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69화 (169/485)

169화.  < 54화.  승차 거부 (1). >

1.

용맥.

대마도사 직업이 습득할 수 있는 이 스킬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스킬 효과 자체는 나쁘지 않아. 근데 너무 제약이 많아.”

문제는 다름 아닌 제약.

용맥을 찾아 그곳에 서야만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

“용맥은 보이지도 않아서 일일이 움직여서 찾아야 하고, 찾아도 지속 시간은 기껏해야 3분. 3분 지나면 다른 용맥 찾아서 이동해야 해.”

또한 용맥을 찾고, 그 효과를 누리는 데에도 여러모로 제약이 많았다.

“딱 봐도 마법사들 전투 스타일에 안 맞지.”

그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그러한 제약들이 마법사들의 전투 방식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구스타프도 아무 곳에나 서서 말뚝딜 하는 게 아니잖아?”

한 곳에 자리를 잡아 데미지 딜링을 하는 방식, 일명 캐논 스타일에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최적의 장소를 자리로 삼을 것.

즉, 용맥을 발견해도 그 자리가 썩 좋은 자리가 아니면 그곳에서 말뚝딜을 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자, 결론 내면 쓰레기 스킬이야. 내가 돈 주고 샀지만, 아깝다고 생각될 정도.”

그게 용맥 스킬을 최초로 얻은 아즈모, 그의 평가였고 그 평가 이후 용맥 스킬의 인기도는 단 한 번도 높아진 법이 없었다.

미다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용맥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스킬을 습득하는 순간에도 미다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하나였다.

‘없는 것보단 낫지.’

환호할 것은 아니라고.

물론 나름의 기대감은 있었다.

‘어쩌면 내 눈으로 용맥을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

아즈모와 다르게 미다스에게는 게임 내 히든 정보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었으니까.

‘용맥에서 쉬기만 해도 마력 회복은 더 빠르겠지.’

필시 용맥을 볼 수 있다면 공격은 몰라도 휴식 동안 마력 회복 속도를 늘리기에 나쁠 건 없었다.

달리 말하면 미다스 역시 용맥 스킬이 가진 제약이 공격 시에는 좋지 못함을 알고 있었다.

당장 미다스만 해도 딜링을 시작할 때 여러모로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았다.

또한 미다스는 롱토스 스킬을 최대한 이용하는 타입이었다.

그런 그에게 그 거리를, 위치를 강제 당하는 제약은 어떤 의미에서는 치명적인 제약.

[용맥]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용맥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용맥 위에서는 마력과 체력 회복 속도가 크게 증가한다. 용맥의 위치는 수시로 변화하며,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

!용맥 10회 이상 이용 시 ‘용맥 발견자’ 타이틀 획득 !용맥 999회 이상 이용 시 ‘용맥 발굴자’ 타이틀 획득

그렇게 스킬창을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들었다.

‘응?’

그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한 채 두 눈을 껌뻑였다.

그 후에 미다스가 꾹 눈을 감은 후에 다시 떴다.

그러자 보였다.

‘왜 이렇게 많아?’

아지랑이처럼 빛이 피어오르는 영역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는 광경이.

‘설마 이게 용맥이라고?’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대충 가늠해도 그 숫자가 열 개를 훌쩍 넘었다.

‘진짜?’

그 사실에 미다스가 놀란 눈으로 그 빛의 영역, 그 안에 발을 들여놓았다.

[용맥의 힘이 느껴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사용 시 마력 소모량이 감소합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다른 곳에 있는, 눈밭 위의 새로운 용맥에 올라섰다.

[용맥의 힘이 느껴집니다.]

그러자 똑같은 알림이 들렸다.

그것을 듣는 순간 미다스가 무언가에 취한 듯 용맥을 하나하나 밟기 시작했다.

이윽고 열 번째 용맥을 밟는 순간 알림이 들렸다.

[용맥 발견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용맥 발견자]

- 타이틀 설명 : 용맥을 발견한 자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체력 및 마력 +25

그 알림과 함께 뜬 창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그대로 굳었다.

헥헥!

“주인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그런 미다스를 향해 뒤를 졸졸 쫓아오던 럭키와 골드가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미다스가 말했다.

“별거 아니야, 그냥 이 게임이 너무 갓겜이란 사실에 감동의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말이야.”

그 말을 뱉는 미다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러면 이야기가 다르지.’

고민을 가진 이라면 지을 수 없는 밝은 미소가.

2.

가끔 몇몇 이들은 의문을 던졌다.

스타 플레이어들을 이용해 마케팅을 하는 게,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냐고.

그러나 적어도 BJ대마도사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이는 없었다.

- BJ대마도사가 검은 도시에 도착했다면서?

당장 그가 움직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 그것도 그냥 도착한 게 아니라 200명 넘는 플레이어를 버스 태우고 도착했지!

- 들어보니까 버스가 아니라 럭키 익스프레스라고 하던데?

- 앞으로 정기 주행할 예정이래! 티켓값은 좋아요, 구독, 댓글이고!

- 조만간 골드 항공도 런칭한다고 함.

- 잭팟 운송도 운영한다던데?

- 정리하면 BJ대마도사만 놀고 있는 거네? 일해라, BJ대마도사!

그리고 그렇게 주목된 이목 앞에서 BJ대마도사는 모두가 놀랄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 진짜 불사자 길드는 이번에 대어를 잡았어.

- BJ대마도사 코인 타고 떡상할 듯!

- 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심지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 지금 불사자 길드랑 BJ대마도사랑 기싸움 들어갔어!

BJ대마도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뜨거운 이슈거리를 던져주었다.

- 기싸움이라니?

ㄴ 던전 공략 앞두고 누가 주도권을 쥐냐, 그걸 정하는 거겠지.

ㄴ 그건 당연히 BJ대마도사가 가지는 거 아니야?

ㄴ 당연한 건 아니지. 불사자 길드는 10대 길드 중 하나라고. 위에서 까라고 해도 그 밑의 길드원들 생각은 다르지. 여차하면 그냥 길드 이적해버릴걸?

ㄴ 지금 마중 나온 이가 레미아라든데?

ㄴ 레미아면 BJ대마도사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미 자기 팬층 다진 플레이어잖아? 그럼 그냥 물러설 이유가 없지.

ㄴ 와, 그럼 불사자 길드 대 BJ대마도사 붙는 건가?

그 사실에 모두가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고, 그 열기에 자연스레 모이는 이목도 더 많아졌다.

그리고 모두가 기다렸다.

과연 이 기 싸움에서 누가 우세를 점할지.

종국에 주도권을 쥘지.

- 그래서 누가 더 나아?

- 그게 …….

이윽고 세간은 평가를 내렸다.

- 불사자 길드 쪽이 좀 더 나은 거 같은데?

불사자 길드, 레미아를 필두로 조직된 파티가 BJ대마도사보다 더 뛰어난 전투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그저 한 명의 주장이 아니었다.

- 여러분, 여기는 얼어붙은 숲! 현재 BJ대마도사와 불사자 길드의 자존심 싸움 중인 곳입니다!”

- 저기! 저기 보십시오! 저기 BJ대마도사가 사냥을 멈췄습니다! 하지만 불사자 길드는 사냥을 계속합니다!

- 이거 BJ대마도사가 밀리는 거 같은데요?

다른 곳도 아닌 얼어붙은 숲, 그곳에서 그 둘의 기 싸움을 실시간으로 찍는 파파라치 라이브 방송을 하는 이들 모두가 입을 모아 불사자 길드의 우세를 말했다.

“야, 네가 보기엔 어때?”

“영상만 보면 당연히 불사자 길드가 더 낫지. 지속력이 다르잖아?”

심지어 BJ대마도사의 유일한 편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조차 그 사실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면 문제 생기는 거 아니야?”

“설마 BJ대마도사가 기싸움에서 지는 건가?”

라이징 스타 채널의 분위기가 착잡하게 가라앉아 있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박영준 역시 파파라치 라이브 영상들을 보며 툭툭, 손가락으로 머리를 두드렸다.

‘기싸움에서 밀려서 좋을 건 없지. 기선제압을 해서 나쁠 건 없고.’

정황상 BJ대마도사의 목적은 던전 공략을 앞두고 기선 제압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물은 BJ대마도사에게 썩 달갑지 않은 상황.

물론 박영준이 고민하는 건 그 부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과연 BJ대마도사가 이것을 몰랐을까?’

그를 고민케 하는 건 BJ대마도사가 이런 상황을 모를 리가 없으리란 사실이었다.

‘상대는 불사자 길드, 그것도 그냥 플레이어가 아니라 200레벨 이하 유망주 중에서도 나름 이름을 떨치는 레미아를 포함한 20인 파티다.’

일단 기싸움 상대가 너무 셌다.

센 정도가 아니라 BJ대마도사가 아니라면 기 싸움을 한다는 것조차가 성립되지 않을 지경.

‘얼어붙은 숲 졸업을 앞둔 160레벨대 플레이어들.’

결정적으로 얼어붙은 숲은 레미아 일행의 홈그라운드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경험의 차이가 있었다.

시비를 거는 게 실수나 다름없을 정도.

적어도 박영준이 아는 BJ대마도사는 이런 실수를 하는 자는 결코 아니었다.

‘다른 게 있다.’

그렇다면 분명 다른 의도가 있을 터.

“사장님,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 요청했습니다!”

그것을 고민하던 박영준에게 직원이 말을 건네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박영준의 촉이 발동했다.

‘이 라이브에서 터뜨린다.’

그것을 인지한 순간 박영준이 소리쳤다.

“라이브 방송 준비해.”

“예."

그 외침과 함께 박영준이 모니터 앞에 선 채 본인 역시 준비를 했다.

‘무슨 일이 생겨도 수습은 한다.’

태풍을 맞이할 준비를.

이윽고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

3.

‘이 정도면 이미 게임은 끝이야.’

BJ대마도사를 만나고 이틀째에 그녀도 이제는 분명하게 확신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이겼다.’

자신들의 전력이 BJ대마도사를 상회한다는 것을.

물론 자랑할 일은 아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레미아와 그 일행은 무려 20인 파티!

그에 비해 BJ대마도사는 혼자 아닌가?

신수를 언급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레미아, 그녀에게도 신수가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상황에 대해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던전 공략 진행 주도권은 우리가 쥔다.’

애초에 그녀가 바라는 건 BJ대마도사를 뛰어넘는 게 아니라, 그와 함께 던전 공략을 하고 그 공략을 실패로 이끄는 일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이 싸움을 먼저 건 건 BJ대마도사였다.

‘지금 BJ대마도사의 표정이 어떨지 궁금하군.’

여러모로 통쾌함을 느껴도 부족함이 없는 셈.

그런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우리 쪽이 출연할 수 있냐고 질문을 했어.”

“라이브 방송?”

그 상황에 레미아가 고개를 갸웃했고, 말을 꺼낸 이가 마저 설명을 해주었다.

“던전 공략 앞두고 브리핑 방송이래.”

그 말에 레미아가 미소를 지었다.

‘백기투항은 아니겠고…… 적당히 화해하고 손을 잡는 모양새를 만들어 달라, 이건가?’

무슨 말을 하든 적어도 레미아 입장에서 마다할 건 없는 상황.

“버스 기사분이 요청을 했으면 승객은 따라야지.”

‘여기서 적당히 맞춰주고, 주도권을 가져오면 돼. 어차피 그 끝은 파멸뿐이니까.’

더 나아가 레미아는 기대감마저 품었다.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고.”

‘BJ대마도사의 시청자 중 10퍼센트만 빼앗아도 30만 명이다. 차라리 여기서 BJ대마도사에게 가까이 접근해서 가십거리를 만들어볼까? 열애설 소문 정도면 손해볼 건 없을 것 같은데?’

이번 일을 통해서 자신의 인지도와 유명세를 한 번 더 진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그러한 기대감 속에서 BJ대마도사가 등장했다.

“저기들 계시는군요!”

이미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 채 등장한 그가 레미아 일행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것을 본 레미아가 곧바로 BJ대마도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이내 미다스의 곁에 섰다.

마치 자기 자신을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소개해달라는 듯이.

그 모습에 미다스가 말했다.

“이쪽은 불사자 길드 소속 레미아 님입니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유명인이시죠.”

“레미아에요.”

소개와 함께 투구를 벗으며 얼굴을 드러내는 그녀가 화사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미다스가 슬쩍 채팅창을 본 후에 말했다.

“반응이 뜨겁네요. 역시 레미아 씨 인기가 대단합니다. 채팅 몇 개 더 읽어볼까요? BJ럭키님랑 레미아랑 같이 세우면 그림이 나오겠다, BJ럭키님 BJ대마도사 버리고 갈아타자, BJ골드님 BJ대마도사 그냥 찌르고 전향하시죠…… 당장 이번 기회에 BJ대마도사 이름 말고 BJ레미아로 바꾸라고 하네요.”

미다스의 말에 레미아가 웃으며 말했다.

“그럴까요? BJ대마도사님만 원한다면 못할 건 없죠. 어때요? 절 영입하실래요? 제 실력이라면 BJ대마도사님의 발목을 잡지 않기에 충분하리라 증명한 것 같은데.”

친근한 대답.

그러나 그건 명백한 공격이었다.

‘내 실력에 대해서 코멘트를 해줘야지.’

BJ대마도사로부터 당신의 레미아와 불사자 길드의 실력을 인정한다, 라는 말을 얻어내기 위한 공격.

그리고 이내 미다스가 대답했다.

“발목을 잡힐 일은 없죠. 제가 보더라도 그저 감탄밖에 안 나오는 플레이였습니다.”

당신의 실력을 인정한다!

레미아, 그녀가 기다리던 멘트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이제 주도권은 내 것이다.’

기싸움의 승자가 정해지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말했다.

“레미아 씨를 포함해 불사자 길드의 플레이어분들하고 파티 플레이를 하면 솔직히 그 어떤 던전도 싱거워질 거 같습니다.”

이어진 멘트에 레미아는 진심으로 미소를 지었다.

“BJ대마도사님이 제 파티에 들어와주신다면, 무엇이든 쉽겠죠. 너무 쉬워서 재미없을 정도로요.”

‘우리를 치켜세워주는군.’

미다스가 기싸움을 멈추고 우호적인 관계를 원한다는 제스처를 취한다는 사실에 대한 웃음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웃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예, 너무 쉬우면 재미없죠.”

“예?”

그 갑작스러운 말에 레미아가 놀라며 미다스를 바라봤고, 미다스는 그런 레미아를 향해 말했다.

“그렇잖아요? 이대로 파티를 맺어서 들어가면 너무 쉬울 게 뻔하잖아요?”

“그야……."

“무엇보다 공평해야죠.”

공평.

‘이 인간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그 단어에 더 이상 레미아가 더 이상 정상적인 사고를 이어가지 못하는 사이 미다스가 못을 박았다.

“불사자 길드가 그동안 자력으로 공략에 실패한 곳을 공략해달라고 의뢰가 왔는데, 그럼 저도 자력으로 도전해야죠. 그래야 공평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 후에 제가 공략에 실패하면 그때 같이 공략하겠습니다.”

나는 불사자 길드와 함께 던전을 공략할 생각이 없다!

“자, 그럼 던전 좀 안내해주시죠?”

미다스가 승차 거부를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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