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 57화. 주인이 너무 약함 (2). >
2.
[블랙 아이스 골렘을 처치했습니다.]
[생존에 성공하셨습니다.]
10분 동안의 생존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알림.
그 알림 사이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주변을 바라보았다.
치열한 전투의 흔적들이, 블랙 아이스 골렘의 파편들이 너부러진 것이 보였다.
그 숫자는 엄청났다.
‘14마리.’
이제까지 이지룸에서 등장하던 숫자는 8마리였던 걸 생각하면, 서바이벌 룸이라는 표현을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8마리와 14마리를 상대하는 건 사냥 난이도로 따지면 2배, 그 이상이었으니까.
‘해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생존, 그 이상을 해낸 미다스가 감동에 젖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 와, BJ대마도사…….
그런 미다스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말했다.
- 와, 어떻게 1마리를 못 잡냐?
- 1마리도 못 잡은 놈이 똥폼 잡는 거 보소.
- 야, 눈 안 풀어? 어디서 감동하는 척이야?
폼 잡지 말라고.
그러한 시청자들의 말에 미다스가 그 누구보다 억울한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아니, 솔직히 이건 반칙이죠. 그리고 저 4마리 잡았거든요?”
- 응, 럭키가 잡은 거야.
“럭키랑 저랑 한 몸이거든요? 럭키야, 우리 한 몸이지? 응?”
왕!
- 럭키 님이 자꾸 그런 식으로 개소리하면 동물 학대로 고소하신다는데요?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시청자들, 그들을 향해 미다스가 보다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납득 못합니다. 이 승부 무효입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단호함에 시청자 한 명이 말했다.
[BJ대마도사1호팬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팬 님 : 그럼 골드랑 1대1 콜?]
그 후원 채팅이 단숨에 채팅창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 1대1 좋다!
- 그래, 굳이 어렵게 대결하는 것부터가 이해가 안 됐어. 그냥 깔끔하게 한 판 붙자!
- 골드야 장비 챙겨라!
- BJ골드님 BJ대마도사 잡고 꽃길만 걸읍시다!
채팅창이 골드와의 1대1 대결을 하라는 의견으로 가득 찼다.
후원도 마찬가지였다.
[BJ골드승리건다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KO승예상 님이 5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가볍게1승 님이 3,000원을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이길듯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그러한 채팅창의 여론을 확인한 미다스가 짧은 헛기침을 내뱉은 후에 말했습니다.
“크흠, 좋습니다. 제 패배를 인정합니다.”
물론 시청자들은 그것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 쫄?
그러한 도발을 애써 무시하며, 미다스가 잽싸게 화제를 전환했다.
“그럼 이제부터 골드 위주로 파티 플레이를 하겠습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골드를 향하게 하고, 저는 이제부터 골드를 후방에서 전적으로 지원하는 서포터로만……."
패배는 인정했고, 이제부터 골드 위주로 방송하겠다!
허나, 그러한 미다스의 시도를 시청자들은 쉬이 용납하지 않았다.
- 정리하면 BJ골드님 앞에 두고 자기는 뒤에서 데미지 딜링 짤짤이나 하겠다?
- 그냥 BJ골드님 버스 탄다는 거잖아?
- 어디서 주인 주제에 가디언 님의 버스를 타려고? 와, 이거 완전히 주객전도 아님?
뭘 해도 미다스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
그 상황 앞에서 미다스가 결국 항복하며 말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좋으시겠습니까?”
3.
- 나는 가디언 골드님을 지키는 골드님의 주인, BJ대마도사다! 가디언님에게 접근하는 건 이 주인인 내가 용납지 못한다!
그 말과 함께 블랙 아이스 골렘을 향해 달려드는 BJ대마도사를 보던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고생하시네, 고생해.”
그러자 다른 직원이 커피를 홀짝이며 그 말을 받았다.
“그래도 재미있잖아?”
“재미있는 정도가 아니지. 소식 듣고 지금 시청자 숫자가…… 맙소사, 700만 돌파했네?”
“700만? 와, 진짜 장난 아니네.”
대화를 나누던 직원들이 다시금 모니터를 바라보는 순간 블랙 아이스 골렘이 BJ대마도사를 향해 제 주먹을 망치처럼 내리쳤다.
- 콰앙!
원거리 딜러, 그것도 마법사가 저런 공격을 당하는 건 보통의 경우에는 사고였다.
라이브 방송으로 결코 송출시켜서는 안 되는 끔찍한 사고!
그러나 그 라이브를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 중에 무언가 행동을 하는 이는 없었다.
행동이 있다면 팝콘을 입에 넣는 것 정도.
- 으으! 얘들아 딜링 좀 빨리해! 주인 죽는다!
그런 그들의 눈에 블랙 아이스 골렘의 주먹을 버텨내는 BJ대마도사의 모습이 보였다.
그것을 본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웃으며 말했다.
“진짜 쇼맨십 수준이 차원이 다르니까.”
“저걸 버티는 것도 대단하네. 근력 스탯이 대체 몇인 걸까?”
그러한 라이브 상황 속에서 긴장할 이유는 없었고, 당연히 모두가 지금 라이브 방송을 즐겼다.
오직 한 명, 박영준만이 방송을 즐기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박영준은 라이브 방송이 아니라 지나간 영상을 리플레이로 시청하고 있었다.
서바이벌 룸, 그곳에서 BJ대마도사가 보여준 영상을.
‘말도 안 되는 전투력이다.’
그 영상 속에서 BJ대마도사는 14마리나 되는 블랙 아이스 골렘을 10분만에 처치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이 정도면 다음 사냥터도 솔플이 가능하다.’
BJ대마도사가 앞으로도 솔로 플레이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200레벨 이상에서도 솔로 플레이가 가능할지도 모르고.’
그리고 이 성장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200레벨을 넘기는 순간에도 솔로 플레이를 할지 모른다는 것.
그게 박영준이 심각한 표정을 짓는 이유였다.
“이야, 결국 BJ대마도사가 탱킹 다했네.”
“그보다 큰손들 후원이 없네? 다들 즐기는 모드인 건가?”
“뭐, 딱히 끼어들 구석이 없잖아?”
그리고 현재 라이브 방송 중에 큰손들의 후원이 없는 이유였다.
‘200레벨 이상부터는 프로 플레이어의 영역이다. 진짜 제대로 된 돈이 오고가고, 갓워즈 플레이어가 직업인 이들이 목숨 걸고 하는 영역. 그렇기에 서로가 손을 잡고, 협력하고, 저마다의 카르텔을 만드는 곳.’
지금 큰손들 모두가 계산기를 새로이 두드려야 한다는 것.
말 그대로였다.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놀라운 활약을 보이는 와중에 BJ대마도사의 행보에 이렇다 할 개입이나 방해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BJ대마도사가 언젠가는 길드에 가입하리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BJ대마도사를 건드려서 좋을 건 없을 뿐더러, BJ대마도사를 영입하면 그보다 더한 대박은 없지 않은가?
달리 말하면 대부분은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이 만든 룰을 따라주리란 생각을 했다.
아니, 따라줄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 카르텔들이 가득한 곳에서 BJ대마도사가 솔플을 한다면…… 셈법이 달라질 수밖에.’
그런데 지금 BJ대마도사가 그러한 생각에 파문을 만든 것이다.
난 당신들이 만든 룰 따위를 준수할 생각이 없다.
- 아, 못 해먹겠네, 서러워서 스펙업하든가 해야지. 조만간 진짜 제대로 지릅니다!
그리고 그 룰을 준수하지 않아도 될 만한 힘이 있다.
‘기득권을 쥔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게임 체인저이지.’
그러한 BJ대마도사를 향해 과연 앞으로도 모두가 방관이란 자세를 취할 수 있을까?
분명 이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쟁 혹은 견제가 생길 터.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것도 게임 체인저이고.’
동시에 BJ대마도사를 이용해서 지금의 판을 흔들며 더 거대한 기득권을 손에 쥐고자 베팅을 하는 이도 나올 터였다.
‘여러모로 BJ대마도사의 몸값은 오르겠지.’
자연스레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곳에 도달할 것이다.
‘BJ대마도사가 계획한 대로.’
그리고 박영준은 이 모든 것은 BJ대마도사의 철저한 계획 끝에 나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확신했다.
‘그렇다면 필시 오늘 이 방송에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겠지.’
아직 BJ대마도사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았음을.
‘보스룸에서.’
그리고 오늘 그것을 분명 보여주리란 것을.
그렇게 다시 한 번 더 BJ대마도사의 서바이벌 룸 영상을 재생하여 보던 박영준의 귓속으로 목소리가 들렸다.
- 아, 이제 갈림길 없네요. 그럼 이 끝은 보스룸이겠군요.
보스룸.
그 단어에 박영준이 고개를 들어 대형 모니터를 바라보았고, 그런 그에게 BJ대마도사가 두 손을 모은 채 부탁을 한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 시청자 여러분, 솔직히 보스룸에서조차 탱커하면 죽을 거 같거든요? 아시잖아요? 저 마법사입니다. 약한 마법사.
그 방송을 보던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저마다 감상을 내뱉었다.
“확실히 탱킹하는 것도 보여줬고, 이제는 다른 걸 보고 싶긴 하지. 응? 너 지금 뭐하냐?”
“뭐하긴, 후원 채팅 보내잖아.”
“후원 채팅?”
“응원해야지.”
“응원? BJ대마도사?”
“아니, 골드.”
자연스레 사무실 안이 미소가 가득 찼다.
물론 그 미소 중에 박영준의 미소는 없었다.
- 예, 정말 최선을 다해 데미지 딜링으로 골드님을 지원토록 하겠습니다.
‘시작됐군.’
오늘 이 라이브 방송이 만들 후폭풍을 준비 할 뿐.
4.
“스트렝스, 헤이스트, 라이트닝 실드.”
연달아 골드에게 버프 마법을 걸어준 미다스가 이내 채팅창을 보며 말했다.
“버프 다 걸었습니다.”
그러자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 버프 포션은?
- 좋은 거 숨겨두지 말고 꺼내셔 골드님에 바치시죠?
- 골드님 버스 타는 주제에 탑승료 안 낼 속셈이셨음? 와, 약한 줄만 알았는데 양심도 없을 줄이야?
그 대답에 미다스가 두 눈을 꾹 감은 채로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냈다.
그 포션의 정체를 확인한 시청자들이 재차 말했다.
- 어허! 그런 싸구려 포션 말고 비싼 거!
- 고작 골드님에게 100골드짜리 포션을 꺼내다니? 골드님은 300골드 이하는 안 드시는 거 몰라?
- 어제 BJ대마도사가 인벤토리에 겁나 비싼 포션 숨겨놓은 거 내가 봤음! 아무튼 봤음!
그 반응에 미다스가 꺼낸 포션을 다시 인벤토리에 넣은 후 새로운 포션을 꺼낸 후에 골드에게 건네줬다.
그제야 시청자들이 만족했다는 채팅을 보냈다.
“아, 내 포션……."
그것을 본 미다스가 울상을 지었다.
‘오케이, 분위기 최고다.’
그리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계획한 그대로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까지 이 모든 분위기, 흐름, 과정은 미다스가 기획한 바였다.
골드 특집이라고 해서 그냥 골드가 잘 싸우는 것만 보여줘서는 금방 흥미가 떨어지는 법.
개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하이라이트를 아끼는 것이었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방송 중간에 내보낸다면, 사실상 방송은 거기서 끝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이제 보스룸에서 진짜 제대로 싸우는 거 보여주면…… 최고의 골드 특집이 되겠지.’
그래서 미다스는 여러 가지 방법을 썼고, 보스룸 앞까지 하이라이트를 아낄 수 있었다.
달리 말하면 보스룸에서 미다스는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속셈이었다.
“자, 그럼 입장하겠습니다.”
그러한 의지를 품은 미다스가 보스룸, 그곳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마지막 방에 입장했습니다.]
[알 수 없는 기운이 엄습합니다.]
그렇게 들어선 보스룸에서 가장 먼저 미다스를 마중 나온 것은 검은 기운들이었다.
그러한 검은 기운이 살아 움직이며 단숨에 미다스를 비롯해 모두를 휘감기 시작했다.
[???의 알이 알 수 없는 기운을 흡수합니다.]
그 순간 미다스의 가슴팍이 빛을 내뿜으며 그러한 검은 기운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 뭐지?
- 스킬인가? 스킬 같진 않은데?
- 가슴에 빛나는데, 저거 뭐야?
- 아크 리액터다! 아이언맨의 아크 리액터가 분명해!
- 어쩐지, BJ대마도사 얼굴에 철판을 깐 거 같긴 하더라.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모두가 놀랐다.
‘아, 젠장.’
미다스도 놀랐다.
설마 보스룸에 입장하는 순간 이름 잃은 신의 힘이 등장할 줄이야?
예상 밖의 일.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돌이킬 수는 없었다.
‘이대로 밀고 나간다.’
화룡점정, 이제 화룡의 눈을 찍을 일만 남은 상황에서 그 일을 망칠 수는 없는 법.
미다스가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
“골드! 거대화, 광전사!”
일단 가장 먼저 오늘의 주인공은 골드의 존재감을 강조시켰다.
“럭키, 워하울링이다.”
호우우우!
그리고 곧바로 럭키의 워하울링을 발동시켰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감탄했다.
- 가만, 오늘 럭키가 워하울링 쓰는 거 처음 아닌가?
- 그러네?
- 맙소사 그럼 이제까지 워하울링 없이 이 정도로 싸웠다고?
그러나 미다스는 멈추지 않았다.
“잭팟!"
여기서 자신이 준비한 마지막 히든 카드를 꺼냈다.
꾸우!
“골드에게 오리온의 노래다!”
꾸-우!
그러한 미다스의 외침에 잭팟이 날갯짓을 하며 거대화하며 3미터 가까운 신장을 가지게 된 골드의 어깨에 날아가 앉은 채 노래를 시작했다.
꾸우우우!
그렇게 잭팟의 노래가 시작되자, 잭팟의 입에서 노란 빛들이 흘러나오며 골드의 온몸을 적시기 시작했다.
[오리온의 노래가 시작됩니다.]
[오리온 신의 힘이 골드의 몸에 깃듭니다.]
[골드의 이동 속도가 15퍼센트 증가합니다.]
[골드의 공격 속도가 15퍼센트 증가합니다.]
[골드의 모든 공격력이 15퍼센트 증가합니다.]
그렇게 잭팟의 노래와 럭키의 하울링이 어우러지며, 거대한 방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 잭팟이 버퍼였어?
- 가만, 오리온의 노래라고? 아니, 잠깐! 거대화에 광전사에 오리온의 노래 콤보면…… 사기잖아?
동시에 채팅창 안은 혼란만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채팅은 없었다.
그저 제대로 이성을 거치지 못한 감성적인 단어들, 오탈자들, 느낌표 따위들로 만들어진 태풍이 불뿐.
때문에 미다스는 더 이상 채팅창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이제는 앞서서 보여준 우스꽝스러운 표정이나 기색도 없었다.
그 어느 때부터 전의로 가득 찬 표정만이 보일 뿐.
‘자, 이제 나와라.’
그러한 미다스의 눈앞에서 검은 기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무대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 무대 그 위로 블랙 아이스 골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 보스 몬스터 나왔어?
-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 블랙 아이스 골렘들 같은데? 보스룸 아니었나?
- 그런데 몇 마리지?
무려 25마리에 이르는 블랙 아이스 골렘들이!
그 순간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10분 동안 생존하십시오.]
서바이벌, 그게 이번 보스룸의 과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