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64화 (164/485)

164화.  < 52화.  퍼포먼스 (1). >

1.

로망은 아무나 할 수 없기에 로망인 법.

갓워즈에서 솔플이 로망인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아무나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솔로 플레이를 할 능력이 있으면 차라리 파티 플레이를 하는 게 훨씬 나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로 플레이를 하며, 그러한 능력을 증명하는 경우가 있었다.

심지어 스타일도 다양했다.

가장 대표적인 건 아즈모 스타일이었다.

“솔플? 에이,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이 게임 돈 있으면 갓겜이라니까.”

남들은 하나도 가지기 힘든 소환 마법을 비롯해 온갖 강력한 마법을 습득한 채 일인군단이 되어 전장을 헤집는 것.

한편 불사자 길드의 길드 마스터이자 똘똘이의 마스터인 라포 역시 솔플이 가능했다.

그런 그의 스타일은 간단했다.

“이 게임에 돈을 왜 쓰는지 모르겠네. 그냥 강력한 신수 한 마리 얻어서 버프 걸어주면 되잖아? 그러다 보면 템 나오고, 스킬 카드 나오고 그걸로 스펙업하고.”

최강의 신수에 최강의 버프를 걸어 최강의 전력으로 전장을 헤집는 것!

“뭐, 그냥 자기 혼자서 해먹는 놈도 있지만. 권왕 같은 놈들.”

그 외에도 직접 혼자서, 그것도 맨주먹으로 싸우는 권왕 나가와 같은 스타일도 있었다.

물론 그러한 다양한 스타일에는 언제나 그렇듯 한 가지 절대적인 공통점이 있었다.

플레이어 본인이 전력을 다한다는 것.

“럭키야!”

왕!

BJ대마도사의 전투를 보는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힘내!"

왕!

이제까지 플레이어 본인이 그 어떤 것도 하지 않는 솔로 플레이는 없었으니까.

- 와, 살다살다 보니 이런 솔플을 보게 될 줄이야.

- 아니, 그보다 이게 솔플이 맞나?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니었다.

- 뭐, 그래도 일단 버프는 걸었잖아? 의외로 BJ대마도사는 버프 마법 많이 있다고.

- 블레이즈 골렘 소환하고 유지하는 것도 BJ대마도사잖아? 아무것도 안 했다고는 할 수 없지.

- 굳이 말하면 데미지 딜링만 안 할 뿐이지.

당장 지금 전장을 헤집고 다니는 블레이즈 골렘을 소환하고 유지하는 건 미다스의 마력이었다.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바였다.

- 원래 파티에서 블레이즈 골렘 유지만 해도 2인분은 쳐주잖아? 그걸 2마리나 뽑았으니, 4인분 이상은 한 거지.

- 그렇긴 한데…….

보통의 경우라면 제 몫, 그 이상을 한 상태.

“이야, 럭키가 너무 잘 싸워서 제가 할 것도 없네요. 자, 그럼 노래나 한 곡 부릅시다. 다들 퀸 좋아하시죠? 위 아 더 챔피언 한 번 불러봅시다. 목부터 풀어보죠. 에-오!”

그러나 그 속에서 이제는 시청자들을 향해 노래를 불러주는 미다스의 모습을 보고 과연 누가 할 걸 다했다고 생각할 수가 있을까?

- 저건 아니지 않나?

사실 보통 경우라면 불만이 나와야 하는 대목이었다.

이 라이브 방송의 주인이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런 불만을 토로하지 못했다.

- 아닌 거 같긴 한데, 사냥 속도를 봐. 장난 아니잖아?

미다스의 부재 속에서도 레드 고블린 사냥은 무리 없이 진행된다는 것.

- 블레이즈 골렘 2마리가 어그로 다 끌고, 여기에 가름의 그림자 쓴 럭키가 미쳐 날뛰네.

아니, 무리 없이 진행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 그 상황에서 골드는 블링크 스킬로 대장에게 접근 후에 일기토 사용하고.

- 밖으로 빠지는 놈들은 잭팟이 처리하고.

사냥이란 표현보다는 학살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

‘역시 완벽해. 내가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로.’

미다스, 본인이 보더라도 자신이 무언가를 더 할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만이라면 의미가 없지.’

물론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이건 퍼포먼스라고.’

오늘 이곳에서 자신이 보여줘야 하는 것은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그냥 사냥 잘하더라, 라는 식에서 끝나면 안 돼. 이 라이브를 보는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퍼포먼스가 있어야지.’

결과는 다르더라도, 과정은 남달라야 한다는 것을.

- 아니, 그보다 골드 대체 베이스가 뭐지? 웨어 울프는 아닌 것 같은데?

- 로브 모자 때문에 볼 수가 없네.

- 베이스가 뭐든 간에 장난 아니야. 저번 웨어 울프 때보다 2배는 더 강한 것 같아.

- 아니, 그런데 그런 몬스터가 있긴 해? 레드 고블린을 베이스로 삼았다고 해도 2배는 아닐 텐데?

현재 골드가 로브를 뒤집어쓴 채 여전히 정체를 감추고 있는 건 그 때문이었다.

“아, 노래 좀 뽑으려고 했더니 벌써 끝났네.”

‘블레이즈 골렘으로 오프닝을 하고, 중간 이벤트로는 골드의 새로운 모습으로 간다.’

골드의 정체가 드러나든 말든 사냥 속도에는 영향이 없었다.

그러나 골드가 처음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 그 순간을 실시간으로 시청한 이들이 느끼는 감동과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법.

그게 바로 퍼포먼스였다.

“자, 그럼 다음 놈 잡으러 가볼까요?”

그러한 미다스의 시나리오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화답을 해줬다.

[BJ골드정체좀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누구냐넌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이제 골드의 정체를 알려달라고.

[아즈모 님이 10,02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못 참겠다. 너무 빼지 말고 좀 보여주지? 방송 시작한 지 10분 넘었잖아?]

결국 아즈모까지 나섰고, 그러한 시청자들의 요구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저기 지금 럭키 세븐 중인데요? 사냥에 집중해야죠.”

그 반응에 시청자들이 격하게 말했다.

- BJ대마도사님, 그러지 마시고 좀 보여주세요!

- 에이, 그거 기록 좀 못 낸다고 누가 BJ대마도사님을 무시합니까?

- 그리고 솔직히 하는 거 없잖아요?

꼭 좀 보여 주세요!

그 환호성에 미다스가 말했다.

“그렇게 보고 싶으십니까?”

그 순간이었다.

“그럼 간 보지 말고 보여드려야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콘서트에서 흔히 일어나는 가수와 관객의 밀고 당기기를 예상하며, 그것을 준비할 무렵, 미다스가 골드를 향해 그대로 소리쳤다.

“골드야 벗어!”

그야말로 기습처럼, 골드의 새로운 몸이 시청자들 앞에 드러났다.

- 벌써? 바로 보여주는 거야?

- 어? 어?

- 우와!

- 레드 고블린 부족장?

그리고 드러난 골드의 얼굴을 확인한 시청자들은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아즈모 님이 20,021 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아니, 잠깐. 저게 어떻게 가능해? 레드 고블린 부족장 100마리를 잡았다고?]

[아즈모 님이 10,02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빌어먹을 후원금 잘못 눌렀네.]

아즈모조차 짙은 당혹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는 여유 넘치게 행동했다.

그가 슬그머니 골드를 향해 지팡이 끝을 마이크마냥 가져다 대며 말했다.

“BJ골드님, 시청자들에게 각오 한 마디 해주시죠.”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낼 것입니다!”

단호하게 내뱉는 그 모습을 확인한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꾸우!

그러는 사이 머리 위에서 잭팟의 울음이 들렸고, 그 울음에 미다스가 슬쩍 눈동자를 돌렸다.

‘온다.’

그러자 한 무리의 레드 고블린 무리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끄르르!

끼에에!

그리고 곧바로 레드 고블린 무리의 울음이 들려왔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딱 맞춰서.’

일찌감치 자신의 눈을 통해 주변에 있는 모든 몬스터 상황을 파악해놓은 상황.

“애들아 싸울 준비해라!”

그러한 상황에서 미다스가 다시 전투 준비를 외쳤고, 본인 역시 준비를 했다.

“그리고 슬슬 나도 본격적으로 움직여야지.”

그 말에 시청자들이 놀라며 반응했다.

- 설마?

- 드디어 BJ대마도사도 전투에 참가하는 건가?

그러한 반응에 미다스가 가볍게 목을 좌우로 까닥이고, 어깨를 크게 돌리기 시작했다.

누가 보더라도 몸 푸는 제스처를 취했다.

“자, 그럼 제대로 몸 좀 움직여볼까요?”

아예 대놓고 말로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 BJ대마도사님이 본모습을 드러내신다!

- 그동안 BJ대마도사님 무시한 애들, 긴장 타라!

- BJ대마도사님의 화려한 플레이에 다들 넋 나갈 준비해라!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환호했고, 환호하는 그들 앞에서 미다스가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역시 노래에는 춤이 빠질 수 없죠. 이제 댄스곡으로 가겠습니다. 마이클 잭슨 빌리진으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노래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2.

콘서트에서 시작부터 히트곡을 연속으로 부르는 경우는 없는 법.

시작은 히트곡으로 하되, 그다음에 히트곡이 나오는 건 콘서트의 중반에 이르렀을 때였다.

BJ대마도사의 이번 라이브 방송이 그러했다.

“오늘은 BJ대마도사가 아니라 MC대마도사라고 불러주십시오.”

BJ대마도사의 갑작스러운 파업 선언.

관심을 가지다 못해 밖으로 떠벌릴 수밖에 없는 그 사실에 모두가 집중했다.

“블레이즈 골렘 브라더스!”

그 상황에서 등장한 블레이즈 골렘은 그 모습처럼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불을 질렀다.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골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립니다!”

그러한 사실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무렵에 공개된 골드의 새로운 모습은 지친 분위기를 더 거세게 요동쳤다.

라이브 방송을 보는 이들을 열광케 했다.

당연히 그렇게 열광하는 이들은 그 열광을 사방에 흩뿌렸다.

- 야! MC대마도사가 미쳐 날뛴다!

ㄴ 걘 또 누군데? 혹시 BJ대마도사 말하는 거야? 근데 왜 MC야?

ㄴ 아 됐고, 방송 보면 알아! 지금 MC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레전드야!

ㄴ 또 BJ대마도사 빠들 미쳐 날뛰네.

ㄴ 야, 말은 바로 해야지. BJ대마도사 빠가 어디 있어? BJ럭키빠겠지.

ㄴ 하긴 그러네. 여하튼 별거 아니기만 해봐.

시청자들은 저마다 나팔수가 되어 자신의 주변은 물론 모르는 곳에까지 퍼뜨렸다.

- 어? 이것 봐라?

- 진짜 레전드 나오겠네?

- 미친, 내가 이 라이브를 왜 놓쳤지?

그리고 그 광고를 보고 온 이들이 BJ대마도사의 라이브에 취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사실은 눈덩이처럼 굴러 결과물을 만들었다.

‘3백만 명 달성.’

라이브 실시간 시청자 3백만 명.

아득한 숫자라는 결과물을.

‘이런 날이 오는구나. 내가 라이브로 3백만을 찍다니…….'

미다스조차도 감상에 젖을 수밖에 없는 숫자였다.

그러나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감상에 젖지 말자.’

분명 대단한 일이지만 지금 자신이 해야 하는 게 이 사실 앞에서 감상에 젖는 게 아님을.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무엇보다 미다스의 계획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모든 것에는 단계가 있는 법.

이제까지 해온 것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보는 이들이 놀랄 만한 퍼포먼스는 보여줬다.

‘진짜 시청자분들이 보고 싶어 하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

하지만 이 라이브를 누구보다 먼저 보기 위해, 오늘 이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온 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건 보여주지 않은 상황.

아니, 보여주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은 몸이 달아올랐겠지.’

그것을 보고 싶어 미치게 만들었다.

그게 미다스가 차근차근 계획을 세운 이유였다.

“이제 남은 럭키 세븐까지 남은 몬스터는 48마리. 시간은…… 아쉽게도 20분을 넘겼네요. 아, 어비스 길드가 세운 최고 기록은 불가능하겠군요. 너무 아쉽네요.”

그렇게 미다스가 지금까지 숨겨놓은 것을 꺼낼 준비를 했다.

“아, 신기록 노렸었는데 이게 안 되네요. 쯧.”

신기록 달성은 실패했다.

“이렇게 된 거 마지막은 제대로 날뛰어볼까요?”

그러니 이제 그냥 제멋대로 해보겠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목을 좌우로 까닥이고, 어깨를 풀기 시작했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코웃음을 치듯 채팅을 쳤다.

- 또 노래 부르고 춤추려는 모양이네.

- 차라리 그냥 가만히 있어주세요.

- 응, 이미 음소거야.

- 난 좋던데?

그러한 좌중의 반응에 미다스가 말했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할 겁니다. 한 번 제대로 마법 좀 써보겠습니다.”

마법을 쓰겠다!

그 표현에 채팅창 반응이 잠시 바뀌었다.

- 진짜?

그 사실에 일부 시청자들이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나 그 기대감은 길지 않았다.

- 응, 안 속아.

- 응, 물리 마법.

- 뻔하지. 물리 마법이나 쓰겠지 뭐.

- 노래 부르고 저주 마법이라고 할 듯?

앞서서 거듭된 미다스의 장난질이 미다스를 양치기 소년으로 만들어버렸으니까.

[구스타프 님이 10,02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그러지 말고 신청곡이나 받아주지?]

[라포 님이 10,02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비틀즈의 Hey, jude! 럭키, 골드, 잭팟, BJ대마도사! 숫자도 딱 맞잖아?]

거물들도 이제는 기대를 포기했다.

그 무렵이었다.

꾸르르!

레드 고블린 무리가, 52마리로 구성된 무리가 미다스가 있는 곳을 향해, 블레이즈 골렘이 만들어놓은 불길이 흩뿌려진 숲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크르르!

“주인님, 저기 주인님의 전설을 위한 제물들이 오고 있습니다!”

그 사실에 럭키와 골드가 주인을 위해 적을 분쇄할 각오를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 외침에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볼 앤 라이트닝볼.”

그리고 마법 캐스팅을 시작했다.

- 헉! 진짜 캐스팅했다!

- 진짜 마법 쓰려는 모양이야!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놀랐고, 그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진짜 보고 싶은 걸 몸이 달아오를 때 보여준다, 최고의 퍼포먼스지.’

BJ대마도사 없이도 저렇게 강하다면 과연 BJ대마도사도 나서면 얼마나 더 압도적일까?

그에 대한 의문을 지금 미다스가 보여줬다.

‘자, 그럼 이제 꺼내보자.’

“여기서 마법까지 쓰면 마력이 부족하니, 아이템은 바꾸겠습니다.”

캐스팅이 완료되는 순간 미다스가 인벤토리 안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꺼냈다.

- 저거 뭐지?

- 어? 저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그렇게 등장한 새로운 지팡이에 모두가 의문을 가지는 사이, 누군가 그 지팡이의 정체를 말해주었다.

[아즈모 님이 10,02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네.]

오늘 이 라이브 방송을 실시간으로 본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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