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96화 (196/485)

196화.  < 63화. 승부 (1). >

1.

열흘, 그것도 이렇다 할 소식도 없이 열흘 만에 시작된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은 시청자들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BJ대마도사는 역시 BJ대마도사네.

- 차원이 다르지.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한계, 이제까지 그 누구도 넘지 못한 그것을 가뿐히 즈려밟고 올라선 BJ대마도사의 퍼포먼스에 열광했다.

그러나 그러한 열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 너무 압도적이니까 재미가 없네.

ㄴ 맞아. 사람이 개미 잡는 거 보는 느낌이라니까.

ㄴ 노잼.

ㄴ 저번 럭키 마이웨이가 훨씬 재미는 있었어.

너무 압도적인 사냥 능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지루해지기 쉽다는 것.

BJ대마도사의 방송이 가지는 약점이라면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의미.

때문에 그러한 지루함은 점차 쌓였고, 라이브 방송이 20분째를 넘어 이제는 30분째에 이르렀을 때, 절정에 이르렀다.

자연스레 불만도 나왔다.

- 그런데 솔직히 BJ대마도사가 하는 건 마법 던지는 거 밖에 없잖아?

ㄴ 예전에는 요리조리 움직이기라도 했는데 이제는 골렘 위에서 그냥 말뚝 박고 던지지.

ㄴ 까놓고 말해서 이 조합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건 골드님이지. 탱킹해, 딜링해, 다 하잖아?

ㄴ 아니지, 럭키님이지. 골드님은 템이라도 빵빵하지만 럭키님은 맨몸으로 뛴다고!

ㄴ 여하튼 정리하면 BJ대마도사가 개씨부럴 새끼란 거네?

그러한 불만을 가진 이들은 별거 아닌 부분을 꼬투리 잡으며 자신의 불만을 표출했다.

물론 하등 신경 쓸 필요 없는 불만이었다.

일부에 불과했을뿐더러, 혹여 그러한 반응이 일부가 아니더라도 노련한 BJ들은 이 대목에서는 그들을 무시하는 게 정답이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미다스도 알고 있었다.

분명 평소라면 무시했을 것이다.

“내가 럭키랑 골드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고요?”

그러나 미다스가 지금 그 불만, 일부가 내지르는 불만에 아주 제대로 반응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재차 이어진 미다스의 반응에 조금은 늘어지고, 지루했던 채팅창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바뀌었다.

- 갑자기 뭐지?

ㄴ 지금 BJ대마도사가 발끈한 거 같은데?

ㄴ 아니, 이게 발끈한 일이야?

갑작스러운 BJ대마도사의 반응에 모두가 놀랐다.

동시에 몇몇은 생각했다.

- 지금 느낌이 럭키랑 골드 빼고 진짜 혼자서 몬스터 잡으려는 모양인데?

ㄴ 좀 더 자극하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할 듯?

ㄴ 부채질할까?

ㄴ 하자!

여기서 BJ대마도사를 좀 더 건드리면, BJ대마도사가 발끈하며 필시 무모한 도전을 하리라고.

그럼으로써 더 스릴 넘치는 방송이 되리라고.

- 솔직히 럭키하고 골드 빼면 시체 아님?

ㄴ 럭키가 머리, 골드가 몸이라면 BJ대마도사는 뭐랄까…… 머리카락 같은 존재이지.

ㄴ 뭐야? 머리카락이라면 굉장히 소중하다는 거잖아? BJ대마도사의 가치가 그 정도로 중요하다고?

ㄴ 가슴털로 정정해라.

곧바로 부채질이 시작됐다.

[럭키님이최고야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골드님이최고지 님이 1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가최고지 님이 1원을 투원했습니다.]

그것도 전방위, 채팅은 물론 후원 채팅을 통해서도 미다스를 자극하는 발언들이 나왔다.

정말 모두가 사전에 1박 2일 동안 숙박하며 연습한 것처럼 완벽하게 한마음이 되어서 BJ대마도사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이 정도까지 보여줬는데 여전히 저를 향한 믿음이 부족하시군요. 그럼 별수 없죠.”

별 수 없죠!

그 표현에 채팅창의 반응이 더 들끓었다.

그 반응에 미다스가 확실한 점을 찍었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 골드랑 럭키 빼고 하겠습니다. 그럼 인정하시겠습니까?”

그 순간 채팅창이 폭발했다.

- BJ대마도사 진짜 솔로 레이드 도전이다!

- 역시 BJ대마도사님이야! 다른 플레이어들하고는 수준이 다르다니까!

- 진정한 솔로가 뭔지 보여주세요!

- 역시 BJ대마도사야말로 진정한 솔로지!

그러한 반응에 미다스가 말했다.

“오케이, 솔로 공략합니다.”

‘밑밥은 깔았다.’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걸음을 내디뎠다.

이제까지와 똑같은 걸음걸이.

그러나 그 걸음걸이를 바라보는 채팅창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기대와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가 숨죽인 채 미다스의 걸음을 보았다.

이윽고 미다스의 걸음이 멈췄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손가락으로 제 발치 앞을 가리켰고, 그제야 시청자들도 볼 수 있었다.

빛의 길이 끊긴 것을.

“길이 여기까지라는 건……."

그사이 미다스가 이내 그 빛의 길, 너머에 발을 들여놓자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보스룸에 입장하시겠습니까?]

그 알림을 미다스가 시청자들에게도 알려줬다.

“보스 룸에 왔습니다.”

2.

- BJ대마도사가 보스 몬스터 솔플 레이드를 한다!

누군가가 갓워즈 관련 커뮤니티에 그러한 소식을 알렸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똑같았다.

-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 그럼 BJ대마도사가 솔로지, 커플이냐?

- BJ대마도사빠들은 요즘 이렇게 멍청하게 영업함?

왜 당연한 소리를 지껄이느냐고.

- 골드, 럭키 없이 보스전 뛴다고!

그러나 이어진 설명 앞에서 더 이상 반문이나 의문을 지껄이는 이는 없었다.

다들 빠르게 BJ대마도사의 채널에 접속할 뿐.

- 실시간 시청자 숫자 900만 넘었다!

- 미친, 여기서 더 올랐어!

- 1천만 플레이어 가즈아!

실시간 시청자 숫자 9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결과물이 나온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 진짜 솔로라고?

- 골드 럭키 빼고 한다고?

- 장기로 따지면 왕 빼고 장기 두는 격이잖아?

물론 갑작스러운 소식에 모인 이들 상당수는 의문을 품었다.

BJ대마도사가 그냥 시청자 유입을 위해 헛소리를 지껄인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

실제로 그런 식으로 시청자 유입을 하고서는 막상 방송에서는 태도를 바꾸는 경우, 소위 낚시질을 하는 경우는 꽤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의문을 품은 이들에게 미다스는 자신이 허언을 지껄임이 아님을 보여줬다.

꿀꺽 꿀꺽!

[차가운 이끼의 힘이 온몸에 퍼집니다.]

[마력이 상승했습니다.]

[지력이 상승했습니다.]

거듭 포션을 마시는 것으로.

말 그대로였다.

“크으! 한 병 더 갑니다!”

쉴 새 없이.

- 아니, 300골드짜리 포션을 저렇게 처마셔?

- 맙소사, 지금 꺼낸 거 불의 정수 아님? 저거 1천 골드짜리잖아! 경매장에도 매물 몇 개 없는 거로 아는데?

- 포션값으로만 대체 얼마를 쓰는 거야?

그것도 그냥 포션이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값비싸기 그지없는 것만을 마셨다.

그게 확실한 증거였다.

- 저 정도까지 포션 도핑하는 거면 진짜 혼자 뛸 생각인 모양이네.

- 적당히 할 생각이었으면 저렇게 포션 도핑은 안 하겠지.

BJ대마도사가 성공과 실패의 유무를 떠나서 진지하게 한 번 제대로 해볼 의지가 있다는 증거.

‘젠장.’

물론 이건 미다스의 쇼맨십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미다스가 잡고자 하는 두 마리의 거인은 결국 동시에 비슷한 속도로 HP를 깎아야 했다.

가장 좋은 것은 두 마리를 거의 동시에, 광역 마법을 이용해서 잡는 것.

그게 아니더라도 비슷한 속도로 잡으면 나머지 한 마리만 남았을 때, 특수 페이즈가 발동해야 능력치가 급격히 상승하더라도 HP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빠르게 제거할 수 있을 테니까.

때문에 미다스가 화력이 강해져도, 결과적으로는 럭키와 골드의 페이스에 맞춰줘야 했다.

이토록 무리한 포션 도핑을 할 필요는 없었다.

‘이게 얼마짜린데…….'

미다스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쇼맨십이었다.

꿀꺽!

그렇게 쓰린 속에 마지막 포션을 들이부운 미다스가 이제는 정면을 보며 말했다.

“도핑 완료, 이대로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말과 함께 걸음을 내디디던 미다스가 잠시 걸음을 멈춘 후 뒤를 보며 말했다.

“럭키와 골드, 너희 둘은 뒤에서 지켜만 봐. 내가 너희 둘보다 뛰어나다는 걸 증명할 테니까.”

정확히는 시청자들을 향해 내뱉는 그 말에 시청자들 역시 열광을 아끼지 않았다.

그 열광 속에서 미다스가 마저 걸음을 내디뎠다.

[보스룸에 입장했습니다.]

이윽고 들리는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으로 더 짙은 안개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의 시야도 마찬가지였다.

- 안개가 뭐 이래? 더 심해진 거 같은데?

- 이거 뭐 사냥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그 어수선함 속에서 소리가 들렸다.

쿵!

거대한 것이 자신의 몸뚱이를 이용해 대지를 두드리는 묵직한 소리가.

- 큰 거다!

- 최소 골렘급이다!

미다스가 곧바로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작열의 거인 미다스의 등장을 보고 천천히, 느릿하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화르르!

5미터 신장!

체격만으로도 압도적이기 그지없으나, 그보다 더 압도적인 건 그 거대한 몸이 쉼 없이 타오른다는 점이었다.

그러한 존재감은 짙은 안개 너머로도 분명하게 보였다.

그 덕분에 시청자들도 작열의 거인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내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 에이, 뭐야? 불이잖아?

- 젠장, BJ대마도사가 꿀 빨겠네.

저 불타오르는 거인만으로는 BJ대마도사에게 위기를 주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고.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일방적인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되리란 것을.

“일부러 보스 솔플하려고 각 잡고 포션 먹었는데 이거 노잼 방송 되겠네요.”

미다스 역시 호응했다.

“뭐, 어쩌겠습니까? 갓워즈가 난이도가 너무 쉬운 게 문제라니까요.”

있는 힘껏 허세를 부렸다.

말 그대로였다.

‘뒤에 온다.’

미다스는 자신의 뒤편에서 또 다른 강력한 존재가, 오늘 보스 몬스터 레이드의 난이도를 아득하게 만들어줄 존재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자신의 감각을 뒤쪽에 곤두세웠다.

그러자 들렸다.

쿵!

미다스의 뒤편에서 들리는 다른 거대한 것의 발소리에 다시 한 번 더 시청자들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 다른 게 있는 거 같은데?

이윽고 등장한 혹한의 거인!

혹한의 거인 역시 존재감은 남달랐다.

특히 주변의 안개를 얼려버리며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하면서 자신의 특징이 작열의 거인과 다름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 광경이 채팅창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었다.

- 2마리? 더블 보스다!

- 그것도 속성도 달라!

- 그래, 갓워즈는 난이도가 너무 쉬운 게 문제지!

보스 몬스터 두 마리, 결코 쉬이 상정할 수 없는 변수의 등장에 시청자들은 놀랐다.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었다.

- 두 마리면 일단 한 마리부터 잡고 가야겠지?

- 럭키, 골드 없이 하려면 쉽지 않을 텐데?

보스 몬스터를 두 마리를 상대하라는 것도 힘든데, 누가 보더라도 보스 몬스터의 특징도 전혀 달라 보이지 않는가?

- 그보다 얘네들 페이즈가 어떻게 되려나?

-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네. 난 그냥 평범한 몬스터나 잡아야겠다.

하물며 최초로 등장한 이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사전에 제대로 된 정보가 있을 리 없었다.

정체불명의 폭탄 두 개를 해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

당연히 시청자들은 생각했다.

- BJ대마도사 멘탈 좀 흔들릴 듯?

- 들린다, 들려! BJ대마도사가 씨발거리는 소리가!

- 남아일언 중천금! 뱉은 말이 있으면 지키시겠죠?

- 설마 여기서 못하겠다고 징징대지는 않겠지?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이 상황 앞에서는 당혹감과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무엇보다 앞서서 자신 있게 솔로 플레이 공략을 선언한 만큼 그 당혹감과 혼란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 그냥 사과방송할 듯.

- 럭키 골드님에게 반성의 108배 하면 봐드림.

몇몇 이들은 BJ대마도사가 내뱉은 말을 주워 담으리라 예상했고, 그러한 그들에게 BJ대마도사가 대답했다.

“오예!”

주먹을 불끈 쥔 채 환호성 비슷한 것을 내질렀다.

그 모습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가득 올라왔다.

- 뭐지? 방금 오예, 라고 한 거 맞음?

- 주먹 쥔 거 보니까 좋아하는 모양인데?

- 미친 건가?

좋아할 이유 하나 없는 일에 왜 환호를 하는가? 그 의문을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럭키와 골드 그리고 저, 누가 더 이 방송의 에이스인지 판가름할 수 있겠네요.”

그 말을 이해한 몇몇 시청자들은 이해했다.

- 설마?

BJ대마도사가 왜 환호를 하는지.

허나, 그 사실을 이해한 이들 중에서 제대로 반응을 보이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너무 경악한 나머지 채팅을 하는 것보다 잊었으니까.

다른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사이 미다스는 다가오는 거인 둘을 상대로 움직였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 시작하겠습니다.”

전투를 시작했다.

“럭키, 골드! 너희 둘은 불 쪽을 맡아!”

왕!

“예, 주인님!”

미다스의 명령에 럭키와 골드가 즉시 작열의 거인을 향해 움직였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는 바로 전투에 돌입했다.

“럭키야, 워하울링이다!”

호우우우!

그러자 작열의 거인을 향해 달려가던 럭키의 입에서 치열한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하울링이 들리기 시작했다.

[전장의 환호성이 들립니다.]

[모든 능력치가 증가합니다.]

이어진 알림 뒤로 미다스가 소리쳤다.

“럭키 그리고 골드, 거대화!”

작열의 거인을 향해 달려가던 럭키와 골드, 그들의 몸이 삽시간에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럭키, 가름의 그림자! 골드, 일기토!”

이어진 스킬에 럭키의 거대해진 몸, 그 아래의 거대한 그림자가 분신이 되어 등장했다.

“주인님의 영광을 위해 이 한 몸 불사르리라!”

[골드가 작열의 거인을 상대로 일기토를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골드는 블랙 클레이모어를 높게 들며 작열의 거인을 향한 적의를 드러냈다.

그러한 상황에 미다스가 정점을 찍었다.

“럭키, 전광석화! 골드, 광전사!”

럭키와 골드, 그 둘이 미쳐 날뛰기 위한 모든 준비를 갖춰주었다.

여기까지는 언제나 보던 광경.

그러나 그다음 미다스가 보여준 광경은 이제까지 광경과는 달랐다.

“자!”

미다스가 전장으로부터 몸을 돌렸다.

쿵!

치열한 전투가 시작될 곳이 아닌 다가오는 혹한의 거인을 바라본 채, 그 상태에서 이제는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하고, 경악하는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럭키골드, 누가 먼저 거인을 잡는지 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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