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73화 (173/485)

173화.  < 55화. 주인공 포스 (2). >

3.

파이어볼.

마법사들이 가장 먼저 습득하는 기초 마법.

미다스가 그런 파이어볼만으로 아이스 나이트를 상대하고자 했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 BJ대마도사 파업 선언?

- 차라리 포션 마시고, 딜링해라!

- 꼭 있지. 파티에서 포션 아끼면서 데미지 딜링 제대로 안하는 쓰레기 같은 딜러들이.

- BJ럭키님, 저기 못 생긴 원딜 강퇴 좀.

BJ대마도사가 장난을 치고 있다고.

물론 BJ대마도사라면 충분히 할 만한 장난이었다.

- 근데 솔직히 딜 안해도 잡을 듯?

- ㅇㅇ BJ대마도사는 어차피 이 파티에서 있으나마나한 존재잖아?

- 차라리 나대지 않는 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모름.

- 확실한 건 노래 부르고 춤 추는 것보단 차라리 그냥 파이어볼만 던지는 게 나음.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그동안의 화력과 퍼포먼스를 고려한다면, 아이스 나이트를 상대로 필사적으로 딜링을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퍼엉!

그러나 그러한 시청자들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BJ대마도사의 20번째 파이어볼이 명중했을 무렵이었다.

- 맙소사, 20번 연속 명중?

- 그것도 전부 가슴에만 명중시켰어!

- 명중률 실화냐?

BJ대마도사의 명중률이 남다르다는 건 이미 모두가 아는 바였다.

문제는 지금 BJ대마도사가 마주한 상황이었다.

- 아니, 대체 저걸 어떻게 맞춰? 난 아이스 나이트 찾아보기도 힘들 지경인데?

정신없이 치고받고, 쉴 새 없이 쫓고 쫓기는 전투.

그러한 전투 속에서 원하는 표적의 가슴 정중앙만을, 그것도 무려 40미터 이상 되는 거리에서 맞춘다?

블레이즈 골렘들과 럭키 그리고 골드 심지어 때때로 내려오는 잭팟 사이로 정확하게?

그건 그저 명중률이 좋다, 표현으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게 이유였다.

미다스, 그가 파이어볼만을 고집한 이유.

‘그래, 이거지.’

대개 보스 몬스터 공략을 앞두고 마법사들이 가장 먼저 하는 건 스킬 조합을 짜는 것이었다.

상황에 맞는 최선의 조합들을 하나하나씩 찾아내고, 시뮬레이션하는 것.

그러나 아이스 나이트를 상대로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놈에게 제대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마법은 사실상 화염계 마법밖에 없었으니까.

오히려 미다스를 고민케 만든 건 아이스 나이트를 어떻게 맞추느냐? 하는 것이었다.

보스 몬스터치고 덩치는 작은 주제에 움직임이 매우 역동적인 아이스 나이트를 맞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생각했다.

‘이게 정답이었어.’

다른 것을 고민하고, 염두에 둘 집중력마저 아껴서 오로지 파이어볼에만 집중하자고.

그 선택이 정답이었음이 지금 미다스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퍼엉!

이 아수라장 속에서도 미다스가 던진 파이어볼은 정확하게 아이스 나이트의 가슴팍, 그 황금색 과녁에 꽂혔다.

‘오늘 제대로 긁힌다.’

더욱이 그렇게 꽂힌 미다스의 파이어볼은 그저 평범한 마법사 플레이어의 파이어볼과는 데미지의 수준이 질적으로 달랐다.

[아이스 나이트의 몸에서 보다 강한 한기가 뿜어집니다.]

그 사실을 알려주는 알림이 미다스의 귀를 두드렸다.

츠츠츠!

그 알림과 함께 아이스 나이트의 주변을 맴돌던 수증기들이 갑자기 얼어붙으며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 뭐지? 수증기들이 얼어붙네?

- 2페이즈 발동했다! 지독한 한기 스킬이야!

아이스 나이트의 2페이즈 스킬, 지독한 한기가 발동하는 순간.

- 미친, 파이어볼만 썼는데 2페이즈라고?

- 2페이즈 발동했다는 건 HP가 80퍼센트 이하가 됐다는 거잖아?

- 고작 3분 지났는데?

전투가 시작하고 3분 만에 아이스 나이트의 HP가 20퍼센트 감소했음이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순간 미다스가 파이어볼만을 쓴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 괜히 파이어볼만 쓴다는 게 아니었구나.

- 이 정도면 진짜 파이어볼만으로 잡을 듯?

- 아이스 나이트를 잡을 줄 알았지만, 포션 없이 파이어볼만으로 아이스 나이트를 잡는 걸 실시간으로 보게 될 줄이야.

오히려 역사적인 순간의 목격자가 된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라이브 방송에 집중할 뿐.

그러한 시청자들에게 미다스가 소리쳤다.

“파이어볼!”

4.

아이스 나이트와의 전투는 마치 경연대회 같았다.

서로가 자신의 존재감을 어떻게든 더 강조하고, 드러내기 위해 경쟁하는 경연대회.

그만큼 전장을 채운 모든 요소들의 존재감이 남달랐다.

쿵!

당장 블레이즈 골렘부터가 남다른 존재감을 앞세웠다.

물론 아이스 나이트의 존재감에 비할 바는 못 됐다.

- 와, 아이스 나이트 싸우는 거 봐!

- 아주 그냥 미쳐 날 뛰네!

타오르는 블레이즈 골렘 두 마리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내며 도리어 블레이즈 골렘의 몸을 난도질하는 아이스 나이트의 모습에는 우아함마저 느껴질 정도.

심지어 그러한 공세 속에서 아이스 나이트의 주변을 맴도는 수증기는 그 존재를 더더욱 신비하게 꾸며주었다.

“네놈!”

그러한 아이스 나이트의 존재감에 견줄만한 건 골드뿐이었다.

일단 비주얼에서 밀리는 것은 없었다.

- 레드 고블린 부족장 대 아이스 나이트라니!

- 보스 대 보스!

- 이런 전투를 보게 될 줄이야!

현재 골드의 베이스는 레드 고블린 부족장!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보스 몬스터끼리 싸우는 것을 보는 셈이었다.

하물며 골드는 거대화와 광전사 그리고 일기토, 세 가지 스킬을 조합한 상황.

- 그래도 아이스 나이트가 좀 더 우위네.

그럼에도 막상 전투에서의 우세는 아이스 나이트 쪽이었다.

우세한 수준을 넘어 골드의 공격 중에 아이스 나이트에게 제대로 데미지를 주는 것은 몇 없었다.

카앙!

막거나 혹은 피하거나.

아이스 나이트는 블레이즈 골렘들의 공세 속에서도 골드를 상대로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았다.

전투 능력을 떠나 기본 스펙의 차이 때문이었다.

- 레벨빨은 못 이기지.

- 그리고 레드 고블린 부족장은 부족이 있어야 강해지는 타입이고, 아이스 나이트는 혼자 싸우는 놈이니까. 개체의 강함은 아이스 나이트가 훨씬 셀 수밖에 없다고.

제아무리 다양한 스킬의 보조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레드 고블린 부족장과 아이스 나이트는 설정 자체가 달랐으니까.

대신 골드는 혼자가 아니었다.

왕!

그에게는 럭키가 있었고, 그러한 럭키의 가세는 아이스 나이트를 몰아붙이기에 충분했다.

그러한 럭키의 존재감도 남달랐다.

- 빛의 럭키님과 어둠의 럭키님이다!

특히 전광석화 상태인 럭키와 가름의 그림자로 소환한 그림자 분신이 동시에 아이스 나이트에게 달려드는 광경은 화려한 서커스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파각!

그렇게 럭키가 거듭 아이스 나이트에게 데미지를 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퍼엉!

그러나 이 순간 가장 남다른 존재를 드러내는 것은 미다스, 바로 그였다.

- 또 명중이다!

- 와, 어떻게 전부 명중하지?

- 82연속이야!

단 한 번도 실패를 용납지 않는 명중률!

그 아득한 명중률 앞에서 이제는 4백만을 넘어 5백만을 훌쩍 넘는 시청자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오늘은 BJ대마도사가 확실히 캐리하네.

- BJ대마도사의 독무대네.

오늘 라이브 방송의 주인공은 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라는 것을.

그리고 이 모든 건 미다스가 사전에 기획한 바였다.

‘가끔 제대로 된 활약을 해줘야지. 그래야 몸값이 오르는 법이지.’

제아무리 골드와 럭키가 대단하다고 해도 BJ대마도사 본인이 활약을 해야 몸값이 가장 잘 오르는 법.

당연히 미다스는 이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시청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자신이 주인공이 된 무대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렇게 인간미 없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됐네요. 이제부터 AI대마도사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러한 미다스의 행동에 시청자들이 바로 호응을 했다.

[101110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110111 님이 1유로를 후원했습니다.]

[101010 님이 1파운드를 후원했습니다.]

미다스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그 분위기에 시청자들이 기꺼이 달아올라주는 상황.

퍼엉!

그러는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파이어볼을 명중시켰다.

그 순간이었다.

‘왔다.’

파이어볼이 명중하는 순간 미다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한 미다스의 눈에 20퍼센트, 그 수치를 향해 줄어드는 아이스 나이트의 HP상태가 보였다.

[아이스 나이트의 주변으로 얼음 파편들이 휘몰아칩니다.]

이윽고 알림과 함께 아이스 나이트의 주변으로 얼음 조각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 서리 갑옷이다!

- 3페이즈다!

아이스 나이트의 가장 골치 아픈 스킬, 서리 갑옷이 발동하는 순간.

- 서리 갑옷 저거 장난 아님. 발동하는 순간 방어력 200퍼센트 상승에 닿은 대상을 일정 확률로 빙결 상태로 만듦.

그러나 그 사실에 긴장하는 이는 없었다.

[라포 님이 10,04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펜리르의 피어 앞에서는 소용없지.]

서리 갑옷은 버프 스킬이며, 펜리르의 신수만이 습득할 수 있는 펜리르의 피어에 영향을 받음을.

그러함을 그 누구도 아닌 라포가 자신의 신수 똘똘이를 통해 세상에 가장 먼저 증명했었으니까.

당연히 미다스는 그 사실을 기꺼이 이용했다.

“펜리르의 피어!”

주인이 명령을 내리는 순간 럭키가 그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 럭키의 뒤로 거대한 황금빛 눈동자 두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펜리르의 피어가 발동합니다.]

[마주한 모든 대상의 버프가 일시 정지합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과 함께 아이스 나이트의 온몸을 휘감던 얼음 조각들이 그대로 멈췄다.

“사안!”

그때 미다스가 처음으로 사안 스킬을 사용했고, 그 빛이 단숨에 아이스 나이트의 본체마저 돌처럼 굳게 만들었다.

“전원 공격!”

그 외침에 럭키를 비롯해 모든 존재들이 아이스 나이트를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마지막 연출만 남았어.’

사실상 클라이맥스만이 남은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클라이맥스를 장식할 마법을 꺼냈다.

“메모라이즈!”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미리 저장해둔 마법을!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눈빛을 빛냈다.

- 마무리 마법은 파이어볼 말고 다른 거 쓸 속셈인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마지막은 화려해야 하는 법.

- 역시 마무리는 선더볼트지!

- 놀고 있네, 여기선 인페르노 가야지!

- 쇼크 웨이브도 괜찮을 것 같은데?

- AI대마도사의 마지막 마법은 물리 마법이란 게 학계의 정설.

그러한 기대 속에서 미다스가 메모라이즈를 통해 저장해둔 마법을 공개했다.

“파이어볼!”

다름 아닌 파이어볼을.

- 메모라이즈로 파이어볼을 저장했다고?

그러한 시청자들을 향해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파이어볼로 끝내겠다고 했으면 죽을 때까지 파이어볼이죠.”

이윽고 미다스가 파이어볼을 던졌다.

퍼엉!

하나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하나 더.

퍼엉!

이어서 들리는 폭음 뒤로 알림이 들렸다.

[아이스 나이트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아이스 나이트를 쓰러뜨린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아이스 나이트를 홀로 쓰러뜨린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전투가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이.

그 알림과 함께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쓰러진 적 없는 아이스 나이트가 쓰러졌다.

그것을 본 시청자들이 감탄을 토해냈다.

- 와, 마지막에 던진 파이어볼이 막타가 되네.

- 오늘은 BJ대마도사가 주인공이다!

주인공다운 마무리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그 장면에서 긴장을 푸는 건 아니었다.

[라포 님이 10,04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이제 진짜 골 때리는 놈이 등장할 때가 됐군.아니, 애초에 놈 때문에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전력을 아낀 거지만.]

라포의 그 말에 시청자들은 조금 전에 있었던 말을 깨달을 수 있었다.

- 맞아, 이 뒤에 또 뭔가 나온다고 했어!

- 하긴, 고작 이걸로 끝날 일이었으면 라포가 진작에 공략했겠지.

아이스 나이트가 끝이 아니라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생각했다.

- 그래, 그거 때문에 일부러 전력을 아낀 거구나!

- 역시 BJ대마도사! 대단해!

BJ대마도사가 파이어볼만 쓴 것은 그리고 포션을 쓰지 않은 것은 앞으로 이어질 전투를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달리 말하면 앞으로의 전투는 앞선 전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할지도 모른다는 의미였다.

- 아, 팝콘 다 먹었는데!

- 아! 다행히 치킨 양념 남았다!

당연히 시청자들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고, 채팅방에 어느 때보다 짙은 긴장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 저기! 저기 뭔가 등장했다!

이윽고 모두의 눈앞에 무언가가 등장했다.

로브를 뒤집어쓴 무언가가.

겉으로 보기에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존재였다.

[라포 님이 10,04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드디어 나타났네. 저 골 때리는 놈이.]

그러나 이어진 라포의 채팅에 시청자들의 모든 이목이 그 의문의 존재를 향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만개하는 상황, 그 상황 속에서 의문의 존재가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네.”

그 말에 채팅창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때 채팅 하나가 올라왔다.

[아즈모 님이 10,04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딱히 골 때릴 거 같진 않은데?]

[라포 님이 10,04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아니, 쟤가 왜 저기서 저런 말을 하지? 나 때는 자격이 없다면서 쫓아냈으면서?]

그제야 시청자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 BJ대마도사가 뭔가 준비해온 모양이구나.

BJ대마도사가 라포조차 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이미 준비해왔음을.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다.’

그러한 광경 앞에서 미다스의 존재감은 어느 때보다 빛났다.

- 오늘 어쩐지 BJ대마도사가 멋있어 보이네.

- 이 방송의 주인공은 역시 BJ대마도사였어.

시청자들 중에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부정하지 못할 정도로.

‘마무리만 하면 돼.’

이제 남은 건 라이브 방송을 마치고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뿐.

“자, 그럼 이제 방송은 여기까……."

그때였다.

미다스가 준비한 마지막 멘트를 날리려는 순간.

[아즈모 님이 10,04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던전 공략 성공한 거 같은데, 그럼 불사자 길드랑 거래는 끝났고 입찰을 시작하지.]

아즈모, 그가 미다스가 주인공인 무대에 난입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즈모 님이 10,05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의뢰 내용은 10대 길드 중 한 곳인 창성 길드가 공략하지 못한 던전. 의뢰 보수는 아이템 세트. 하지만 BJ대마도사에게 아이템 줘봤자 해체만 하잖아? 그래서 골드를 위한 걸로 준비했지.]

그 말을 남기는 순간 더 이상 미다스가 보여준 활약과 주인공 포스를 기억하는 이는 없었다.

- 역시 이 방송의 주인공은 BJ골드였네.

이 순간 주인공은 골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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