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68화 (168/485)

168화.  < 53화. 버스 기사 (3). >

8.

갓워즈에서는 많은 서비스가 존재했다.

사냥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시작으로 퀘스트 진행이나 사냥터 이동을 도와주는 서비스까지.

얼어붙은 숲 역시 마찬가지였다.

붉은산에서 제대로 된 파티를 해본 적이 없거나, 파티나 길드에 소속되지 않은 경우 혹은 실력이 평균치 이하라서 파티 가입이 힘든 이들을 위해 검은 도시까지 이동을 도와주는 서비스가 있었다.

당장 탐험가 길드가 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러한 서비스는 대부분 조용하게 그리고 소규모로 이루어지고는 했다.

“버스 탄 거나, 태우는 게 자랑할 일은 아니잖아?”

여러모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니까.

그렇기에 BJ대마도사의 등장에 모든 이들의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BJ대마도사가 200명을 태우고 왔다!”

“와, 버스 스케일 장난 아니네.”

“저게 무슨 버스야? 기차지.”

“럭키 익스프레스네?”

200명이나 되는 플레이어들을 버스를 태운 채, 안전하고 무사하게 그리고 저토록 소란스럽게 데려온 경우는 없었으니까.

물론 그건 엄연히 버스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냥 냅다 뒤에 따라갔다?”

“BJ대마도사가 길을 만들어줬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잖아? 심지어 눈도 다 녹아서 길이 깨끗했다고. 그리고 이런 일 아니면 언제 BJ대마도사랑 같이 가겠어?”

그저 BJ대마도사의 뒤를 플레이어들이 쫓아간 것일 뿐.

달리 말하면 플레이어들의 자의적인 행동이었다.

“BJ대마도사님 버스 감사합니다!”

“빠르고 안전한 BJ대마도사 버스 끝내줘요!”

그렇기에 플레이어들은 BJ대마도사의 버스를 탄 것을 자랑하듯이 떠벌렸다.

자연스레 그에 대한 이야기로 검은 도시가 떠들썩해졌다.

그 사실에 일부는 생각했다.

‘이거 우연히 생긴 해프닝 같진 않은데?’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고.

그러한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어준 건 BJ대마도사의 대답이었다.

그는 검은 도시에 들어오는 순간 자신을 따라온 이들에게 말했다.

“표값은 라이징 스타 채널 구독, 좋아요, 댓글입니다. 꼭 지불하세요. 안 하면 럭키가 혼내줄 겁니다. 그렇지 럭키야?”

왕!

BJ대마도사를 이용해줘서 좋다고.

그렇기에 그것을 보는 이들은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해! 이 모든 상황은 BJ대마도사가 의도한 거야.’

‘일부러 보여준 거야.’

이 모든 게 BJ대마도사가 계획한 것이라고.

‘자기가 훨씬 더 영향력이 크고, 인지도가 있다는 걸.’

‘다른 누구도 아닌 불사자 길드를 상대로.’

불사자 길드, 그들과의 협업을 앞두고 기선 제압을 위해 먼저 공격을 한 것이라고.

즉, 기싸움을 시작했다고.

물론 미다스에게 그런 의도는 없었다.

“응? 럭키야 뭐라고? 버스비 받아내라고? 여러분 럭키가 버스비 내라는데요? 하하, 물론 농담입니다.”

‘이쯤 되면 누가 푼돈이라도 줄 거 같은데…… 안 주려나? 아, 진짜 이런 식으로 공짜 버스 운전하게 될 줄이야.’

그저 사람들이 따라오는 것을 뿌리칠 수 없었을 뿐.

좀 더 솔직한 심정을 말하면 미다스는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오는 길목에서 레벨업 좀 하고 싶었는데.’

원래 미다스의 목적은 검은 도시에 오는 길목에서 레벨업 사냥을 좀 하는 것이었다.

‘여기 일찍 와서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까.’

이유는 하나, 검은 도시에 도착하는 순간 그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

그러한 미다스의 앞에 그들이 등장했다.

“BJ대마도사님 안녕하세요, 불사자 길드입니다.”

20명의 무리, 개중 갑옷으로 무장한 이가 미다스가 앞에 다가오며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은 미다스가 이내 말했다.

“레미아 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레미아.

불사자 길드 소속의 200레벨 이하 유망주 중에 최고로 평가받는 플레이어.

스몰 파크 랭킹 487위.

이것만으로도 유명세를 떨치기에 충분한 요소들.

“바로 알아보시는군요.”

“모를 리가 없죠. 아주 유명하신 분 아닙니까?”

그러나 그녀의 유명세는 앞서 언급한 요소들, 그 이상이었다.

‘금수저 물고, 재능 달고, 운까지 따라주는 케이스는 많지 않으니까 말이야.’

집안부터가 부자였다.

아즈모처럼 말도 안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생 놀고먹을 걱정은 없는 수준.

“신수를 가지신 플레이어는 많지 않으니까요.”

여기에 그녀는 신수, 베누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BJ대마도사님에 비할 바는 못하죠. 그보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건 예의가 아니네요.”

무엇보다 그녀를 유명하게 하는 건 다름 아니라 외모였다.

“얼굴부터 제대로 보여드려야겠죠.”

그렇게 투구를 벗어 드러난 그녀의 외모는 아랍계 미인의 요소가 전부 갖추어져 있었다.

옅은 구릿빛이 감도는 하얀 피부에 큰 눈동자와 짙은 눈매 그리고 오뚝한 코까지.

충분히 외모로 유명세를 떨치기에 부족함이 없을 지경.

“다시 인사드리죠, 레미아라고 해요.”

그 상태에서 다시 손을 내미는 그녀를 향해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손을 잡았다.

그 상태에서 레미아가 미다스를 지그시 바라봤다.

‘역시 보통 내기가 아니야.’

사냥감을 바라보는 맹수처럼.

막연한 비유가 아니었다.

‘하긴, 그러니 어비스 길드에서 그런 제안이 온 거겠지.’

현재 레미아는 어비스 길드에 제안을 받은 상태였다.

BJ대마도사를 이번 이름 모를 마법사 던전 공략에서 실패케 하면 어비스 길드에서 특급 대우를 해주겠다는 제안을.

갑작스러운 제안은 아니었다.

‘그동안 어비스 길드와 꾸준히 접촉해서 다행이야. 그게 아니었으면 이런 기회를 못 잡았을 테니까.’

애초에 그녀는 불사자 길드를 디딤돌 삼아 어비스 길드로의 이적을 계획하고 있었다.

비단 그녀만 그런 건 아니었다.

같은 10대 길드라고 해도 어비스 길드에서 밑바닥부터 올라가는 것의 난이도는 매우 높았다.

물론 실력이 된다면 밑바닥부터 올라가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

그러나 그 실력이 안 되는 이들은 다른 길드에서 인지도와 유명세를 쌓은 후에 어비스 길드로 이적하는 차선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그런 기회가 온 상황에서 레미아가 저울질을 할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BJ대마도사가 그 던전을 공략하는 순간 내 커리어도 끝이야.’

그리고 그 제안이 아니더라도 레미아 입장에서 BJ대마도사가 바로 던전을 공략하는 건 썩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그 던전 공략에 2번이나 실패한 레미아에 대해 세간의 평가가 내려갈 테니까.

“그보다 이제 한 팀이 됐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주도권은 내가 쥐어야 해.’

그것을 위해선 여러모로 이번 던전 공략에서 발언권을 높아야 할 터.

‘기 싸움, 절대 질 수 없어.’

당연히 BJ대마도사가 걸어온 이 기 싸움을 상대로 그녀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물론 미다스가 그러한 그녀의 심중을 알 리 없었다.

알 필요도 없었다.

“예,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잘 부탁합니다.”

‘동반 공략은 절대 안 돼.’

이런저런 리스크를 껴안고 던전에 들어갈 바에는 차라리 미다스 본인이 혼자 리스크를 안는 게 더 나은 법.

애초에 미다스는 불사자 길드와 같이 던전을 공략하지 않을 속셈이었다.

“앞으로 던전 공략을 같이 해야 하는데, 그전에 한 번 호흡을 맞춰보는 게 어떨까요?”

그렇기에 레미아의 그 제안에 미다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 필요 없어요.”

말을 하면서 자신 있게 소리쳤다.

“돈 받고 버스 운전하는데 손님들을 불편하게 해드릴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그 말에 좌중은 놀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BJ대마도사다. 자신감이 넘치네.’

‘본인이 주도하겠다, 이거군!’

과연 세상 그 누가 불사자 길드를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행동에 나설 수 있을까?

레미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작정했네. 하긴, 그러니 여기 올 때부터 이미 그런 연출을 한 거겠지.’

BJ대마도사와의 기 싸움이 쉽지 않으리란 것을 깨달았다.

물론 이미 기 싸움은 예상했던 일, 레미아가 그것을 예상하고 준비했던 것을 꺼냈다.

“그럼 일단 얼어붙은 숲에 적응이라도 하시는 게 좋겠죠. 원하시면 무대를 마련해드릴게요.”

“사냥터 말입니까?”

“예. 탐험가 길드의 VVIP사냥터에서 혼자 사냥할 수 있도록 말이죠.”

모두가 놀랄 만한 것을 꺼냈다.

“VVIP요? VIP가 아니라?”

“예, VVIP요.”

탐험가 길드의 VVIP서비스!

탐험가 라인 안에서 사냥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였다.

더불어 이 서비스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었다.

‘돈 있어도 못 받는 최고의 개꿀 서비스잖아?’

돈은 물론 자격이 있는 자들만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었다.

“필요 없어요. 그렇게 편하게 게임할 거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습니다.”

‘젠장, 이 꿀을 포기해야 한다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빚을 져서는 안 되는 상황.

때문에 미다스는 보다 확실하게 거절을 하기 위한 이유를 말했다.

“아니, 그보다 그런 거 받으려고 했으면 진작에 받았을 겁니다. 그거 얼마나 한다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지르자. 어차피 못 먹는 떡, 못 먹는 이유야 아무렴 어때?’

그렇게 한 번 지르고 나자, 그다음 말은 고민할 것도 없이 자연스레 나왔다.

“그리고 탐험가 라인에서 사냥하는 것보다 그냥 아무도 안 가는 몬스터 넘치는 곳에서 사냥하는 게 더 빠릅니다. 몬스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거든요. 그렇지, 럭키야?”

왕!

“주인님, 저도 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좌중은 다시 한 번 놀랐다.

쉽게 편한 길 대신 어렵지만 보다 많은 가치가 있는 길을 걸어가는 플레이어가 과연 얼마나 될까?

‘하긴, BJ대마도사의 재력이면 VVIP서비스를 받는 건 일도 아니었겠지. 하지만 한 번도 안 받았잖아?’

‘BJ대마도사는 그냥 돈 많은 금수저 운빨 플레이어가 아니었어.’

BJ대 마도사의 평가가 다시 한 번 크게 오르는 순간.

한편 그 이야기를 들은 레미아의 심기는 썩 좋지 못했다.

듣는 입장에서 해석은 언제든 달라질 수밖에 없는 법.

‘우리들은 온실 속에서 키운 화초라, 이건가?’

10대 길드라는 울타리 안에서 화초처럼 큰 애들과 자신은 급이 맞지 않는다!

레미아는 BJ대마도사의 말을 그렇게 해석했다.

‘기 싸움 정도가 아니라, 그냥 우리를 수족으로 복종시키고 싶은 모양이군.’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미다스가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럼 전 사냥 좀 하고 오겠습니다. 아,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마음대로 움직이세요. 괜히 제 행보에 맞춰주실 필요 없습니다. 백지수표 받고 움직이는 건데 의뢰인들을 신경 쓰이게 할 수 없죠.”

그 말에 레미아는 생각했다.

‘실력 행사로 확실하게 기선 제압을 끝내겠다, 이거군.’

미다스가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리란 것을.

그러한 사실에 레미아가 꺼낼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뇨, BJ대마도사님 말이 맞아요. 편하게 게임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니죠. 그리고 호흡을 맞추기 전에 서로 실력부터 보여줘야 믿음이 생기는 법이죠.”

그 말과 함께 레미아가 동료들을 보며 말했다.

“우리 실력을 보여드리자고.”

9.

갓워즈에서는 레벨이 높아질수록 사냥에 참여하는 파티원의 숫자도 늘어났다.

“들어가! 탱커들 들어가서 라인 잡아!”

“야, 들어가긴 뭘 들어가! 뒤로 빠져! 지금 딜링 포지션을 못 잡았는데 탱커 들어가면 뭐해?”

“탱커가 들어가서 버텨야 딜링 포지션을 잡지!”

“의견 좀 통일해!”

자연스레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대화도 늘어났고, 그만큼 혼란도 늘어났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대화를 하지 않아서 위기에 빠지는 것보단 차라리 혼란을 느끼더라도 소통을 하는 게 중요했으니까.

물론 팀워크가 좋을수록 대화의 숫자는 줄어들고,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가능했다.

프로 플레이어들 정도 되면 리더 한 명의 명령에 모두가 믿고 움직이고는 했다.

그런 기준에서 불사자 길드는 아주 독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전투 중에 대화가 극단적으로 적었다.

“공격!”

그 한 마디에 모든 딜러들이 힐러와 함께 적을 향해 달려들 뿐.

그 외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딜러들은 스킬을 사용하며 몬스터를 분쇄하고, 힐러들은 그런 딜러를 서포트하면 될 뿐.

심플하기 그지없는 방식으로 레미아 일행은 스노우 몬스터들을 학살했다.

물러섬도 없었다.

몬스터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들은 분쇄하며 전진하고, 전진하며 분쇄할 따름이었다.

“불사자 길드 전투 방식은 볼 때마다 경이롭다니까.”

“진짜 죽음을 모르는 애들처럼 싸우지.”

불사!

그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미다스도 마찬가지였다.

먼발치에서 불사자 길드가 싸우는 것을 본 미다스가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아, 쟤네들하고 같이 하면 진짜 게임 쉽게 할 수 있을 텐데…….'

저토록 훌륭한 플레이어들에게 달라붙어 꿀을 빨 수 있는 기회를 제 스스로 외면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한숨.

‘그보다 저런 애들도 실패한 던전이면…… 이번에도 난이도는 장난 아니겠네.’

그리고 저들조차 공략에 실패해 도움을 요청하게 만든 던전을 혼자서 공략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한숨.

그 한숨 끝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전장을 바라봤다.

화르르!

블레이즈 골렘 두 마리가 만든 열기 속에서 이루어지는 치열한 전투를 바라보았다.

그것을 보며 다시 한 번 자신이 해야 할 것을 명시했다.

‘지금은 스펙업이 우선이야.’

한숨을 쉴 시간조차 아껴서 최대한 빨리 레벨을 올려야 한다는 것.

그러한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4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기다리던 그 알림에 미다스가 전황을 살펴봤다.

‘거의 다 잡았다.’

남은 스노우 몬스터는 2마리,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예."

그 대답에 곧바로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발, 이번에 좋은 거 안 나오면…… 또 질러야 해.’

그 카드 앞에서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러니까 하나만 제발 좋은 거 주십시오. 주시기만 하면 제가 갓워즈 본사 향해서 매일 아침 절해드리겠습니다. 제발 하나만 주십.......'

그런 미다스의 기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용맥(龍脈)]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용맥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용맥 위에서는 마력과 체력 회복 속도가 크게 증가한다. 용맥의 위치는 수시로 변화하며,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

황금빛 카드, 그 앞에서 미다스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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