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 54화. 승차 거부 (3). >
9.
[이름 모를 마법사의 던전]
- 던전 등급 : 레전더리
- 던전 입장 가능 레벨 : 170레벨 이하
- 던전 입장 가능 수 : 10명 이하
- 이름 모를 마법사가 만든 던전이다. 적을 말살하기 위한 존재들을 실험한 곳이다.
- 던전 보상 : 알 수 없음
!던전 보상 : 이름 모를 마법사의 책 및 타이틀 지급
던전 정보창을 바라보는 미다스가 가볍게 고개를 들어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몰아치는 눈보라 속으로 그의 입김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긴장되시나요?”
그 입김을 기다렸다는 듯이 레미아가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설마 이렇게 빨리 공략하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미다스의 솔로 공략 선언에 대해 불사자 길드는 오케이 사인을 내놓은 후에 말했다.
한시라도 빨리 공략을 진행해달라고.
“보안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이미 던전 위치가 발각됐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제3의 인물이나 세력의 방해로 이 던전 공략을 실패하는 것만큼은 피해야하니까요.”
명분은 다름 아니라 보안.
레미아의 말처럼 미다스를 이곳까지 안내한 순간부터 보안 유지는 단언할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일을 진행한다는 말은 충분히 타당했다.
물론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예, 보안은 중요하죠.”
‘그것보단 내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이유가 더 크겠지.’
그것은 명분일 뿐, 불사자 길드가 바라는 건 자신의 실패라는 것을.
‘내가 실패하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일 테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번 사태로 불사자 길드 입장에서 허를 찔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대로 미다스가 던전 공략에 성공한다?
손해만 보는 장사를 하게 된 셈.
때문에 불사자 길드 입장에서는 미다스가 이번 공략에 실패한 이후 자신들과 함께 공략하는 시나리오를 바라는 건 당연했다.
‘서두르는 것보다 일을 망치기 좋은 건 없는 법이고.’
미다스에게 던전 공략을 위해 연구하고,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 역시 당연한 바였다.
‘뭐, 좋아. 나도 애초에 편하게 게임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러한 사실에 미다스는 굳이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편하게 할 생각도 없었다.’
애초에 궂은일을 자처한 건 본인 아닌가?
때문에 지금 집중해야 하는 건 하나였다.
던전 공략을 할 수 있나, 없나?
‘어차피 준비는 끝났다. 공략에 실패할 가능성은 10퍼센트 미만이야.’
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왔고, 그게 지금 미다스가 이곳에 있는 이유였다.
“자, 그럼 시간도 없으니 바로 공략하죠.”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가볍게 박수를 친 후에 소리쳤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지금 이 시간부로 이름 모를 마법사의 던전 공략을 시작하겠습니다!”
10.
“시청자 204만 명, 이제는 오프닝이 기본 2백만이군. 채널 성장 속도가 엄청나네, 이러다가 나중에는 손도 못 대겠어.”
말을 뱉은 멀린이 이내 고개를 돌려 엠마를 바라보며 마저 말을 이어갔다.
“그럼 BJ대마도사가 공략에 실패하기를 간절하게 비는 일만 남았군.”
멀린의 말에 엠마는 대답 대신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
“과연 실패 확률이 얼마나 되려나……."
이어서 멀린이 혼잣말로 의문을 내뱉었고, 그 의문에 엠마가 속으로 대답했다.
‘실패 확률은 높다.’
그 대답을 내놓는 그녀의 머릿속에는 레미아를 통해 받은 이름 모를 마법사 던전 공략 영상이 떠올랐다.
그 영상을 통해 파악한 이름 모를 마법사의 던전의 특징은 갈림길의 끝에 존재하는 두 가지 타입의 룸이었다.
‘서바이벌 룸의 난이도는 상당하다.’
개중에서도 정해진 시간 동안 몰려오는 아이스 골렘으로부터 생존해야 하는 타입, 일명 서바이벌 룸의 난이도는 상당했다.
‘그런 서바이벌 룸에 걸릴 확률은 절반.’
결정적으로 그러한 서바이벌 룸이 등장할 확률은 50대 50이었다.
물론 운이 좋으면 한 번도 서바이벌 룸에 걸리지 않을 수 있었다.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서바이벌 룸을 5번 이상 경험하면 가진 포션을 전부 소모하게 되겠지.’
하지만 운이 나쁘면 모든 갈림길에서 서바이벌 룸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의미.
그러한 사실을 떠올리며 눈매를 날카롭게 가는 엠마의 귓속으로 멀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첫 번째 갈림길이 나왔군.”
11.
트럭도 지나갈 만큼 큼지막한 통로, 곧게 뻗던 그 길이 처음으로 두 개로 나뉘었다.
갈림길.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말했다.
“앞선 불사자 길드의 공략에 따르면 이곳에는 두 가지 타입의 룸이 등장합니다. 등장한 몬스터를 처치하는 타입과 일정 시간 동안 등장하는 몬스터를 상대로 생존해야 하는 타입, 불사자 길드는 전자를 이지 룸 후자를 서바이벌 룸이라고 하더군요.”
그 설명에 곧바로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당연히서바이벌룸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응서바이벌룸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제발서바이벌룸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미다스의 서바이벌 룸을 기대했다.
당연한 바였다.
- BJ대마도사님이 쉬운 길은 싫다고 하셨으니, 제발 어려운 길만 나왔으면 좋겠다!
- 갓워즈의 신이시여, BJ대마도사님은 쉬운 진심으로 길을 싫어하십니다. 그러니 제발 서바이벌 룸만 주십시오!
- BJ대마도사님, 불꽃길만 걸읍시다!
이 라이브 방송의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건 모두가 아득하다고 느끼는 난관을 혼자서 부수고 나아가는 BJ대마도사의 활약이었으니까.
‘그래, 다들 내가 고생하는 거 보고 싶겠지.’
그러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갈림길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의 눈에 갈림길, 그 앞에 있는 창들이 보였다.
![왼쪽 길]
!아이스 골렘 5마리를 처치하라.
![오른쪽 길]
!15분 동안 아이스 골렘으로부터 생존하라!
그것을 본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러한 상태에서 미다스가 럭키에게 손짓을 했다.
헥헥!
그 손짓에 잽싸게 다가온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럭키야, 어디로 갈까? 응?”
왕!
그러자 럭키가 대답을 하듯이 한 번 크게 짖었고, 미다스가 그런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왼쪽?"
왕!
“들으셨죠? 럭키가 왼쪽 길로 가라네요. 그럼 왼쪽 길로 갑니다.”
그 후에 망설임 없이 왼쪽 길로 가던 미다스의 앞에 이내 새로운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에 입장합니다.]
[모든 아이스 골렘을 처치하십시오.]
그러자 곧바로 5마리의 아이스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말했다.
“아, 이지 룸이네, 너무 아쉽네요!”
그 어느 때보다 아쉽다는 듯한 표정으로.
12.
- 아, 이지 룸이네.
방송을 통해 나온 BJ대마도사의 말에 멀린이 아쉽다는 듯이 짧게 혀를 차며 말했다.
“처음은 쉽게 가는군.”
그 말에 엠마가 짧게 맞장구를 쳤다.
“언제나 운이 좋았죠.”
‘하지만 언제나 운이 좋을 순 없지.’
그러한 엠마를 향해 멀린이 말했다.
“그보다 과연 BJ대마도사가 그때 보여준 화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그 말에 엠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쪽 계산에 따르면 지금 BJ대마도사의 아이템 세팅으로는 블레이즈 골렘 2마리 유지만으로도 벅찰 텐데 말이야."
상식을 초월하는 자본이 움직이는 갓워즈에서 보이는 것 대부분은 수치화가 가능했다.
아이템 세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마력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건 솔직히 일도 아니었다.
“타이틀 보상룬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다고 해도, 분명 한계는 있으니까요.”
BJ대마도사의 경우에는 다른 이들과는 기준이 다르긴 했으나, 그래도 상식을 초월하긴 힘든 일.
“하물며 BJ대마도사의 마력만큼 그의 화력도 엄청나고요.”
“무시무시하지.”
무엇보다 그가 소모하는 마력량은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수준이었다.
“그나마 값비싼 포션의 도움으로 버텨왔지만……."
그동안 BJ대마도사가 값비싼 포션을 물보다 더 많이 마셔온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마저도 쉽진 않은 일. 하물며 이 던전은 불사자 길드도 공략하지 못한 던전인데, 보스룸 앞에서 포션을 다 쓸 수는 없지.”
허나, 그런 방식에도 한계가 있는 법.
엠마와 멀린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집중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오늘 어떤 식으로든 BJ대마도사의 한계를 볼 수 있다.’
‘던전 난이도가 BJ대마도사의 한계 이상이라면 그의 게임 오버를 볼 수 있겠지.’
이번만큼은 기대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자, 그럼 커피라도 한 잔 주문해볼까? 에티오피아에서 온 원두가 괜찮다던데. 아니면 저번에 온 위스키를 마시든지. 맥켈란 한정판을 받았는데, 맛이 괜찮더라고.”
“라이브 방송이 끝나면 게임 플레이하셔야 하니까, 술은 자제해주세요.”
그들이 평소와 달리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BJ대마도사의 방송을 바라보는 이유였다.
그런 그들에게 모니터 너머 BJ대마도사가 말했다.
- 이지 룸이네요. 이거, 이렇게 쉽게 가면 재미없는데…… 오케이, 자체 페널티 안고 가겠습니다. 보스룸까지 포션 안 쓰고 가겠습니다!
13.
야구장, 그것도 천장이 달린 돔구장을 떠올리게 하는 드넓은 룸에 들어선 미다스를 가장 먼저 맞이한 건 방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들이었다.
콰직!
그러한 얼음덩어리들이 미다스의 등장과 함께 거센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이스 골렘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와 동시에 아이스 골렘의 머리 위에 숫자가 등장했다.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카운트다운 숫자가.
그러한 숫자는 20부터 시작되어 1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긴박한 상황.
하지만 미다스는 그러한 상황 앞에서 그리고 광경 앞에서 놀라지 않았다.
‘봤던 것보다…….'
불사자 길드로부터 받은 공략 영상을 통해서 이 광경을 이미 수백 번을 넘게 봤고, 머릿속으로는 수천 번도 넘게 시뮬레이션을 돌린 미다스다.
그렇게까지 했는데 어색함이 느껴질 리 만무.
‘……더 익숙하게 느껴지네.’
도리어 미다스는 이 광경에서 익숙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하긴, 생긴 게 딱 야구장이니까.’
그저 많이 봐서 느끼는 익숙함이 아니라, 그리움마저 섞여 있는 익숙함을.
물론 감상에 빠지는 일은 없었다.
미다스의 눈이 빠르게 무대를 살폈다.
'용맥.'
일단 가장 먼저 용맥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 후에 미다스가 아이스 골렘을 바라봤다.
‘5마리.’
아이스 골렘.
일반 골렘에 비해서는 여러모로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일단 얼음 속성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보통 골렘과 달리 냉기가 유지되는 곳에서는 HP가 회복되는 능력이 있었다.
기본적인 공격력이나 공격 속도, 이동 속도 역시 일반 골렘보다는 한 단계 위.
사실 이러한 요소를 배제하더라도 골렘 다섯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부터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이곳은 최대 10명까지만 입장 가능한 던전 아닌가?
5마리를 상대한다는 건, 산술적으로 골렘 하나를 단 두 명이 상대해야 한다는 의미.
‘못 잡을 건 없다.’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 어려울 건 없었다.
블레이즈 골렘 2마리를 소환하고, 골드를 거대화 스킬로 키우면 그것만으로도 3마리는 1대 1로 마킹할 수 있었으며, 럭키의 사생결단을 사용하면 4마리까지 마크가 가능했다.
또한 이쯤 되면 굳이 1대 1 마크를 할 필요도 없었다.
‘여차하면 벽을 쌓으면 되니까.’
블레이즈 골렘 2마리와 거대화된 골드, 그 셋이 일렬로 서서 벽을 만든다면 그 이상도 막을 수 있었으니까.
‘마력도 충분해.’
마지막으로 이러한 전투를 치르는데 있어서 마력은 이제 더 이상 부족하지 않았다.
‘용맥만 제대로 이용하면.’
이미 얼어붙은 숲에서 수없이 많은 전투를 통해 검증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지.’
허나, 보는 입장에서 그다지 재미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쉬운 장면이 운 좋게 반복되면 더더욱 질리는 법이고.’
더군다나 미다스는 이 던전에서 거듭해서 이런 쉬운 환경을 마주할 속셈이었다.
물론 문제될 건 없었다.
그 누가 그 과정에 의문을 제기할 리는 없으니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 운이 좋군! 그렇게 하고 넘어갈 일.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미다스가 말한 것처럼 재미가 없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애초에 이번 라이브 방송이 이루어진 계기가 무엇인가?
쉬운 길을 마다하고 어려운 길을 기꺼이 자처한 BJ대마도사의 도전정신 때문 아닌가?
그렇다면 그 기대감에 부응하는 게 인지상정.
그게 이유였다.
“이지룸이네요. 이거, 이렇게 쉽게 가면 재미 없는데…… 자, 그럼 페널티 안고 가겠습니다. 보스룸까지 포션 안 쓰고 갑니다.”
미다스가 전투를 앞두고 선언을 한 이유.
“포션 한 방울이라도 먹으면 제가 럭키 동생 하겠습니다.”
그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소리쳤다.
“블레이즈 골렘 소환!”
전투가 시작됐다.
14.
보통의 게이트 캡슐보다 2배는 커 보이는 게이트 캡슐.
푸슈!
그 캡슐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그곳에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탐스러운 구릿빛 피부에 짙은 눈썹과 턱수염을 가진 미남.
“아즈모 님, 지금 여섯 번째 룸에 들어갔습니다.”
이제는 본명보다는 게임 이름이 더 익숙해진 아즈모는 자신을 향한 비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어때?”
“약속한 대로 포션 한 번 안 썼습니다.”
“마력 상태는?”
“문제없이 화력 유지 중입니다.”
말과 함께 그의 비서가 얄팍한 태블릿PC를 건네주었다.
- 럭키가 아주 미쳐 날뛰네요, 그냥 이대로 가면 그냥 이유 불문하고 럭키를 형님으로 모셔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자, 그럼 저도 좀 더 제대로 마법 좀 써보겠습니다. 인페르노!
그 태블릿PC를 통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던 아즈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또 뭔가 얻었다는 건데 참 대단한 놈이야. 그게 아니면 메인 시나리오가 그만큼 대단하단 거겠지. 그보다 내가 말한 건 준비했어?”
이어서 나온 말에 비서가 조금은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검객 쪽과의 거래는 문제없이 진행됐습니다.”
“어차피 쓰지 않는 아이템 거래하는 거니까 어려울 건 없겠지.”
“하지만 창성 길드와는 이야기가 지지부진합니다. 일단 창성 길드 쪽이 던전의 존재는 인정했습니다만, 요구하는 금액이 너무 큽니다.”
“공략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욕심들만 많다니까.”
그 말과 함께 잠시 고민하던 아즈모가 이내 고민을 마친 듯 편안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좋아, 그럼 창성 길드가 원하는 금액 맞춰줘.”
“예? 원하는 금액이 우리 쪽이 예상 금액보다 2배나 되는데요?”
놀라며 반문하는 비서를 향해 아즈모가 입꼬리 한쪽을 올리며 말했다.
“이 게임에 쓴 돈이 얼마인데, 그 정도 돈은 애교 수준이지.”
말과 함께 커피잔을 든 아즈모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거대한 호화 요트의 갑판 그 너머로 푸른 바다가 그를 반겼다.
아득하기 그지없는 광경.
그 광경을 배경 삼은 채 태블릿PC를 바라보는 아즈모가 속으로 말했다.
‘앞으로 이 게임에 쓸 돈에 비하면 더더욱.’
그 속마음과 함께 아즈모가 손에 쥔 커피잔을 요트의 난간에 올려놓은 후에 태블릿PC를 터치했다.
‘어쨌거나 이 정도 준비해왔으니 승차 거부 당하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