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02화 (202/485)
  • 202화.  < 65화. 밀당 (1). >

    1.

    - BJ대마도사 솔플 영상 봤어?

    BJ대마도사가 솔플을 했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

    - 그 스파이 영상?

    - 당연히 봤지.

    그러나 이번 이야기에는 모두가 관심을 가졌다.

    - 다 봤지. 그거 스파이 영상 조회수가 1천만을 넘었던데.

    ㄴ 탱킹력이 좋다는 건 알았지만 진짜 그렇게 혼자서 사냥하는 게 가능할 줄이야.

    ㄴ 대체 근력하고 체력 스탯이 어떻게 되는 거야?

    그 정도였다.

    그 정도로 이번에 BJ대마도사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이제까지 그가 보여줬던 그 어떤 퍼포먼스보다 인상적이었다.

    - 이 세상의 마법사가 아닌 듯.

    - 솔직히 마법사가 그렇게 하면 마법사라는 단어 대신 다른 거 붙여주는 게 예의 아니냐?

    동시에 그 어떤 마법사 플레이어들이 보여준 퍼포먼스보다 인상적이었다.

    - 그보다 화질이 좀 좋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 빌어먹을 안개의 숲!

    - 버스 탑승한 플레이어들이 좀 가까이에서 찍으면 좋았을 텐데.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 스파이 영상을 통해 대중에 공개된 영상에 BJ대마도사의 활약이 잘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안개의 숲이라는 특징, 그 지독한 안개 속에서는 제아무리 영상을 잘 찍으려고 해도 찍을 수 없었으니까.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모두가 크나큰 기대감을 품는 이유였다.

    “오늘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이지?”

    “이번에는 제대로 좀 보겠네.”

    “난 오늘 라이브 일정 맞춰서 시간 냈다니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보이는 기대감 넘치는 반응에 캡슐방으로 출근한 정현우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군.’

    당연한 말이지만 그 스파이 영상을 허락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부분 때문이었다.

    자신이 전력을 다해 퍼포먼스를 보여줘도 안개의 숲이 가지는 특성상 제대로 된 영상은 나올 수 없다는 것.

    ‘때는 무르익었어.’

    그리고 그러한 정현우의 노림수는 완벽하게 무르익어 이제는 수확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나만 잘하면 돼.’

    그 수확을 앞둔 정현우가 고개를 돌려 카운터에 앉아있는 이혁주를 바라봤다.

    그런 그의 눈에 비친 이혁주은 시무룩하기 그지없었다.

    딱히 대단한 이유는 아니었다.

    “혁주야.”

    “예, 형.”

    “그러니까 작작 좀 놀지, 잘리지 않은 게 신기하다, 신기해.”

    최근 손님보다 더 열심히 놀던 이혁주의 행보에 기어코 사장님이 참다못해 불호령을 내렸다는 것.

    “내가 사장님이었음 자르는 게 아니라 직무유기로 신고했어, 신고.”

    거듭된 정현우의 지적에 이혁주가 고개를 푹 숙였다.

    마치 소나기 맞은 개처럼.

    그 처량하기 그지없는 이혁주를 향해 정현우가 더 뱉으려던 말을 삼키고 대신 쯧! 짧게 혀 차는 소리만 낸 후에 말했다.

    “혁주야.”

    “네, 형.”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말고, 블루불로 하나만 가져와.”

    그 말에 이혁주가 매우 실망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형! 동생이 기죽어 있으면 음료수 한 잔 정도는 사주면서 격려해주는 게 정상 아니에요?”

    “격려 같은 소리하네, 그러게 평소에 일 좀 잘하지, 왜 못해서 혼나냐? 야, 그리고 네가 그동안 일 안 하는 것 때문에 가장 피해를 많이 본 건 나거든?”

    이어진 말에 이혁주가 반박을 포기한 후 이내 카운터 안쪽에 있는 냉장고에서 블루불 캔 하나를 꺼내 정현우에게 건네줬다.

    “어?”

    그렇게 캔 음료를 받은 정현우가 뭔가를 발견하며 말했다.

    “캔 디자인이 바뀌었다?”

    “블루불이 이번에 갓워즈 랭커들하고 계약해서 랭킹 에디션으로 만들었어요.”

    “그래?”

    “거기 그냥 이미지 박는데 모델료로 10억씩 줬대요.”

    “10억?”

    “네, 10억.”

    그 놀라운 액수에 정현우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캔에 새겨진 인물을 보았다.

    아즈모.

    캔 음료에 그려진 그의 게임 속 모습을 확인하는 정현우를 향해 이혁주가 설명을 이어갔다.

    “진짜 대단하죠? 사진도 아니고 그냥 자기 그림 하나 넣는데 10억이라니…… 꿈같은 세상이네요.”

    꿈.

    ‘그래, 꿈이지.’

    그 단어에 정현우는 캔음료의 딴 후 미소 걸린 입가에 캔음료의 입구를 걸쳤다.

    ‘이제는 닿을 수 있는 꿈.’

    과거에는 꿀 수조차 없던 꿈이 이제는 좀 더 나아간다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오늘 라이브 방송에서 열흘간의 공백을 만회하자.’

    그 사실과 함께 음료를 머금은 정현우가 이혁주에게 말했다.

    “혁주야, 세팅 좀 해줘.”

    “네."

    2.

    무대나무 숲.

    고리 원숭이가 등장하는 이곳에서 사냥하는 방법은 매우 단순했다.

    곳곳에 자리 잡은 거대한 무대나무 위에 거주하는 고리 원숭이 무리를 처치하는 것.

    즉, 무대 나무 위가 사냥터 인 셈.

    “자, 준비해!”

    “무대에 오른다!”

    때문에 나무 기둥을 타고 위로 올라가는 작업을 플레이어들은 무대에 오른다는 표현을 쓰고는 했다.

    동시에 이러한 무대나무 위는 인스턴스 던전 방식이었다.

    외부의 도움은 받을 수 없지만, 방해도 받을 일 없으며 등장하는 몬스터만 상대하면 되는 방식.

    그 방식 자체만 놓고 보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꽤 편한 방식이었다.

    물론 갓워즈를, 하물며 이제는 무대나무 숲에 이를 만큼 레벨을 올린 플레이어들이라면 다 알고 있었다.

    갓워즈는 결코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하면서 꿀을 빠는 것을 용납지 않음을.

    “고리 원숭이는 매우 잡기 어려운 몬스터야! 가는 게 쉽다고 긴장 풀면 안 돼!”

    “딜러들 제대로 지켜! 저 위에 올라가는 순간 고리 원숭이들이 투척하니까!”

    “명심해, 올라가는 순간 바로 전투 시작이다!”

    고리 원숭이 무리는 그만큼 어려운 몬스터였다.

    개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것은 무대나무 위에 몇 마리나 있는지 그리고 강력한 개체가 얼마나 있는지 오르기 전에는 알 도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인스턴스 던전 안에 몬스터가 몇 마리가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제발 덩치 큰 놈 없기를……."

    “갓워즈의 신이시여, 이번에는 좀 쉽게 갑시다.”

    사냥을 앞둔 플레이어들이 저마다 자신이 오르게 될 무대나무 앞에서 기도를 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달리 말하면 무대나무를 오르는 태도를 통해 그 플레이어의 실력을 알 수 있었다.

    “저기 애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오르네?”

    “누구지?”

    만약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무대나무를 오른다면 실력에 대한 확고한 자신이 있다는 증거.

    “아! 창성 길드다!”

    때문에 이름난 길드의 플레이어들은 오히려 그 누구보다 빠르게, 마치 경주를 하듯 무대나무를 오름으로써 자신들의 자신감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역시 창성 길드답네. 망설임 없이 오르네.”

    “파티원도 11명이었지? 대단해. 보통은 25인 이상 파티를 맺어서 다니는데.”

    물론 굳이 그런 자신감을 드러낼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사나운 맹수가 굳이 사냥을 하지 않아도 되듯이.

    “맙소사!”

    지금 등장한 미다스가 그러했다.

    “저기! 저기 봐!”

    “드디어 왔다!”

    이미 무수히 많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검증된 그의 등장에 모두가 합창하듯 그의 등장을 세상에 알렸다.

    “BJ골드다!”

    “BJ럭키야!”

    “BJ대마도사도 있다!”

    “오늘도 엑스트라로 출연하나 봐!”

    그러한 반응 속에서 미다스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보고 싶은 건 영화제에 초청된 스타가 손을 흔들며 카메라 포즈를 취해주는 게 아니었으니까.

    ‘자, 그럼 시작해보자고.’

    라이브 방송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지.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그가 이내 방송을 시작하는 순간 그것을 들은 몇몇 플레이어들이 소리쳤다.

    “라이브 방송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나 로그아웃함!”

    “님들, 저 방송 보러 나갑니다!”

    목격자가 될 수 없는 무대, 그 무대에서 몇몇은 잽싸게 시청자로 태세를 전환했다.

    - 방 열렸다!

    - BJ럭키 님 하이!

    - BJ골드님 하이!

    - BJ대마도사 굿바이!

    그리고 시청자들은 라이브 방송에 열광했다.

    물론 가장 열광한 건 그들이었다.

    [구스타프 님이 10,07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이제야 대화를 좀 하겠군.]

    [라포 님이 10,07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이렇게 말 한 번 하기 힘든 사람은 처음이네.]

    BJ대마도사 방송의 가장 큰 후원자들이 라이브 방송 개시와 함께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그래, 이거지.’

    불타오르는 분위기.

    ‘시작부터 시청자 5백만, 좋다.’

    그 분위기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숫자를 확인한 미다스는 굳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자, 그럼 방송 켰으니 바로 가겠습니다.”

    곧바로 무대나무의 기둥을 붙잡은 후에 소리쳤다.

    “오늘 목표는 고리 원숭이 1천 마리 사냥입니다! 물론 솔플이죠.”

    통보를 마치는 순간 바로 나무 기둥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빠르게!

    망설임이라고는 한 점 보이지 않는 속도로!

    - 와!

    - 빼는 거 없고 바로 가네!

    다른 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무대에 오르는 미다스의 모습에 모두가 감탄을 토해냈다.

    - 겁도 없지.

    - 이러니저러니 해도 오늘이 첫 개시 아님? 그런데 그냥 올라가네?

    - 100마리 넘는 무리 만나면 어떻게 하려고?

    - 역시 BJ대마도사야.

    어중간한 자신감과 용기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물론 미다스에게는 보였다.

    ![무대나무 위]

    !고리 원숭이 숫자 : 33마리.

    자신이 오를 무대 위에 무엇이 얼마만큼 있는지.

    ‘자, 가볍게 워밍업부터 하자.’

    그러한 미다스의 귓가로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주인님의 용기 앞에서는 눈마저 부실 지경입니다!”

    자신을 따라 나무 기둥을 오르며 자신을 찬양하는 골드의 목소리.

    왕!

    꾸우!

    그리고 이어진 럭키의 활기찬 외침과 그런 럭키를 움켜쥔 채 분노를 가득 채운 잭팟의 외침까지.

    [무대나무 위에 올라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리는 알림과 함께 미다스가 사냥을 시작했다.

    3.

    수십 그루의 나무들의 가지들이 뒤엉킨 채 만들어진 무대나무 위는 땅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탄탄했다.

    [무대나무 위에 올라왔습니다.]

    그러한 무대 위에 올라선 미다스가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

    ‘고리 원숭이들을.’

    그러자 무대나무 중심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원숭이들이 미다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끼!

    끼이!

    작은 것은 1.5미터 정도 되는 신장, 큰 것은 무려 3미터에 이르는 녀석까지.

    원숭이라기보다는 고릴라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가슴근육과 팔근육을 가진 녀석들은 저마다 코, 입 혹은 귀에 고리를 하나씩 차고 있었다.

    - 고리 원숭이들이다!

    그게 이 녀석들이 고리 원숭이라 불리는 이유였다.

    - 이 새끼들 보면 욕부터 나온다니까.

    그러한 고리 원숭이의 등장에 채팅창에는 짜증 섞인 채팅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봐왔던 라이브 방송 때와는 다른 분위기.

    달리 말하면 고리 원숭이란 몬스터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그 정도였다.

    - 진짜 짜증나는 놈이니까.

    - 짜증만 나면 괜찮지. 무조건 게임오버가 나온다니까.

    - 여기서 게임 오버 당하는 경우가 엄청 많지.

    매우 골치 아픈 몬스터!

    우끼이이!

    그 사실을 바로 증명해주려는 듯 고리 원숭이들이 미다스와 그 무리를 향해 몸을 돌리더니 저마다의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던지기 시작했다.

    - 투척이다!

    던진 것은 겉보기에 별 볼 일 없는 것이었다.

    그냥 석탄 덩어리, 그런 표현이면 설명이 가능할 정도.

    “메모라이즈 아이스월!”

    그때 미다스의 외침과 함께 미다스의 바로 앞에 거대한 얼음 빙벽이 올라섰다.

    높이는 약 6미터 이상!

    넓이는 약 12미터 이상!

    미다스가 손에 쥔 아르비아의 지팡이의 옵션 중 하나인 마법 크기 30퍼센트 증가 효과를 적용 받은 얼음벽은 누가 보기에도 굳건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것을 본 시청자들은 말했다.

    - 아이스월이네.

    - 아이스월이면 오래 못 버텨.

    - 한 타임이면 끝이지.

    그 채팅이 끝나기 무섭게 소리가 들렸다.

    콰앙!

    마치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

    콰앙!

    콰앙!

    연거푸 들리는 소리와 함께 조금 전 등장한 얼음벽에 달의 표면에서나 볼법한 크레이터들이 만들어졌다.

    고리 원숭이가 골치 아픈 이유였다.

    그들이 던지는 돌멩이의 위력은 어지간한 탱커들조차 몸을 사리게 만들 정도로 위력적이라는 것.

    미다스 역시 그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저거 때문에 골로 갈 뻔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지.’

    이곳에서 사냥을 하는 마법사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체력이나 방어력이 낮으면 저 투척 한 방에 골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니까.

    물론 보통의 마법사들 이야기였다.

    지금의 미다스라면 저들을 상대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터.

    - BJ대마도사님, 이제 보여주시죠.

    이곳에 벌써 5백만을 넘어서 6백만에 이르는 시청자들이 모인 것 역시 그것을 보기 위함이었다.

    - 진정한 의미의 솔로가 뭔지 보여주세요!

    - 원콤맨 가즈아!

    스파이 영상을 통해 BJ대마도사가 보여준 진정한 의미의 솔로 플레이!

    시청자들의 그 열화와 같은 요구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그럴 순 없죠.”

    - 응?

    - 어?

    그 대답에 갑자기 채팅창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반면 미다스는 오히려 그러한 반응이 의문이라는 듯이 말했다.

    “오늘 방송은 럭키님하고 골드님이 주인인데, 어찌 엑스트라인 제가 감히 나댈 수 있겠어요? 안 그래요? 전 그냥 감초 정도면 됩니다.”

    콰앙!

    거듭 들리는 폭발음을 배경음 삼은 채 미다스가 이내 럭키와 골드를 보며 말했다.

    “럭키, 골드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러자 곧바로 그 둘이 대답했다.

    왕!

    “맞습니다! 주인님은 아무것도 하실 것 없습니다. 제가 저 더러운 원숭이 무리들을 무찔러 주인님 앞에 바치겠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럭키 위에 앉은 잭팟을 보며 말했다.

    “잭팟, 너는 누구한테 붙을래?”

    꾸우!

    “당연히 이 방송 주인인 럭키님과 골드님에게 붙겠다고?”

    꾸우!

    “그래, 그래야지.”

    그 대화에 시청자 중 한 명이 말했다.

    - BJ대마도사, 설마 삐진 건가?

    오늘 BJ대마도사의 방송 콘셉트가 공개되는 순간.

    “에이, 삐지긴요. 엑스트라한테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엑스트라답게 괜히 라이브 방해 안 하고, 적당히 지원만 하면 되는 거지. 안 그래요?”

    미다스, 그가 밀당을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