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 58화. 진 주인공 (1). >
1.
[아이템 루팅이 시작됩니다.]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2개 추가되었습니다.]
블랙 아이스 골렘으로부터 마지막 아이템 루팅을 마친 미다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이 그의 눈앞을 채웠다.
그리고 치열했던 전투에 대한 기억이 머릿속을 채웠다.
‘대단했지.’
다시 한 번 돌이켜봐도 놀라울 따름.
헥헥!
그러한 놀라움에 혀를 차던 미다스가 숨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럭키가 보였다.
[럭키]
![기도비닉]
!어그로를 끌지 않은 채 몬스터 2,222마리 처치 시 진화
!진화 시 능력치 강화 및 새로운 스킬 습득
머리 위에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히든 정보를 띄운 채.
왕!
그렇게 자신을 향해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는 럭키를 바라보던 미다스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이러다가 진짜 럭키랑 골드에 묻히겠네.’
이 상태에서 럭키마저 새로운 스킬을 얻어온다면 미다스의 존재감은 더 작아질 터.
단순하게 보면 좋은 일이었다.
동료가 강해지는데 나쁠 건 없지 않은가?
그러나 그저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럴 순 없지.’
BJ대마도사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결국 미다스 본인이, BJ대마도사가 충분한 능력을 증명해야 했으니까.
그게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였다.
만약 이제까지 미다스가 그저 골드와 럭키, 둘의 힘에 묻혔다면 그 누구도 BJ대마도사에 지금만큼 열광하지 않았을 것이다.
골드와 럭키가 강해진다면, 그 이상 BJ대마도사도 강해졌기에 지금 이 열광이 존재하는 것이지.
그런 미다스의 시선이 이곳 보스룸, 그곳에 새로이 생긴 문 너머의 공간을 향했다.
자신이 강해질 수 있는 단서가 있는 곳.
“자, 그럼 하나하나 정리하자고.”
왕!
그곳을 향해 미다스가 럭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후 걸음을 내디뎠다.
2.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연구실에 입장했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평 남짓한, 특별할 것 없는 공간이었다.
책상 하나 그리고 그 책상 위에 달린 선반이 전부인 곳.
그러한 미다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책상 위에 있는 책 한 권이었다.
미다스가 바로 책을 손에 쥐었다.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
-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이다.
그러자 뜬 아이템 정보창 내용은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정체를 짐작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
허나, 그 사실에 미다스는 큰 불만을 가지진 않았다.
‘그때 이름 모를 마법사의 책과 같겠지, 뭐.’
저번 사례를 생각하면 이번 책에서도 잠재 능력을 깨워주는 효과가 있을 터.
‘대마법사이니까 좀 더 좋은 게 나오겠지. 뭐든 좋다. 스펙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때를 떠올리며 미다스가 짧게 심호흡을 한 후 자신의 주변에 있는 럭키와 골드를 본 후에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자, 나와라!”
각오 가득한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책을 펼쳤다.
그리고 미다스는 기다렸다.
‘떠라, 떠!’
그때처럼 세 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내기를.
‘떠라!’
그렇게 기다렸다.
하염없이.
‘응?’
그러나 그런 기다림 속에서도 그때와 같이 카드 선택지가 등장하지 않았다.
‘렉이라도 걸린 건가?’
그 사실에 미다스가 슬쩍 자신의 옆에 있는 럭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헥헥!
숨소리와 함께 럭키가 흔드는 꼬리를 보건대 시간이나 무언가 이상이 생긴 건 결코 아닌 상황.
‘설마?’
사실 이쯤이면 답은 뻔했다.
‘그냥 책?’
이 책이 특별한 무언가를 주는 게 아닌, 정말 순수한 의미의 책이라는 것.
그 사실을 인지한 미다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고생을 했는데 보상이 그냥 책이라니, 괜히 개쓰레기 게임이 아니라니까.”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듯 미다스는 제대로 분노조차 토해내지 못했다.
오히려 허탈한 기색을 드러내며 책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곧바로 책의 내용을 보여주는 창이 떴다.
[이름 잃은 신의 힘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할 것이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콧방귀를 뀌었다.
거기까지였다.
‘일단 파악은 해야지. 중요한 단서잖아.’
이곳에서 이 책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 책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
그저 기분이 나쁘다고 넘어갈 물건이 아니었다.
‘대충 상황을 보면 이름 모를 대마법사가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이용해서 뭔가를 했다는 거네. 어쩌면 갓워즈 세계관 내에서 최종 보스가 지금 언급되는 이름 모를 대마법사일지도 모르겠군.’
어떤 의미에서는 이 정보가 어지간한 능력치나 스킬보다 더 가치 있을지도 몰랐다.
‘제대로 봐야겠어.’
그렇게 스스로를 추스른 미다스가 이제는 다시 진지하게 책의 내용에 집중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그러자 창이 새로이 등장됐다.
[읽을 수 없습니다.]
‘응?’
그것을 본 미다스가 그대로 굳었다.
촤락!
이후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다 책장을 넘기자 이번에도 새로이 알림이 떴다.
[읽을 수 없습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그 멍한 표정 사이로 헛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미해석본)을 획득했습니다.]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발자취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으나, 솔직히 그런 알림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아, 진짜.”
이제는 헛웃음마저 흘리는 것을 포기한 채 한숨만 내뱉었다.
이쯤 되면 분노도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미다스는 현실과의 타협을 시작했다.
‘하긴, 뭐 이 퀘스트 보상이 툰가 왕의 반지인데 거기에 더 좋은 게 나오길 기대하면 그게 이상한 일이겠지.’
이 보상은 어디까지나 던전 공략 보상.
이 퀘스트의 보상이 툰가 왕의 반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바였다.
그리고 이번 던전 보상도 아주 나쁜 건 아니었다.
‘룬 보상도 있으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번에 받는 룬 보상 역시 결코 적은 게 아니었으니까.
‘그래, 이 정도면 대박이지.’
그렇게 현실과 타협하며 간신히 마음을 추스른 미다스가 손에 든 책을 바라봤다.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미해석본)]
-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이다. 해석이 불가능하다.
!해석 시 아이템 능력 습득 시스템 활성화
‘응?’
그 순간 달라진 정보를 확인한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자세히 마지막 히든 정보를 확인했다.
‘아이템 능력 습득 시스템?’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시선이 책을 집고 있는 자신의 손에 낀 장갑을 향했다.
‘설마?’
자연스레 머릿속의 시나리오를 떠올린 미다스를 그대로 굳어버렸다.
‘잠깐, 그러고 보니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아이템은 해체하면 스킬 카드를 습득했으니까…… 아니지, 아니. 에이, 아닐 거야. 설마 그게 되겠어? 아니, 그래도 혹시…….'
굳은 채 머릿속을 온갖 혼란으로 채우던 미다스에게 골드가 다가오며 말했다.
“주인님, 그 건방진 물건이 주인님을 괴롭히는 것 같은데, 제가 주인님께서 주인 이 검으로 갈기갈기 찢어버리겠습니다!”
그 말에 미다스가 잽싸게 인벤토리 안에 책을 넣으며 말했다.
“괘, 괜찮아.”
그리고는 잽싸게 발걸음을 내디디며 말했다.
“자, 나가자! 빨리 퀘스트 진행해야지!”
‘일단 진행부터 하자. 일단…….'
3.
던전 밖.
꾸우!
다시 눈보라가 몰아치는 그곳으로 나오는 미다스 일행을 맞이한 건 NPC라이틀링의 올빼미였다.
“왔군.”
그러한 올빼미의 목소리 뒤로 NPC라이틀링의 목소리가 들렸다.
“던전 안은 어떠했나?”
“이름 잃은 신의 힘에 타락한 아이스 골렘들이 가득 했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얻은 책을 꺼내 NPC라이틀링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본 NPC라이틀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이제까지 일어난 일의 원흉이 이 책의 주인일지도 모르겠군.”
그 말과 함께 책장을 몇 번 넘겨 내용을 확인한 NPC라이틀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떠한 것을 연구했는지는 내 능력으로는 도무지 알 수가 없군.”
그 사실에 미다스는 실망하지 않았다.
‘대충 시나리오가 그려지네. 분명 다음 퀘스트는 이걸 해석할 수 있는 NPC를 만나는 거겠지.’
예상됐으니까.
“이것을 해석할 수 있는 이라면…… 그녀밖에 없겠지.”
그리고 그 예상대로 이야기는 흘러갔다.
“그래, 이쯤 되면 그녀에게도 말해주는 게 맞겠지. 지금 상황에서 믿을 건 전우밖에 없으니.”
전우!
그 단어가 나오는 순간 미다스는 준비했다.
‘온다.’
이제 자신이 기다리던 것을 받을 준비를.
“이것을 해석해줄 수 있는 이가 있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지막으로 정령의 동굴에 있었네. 그곳에 가면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걸세.”
그런 미다스에게 NPC라이틀링이 이내 건네주었다.
“이 반지를 보여주고 내 이야기를 하면 분명 부탁을 들어줄걸세. 믿을 수 있는 전우이니까.”
그러한 반지를 미다스는 바로 받지 않았다.
“후우!”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그 후에야 반지를 받은 미다스의 눈이 폭발할 듯이 커졌다.
[툰가 왕의 반지]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50레벨 이상
- 툰가 왕이 자신을 도운 전우들에게 선물로 준 반지다. 툰가 왕을 만날 수 있다.
- 모든 능력치 +100
- 모든 방어력 +100
- 공격력 +30
- 이동 속도 +20퍼센트
- 캐스팅 속도 +20퍼센트
- 모든 스킬 쿨타임 -20퍼센트
- 착용 시 마력 소모량 -10퍼센트
-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 +30퍼센트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자가라의 반지 장착 시 숨겨 진 세트 옵션 발동
‘헉!!’
정말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너무 흥분한 나머지 심박수 상승으로 강제 로그아웃을 당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대단한 옵션이었다.
‘마력 회복량에 쿨타임 감소에 마력 소모량 감소까지!’
특히 미다스 입장에서는 다른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옵션들이 잔뜩 있었다.
‘릴렉스, 릴렉스하자.’
때문에 앞선 준비조차도 부족한 듯 미다스가 거듭 제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왕과 함께 전쟁에서 싸워 얻은 보상이네.”
그러한 그에게 NPC라이틀링이 그 반지를 자신이 얻은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가치를 떠나 운명을 같이했던 증거이지.”
그만큼 가치 있는 것을 제게 주셔도 되는 겁니까?
정황상 그런 말이 나올 타이밍.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물론 미다스는 그런 말을 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받는 순간 잽싸게 반지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다시는 꺼내주지 않으려는 듯.
‘150레벨 꼭 찍어주마.’
그렇게 확실하게 인벤토리 안에 아이템이 들어간 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이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선물을 준 입장에서 뺏고 싶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기쁜 표정.
“그럼 이제 제가 뭘 하면 됩니까?”
그 표정을 지은 채 질문하는 미다스에게 NPC라이틀링이 가볍게 말했다.
“아르비아, 그녀를 찾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리고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라이틀링의 전우]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45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정령의 동굴에서 라이틀링의 전우 아르비아를 찾아보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아르비아를 만난 자 타이틀 지급
!아르비아를 만난 자 타이틀 보상 : 룬(체력 및 마력 +20)
!퀘스트 완료 시 ‘해석’ 진행 가능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시선, 그 너머로 아득한 곳에서 붉은 빛기둥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케이.’
이제 해야 할 것은 명명백백한 상황.
‘퀘스트 깨고, 그 후에 150레벨 달성. 그러면서 반지 끼고, 스킬 얻고 여기에 럭키 진화까지 하면.......'
이윽고 계산마저 미다스가 고민을 시작했다.
‘아즈모 님이 어렵게 구해주신 던전, 너무 쉽게 공략하면 좀 그런데…….'
진심 어린 고민을.
4.
“이 정도일 줄이야.”
BJ대마도사의 골드 특집 방송이 끝나는 순간 멀린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실소를 짓는 것이었다.
“현재 BJ대마도사의 레벨이 150레벨쯤이라고 하니…… 확실한 건 내가 150레벨 때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뿐이군. 솔직히 이제 계산조차 안 되는군.”
갓워즈 최고의 대마도사란 타이틀을 단 한 번도 내려놓은 적 없었던 그의 위치를 생각하면 대단한 일.
그렇기에 실소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BJ대마도사의 수준이 정상 범주 밖을 벗어났다는 의미였으니까.
“앞으로 놈이 무슨 짓을 할지도 의문이고.”
당연히 이제부터 BJ대마도사가 보여줄 행보나 결과물도 정상 범주를 벗어날 터.
반면 엠마는 멀린과 달리 방송이 끝나는 순간 곧바로 자신이 손에 든 문자를 보았다.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
그 모습에 멀린이 질문을 던지자, 엠마가 폰을 접어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창성 길드와 접촉했어요.”
그 말에 멀린이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즈모와 창성 길드가 최근 거래를 했지.”
그와 동시에 멀린이 툭툭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리고 창성 길드와는 우리는 인연이 깊지. 여러모로. 좋은 관계를 깰 수 없을 정도로.”
멀린의 말에 엠마가 전후 사정을 이야기해줬다.
“창성 길드에 두 가지 제안을 했어요. 첫 번째 제안은 아즈모에게 판 던전을 우리에게 팔라는 것.”
“아즈모와 거래가 끝난 상태에서 이야기가 될 리 없지. 그러니 그건 미끼일 테고, 진짜 목적은 그다음이겠군.”
“그게 아니면 아즈모에게 판 던전에 대한 정보를 달라.”
“그래서 나온 대답은?”
“불가능하다.”
실망스러운 대답.
그러나 멀린은 오히려 만족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창성 길드와 우리 관계를 생각하면 어지간하면 알려줄 수 있을 텐데, 그조차 안 된다는 건…… 그 던전이 창성 길드의 치부라는 거겠지.”
말과 함께 조금 전까지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송출되던 모니터를 바라본 멀린이 피식 웃었다.
“불사자 길드는 마지막 단계를 넘어갈 방법을 몰라서 공략에 실패했을 뿐이지, 던전 공략 자체는 성공했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치부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하지만 창성 길드는…… 처참한 실패를 한 모양이군. 그것도 아주 중요한 멤버가.”
“그래서 마지막으로 세 번째 제안을 했어요. BJ대마도사가 솔로 플레이로 그 던전을 공략할 수 있을지, 그에 대한 창성 길드의 의견이라도 말해줄 수 있냐고.”
이어진 설명에 멀린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엠마, 당신의 표정을 보니 대답은 우리한테 한 거랑 똑같겠군.”
그 말에 엠마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을 본 멀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BJ대마도사는 제 입으로 더 어려운 것을 요구한 상황. 그래서 이 사실을 창성 길드가 아즈모에게도 말해줬나?"
엠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그것을 본 멀린이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면 알아서 정리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