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78화 (178/485)

178화.  < 57화. 주인이 너무 약함 (1). >

원거리 딜러와 근접 딜러.

전혀 다른 이 두 타입의 딜러들은 모든 부분에서 협력할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

모든 부분에서 언제나 같이할 수밖에 없는 관계.

- 역시 딜러는 원딜이지. 괜히 딜러의 꽃이겠어?

- 솔직히 근접 딜러가 훨씬 더 힘들고 어렵지. 그러니까 진짜 딜러는 근접 딜러야.

그렇기에 모든 부분에서 경쟁했다.

더불어 갓워즈를 보는 시청자들은 그 두 포지션의 딜러들이 경쟁하는 것에 열광했다.

즉, 그 둘의 경쟁이나 싸움은 흥행 보증 수표와 같았다.

- BJ대마도사 골드 특집 방송 미쳤다!

- BJ골드 대 BJ대마도사, 딜러 매치다!

- 이긴 쪽이 방송 주인이다!

그런 상황에서 단순한 원거리 딜러 대 근접 딜러 매치업도 아니고, BJ대마도사라는 원거리 최강의 딜러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세상에 존재한 적 없었던 가디언의 대결에 대한 관심이 적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 와, 설마 이렇게 특집을 할 줄이야.

- 가디언 대마법사라니!

기대감부터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 누가 이길까?

- 그야 BJ대마도사이겠지. 저번에 파이어볼만으로 아이스 나이트 잡은 거 못 봤어? 동일 레벨 기준으로는 역사상 최강이라고!

- 골드 템세팅도 장난 아닌데? 검객 세트에 블랙 클레이모어 착용했어. 아머 브레이킹 터지기 시작하면 몬스터가 얼음처럼 부서진다니까? 심지어 아이스 나이트가 베이스라고!

무엇보다 예측할 수가 없었다.

어느 쪽이든 이겨도 이상할 게 없는 일.

결국 답은 하나였다.

- 다들 좀 닥쳐봐, 라이브 좀 보게 !

직접 확인하는 것뿐.

그렇게 몰려든 시청자들에게 BJ대마도사와 골드는 모두가 감탄할 만한 전투를 보여줬다.

일단 골드의 전투가 가장 먼저 시청자들의 이목을 훔쳤다.

- 골드 싸우는 것 좀 봐!

검객 세트와 블랙 클레이모어, 그 두 가지를 앞세운 골드에게 블랙 아이스 골렘은 아이스 골렘보다 더 크고 시커먼 샌드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아머 브레이킹 발동했다!

특히 블랙 클레이모어의 특수 옵션, 아머 브레이킹이 발동하는 순간 보여주는 파괴력은 상식, 그 이상이었다.

- 얼음이 아니라 과자네, 과자야.

- 블랙 아이스 골렘, 저거 아이스 골렘보다 약한 거 아니야?

- 거대화 스킬 사용해서 그런지 몰라도 블랙 아이스 골렘이 굉장히 약해 보이긴 하네.

블랙 아이스 골렘의 강함에 대해 의문이 절로 생길 정도.

임팩트가 남달랐다.

그런 골드의 전투 퍼포먼스에 비하면 BJ대마도사의 전투 퍼포먼스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 BJ대마도사도 장난 아니네.

- 원래 장난 아니었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화려할 필요가 없었다.

두 마리의 블레이즈 골렘을 앞세운 채 마법을 퍼붓는 그의 공세 앞에서 블랙 아이스 골렘은 제대로 버티질 못했으니까.

굳이 화려한 범위 마법을 쓰거나, 다채로운 마법을 쓸 이유가 하등 없었다.

- 럭키 없이도 저 정도네.

- 럭키 저기도 풀 죽은거 봐.

하물며 그 과정에서는 럭키의 도움도 필요 없었다.

- BJ대마도사가 4번째 잡았다!

- 골드도 4번째 잡았어!

- 이번에도 무승부?

그러한 그 둘의 경쟁은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을 만큼 박빙의 대결이었다.

- 아, 결과는 다음에 봐야겠네.

- 이거 진짜 누가 이기려나?

- 골드 아닐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 거의 기본기만으로 잡고 있잖아? 반면 BJ대마도사는 스킬 쿨타임 계산 한 번 꼬이면 바로 질걸?

- 반대지. BJ대마도사가 모든 마법 쓰려고 작정하면 제아무리 골드라고 해도 답이 없어.

그러한 그 둘의 대결에 시청자들은 저마다 승패를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기 시작했다.

[BJ골드가낫다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가이기지 님이 1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역시BJ골드지 님이 1,000엔을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가최고임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더 나아가 자신이 응원하는 편을 향해 아낌없는 후원 공세도 펼쳤다.

그렇게 승자와 패자를 놓고 치열한 논쟁의 무대가 된 채팅창을 바라보는 미다스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내 마음이지.’

당연한 말이지만 이 박빙의 승부는 미다스, 그가 연출한 것이었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애초에 골드는 그의 가디언 아닌가? 페이스를 조절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가 더 딜량도 많이 나오고.’

더 나아가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데미지 딜링 부분에서는 미다스가 훨씬 우위였다.

어쩔 수 없었다.

골드가 분명 엄청난 아이템 세팅을 한 건 맞지만, 미다스 본인도 아이템 세팅으로는 역대급 수준.

능력치 역시 미다스의 경우에는 이미 상식의 수준을 벗어난 상태였다.

‘그리고 골드가 8마리 중 4마리 상대해주는데 내가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지.’

결정적으로 골드가 4마리를 상대해준다는 것은 미다스 입장에서 보자면 골드가 4마리나 되는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어주는 격이었다.

‘광전사 쓰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은 골드가 광전사를 쓰는 순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광전사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골드에게 미다스가 내릴 수 있는 명령은 공격! 단지 그뿐이었으니까.

지금처럼 적당히 작당을 하면서 박빙의 승부를 연출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리고 지금처럼 미다스가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페이스 조절을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번 방도 무승부네요. 골드, 너무 열심히 하네. 아, 그냥 여기서 적당히 끝낼까요?”

그렇다고 광전사 스킬을 보여주지 않을 수는 없었다.

- 응, 아직 광전사 쓰지도 않았어.

- 광전사 언제 씀?

- 광전사라면 모른다!

골드 특집에서 광전사 모드를 쓰지 않는다면 현재 접속한 시청자들이 안티팬이 되어 미다스를 물어뜯을 테니까.

‘580만 명, 많이도 모였네.’

한두 명이 아니라 이제는 600만 명에 근접한 시청자들이.

“광전사 모드가 그렇게 보고 싶으시다면, 뭐 좋습니다.”

‘이제 해볼까?’

물론 그렇기에 준비해두었다.

“지금처럼 이지룸이 아니라 서바이벌룸에 걸리면 광전사 모드 가겠습니다.”

광전사를 어떻게 연출할 것인가? 에 대한 대답을.

그러한 미다스의 선언에 시청자들이 화답했다.

- 그냥 이지룸에서 쓰지?

- 그러고 보니 방 5개 지나오는 동안 전부 이지룸만 걸렸네. 운빨 장난 아니네.

- 잠깐! 그럼 앞으로도 이지룸만 나오면? 그럼 한 번도 안 쓰는 거 아님?

- BJ대마도사 야비하게 질 거 같으니까 광전사 스킬은 죽을 때까지 안 쓰네.

- 광전사 쓰는 순간 BJ대마도사를 공격할지도 몰라서 안 쓰는 거 아닐까?

그냥 빨리 쓰라고.

“아니, 그렇잖습니까? 이지룸에선 8마리밖에 안 나오는데 광전사 쓰는 건 몬스터들에게 좀 미안하잖아요?”

그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에 화답하며 미다스가 다음 방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이윽고 등장한 갈림길, 그 갈림길의 좌우를 슬쩍 살핀 미다스가 왼쪽으로 이동하며 시청자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저도 아껴둔 히든 카드가 있습니다. 이제까지 봐준 거라고요. 설마 제가 진심으로 골드랑 싸우고 계신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때였다.

미다스가 새로운 방에 들어서는 순간, 그러한 미다스와 채팅을 나누던 시청자들 중 일부가 말했다.

- 어? 뭐야? 블랙 아이스 골렘 없잖아?

- 지금까지랑 좀 다른데?

앞선 방들과는 달리 아무것도 없는 무대.

[10분 동안 생존하십시오.]

그 무대 위로 미다스만이 들을 수 있는 알림과 함께 바닥에서 얼음들이 솟아올라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이제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 눈치채기 시작했다.

[라포 님이 10,05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서바이벌 룸이네.]

그리고 라포가 시청자들의 예측을 확신으로 만들어줬다.

그 순간 시청자들 모두가 소리쳤다.

- 광전사다!

- 골드 광전사다!

BJ대마도사가 약속을 지킬 때가 왔음을.

그 모습을 본 미다스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골드, 광전사.”

약속대로 미다스가 광전사 스킬을 발동했다.

[골드가 광전사 상태에 돌입합니다.]

그러자 골드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블랙 아이스 골렘이 등장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등장한 블랙 아이스 골렘을 향해 골드가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콰앙!

이성이란 한 점조차 드러내지 않은 채 정면에서 달라붙어 블랙 아이스 골렘을 향해 쉼 없이 블랙 클레이모어를 휘두르는 골드의 모습은 앞선 모습과 전혀 달랐다.

폭주!

그 단어가 어울릴 만큼 저돌적이었고, 공격적이었다.

방어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공격을 날리고자 할 뿐.

콰앙!

자연스레 이제까지와 달리 블랙 아이스 골렘의 공격에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골드는 물러서지 않았다.

물러서기는커녕 블랙 아이스 골렘의 묵직한 공격을 꿋꿋이 버텨내며 블랙 아이스 골렘의 옆구리를 향해 재차 공격을 날렸다.

콰앙!

[아머 브레이킹이 발동했습니다.]

그 공격에 블랙 아이스 골렘의 옆구리가 산산조각이 났고, 이후 골드는 같은 부위를 연거푸 공격했다.

그렇게 삽시간에 블랙 아이스 골렘을 처치하는 골드의 모습은 광전사, 그 표현이 부족함이 없었다.

- 진짜 광전사다!

자연스레 시청자들이 그 모습에 열광했다.

동시에 시청자들은 시선을 돌렸다.

- BJ대마도사는?

과연 저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골드를 상대로 BJ대마도사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 용열병 쓰겠지?

- 인페르노, 선더볼트, 쇼크 웨이브 콤보 나올지도 몰라!

- 인페르노랑 리플레이 조합으로 더블 인페르노 갈지도 몰라!

이제까지 언제나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을 보여주었던 BJ대마도사였기에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컸다.

그러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히든 카드 꺼냅니다.”

그 외침에 이미 들끓던 채팅창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 히든 카드라니?

- 맙소사, 이번에는 뭐지?

- 새로운 스킬이다! 새로운 스킬을 공개하려는 게 분명해!

- 150레벨쯤 되니까 새로운 스킬이면…… 리틀 토네이도? 리틀 토네이도도 습득한 건가?

모두가 새로운 스킬의 등장을 기대하는 분위기, 그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소리쳤다.

“럭키야!”

럭키.

- 응?

- 어?

그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물음표가 도배되었고, 그런 시청자들을 향해 미다스가 보다 확실하게 소리쳤다.

“도와줘!”

왕!

그 외침에 이제까지 잠자코 있던 럭키가 기다렸다는 듯이 전장을 향해 돌진했다.

호우우우!

그러한 럭키의 하울링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채팅창 안이 시청자들의 분노로 가득 찼다.

- BJ대마도사, 이 새끼가?

- 와, 이건 상상도 못했다.

- 이건 사기지!

설마 여기서 럭키라는 카드를 꺼낼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탓이었다.

- 진짜 BJ대마도사 그렇게 봤는데, 진짜 그렇게 할 줄이야.

- 진짜 BJ대마도사 믿진 않았는데, 이럴 줄은 알았다.

- 싸우다가 질 거 같으니까 엄마 부르는 거랑 다를 게 뭐야?

- 와, 이건 너무 하네. 이러면 승부가 안 되잖아?

무엇보다 럭키를 꺼낸 이상 누가 보더라도 BJ대마도사의 승리가 당연시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이대로 승부가 끝나는 셈.

그러한 좌중의 반응에 미다스가 마법 캐스팅을 마친 후에 말했다.

“럭키와 저는 한 몸입니다. 그런 럭키를 쓰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 상태에서 가장 먼저 캐스팅된 파이어볼을 새로이 등장한 블랙 아이스 골렘을 향해 던지며 말했다.

“신수도 실력이죠.”

그 말에 시청자들이 반발했다.

[라포 님이 10,05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아니,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갓워즈에서 가장 신수의 덕을 본 라포조차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

[블랙 아이스 골렘이 등장합니다.]

그러는 사이 블랙 아이스 골렘의 숫자가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 젠장, 벌써 10마리다!

- 골드가 한 마리 잡았는데도?

어느새 10마리나 되는 블랙 아이스 골렘이 자리를 잡았고, 그 이후에도 거듭 숫자가 늘어났다.

서바이버룸답게 방문자들의 생존에 위협을 주기 시작했다.

- 아, 등장한 애들이 골드한테 몰려가고 있어!

- 이거 위험한데?

그것은 골드에게 있어서 썩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

이제부터 사방에서 달려드는 블랙 아이스 골렘을 직접 상대해야 했을뿐더러, 지금 골드에게는 그러한 블랙 아이스 골렘들을 상대로 어그로를 관리할 이성이 없었다.

“골드 녀석, 주인에게 반기를 든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반면 그럴 필요가 없는 미다스는 슬쩍 자리를 이동해 용맥 하나를 밟으며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순간이었다.

“자, 이거 한 방으로…… 응?”

미다스가 럭키의 지원 속에서 자신이 사냥하던 블랙 아이스 골렘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는 순간

콰앙!

어느새 등장한 골드가 미다스가 잡던 블랙 아이스 골렘의 몸뚱이를 블랙 클레이모어로 부쉈다.

[블랙 아이스 골렘을 처치했습니다.]

몬스터 스틸이 이루어지는 순간.

“어? 어!”

그 사실에 미다스가 놀랐으나, 골드는 그러한 미다스의 말은 조금도 듣지 않았다.

콰앙!

곧바로 럭키와 싸우고 있는 블랙 아이스 골렘을 향해 돌진하며 블랙 클레이모어를 휘둘렀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아니, 이건 아니지! 스틸이 어디 있어? 반칙! 이거 반칙 아닙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외침에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구스타프 님이 10,05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계급장 떼고 하는 싸움에 반칙이 어디 있어?]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05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꼬우면 너도 스틸하든가.]

반칙 따윈 아니라고.

실제로 반칙은 아니었다.

지금 골드는 광전사 모드였고, 광전사 모드인 가디언이 인지하는 건 주인을 위협하는 적을 공격으로 분쇄하는 것뿐이었으니까.

오히려 지금 이 광경은 골드가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였다.

- 원킬내면 되겠네.

- 맞아, 골드가 스틸 하기 전에 잡으면 되잖아?

골드가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 것.

물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즉, 이 대결은 사실상 끝이었다.

[아즈모 님이 10,05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Succeeding you, master.]

골드가 승리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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