다스 입장에서는 순수한 호의였다.

    자신에게 이 어마어마한 것을 준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혜택을 주고 싶다!

    그런 너무나도 순수한 감정에서 나온 호의.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미다스의 경우였고,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빠질 대목이었다.

    ‘젠장.’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미다스가 이내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휴, 이 멍청한 주인놈이 주제 파악 못하고 너무 나댄 것 같다.”

    스스로를 향해 자책하는 말을.

    ‘아, 진짜 큰 실수 한 것 같은데? 사장님에게 다시 말해서 죄송하다고 할까?’

    그러한 자책이 깊어지려는 순간, 미다스의 곁으로 다가온 골드가 말을 건넸다.

    “주인님, 무슨 일이 있건 제가 주인님의 고뇌를 물리치는 검이 되겠습니다!”

    미다스는 상상조차 못해낼 멋들어진 말을 내뱉는 골드의 모습에 미다스가 실소를 지었다.

    ‘그래, 여기서 내가 해야 하는 건 사과가 아니지.’

    어차피 이미 말은 던진 상황.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해야 해야 할 건 하나였으니까.

    ‘최고의 라이브 방송을 만든다.’

    BJ대마도사를 향한 세간의 관심에 부응하는 것.

    그 각오를 머금은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숲 하나를, 붉은 빛기둥을 내뿜는 무대나무를 보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