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61화 (161/485)

161화.  < 51화. 주인공이 힘을 숨김 (1). >

1.

[붉은 피로 물든 바지]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33레벨 이상

- 레드 고블린의 학살자가 입었던 바지다. 레드 고블린의 피로 물들어 있다.

- 근력 +41

- 체력 +35

- 지력 +159

- 마력 +263

- 공격력 +10

-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 +30퍼센트

- 캐스팅 속도 +15퍼센트

- 착용 시 학살자의 아우라 스킬 발동

[붉게 물든 망토]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34레벨 이상

- 레드 고블린의 피를 머금고 자라난 붉은산의 나무의 기운으로 염색한 망토다.

- 근력 +51

- 체력 +49

- 지력 +136

- 마력 +278

- 마력 회복량 +20퍼센트

- 마력 회복 속도 +30퍼센트

- 착용 시 숲의 기운 스킬 발동

자신의 인벤토리에 새로이 자리 잡은 아이템을 지그시 바라보던 미다스가 인벤토리 위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러자 그가 착용하고 있던 바지와 망토가 새로운 빛을 내며 붉은빛으로 바꾸었다.

[붉은 피로 물든 바지를 착용했습니다.]

[붉게 물든 망토를 착용했습니다.]

[학살자의 아우라가 발동했습니다. 몬스터 사냥 시 체력 및 마력이 일부 회복됩니다.]

[숲의 기운이 발동했습니다. 숲에서 전투 시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가 보다 빨라집니다.]

그러자 곧바로 알림이 들렸다.

그러나 막상 그 알림을 들은 미다스의 기색은 그리 기뻐 보이지 않았다.

"쯧."

기쁨의 환호는커녕 오히려 짧게 혀를 차는 미다스가 인벤토리창을 닫자, 그 뒤에 꺼내놓았던 스킬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래고닉 마나]

- 스킬 랭크 : S

- 스킬 효과 : 드래곤의 힘을 각성하여, 주변의 자연으로부터 마력을 흡수한다. 마력 회복 속도가 크게 증가한다.

드래고닉 마나.

"쯧."

이제는 S랭크, 마스터 랭크가 된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재차 한 번 더 혀를 찼다.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은 최후까지 아끼려고 했는데.’

드래고닉 마나에 마스터 스킬북을 씀으로써 현재 미다스의 수중에는 더 이상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이 없다는 것.

그게 미다스가 혀를 차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럴 만했다.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 자체가 언제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모르는 매물이었다.

‘그걸 그냥 놔두면 랭크업을 하게 될 드래고닉 마나에 쓰게 될 줄이야.’

더불어 드래고닉 마나 스킬의 경우에는 당장 빠르게 랭크업은 힘들지만, 반대로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랭크업이 이루어지는 스킬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면 굳이 무리해서 랭크업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

기분이 마냥 좋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왕!

그러한 미다스의 거듭된 혀 차는 소리에 럭키가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미다스의 몸에 제 얼굴을 문질렀다.

‘괜히 아끼다가 얘네들이 위기에 빠지는 것보단 그냥 쓸 때 쓰는 게 낫지. 아껴봤자 똥밖에 더 되겠어?’

기분이 상한 주인을 위로하는 그 모습에 미다스가 이내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주인님, 너무 근심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 새로운 몸을 불살라 주인님이 세울 전설을 비추는 등불이 되겠습니다!”

그러한 럭키에게 질 수 없다는 듯이, 이제는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몸을 얻게 된 골드가 한마디를 뱉었다.

그 말의 위엄이 상당했다.

막연한 비유가 아니었다.

[골드가 카리스마를 풍깁니다.]

보스 몬스터를 가디언으로 삼으면서 보스 몬스터가 가진 카리스마마저 얻었다는 것.

‘설마 카리스마까지 나올 줄이야.’

일반 몬스터들의 능력치를 하락시키는 디버프 스킬을 자동 탑재한 셈이었다.

능력치 역시 상당했다.

겉모습은 웨어울프 때보다 훨씬 작았지만, 기본 스탯이나 전투 능력은 그때의 최소 2배 이상!

‘레전더리 에픽 스킬 수준이 장난 아니네.’

레전더리 에픽 등급 스킬의 아득함이 새삼스러워지는 순간.

꾸우!

그렇게 고민하던 미다스의 머리 위로 잭팟이 자리를 잡은 채로 울음을 토해냈다.

나도 있다!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잭팟의 모습에 미다스는 더 이상 기죽은 표정 따윈 짓지 않았다.

‘그래, 이걸로 마력 갈증도 충분히 해소했는데 기뻐해야지.’

대신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화살표를 확인했다.

그 화살표를 확인한 미다스가 그 어느 때보다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뭐든 와라! BJ대마도사의 이름으로 전부 박살을 내주마!”

2.

“아, 진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탄식을 내뱉는 미다스.

이윽고 두 손을 치운 미다스의 눈앞에 석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 온 자, 나를 대신해 이곳의 타락한 레드 고블린들을 처치해주었으면 한다. - 라이틀링 -]

라이틀링이 남긴 흔적.

그 흔적 너머로 붉게 물든 숲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퀘스트창이 펼쳐졌다.

[타락한 부족]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3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라이틀링의 부탁대로 타락한 레드 고블린 부족을 몰살시켜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라이틀링이 남긴 반지

!퀘스트 완료 시 ‘라이틀링의 남긴 반지’ 진행 가능

!현재 남은 타락한 레드 고블린 숫자 : 10,004마리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제 손으로 두 눈을 가린 채 절규하듯 소리쳤다.

“빌어먹을, 이건 아니지.”

라이틀링의 흔적 퀘스트는 간단했다.

화살표를 따라 이동하자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 통로를 통해 이동하면 될 뿐이었다.

그렇게 이동하자 눈앞의 풍경, 타락한 레드 고블린 부족의 영역이 모습과 동시에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이곳에 있는 타락한 레드 고블린 1만 마리, 그 전부를 몰살시키라는 퀘스트 내용이.

“1만 마리를 나 혼자 어떻게 잡아?”

토벌대 퀘스트 당시 40인 파티를 기준으로 1시간에 잡은 레드 고블린 숫자는 최고 2천 마리.

즉, 40인 파티를 기준으로 1만 마리를 잡기 위해서는 최소 5시간 동안 사냥을 해야 했다.

그런데 그걸 혼자 하라고 하면 과연 얼마나 걸릴까?

물론 그런 고민은 사실 할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혼자 공략하라고 만든 퀘스트가 아니었으니까.

‘젠장.’

미다스가 속으로 끙끙 앓는 이유 역시 그 때문이었다.

‘이러다가 진짜 퀘스트 막히겠다.’

앞으로 이런 상황을 자주 일어나리라는 것.

헥헥!

그렇게 고뇌하는 미다스를 향해 럭키가 다가왔다.

“뭐라고 럭키야?”

왕!

“그냥 이대로 갓워즈 본사 처들어가서 서버에 불 지르라고?”

왕!

“아, 그러면 지금 지른 아이템도 날아가니까 벌 만큼 벌고 불을 지르라고?”

왕!

“그래, 네 말이 맞다.”

다가온 럭키와 웃기지도 않는 대화를 나눈 미다스가 이내 긴 한숨을 내뱉었다.

사실 지금 직면한 문제는 그렇게 크게 고민할 문제는 아니었다.

상황 자체는 간단했다.

“쓴 돈이 있는데 여기서 주저앉을 순 없지.”

일단 포기라는 선택지는 고를 수 없는 상황.

그렇다면 미다스가 해야 할 건 하나였다.

‘일단 숫자를 파악하고, 패턴부터 분석한다.’

공략법을 정립하고, 숙지하고, 그 모든 것을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머릿속에 새겨 넣는 것.

‘차라리 잘 됐어. 어차피 솔플 연습도 해야 했고, 스펙업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확인도 해야 했으니까.’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여긴 외부 변수는 없을 테니, 연습으로 최적의 장소이지.’

현재 미다스는 단 한 번도 레드 고블린 부족을 상대로 솔로 플레이를 해본 경험이 없는 상황.

그런 의미에서 그의 생각처럼 이건 기회였다.

“이번 기회에 솔플의 제왕이 되어보자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더 많은 무리와의 전투의 기본기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

왕!

그러한 미다스의 각오에 박수를 보내듯 럭키가 짖었고, 그 모습에 이제는 각오를 마친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럭키야 뭐라고?”

왕!

“솔플의 제왕이란 표현이 너무 유치한 거 아니냐고? 하긴, 좀 그렇긴 하다. 우리 혜린이 또래 녀석도 보고 유치하다고 코웃음 칠만한 수준이긴 하지.”

그 대화를 끝으로 미다스가 이제 한동안 자신이 지내게 될 전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곳곳에 있는 몬스터들의 존재가, 그들의 정보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3.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를 요구했다고?”

멀린의 물음에 엠마는 대답 대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이후 나온 질문에 엠마가 대답했다.

“일단 줄 생각이에요.”

그 대답에 멀린은 반박하지 않았다.

“하긴, 냉정하게 본다면 그걸 준다고 해서 손해는 아니지.”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

현재 그 아이템의 가치는 한없이 높은 상황이었다.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광고를 넣는 광고료에 비하면 큰돈은 아니니까.”

허나, BJ대마도사의 가치는 그 이상이었다.

당장 BJ대마도사는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숫자가 2백만 명,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스타 플레이어였다.

더 나아가 BJ대마도사는 그 숫자 이상으로 강렬함을 남길 수 있는 타입이었다.

“실제로 이번에 광고로 감마 제약 주가가 반등했고.”

그 영향력은 눈에 보일 정도.

“감마 제약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돈을 낼 테니 광고를 해달라고 하겠지. 어디 이름 모를 나라의 인기 연예인 한 명 고용해서 광고하는데 100만 달러 주는 것보단 효과가 훨씬 좋을 테니까.”

이런저런 상황을 보면 그것을 주는 건 결코 손해는 아니었다.

“반대로 여기서 안 주면, 판에서 떨어지는 거겠지.”

오히려 주지 않았을 경우 손해가 컸다.

“불사자 길드 애들이 끼어든 상태인데, 여기서 우리가 벗어나면 불사자 길드랑 아즈모 사이에 괜한 커넥션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4명이 도박을 하는 도박판에서 한 명이 나가면, 남은 3명이 손을 잡고 작당을 하는 법.

그 후에 자리에 앉는 것은 호구를 자처하는 꼴이었다.

당연히 그때 다시 자리에 참석하고자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할 터.

“이 판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보통이 아니야.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 힘들게 판을 짰어.”

BJ대마도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판의 무서움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냥 줄 수는 없지.”

이어진 멀린의 말에 엠마는 이번에도 고개만 끄덕였고, 그 모습에 멀린이 제 스스로 설명을 이어갔다.

“어쨌거나 사전 계획과는 달랐으니까. 약속과 다르면 이야기도 달라지는 법이지.”

줘도 아깝지 않다고 해서 꼭 줄 필요는 없는 법.

“안 그래?”

이번에는 엠마, 당신이 설명해라!

그러한 제스처에 엠마가 입을 열었다.

“이번 BJ대마도사의 레드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를 보면서 느낀 건, 우리가 그의 전력을 너무 모른다는 점이었어요.”

말을 하던 엠마의 머릿속으로 라이브 방송 때의 장면이 떠올랐다.

매우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설마 카모플라쥬 같은 걸 가지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죠.”

개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건 BJ대마도사가 카모플라쥬를 이용해 사원의 수호자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는 모습이었다.

그건 감히 그 누구도 상상치 못한 것이었다.

“만약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서 BJ대마도사를 붉은산 정상에서 포위했다고 하더라도 실패했겠죠.”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면?

필시 BJ대마도사는 카모플라쥬 스킬을 이용해서 유유히 그 자리를 벗어났을 터.

회심의 수가 오히려 목을 옥죄는 자충수가 됐을 터였다.

그 대목에서 멀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어떤 제안을 했지?”

“퍼포먼스를 요청했어요. 붉은산에서 고블린을 잡아달라고.”

그 대목에서 멀린이 옅게 웃었다.

“솔로 플레이로 말이지.”

“설마 BJ대마도사가 그 제안 앞에서 갑자기 파티 플레이를 할 일은 없겠죠. 무엇보다 경험도 없을 거예요.”

경험이란 말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녀석이 실력자라고 해도 붉은산에서 솔로 플레이를 한 경험이 있을 리 없지.”

BJ대마도사가 실력자 출신이란 건 이미 대부분이 동의하는 바였다.

그것도 랭커급 실력자라는 게 세간의 예상.

그러나 제아무리 그런 BJ대마도사라고 해도 붉은산에서 솔로 플레이를 한 경험은 있을 수 없었다.

이제까지 그 어떤 플레이어도 그런 걸 해본 적 없었으니까.

“그래서 어떤 퍼포먼스를 요청했어?”

“붉은산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이 흔히 하는 내기방식이요.”

그 대목에서 멀린이 웃었다.

“럭키 세븐 스타일이군.”

럭키 세븐.

붉은산의 고블린 777마리를 최대한 빨리 잡는 것.

“현재 10인 파티 기준 최고 기록은 우리 어비스 길드가 가진 19분이었으니…… 꽤 자극이 갈 거예요."

이어진 엠마의 말에 멀린은 옅게 미소를 지었다.

“동양에 이런 말이 있지.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모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멀린의 말에 엠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감이에요.”

말을 마친 멀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어쨌거나 이번에 BJ대마도사의 실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겠군. 지금 이런 일에 대한 준비나, 연습 같은 걸 몰래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야.”

4.

[타락한 레드 고블린 궁수를 처치했습니다.]

[고독한 레드 고블린 학살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타이틀 획득을 알리는 알림.

그 알림 앞에서 미다스가 잠시 전투를 멈춘 후 푸념을 내뱉었다.

“아, 진짜 못해먹겠다.”

그 푸념과 함께 미다스가 전장을 바라봤다.

화르르르!

블레이즈 골렘이 토해낸 불길에 불바다가 된 붉은숲.

크-왕!

“나쁜 개! 그건 내 사냥감이다!”

꾸우!

“나쁜 새! 그것도 내가 잡아놓은 사냥감이다!”

그 숲에서 부리나케 움직이는 타락한 레드 고블린들을 경쟁하듯 학살하는 럭키와 골드 그리고 잭팟을 바라본 미다스가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뭐 먹을 게 있어야 해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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