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04화 (204/485)

204화.  < 65화. 밀당 (3). >

6.

갓워즈의 이름난 마법사 플레이어들의 스타일은 대부분은 캐논 스타일이었다.

구스타프, 그가 보여준 것처럼 자리를 잡고 강력한 화력을 퍼붓는 게 상식이었고, 정석이었다.

그러나 이 캐논 스타일에도 단점은 있었다.

생존 능력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것.

특히 상위 사냥터로 올라갈수록 몬스터들의 공격력에 비해 마법사들의 HP는 약해졌다.

기본 공격에도 생사가 오고 갈 정도.

필연적으로 플레이어들은 데미지 딜링을 포기하고 생존 능력 향상을 위한 아이템을 착용하고는 했다.

구스타프, 그가 무시무시한 화력을 앞세우고도 최고의 마법사가 되지 못한 이유였다.

- 와, 이거 완전히 멀린이잖아?

- 맞아, 멀린 스타일이야.

멀린, 그가 최고의 마법사가 된 것 역시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 몬스터 상대로 저렇게 근접전에서 맞짱을 뜰 수 있는 마법사는 멀린 밖에 없으니까.

멀린의 최고 강점은 숙련된 근접 딜러들 이상으로 근접 전투에서 뛰어나다는 점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BJ대마도사가 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었다.

- 멀린 스타일이 아니지.

아니, 그 이상이었다.

- 아무렴. 멀린이 클레이모어 들고 몬스터 뚝배기 부수는 거 봤어?

- 그것도 그건데, 멀린도 저렇게 30마리 넘는 몬스터 속에서 BJ대마도사처럼 치고받는 거 불가능할걸?

- 이건 BJ대마도사 스타일이라고 해야지.

이제까지 감히 그 누구도 보여주지 못한 스타일.

물론 이 스타일에 대해서 극찬만 있는 건 아니었다.

- 대단한 건 알겠는데,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나?

- 잡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데?

개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효율성에 대한 문제.

- 그걸 BJ대마도사가 모르겠냐?

물론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가 그 사실을 모르리라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 PK하려는 놈들한테 보내는 경고장 아니야?

ㄴ 경고장?

ㄴ 골드, 럭키, 잭팟, 골렘 빼고도 난 이 정도로 강하다! 그러니까 괜히 덤벼서 귀찮게 하지 마라! 뭐 이런 거?

ㄴ 생각해보니 그런 거 같다!

ㄴ 역시 BJ대마도사! 경고도 스케일이 다르네!

그리고 저마다 그 이유를 도출했다.

문제점은 하나 더 있었다.

- 이 전투 방식으로 100마리 넘어가는 고리 원숭이는 못 잡을 듯.

ㄴ ㅇㅇ솔직히 너무 적은 무리만 만나는 듯? 전부 50마리 이하만 만났잖아?

ㄴ BJ대마도사는 운이 좋으니까.

이 전투 스타일에도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당장 30여 마리를 상대로도 쉽지 않은 전투를 치르는데, 그 숫자가 40마리가 된다면?

지금처럼 여유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터.

- 훈수충들 아가리 좀 싸물지?

- 저거 보고도 훈수하는 훈수충 수준 대단해!

- 답답하면 니들이 똑같이 해보든가!

물론 지금 그 부분을 물고 늘어지는 이는 없었다.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무대나무 위의 모든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쓰러진 채 마네킹과 같은 무미건조한 모습이 된 고리 원숭이 사이에서 유일하게 서있는 미다스의 모습은 갓워즈에서 오로지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었기에.

‘완벽해.’

그렇기에 미다스는 지금 상황에 만족했다.

‘이 정도로 완벽하게 될 줄이야.’

라이브 방송만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 자리에 주저앉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을 만큼.

달리 말하면 미다스는 지금 라이브 방송 중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좀 더 방송해야 하니까, 여기서 한 번 튕겨봐야지.’

그렇기에 미다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 이제 됐죠? 다들 잘 보셨죠?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나중에 라이징 스타 채널에 편집 영상 올리겠습니다. 영상팀, 잘 부탁합니다.”

전투를 마친 미다스가 시청자들을 향해 짧게 말을 남겼다.

“골드야!”

“예, 주인님!”

그 후에 미다스가 골드를 불렀고, 그 부름에 골드가 전력을 다해 미다스 앞에 왔다.

그렇게 온 골드를 향해 미다스가 바닥에 던져놓은 블랙 클레이모어를 염력을 이용해 가져온 후 그것을 골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잘 썼어.”

말과 함께 미다스가 투구를 벗고, 장갑을 벗었다.

- 어? 어!

- 설마?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놀라며 말했다.

- BJ대마도사님 왜 장비 빼세요?

- 아니죠? 설마 그거 아니죠?

그 질문에 미다스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야 원하시는 거 보여드렸으니까 물러나야죠. 자, 그럼 이제 기다리시던 럭키와 골드 방송 가겠습니다. 그렇죠 럭키님?”

어느새 다가온 럭키를 향한 미다스의 질문에 럭키가 크게 짖었다.

왕!

“역시 럭키님도 빨리 저 같은 지끄레기는 꺼져버리고, 카메라 넘기라고 하시네요.”

이어진 미다스의 해석에 채팅창이 분주해졌다.

- 아니, 제가 듣기로는 주인님이 최고예요, 라고 한 거 같은데요?

ㄴ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ㄴ 왕(주인님 한 번 더! 한 번 더)!

많은 시청자들이 BJ대마도사의 조금 전 전투를 보고 싶다는 듯한 채팅을 보냈다.

[구스타프 님이 10,07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이런 건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지. 신수 전문가가 제대로 해석 좀 해봐.]

[라포 님이 10,07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신수 좀 키워본 내가 듣기로는 분명 ‘주인님의 멋진 모습 한 번 더 보고 싶습니다’ 라고 했어. 확실해.]

심지어 구스타프와 라포마저도 좀 더 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라포 정도 되는 플레이어조차 미다스의 플레이어를 보고 싶어 한다는 의미.

사실 어떻게 보면 그들이야말로 급했다.

다른 이들에게 BJ대마도사는 하늘 위의 별이지만, 그 둘에게 BJ대마도사는 언젠가 자신들을 먹어치울지 모르는 경쟁자였으니까.

그 사실에 미다스가 웃었다.

“럭키야, 진짜니?”

왕!

이어진 말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좀 더 해볼까요?”

말과 함께 다시 흑얼음 투구를 쓰는 미다스.

그 순간 미다스의 투구에 잭팟이 내려와 앉았다.

꾸우!

오랜만에 주인의 머리에 앉았다는 사실에 잭팟이 날개를 펄럭이며 기쁨을 표현했다.

그제야 비로소 시청자들은 알았다.

- 오리온의 노래가 남았구나!

아직 더 보여줄 게 남았다는 것을.

7.

스타 플레이어가 되는 비결은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 BJ대마도사 솔로 플레이 터졌다!

ㄴ 안개의 숲에서 보여준 그거?

그렇다면 슈퍼 스타가 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 역시 답은 간단했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것!

- 아니, 그 정도가 아니야!

ㄴ 그럼 대체 뭔데? 설명을 해봐.

ㄴ BJ대마도사가 블랙 클레이모어 들고 혼자서 고리 원숭이 뚝배기 깨는 중이야!

ㄴ 그게 무슨 개소리야?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폭발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모두가 보고 싶어 하는 것, 그 이상을 보여준다는 것!

- 에이, 한 번 속아준다. 그냥 가서 본다!

- 보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니니까.

그 사실에 관심이 없던 시청자들이 하나둘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야, 막 오르네.”

그 늘어나는 숫자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던 박영준이 감탄사를 토해내며 가볍게 박수를 쳤다.

“수치도 수치인데, 분위기가 아주 좋아.”

그럴 만한 분위기였다.

누가 보더라도 대박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

“이걸로 BJ대마도사가 다시 방송 메인 자리도 꿰찰 테고.”

더욱이 이번 라이브 방송으로 말미암아 그동안 우려하던 일, 럭키와 골드의 존재감에 BJ대마도사의 존재감이 묻히는 일은 사라졌다.

그것도 그냥 단순한 강요나, 억지로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이걸 보고 누가 BJ감초라고 하겠어?”

BJ대마도사는 제 스스로 럭키와 골드, 그 둘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해냈다.

당연히 앞으로 BJ대마도사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한층 더 밝아지고, 강렬해질 터.

메리트는 하나 더 있었다.

“앞으로 BJ대마도사 노리고 덤벼드는 놈들도 일단 다시 계산을 시작하겠지. 럭키 떼고, 골드 떼고 심지어 골렘까지 떼고 이 정도의 전투력을 가졌는데 어떻게 PK를 걸겠어?”

오늘 영상으로 말미암아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시도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컸다.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는 라이브 방송 도중 BJ대마도사가 게임 오버를 당하는 최악의 불상사에 대한 근심과 우려, 걱정을 접어서 주머니에 넣어두어도 되는 셈.

그런 의미에서 오늘 라이브 방송은 라이징 스타 채널에게 있어 최고의 방송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안 그래?”

그러나 막상 박영준의 말에 그 어떤 부하 직원도 쉽사리 호응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모두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라이브 방송을 바라봤다.

- 자, 그럼 이제 슬슬 라이브 방송을 종료할까요?

그때 나온 BJ대마도사의 발언에 직원들의 표정이 더 굳었다. 분위기 역시 굳었다.

그 굳은 분위기 속에서 박영준이 말했다.

“이런 방송에 광고가 안 붙는다니, 참 아쉬운 일이야.”

그 말이 지금 직원들의 표정이 굳은 이유였다.

오늘 라이브 방송에는 광고가 붙지 않는다는 것.

‘진짜 안 붙는구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물론 라이브 방송에 꼭 광고가 붙어야만 한다, 같은 강제적인 조항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은 언제나 마지막에 광고를 받아 붙였다.

그것도 단 하나의 광고만을.

그런데 그것을 갑자기 받지 않는다?

‘광고가 없어서 안 받은 건 아니야.’

‘그때 사장님 전화기에 불이 난 걸 생각하면 광고하고 싶다는 사람은 넘쳐났겠지.’

‘당장 나한테도 어떻게 해달라고 로비가 오는데…… 아무렴, 광고주가 없는 건 있을 수 없지.’

일단 광고주가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장님 아니면 BJ대마도사가 튕겼다는 건데…….'

그렇다는 건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광고를 거부했다는 의미.

그게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드는 이유였다.

상식적으로 이 시점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광고 제안을 무시할 일은 없는 법.

‘이거, 절대 단순한 일은 아니야.’

무엇보다 직원들이 아는 박영준 그리고 BJ대마도사는 일반인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었다.

이유가 있다면, 필시 보통 이들은 쉽사리 짐작할 수 없는 이유일 터.

‘어쨌거나 방송이 끝나면 모두 놀라겠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안 되네.’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 라이브 방송이 끝나고 광고가 없는 게 알려지는 순간 모두가 놀라고, 그에 따른 반응이 나올 터였다.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을 긴장케 하기에는 그 정도 이유면 충분했다.

-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드디어 때가 왔음을 알리는 말이 왔다.

“자, 커튼콜 나왔으니 방송 종료 준비하자고.”

그 말을 내뱉는 박영준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이제 밀당을 해볼까?’

8.

[방송이 종료됐습니다.]

방송 종료가 끝나는 순간 미다스가 한 것은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성을 내지르는 게 아니었다.

“어우……."

참았던 긴장감을 토해 내는 것.

“어우우……."

그렇게 미다스가 한동안 말없이 자리에 선 채 탄식 섞인 소리를 거듭 내뱉었다.

그 정도였다.

이번 라이브 방송에서 미다스가 느낀 긴장감과 부담감이란 놈은 그만큼 지독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미다스는 갓워즈에서 근접 딜러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다.

‘제대로 된 연습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야.’

제아무리 연습을 했다고 해도, 그 몇 번의 연습으로 능숙해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즈모가 10만 달러 쐈을 때는…….'

하물며 그런 부담감 속에서 아즈모의 갑작스러운 후원금은 그 부담감을 괴물로 만들었다.

심지어 그런 상태에서 미다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문제없는 척, 별거 아닌 척 연기마저 해야 했다.

물론 세상만사 시간이 약인 법.

한숨을 연거푸 내뱉으며 토해낸 부담감이 사라진 자리에는 점차 기쁨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미다스는 인지했다.

“..크으!"

‘10만 달러가 한 방에 들어오다니! 진짜 이거 실화인가?’

자신이 오늘 방송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익을 얻었다는 것을.

이번에 한 노력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을.

‘나가서 상황부터 파악해보자. 이번 라이브 방송이 얼마나 대박이 났는지.’

그 생각에 이른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사실도 보이지 않았다.

“얘들아 수고했어! 조금만 쉬고 있어! 잠깐 나가서 상황을 파악하고 올 테니까.”

미다스가 럭키와 골드, 그리고 잭팟을 향해 말을 던진 후에 로그아웃을 시도했다.

‘진짜 제대로 터진 거 같다.’

그러한 미다스의 얼굴에는 어느 때보다 깊은 기대감이 있었다.

9.

푸슈!

캡슐이 열리는 소리가 나는 순간, 정현우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이혁주의 목소리였다.

“형! 형!”

다급한 목소리.

"무슨 일이야?”

그 목소리에 정현우가 입가에 지어지려는 미소를 진지한 표정 사이로 억지로 숨긴 채 말을 툭 뱉었다.

“무슨 대박 사건이라도 난 거야?”

그렇게 넌지시 던진 미끼를 이혁주가 기다렸다는 듯이 전력을 다해 물며 말했다.

“장난 아니에요, 지금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어요.”

호들갑을 떠는 그 모습에 정현우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진짜 내가 제대로 해낸 모양이구나!’

자신이 엄청난 일을 해냈음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상황.

물론 그러한 기분을 드러내지 않았다.

“무슨 일인데 또 호들갑이야? 누구 이야기야?”

“BJ대마도사요!”

“BJ대마도사? BJ대마도사가 할리우드 여배우랑 열애설이라도 나왔어?”

무덤덤한 척 연기를 하며 말하는 정현우에게 이혁주가 대답했다.

“에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죠. 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건 아니에요."

단호한 그 대답에 정현우가 뚱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그럼 뭔데?”

그 반문에 이혁주가 마저 말을 이어갔다.

“라이브 방송 끝나고 광고가 안 달렸어요!”

“응?”

“BJ대마도사가 광고 거부를 선언한 거 같아요!”

“과, 광고 거…… 뭐라고?”

“놀라운 일이죠?”

그 순간 정현우가 더 이상 표정 연기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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