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화. < 66화. 게임은 어려워야 제맛 (1). >
1.
좋은 방송은 이야깃거리를 남기는 법.
그런 의미에서 BJ대마도사의 진짜 솔플 라이브 방송은 좋은 방송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BJ대마도사 광고 안 붙었네?
그러나 막상 라이브 방송이 끝나는 순간 방송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이는 없었다.
- 어? 진짜?
ㄴ 진짜다! 진짜 광고 안 붙었다!
모두의 관심은 오직 하나, 라이브 방송이 끝나고 그 어떤 광고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
그만큼 특별한 일이었다.
- 왜지? 광고주들이 광고를 안 넣었나?
ㄴ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광고를 따느냐, 못 따느냐에 따라서 회사 주가가 움직인다고!
ㄴ 그 정도로 대단한 건 아니지만,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에 광고 못 넣어서 안달이 난 기업은 많지. BJ대마도사는 방송에 오직 단 하나의 광고만 넣어주니까.
광고주가 없어서 광고를 넣지 못했다, 라는 선택지는 BJ대마도사에게 적용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결국 다른 이유가 있다는 의미.
루머 만드는 게 낙인 호사가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 지금 들리는 소문으로는 BJ대마도사가 광고료로 엄청난 액수를 불러서, 전부 돌아섰다던데?
- 내가 듣기로는 광고료가 아니라 아이템을 요구했다더라고. 게임에 한두 개밖에 없는 특급 레전더리 아이템들.
- 내가 아는 사람 통해 들은 바로는 BJ대마도사가 이제 자기 정체를 드러낸 후 자기 기업만 광고할 예정이라는데?
온갖 종류의 루머들이 탄생했다.
물론 대부분의 루머들은 루머로 끝났다.
- 개소리들 그만하고, 그냥 광고주들이 제안한 액수가 너무 푼돈이라서 그냥 더 이상 관심을 안 가지는 것뿐이야.
- 맞아. BJ대마도사가 설마 돈이 없어서 템을 못 구하고, 그러겠어?
하지만 한 가지 사실 만큼은 확실했다.
-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야기가 어떻건 간에 BJ대마도사가 광고 제안을 거절한 거라는 거지.
BJ대마도사가 광고를 거부했다는 것.
그 사실이 여러 사람을 고민케 했다.
‘미치겠다.’
개중에서도 가장 고민으로 속이 바짝 타오르는 건 정현우였다.
‘광고 거절이라니, 내가 미쳤다고 그럴 일을 할 리가 없잖아!’
일단 정현우 본인은 광고를 거절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고 라이징 스타 채널이 광고를 거절했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사장님은 어떻게든 나 하나 더 챙겨 주려고 하시는 분이고.’
이제까지 라이징 스타 채널은 자기들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BJ대마도사를 챙겨주고자 노력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라이징 스타 채널이 붙으려는 광고도 무시하고, 그대로 거절한다?
즉, 거절이 아니라 광고주와 협상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컸다.
‘그때 내가 열흘이나 시간을 끈 게 문제가 된 거 같다.’
그리고 현재 의심 가는 건 다름 아니라 정현우의 저번 요구였다.
안개 미로 던전 공략을 앞두고 서리꽃 채취 시간이 필요했던 정현우의 요구에 라이징 스타 채널은 무려 열흘에 걸친 시간을 벌어다줬다.
당연히 그 시간을 벌어주는 과정에서 사전에 합의된 광고 일정도 수정되거나, 재협상에 들어갔을 터.
‘이번 라이브 방송 건도 너무 갑작스러웠고.’
하물며 이번 라이브 방송은 안개 미로 던전 라이브 방송 이후 깜짝 파티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재협상을 할 시간적 여유가 사실상 없었다.
‘그냥 푼돈 받는 거리면 가능했겠지만.......'
물론 광고 단가를 낮춘다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거야말로 멍청한 짓이지.’
그러나 그런 식으로 몸값을 낮추는 건 BJ대마도사의 브랜드 가치를 낮추는 일.
BJ대마도사의 브랜드 가치를 위해 라이징 스타 채널은 수익성을 포기하면서 단독광고를 고집해왔다.
결국 정현우가 내놓은 결과는 하나였다.
‘내 탓이다.’
이 모든 사태는 결국 정현우, 그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것.
그게 이유였다.
‘일단 지켜보자.’
정현우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 직접 물어본다, 라는 선택지를 나중으로 미룬 건.
누가 보더라도 자신이 잘못이 명명백백한 상황에서 왜 광고를 못 받았냐? 라고 물어볼 만큼 정현우는 뻔뻔하지 않았으니까.
‘아니, 지켜보고 자시고 할 게 아니야.’
오히려 정현우는 그다음을 우려했다.
‘이렇게 됐으면 다음 라이브 방송은 이번보다 훨씬 더 임팩트가 있어야 해.’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건은 터졌고, 많은 이들이 그 사건에 관심을 가지며 온갖 루머를 생산하는 상황.
이런 상황을 잘 덮을 수 있는 건 다음 라이브 방송의 임팩트 밖에 없었다.
‘계획하고는 다르게 조금 더 무리를 해서…… 고리 원숭이 100마리랑 붙어볼까?’
그것을 가늠하던 정현우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100마리는 불가능해. 리스크가 너무 커.’
제아무리 정현우라고 해도 100마리가 넘는 고리 원숭이를 상대하는 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
70…… 아니, 60여 마리 정도면 가능해.’
그렇게 거듭 커트라인을 낮추던 정현우가 혀를 찼다.
‘하지만 그러면 임팩트가 없단 말이야.’
모두가 생각해도 안 될 것 같다, 라는 것을 해내야 임팩트가 생기는 법.
결국 정현우는 이제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다음번 라이브 방송 후에도 문제가 생기면 메인 시나리오 떡밥을 뿌리는 수밖에.’
자신이 지금까지 아껴둔 가장 강력한 비장의 카드를.
그 카드를 염두에 둔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전에 빅스테이지로 가서 퀘스트부터 깨는 게 먼저이지만.’
2.
무대나무 숲.
그곳에 도착한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놀라는 건 그 거대한 무대나무 숲의 위용이었다.
그다음으로 놀라는 건 그 무대나무 숲의 중심부터 위치한 나무, 빅스테이지 트리였다.
이름처럼 일반 무대나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무대 위에는 도시, 파파투가 존재했다.
그런 파파투에 오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내가 말이야, 정령의 동굴도 한 손으로 내려갔던 사람이야!”
“플레이어라면 당연히 그냥 맨손으로 올라가야지!”
하나는 지상에서 약 500미터 위에 있는 나무기둥을 타고 오르는 것.
“저기 또라이들 많네.”
“아니, 왜 멀쩡한 엘리베이터 놔두고 저 고생을 하는 거지?”
다른 하나는 곳곳에 마련된 나무와 나무줄기로 만들어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
미다스가 이번에 선택한 방법은 당연히 엘리베이터였다.
고민할 거리도 아니었다.
‘어우, 저번 아르비아 퀘스트 생각하니 짜증부터 치솟네. 무슨 퀘스트를 그딴 식으로 디자인하고 지랄이야.’
저번 정령의 동굴을 벽타고 내려간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 퀘스트 공략을 위해서였으니까.
더욱이 이번 빅스테이지 트리에 오르는 것은 정령의 동굴과 달리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10분 남짓 기다리면 될 뿐.
“어? 저기!”
그런 이유로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곳으로 향하는 미다스, 그런 그의 등장에 곧바로 플레이어들이 반응했다.
“BJ대마도사다!”
“왔구나!”
“BJ대마도사님, 저번 라이브 끝내줬어요!”
이미 무대나무 숲에 화려한 신고식을 달성한 그를 향해 플레이어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환호성에 미다스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 후에 미다스가 스윽 자신의 왼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헥헥!
꾸우!
“작전을 수행하겠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미다스를 기준으로 그의 왼편으로 럭키, 잭팟 그리고 골드가 일렬로 줄을 섰다.
그 모습에 플레이어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미다스가 소리쳤다.
“엘리베이터 올 때까지만 셀카 타임 가지겠습니다. 질서를 준수해주십시오!”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플레이어들이 잽싸게 움직였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어?"
"응?"
처음으로 BJ대마도사 앞에 경쟁률이란 단어가 생겼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럭키와 골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드디어 내 주가도 치솟는구나.’
물론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먼저 하세요.”
“아뇨, 괜찮아요. 전 럭키랑 골드랑 찍고 올 테니까 먼저 하세요.”
“저야말로 괜찮습니다. 얼마든지 먼저 찍으세요. 저도 잭팟부터 찍으면 됩니다.”
“에이, 그러지 마시고 먼저 하세요. 전 정말 괜찮아요.”
“제가 더 괜찮을 거 같은데요?”
자신을 앞에 두고 친절 대결을 펼치는 두 명 앞에서 미다스의 미소는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에이, 진짜.’
그래도 저번보다는 나았다.
“그냥 가위바위보해서 정하고, 빨리빨리 합시다! 엘리베이터 4분 뒤면 내려온다고요!”
또 다른 대기자의 등장에 남은 둘이 서로 순번을 정한 후에 미다스와 셀카를 찍었다.
“BJ대마도사님, 한 번 제대로 찍어주시죠. 가보까진 아니고, 제 SNS메인 페이지로 쓸게요.”
마치 놀이공원에 온 아이가 딱히 찍고 싶지도 않은데 부모님의 성화에 별로 인기도 없는 마스코트와 사진을 찍듯이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진심이 보였으니까.
“초상권 때문에 SNS메인 페이지면 곤란하고요, 제 얼굴은 모자이크로 해주세요.”
“예?”
“장난입니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자연스레 가벼운 대화도 주고받았다.
“저번에 라이브 영상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 여기도 가뿐하게 요리해드시겠네요?”
“좀 더 두고 봐야죠.”
“에이, 솔직히 지금 당장에라도 졸업하셔도 될 거 같은데.”
“모르는 거죠. 두 자릿수는 몰라도 세 자릿수 상대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지니까요.”
“생각보다 굉장히 겸손하시네요.”
“예, 제가 겸손하죠.”
그 대답은 진심이었다.
미다스가 저번 라이브 방송 당시 상대한 고리 원숭이의 평균 숫자는 38.4마리.
그마저도 초반에 럭키와 골드를 앞세웠을 때 40여 마리가 넘어가는 무리를 상대한 것이었고, 후반에 미다스가 단독 전투를 했을 때는 30마리 초반대였다.
그런 상황에서 100마리가 넘는 고리 원숭이를 상대한다?
숫자만으로도 그 난이도는 3배 이상!
때문에 미다스는 각오를 마친 상황이었다.
‘지금 내 상황에서 100마리가 넘는 고리 원숭이 무리를 사냥하는 건 불가능해.’
그럴 일은 없다고.
‘그런 의미에서 무대나무 숲은 내게 최적의 장소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리스크를 파악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일을 경험할 일도 없다고.
“엘리베이터가 내려온다!”
그러한 미다스의 눈앞에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게 보였다.
3.
빅스테이지, 그곳에 올라선 미다스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나무 위를 가득 채운 목조 건물들이었다.
그것도 꽤 높은 건물들이 즐비했다.
대부분이 3층을 넘어섰고, 그중 큰 것은 20층짜리 높이를 자랑하는 것도 있었다.
“진짜 판타지네.”
지상에서 약 500미터 위, 그 아득한 곳에 만들어진 고층 건물들을 보는 순간 플레이어들의 입에서는 판타지라는 단어가 절로 나왔다.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 판타지지.’
그 역시 무수히 많은 건물들을 보며 이 게임에 판타지라는 것을 느꼈다.
물론 느끼는 부분은 달랐다.
그가 느끼는 부분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난이도.
‘이런 곳에서 NPC하나를 찾으라니, 진짜 게임 난이도가 판타지란 말이야.’
이 드넓은 곳에서 특정 NPC를 찾는 게 얼마나 힘들까?
그 생각을 하던 미다스가 슬쩍 주변을 살펴본 후에 붉은빛 기둥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하고자 했다.
‘응?’
그때 먼 곳에 있던 붉은 빛기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처음 경험하는 상황에 미다스가 당황하는 사이, 빛기둥이 빠른 속도로 미다스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직선으로.
곳곳에 자리 잡은 무수히 많은 건축물 따위는 무시한 채.
‘이건 또 뭔 개지랄이야?’
그 사실에 미다스가 기겁하는 사이 어느새 빛기둥은 미다스의 코앞까지 도착해 있었다.
그런 미다스의 눈앞에 등장한 건 그림자였다.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는 상황을 파악하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보였다.
“가오리다!”
마치 알라딘 영화 속에 나오는 마법의 양탄자처럼, 하늘에서 몸을 펄럭이는 가오리 한 마리를.
“하늘 가오리다!”
“와, 이걸 보게 될 줄이야!”
하늘 가오리.
200레벨이 넘어가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악마 가오리라 불리는 그 가오리의 등장에 분위기가 시끌벅적해졌다.
그 분위기 사이로 하늘 가오리가 마치 바닷속에서 움직이듯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러자 이내 플레이어들은 볼 수 있었다.
“누구지?”
“플레이어는 아닌 것 같은데?”
그 하늘 가오리 위에 하얀 두건을 쓴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구릿빛 피부의 사내를.
NPC히투!
“자네가 아르비아 대신 온 자인 모양이군. 일단 오르게.”
그런 히투가 미다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연히 모두의 이목이 미다스에게 집중됐다.
‘여기서 촌놈처럼 당황하면 안 돼. 난 BJ대마도사다. 이런 것쯤은 일상이라고.’
그 이목 속에서 미다스가 스스로를 한 번 추스른 후 여유 있는 척 연기를 하며 말했다.
“럭키 골드, 먼저 올라 가.”
왕!
“예, 주인님."
마치 이런 게 일상이라는 듯이 럭키와 골드를 자연스럽게 태운 후에 슬쩍 잭팟을 바라봤다.
그러자 잭팟이 총총걸음으로 럭키와 골드의 뒤를 따라 하늘 가오리 위에 올라탔다.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 본인도 하늘 가오리에 올라탔다.
물론 그냥 올라타지 않았다.
“비행기는 지겹게 타봤는데, 이런 건 또 처음이네요.”
허세를 부리며 하늘 가오리에 올라탄 미다스가 그 상태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향해 말했다.
“자, 그럼 다들 즐겜하세요.”
4.
하늘 가오리 아래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
그 풍경을 바라보던 미다스는 진심으로 감사했다.
‘신이시여, 고소공포증을 안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미다스에게 고소공포증이 있었다면 지금 이 순간 부들부들 떨며 정신이 나갔을 테니까.
‘그보다 이런 식으로 히투를 만나게 될 줄이야.’
한편으로는 미다스의 가슴에는 기대감이 찼다.
‘이거 느낌이 좋은데?’
이 상황을 목격한 목격자들이 갓워즈 관련 커뮤티니에 떠벌려줄 것이다.
BJ대마도사가 하늘 가오리를 타고 사라졌다고!
그렇다면 자연스레 사람들은 기대할 것이다.
BJ대마도사가 무언가 거대한 것, 강렬한 것을 앞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임팩트 있는 라이브 방송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러한 기대감을 품은 미다스에게 NPC히투가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히투라고 하네.”
“미다스라고 합니다.”
“아르비아와는 무슨 관계인가?”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르비아를 대신해 내 부탁을 들어준 거군. 그녀는 공짜 도움 따윈 주지 않으니까.”
짤막한 대화였음에도 미다스는 직감했다.
‘이번 NPC는 느낌이 좋다.’
NPC아르비아 때와는 다르게 NPC히투와는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으리라고.
“본론으로 돌아오지. 내가 그녀에게 부탁한 건 고리 원숭이 무리의 상태를 파악해달라는 거였네. 자네가 그녀를 대신해 고리 원숭이들을 상대해봤으니, 자네 생각을 말해주게.”
“난폭하고, 강력하더군요.”
그때였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퀘스트 완료 알림이 들렸다.
그 알림 뒤로 곧바로 질문이 날아왔다.
“혹시 자네가 상대해본 고리 원숭이 무리 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게 없었나?”
“예?”
그 말에 미다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고리 원숭이는 우두머리가 없는데?’
그가 알고 있기로 고리 원숭이는 개체의 차이는 있었으나, 무리 내에 서열은 없었다.
붉은산의 고블린들처럼 우두머리 타입은 없었다.
‘설마?’
그 순간 미다스의 감이 불길한 무언가를 느끼기 시작했다.
“최근 고리 원숭이 무리를 통솔하는 녀석들이 생기네. 골치 아픈 건, 녀석들을 중심으로 고리 원숭이 무리가 커진다는 거지. 적게는 1백여 마리에서, 많게는 그 이상. 내가 아르비아에게 부탁한 건 그것에 대한 조사였네.”
그러한 미다스의 직감에 NPC히투는 말해주었다.
“그러나 그녀 대신 자네가 왔으니…… 이제 부탁을 들어줄 사람은 자네밖에 없군.”
미다스, 당신 감이 맞았다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자, 잠깐! 최소 1백 마리요?”
‘미친, 지금 50마리도 힘들어 죽겠는데!’
그 되물음에 NPC히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발견한 무리 중에는 그 숫자가 3백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네.”
그 순간 미다스는 생각하는 것을 멈추었고, 그런 그에게 NPC히투가 말했다.
“그 우두머리 있는 무리를 조사하고, 그들의 피를 채집해주게. 그 피로 물약을 만들면, 필시 특이사항을 찾아낼 수 있을 테니…… 혹시 싫은가?”
그 의문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그, 그럴 리가요.”
“잘 됐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는 깨달았다.
‘……좆됐다.’
지금 라이브 방송 따위를 신경 쓸 때가 아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