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화. < 67화. 강매 (2). >
6.
종종 있다.
별거 아닌 이유로 시작된 일이 이상하게 쉽게 꺼지지 않고 크게 번지는 경우.
- BJ대마도사라면 가능하다니까!
ㄴ BJ대마도사 빠들 못 말리겠네. 그게 말이 됨?
이번 BJ대마도사를 두고 이루어진 논쟁 역시 그러했다.
솔직히 대단한 내용도 아니었다.
BJ대마도사가 직접 논쟁을 유발한 것도 아니고, 그저 그를 가십거리로 둔 이들이 서로 이야기하다 시작된 논쟁.
보통 때라면 적당히 달아오르다가, 새로운 이슈가 생기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사라졌을 건수였다.
그러나 그 건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물론 아무런 이유도 없이 타오르는 불길은 없는 법, 그 건수에 기름을 끼얹은 이들이 있었다.
- 허리케인맨도 잡는 건 몰라도 압살하는 건 불가능할 거라고 했어.
ㄴ 응, 파이어맨은 가능할 것 같다고 했어.
ㄴ 허리케인맨이 레벨 더 높거든?
ㄴ 네다음 길드빨 빼면 시체이신 분.
갓워즈를 대표하는 유명 플레이어들, 개중에서도 유명 마법사 플레이어들이 그 논쟁에 서로의 의견을 내세우면서 논쟁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기름이 아니라 폭탄을 떨어뜨리는 이가 등장했다.
- 제 의견 말입니까? BJ대마도사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마도사 멀린.
갓워즈의 마법사들 중 최고라 불리는 그가 그 논쟁에 참가했다.
물론 본격적으로 논쟁에 참가한 건 아니었다.
- 근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BJ대마도사는 언제나 누구도 하지 못한 걸 해냈죠. 무엇보다 개척자들의 땅부터는 더 이상 그의 솔로 플레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기에, 더더욱 보고 싶습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이미 세계 최고가 된 스포츠 스타가 막 치고 올라오는 신인을 향해 베테랑으로서 기대 어린 말을 내뱉는 것, 덕담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허나, 그것을 뱉은 이가 멀린이란 사실은 관심조차 없는 이들이 달라붙게 했다.
사실, 달라붙는 정도가 아니었다.
- 맙소사, 멀린이 저렇게 말했다고?
- 저 정도까지 평가해줬는데, 당연히 해내겠지!
- BJ대마도사는 죽을 때까지 솔로다!
이제는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도는 해봐야 하는 상황.
“괜한 짓을 하신 것 같네요.”
“괜한 짓이라니, 분위기 좋잖아?”
당연한 말이지만 멀린이 그런 발언을 한 건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이었다.
“자존심 하나로 지금까지 솔로 플레이 해온 놈이 이런 분위기에서 파티 플레임을 할 수 있을 리 없는 분위기잖아?”
BJ대마도사가 원치 않아도 무리하도록 만들기 위한 시도.
“할 수 있어도 굳이 할 필요도 없는데 말이야.”
무엇보다 멀린은 그냥 이 상황 자체가 BJ대마도사에게 무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개척자의 땅에서는 파티 멤버를 구해야 할 테니까. 아니, 이미 구해뒀겠지만.”
결국 솔로 플레임도 이번이 마지막일 테니까.
그런 이유로 멀린은 그 부분에 대한 깊은 관심도 없었다.
“뭐, 우리가 신경 쓸 문제는 그게 아니지만.”
애초에 엠마와 자리를 가진 것도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 아니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쪽은 어떻게 됐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건 드디어 단서를 잡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탐험가 길드가 파악 중인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쉽지 않다, 난이도가?”
“전체적으로요. 당장 시작의 마을에서 고블린 주술사의 비밀 아지트를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아요. 현재까지 발견한 건 고작해야 3곳 뿐이에요.”
“3곳? 탐험가 길드가 우리와 접촉하기 전부터 조사했다고 하지 않았었나? 혹시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
“숨기고 있더라도 많은 건 아니죠.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을 아직 찾지도 못했다는 거예요. 누구인지도 모르겠고요.”
이어진 엠마의 이야기에 멀린이 긴 한숨을 내뱉었다.
발견만 하면 모든 게 일사천리로 해결될 것 같았던 같았는데, 막상 그게 아니라는 것.
“경쟁자가 붙기 전에 빨리 준비해야겠어.”
더욱이 언제까지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에서 시간 낭비는 그 무엇보다 피해야 할 일.
그때였다.
대화를 나누던 엠마가 멀린이 아닌 제 스마트폰을 향해 시선을 돌리더니 이내 굳은 표정을 지었고, 그것을 확인한 멀린이 말했다.
“표정이 그렇게 드러나는 걸 보니 안 좋은 일이 생긴 모양이네. 아주 안 좋은 일이.”
그 물음에 엠마는 굳은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말했다.
“탐험가 길드가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제안을 받았어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스타팅 정보를 사고 싶은 생각 없냐고요.”
현재 시작점을 발견한 탐험가 길드에 그 시작점 정보를 판다는 것.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쉽게 진행하고 싶다면 입막음 비용을 지불하라는 거로군.”
그건 사실상 강매였다.
“조건은?”
“파투의 단검이요.”
“파투의 단검이 나쁜 아이템은 아니지만…… 당장 BJ대마도사에게 시급한 아이템은 아니지.”
이어진 조건을 들었을 때 멀린의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자신들의 금고 속에 있는 아이템을 콕 집어서, 그것도 딱히 본인에게 크게 효용 가치가 있는 물건도 아닌 것을 골라서 요구한다면 그 의도는 뻔할 수밖에.
이 대목에서 엠마와 멀린의 생각은 하나였다.
“거래는 해야겠지. 아니, 거래라기보다는 입막음 비용을 지불하는 거지만.”
여기서 거절을 했을 경우, 그 정보가 다른 이에게 넘어갔을 경우 상황이 너무 힘들어질 터.
특히 퀘스트 난이도를 확인한 상황 아닌가?
강매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문제는 하나였다.
‘거래를 하고, 정보를 다른 이에게 팔지도 모른다.’
상대방이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
보통 경우라면 엠마는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을 신뢰하기는커녕 반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정보를 다른 이에게 팔았겠지. 우리가 발견한 후에 행동에 나서는 건…… 본인도 이 이상 경쟁자가 생기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거야. 그 증거로 아즈모 쪽도 이제까지 이렇다 할 행보가 없었어.’
그럼에도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건 이 모든 것의 끝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이 게임의 끝이 뭔지를 아는데, 경쟁자를 늘린다는 선택지를 할 리가 없으니까.’
멀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냥 줘버리자고. 이런 제안을 한다는 건 저쪽도 정보를 퍼뜨리는 짓은 하기 싫어한다는 의미. 괜히 여기서 판을 엎을 필요는 없잖아?”
그 말.
“파투의 단검을 준다고 해서 BJ대마도사의 전력이 크게 변화하는 것도 아니고.”
이어진 그 말에 엠마가 결론을 내렸다.
“하죠.”
7.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는 고개를 들었다.
‘남은 건 10마리.’
그러자 눈에 들어오는 건 한 곳에 모여 있는 10마리의 고리 원숭이들이었다.
끼이!
끼이!
저마다 한 덩치를 자랑하는 고리 원숭이들의 입에서는 분노로 가득한 소리가 뿜어졌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광경이었다.
쿵!
그러나 그 분노로 가득 찬 고리 원숭이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넘어지는 모습은 일방적이지 못한 광경이었다.
몬스터가 서로 부딪쳐서 충돌하는 것은 혼란 같은 디버프 마법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
허나, 혼란 마법은 200레벨 이후에나 습득 가능한 마법이었다.
즉,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만드는 건 마법이 아니었다.
“네놈들, 작은 고추의 매운맛을 보여주마!”
원인은 다름 아닌 골드!
끼이!
70센티미터, 작디작은 모습이 된 골드가 고리 원숭이들의 발치 아래를 휘저으며 고리 원숭이들을 좌충우돌케 했다.
‘기대 이상이다.’
미다스가 골드의 소형화 스킬을 보고 자신감을 가진 이유가 바로 저 때문이었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상대하는 몬스터가 커질수록 더 효과가 크다.’
작고 날랜 개는 도구 없이는 수십 명이 달려들어도 쉬이 잡을 수 없는 법.
혹여 가까이 오더라도 발치 아래, 심지어 가랑이 사이마저 지나가는 것을 잡을 도리는 없었다.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퍼억!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더 대단한 것은 작아진 상태에서도 골드의 공격력과 움직임이 스킬 사용 전에 비해서 80퍼센트 정도 나온다는 것이었다.
스펙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 정도는 얻는 메리트에 비하면 손해도 아니었다.
‘어그로와 딜링, 동시에 가능하다.’
그 덕분에 골드는 현재 다수의 어그로를 끌면서도 데미지 딜링은 더 폭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걸로 90마리까지는 능숙하게 클리어.’
90마리의 고리 원숭이를 상대로 이제는 무리 없이, 일방적인 전투를 치를 수 있는 비결이었다.
‘블랙 클레이모어보다 더 가벼운 무기가 필요하지만.’
딱 하나, 미다스가 보기에 지금 골드의 문제점은 블랙 클레이모어라는 무기였다.
블랙 클레이모어가 나쁜 무기는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소형화를 통해 작아진 골드의 최대 강점은 치고 빠지기에 능숙하다는 점이었고, 그 부분을 고려했을 때 블랙 클레이모어보다는 좀 더 작은 무기가 나았다.
실제로 검 역시 소형화가 되면서 작아졌으나, 골드의 행보에 방해가 되고 있었다.
‘단검 같은 것.’
데미지는 줄어들더라도, 기동력을 더 살릴 수 있는 단검이 더 유용할 터.
‘쓸만한 게 없지만.’
물론 미다스가 염두에 둔 단검 무기류 중에는 그렇게 유용한 것이 존재치 않았다.
‘뭐, 주면 감사히 써야지.’
선택권 역시 없었다.
미다스는 그저 라이징 스타 채널이 좋은 걸 구해다 주면 감사히 받아 쓰면 될 뿐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무대나무 위의 모든 몬스터를 처리했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전황을 살피고, 분석하는 사이 전투가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7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이제 한 단계 더 오를 때가 됐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제 이것으로 부응은 할 수 있겠네.’
그러한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마법 하나가 떠올랐다.
‘가고일 소환.’
170레벨 레전드리 등급 스킬, 가고일 소환!
럭키의 사생결단과 같이 일반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끌어 자신을 공격케 하는 마법으로, 시간벌이에는 최고라고 평가를 받는 스킬이었다.
미다스의 현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스킬.
‘보상 카드에서 나오지 않아도, 구매하면 돼.’
당연한 말이지만 얼마가 들든 간에 확보해야 할 스킬이었고, 때문에 미다스는 오히려 고민이 적었다.
‘까짓 것 남은 돈 탈탈 털면…….'
물론 고민이 적을 뿐, 속이 쓰리지 않은 건 아니었다.
왕!
그렇게 기도하는 미다스를 향해 럭키가 다가왔다.
언제나 그렇듯 위엄이 넘침에도 귀엽기 그지없는 모습.
“주인님!”
그리고 이제 작디작은 모습으로 예전에 가지지 못한 귀여움을 가지게 된 골드도 다가왔다.
꾸우!
마지막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잭팟마저 다가왔을 때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예."
그리고 이내 대답을 내뱉는 순간 미다스의 눈앞에 1백 장의 카드가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것을 바로 보지 않았다.
꾹, 두 눈을 감은 채 기도했다.
‘제발, 제발 그냥 나와주세요.’
그 기도를 마친 미다스가 눈을 뜨는 순간 황금빛이 그를 반겼다.
그리고 그 황금빛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가 두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뜨며 소리쳤다.
“나왔다!”
가고일 소환!
자신이 바라던 것이 등장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쓰러진 고리 원숭이 무리를 바라본 후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됐다, 됐어. 이제 1백 마리쯤은 껌이야, 껌! 아주 그냥 잘근잘근 씹어 버리자고!”
이제야 비로소 넘치는 자신감.
그 자신감 속에서 미다스가 골드를 보며 말했다.
“길게 갈 것도 없지. 당장 사장님이 템 구해다주는 순간 1백 마리 압살 라이브 방송이다!”
당연히 미다스는 기대했다.
“과연 사장님이 어떤 아이템을 구해다주실지 기대되네.”
8.
“파투의 단검 확인했습니다.”
말을 뱉은 채 자신의 모니터를 바라보는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파투의 단검이라니, 이런 물건이 이렇게 쉽게 온다고?’
파투의 단검이라면 애초에 G베이에 올라오지조차 않는 아이템!
때문에 부하 직원은 그 아이템을 받을 준비를 하라는 박영준의 말을 들었을 때 믿지 못했다.
“좋아, 확인했고.”
물론 박영준의 생각은 달랐다.
‘그 정보로 이걸 받는 건 좀 아깝긴 하네.’
파투의 단검이 대단한 아이템이긴 하나, 이번에 거래 품목은 다름 아니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시작할 수 있는 정보!
“그럼 보내.”
“보내요?”
“BJ대마도사한테 보내야지.”
“아…… 그런데 이게 BJ대마도사한테 쓸모 있을까요?”
무엇보다 BJ대마도사의 전투 방식에 그렇게까지 효용 가치가 높은 아이템이 아니었다.
“나쁜 아이템은 아니지만, 보스전 빼면 쓸 일이 많지 않잖아요?”
“그렇긴 하지. 찔러야 의미가 있으니까.”
파투의 단검은 벤 대상에게 저주를 거는 것!
하지만 수십, 1백이 넘는 몬스터를 상대로 일일이 찌르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도 뭐 보스 쉽게 잡을 수 있는데, 마다할 건 없지.”
물론 그걸 고려하더라도 매우 좋은 아이템이었다.
‘상징성이 더 중요하니까.’
무엇보다 이 아이템의 의미는 BJ대마도사의 협박에 상대방이 굴복했다는 것이었다.
BJ대마도사의 대척점에 있는 존재가 기꺼이 BJ대마도사가 제안한 룰에서 게임을 하겠다는 증거.
BJ대마도사가 강제로 상대방을 자신이 만든 판에 앉힌 셈이었다.
‘또 한 번 재미있게 놀아보자고.’
BJ대마도사를 대신해 판에 앉은 박영준 입장에서는 그 무엇보다 기쁜 일이었다.
“그럼 빨리 보내.”
“바로 보냈습니다.”
이어진 부하 직원의 말 그리고 이내 모니터에 뜬 내용을 확인한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BJ대마도사가 기뻐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