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화. < 50화. 러브콜 (3). >
6.
“후우."
방송이 끝나고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나오는 순간, 미다스가 짧게 숨을 내뱉었다.
그 후에 미다스가 그대로 골드에게 다가가 골드를 껴안으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누가 듣더라도 이번 레이드 성공에 대한 감상.
“주인님!”
미다스의 그 감상에 골드 역시 그의 몸을 격하게 껴안으면서 말했다.
“예, 주인님의 말처럼 정말 말도 안 되는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주인님의 전설에 새로운 페이지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내뱉는 골드의 목소리에는 어느 때보다 감격이 가득 차 있었다.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정도.
허나, 미다스는 그러한 골드의 감격에 대답하지 않았다.
스윽!
대답 대신 골드가 뒤집어쓰고 있는 로브, 그것을 거듭 만지작거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제 내 꺼야.”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의 머릿속을 지금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엘프의 로브를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그뿐이었다.
전투에서 승리했다, 그런 여운은 조금도 없었다.
‘잘 쓰고 나중에 팔아서 전세 값에 보태자.’
그저 돈이 들어왔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
물론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골드는 거듭 미다스를 향해 말했다.
“주인님의 영광을 위한 길에 이 한 몸, 한 줌의 재가 될 때까지 불사르겠습니다!”
헥헥!
그러한 골드에게 주인의 애정을 빼앗기기 싫다는 듯 럭키가 잽싸게 그 둘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래, 럭키도 수고했다.”
왕!
미다스가 이내 골드와의 포옹을 멈추고 다가온 럭키를 한 번 크게 껴안았다.
“이 못된 개! 어딜 감히!”
그 모습에 골드가 질투 어린 시선을 보내는 사이, 비상하던 잭팟이 이내 미다스의 머리 위에 앉았다.
그러나 럭키와 골드와 달리 잭팟은 애교를 부리지 않았다.
꾸-우!
그저 한 방향을 향해 거센 울음을 내지를 뿐.
그 울음에 미다스의 머릿속이 번쩍였다.
‘아직 퀘스트는 끝나지 않았다.’
현재 미다스는 퀘스트 완료 알림을 듣지 못한 상황.
정신을 차린 미다스가 이내 럭키와의 포옹을 멈추고 이제는 감상이 아닌 행동에 나섰다.
그 첫 번째는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사체 앞에 서는 것이었다.
“아이템 루팅.”
[아이템 루팅이 시작됩니다.]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4개 추가되었습니다.]
그렇게 사냥꾼의 성과를 챙긴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빛나는 기둥이 보였다.
꾸우!
그러한 기둥을 잭팟도 보고 있는지, 그곳으로 고개를 돌린 채 재차 소리를 냈다.
‘저기군.’
더 이상의 고민은 없었다.
“혹시 모르는 전투에 대비해라.”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전투태세를 갖춘 후에 그대로 기둥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이윽고 미다스가 마주한 것은 무너진 건물들의 파편들이 가득한 땅, 그 속에 존재하는 지하로 가는 계단 하나였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기 힘든 그 계단.
‘뭐지?’
그러한 계단 바로 앞에는 석판 하나가 있었다.
음각으로 문장을 새긴 석판이.
[특별하지 않은 자, 이 안으로 들어갈지 말지어다, - 라이틀링 -]
라이틀링이 남긴 경고였다.
‘여기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돌아갔군.’
그것을 본 미다스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일단 챙기자.’
그 그림을 그리면서 미다스가 석판을 집어든 후에 바로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바로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
경고 문구를 무시하는 건 아니었다.
‘뭔가 있을지 모른다.’
해야 할 일이기에 할 뿐.
그렇게 내려가기 시작한 계단은 꽤 깊었다.
층수로 따지면 지하 3층 정도는 내려간 듯, 그 깊이 끝에 이내 공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석.’
그리고 그 공간 하나를 오롯하게 독차지하고 있는 비석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집니다.]
‘응?’
갑작스러운 알림과 함께 미다스가 보고 있는 비석이 갑작스레 검게 가루가 되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렇게 가루가 된 것들이 미다스가 있는 방향으로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였다.
‘고스트? 모래 타입 몬스터인가?’
그것을 본 미다스가 놀라며 소리쳤다.
“모두 도망……."
그 경고와 함께 몸을 앞으로 날리며 양팔을 좌우로 크게 벌리며 방패를 자처했다.
‘일단 내가 막는다!’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해 공격을 버텨낼 속셈!
‘와라!’
그렇게 미다스가 제 몸을 활짝 펴는 순간, 그에게 다가온 검은 가루가 그대로 미다스의 가슴 속에 흡수되었다.
[???의 알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흡수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가라앉은 사원을 발견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이윽고 모든 게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쳐.”
그제야 말을 마무리한 미다스가 스윽,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에 있는 골드와 럭키를 바라봤다.
그 둘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미다스를 바라봤다.
이제는 주인님의 또라이 짓에 적응을 했습니다!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한 그 둘의 표정에 미다스가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하, 장난이야, 장난.”
그렇게 대충 상황을 얼버무린 미다스가 이내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아, 그보다 퀘스트가 완료됐으니 정리 좀 해볼까? 하하하!”
그러한 미다스의 모습에 럭키와 골드가 슬쩍 서로를 보더니 이내 반응을 보였다.
“뭔지는 모르지만 주인님 대단하십니다!”
왕!
어쨌거나 호응을 해주는 그 모습에 미다스의 표정이 구겨졌다.
‘젠장, 애들 앞에서 쪽팔리게…… 이 빌어먹을 게임이 사람 놀라게 하고 있어!’
그러한 분노는 자연스레 비석이 있던 자리로 향했다.
‘아니, 뭔데 그런 연출을…….'
그때였다.
비석이 사라진 곳을 바라본 미다스가 이내 새로이 등장한 것 하나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책이었다.
종이가 아닌 석판으로 만든 손바닥 크기의 책.
‘저, 저거!’
놀란 미다스가 부리나케 달려간 후에 그 책을 들었다.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더 이상 부끄러움 따위는 없었다.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
이제까지 갓워즈에 단 한 번도 등장한 적 없었던 등급의 아이템 앞에서 미다스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으니까.
‘맙소사.’
감탄하는 것.
그렇게 감탄하면서 미다스가 보다 자세한 내용을 봤다.
- 개봉 시 소유한 레전더리 스킬 중 하나를 레전더리 에픽 스킬로 진화시킬 수 있다.
- 169레벨 이상 사용 불가.
그것을 본 미다스가 더 놀랐다.
‘새로운 스킬이 아니라 기존 레전더리 스킬 업그레이드구나!’
스킬 등급이 높아도 막상 그 효율은 낮은 등급의 스킬에 비해 떨어지는 법이 있는 법.
허나, 업그레이드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어떻게든 지금보다 나아진다.’
기존에 있는 레전더리 스킬보다 효과가 훨씬 좋을 수밖에 없을 터.
‘좋아, 그럼 확인해보자.’
그 순간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석판으로 된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을 개봉했다.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을 개봉합니다.]
그러자 미다스의 눈앞에 에메랄드빛을 내는 스킬 카드들이, 미다스가 가진 레전더리 스킬 숫자만큼 등장했다.
‘와, 끝내주네.’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영롱하기 그지없는 그 에메랄드빛 사이로 미다스가 카드를 살폈다.
그 중 하나가 곧바로 미다스의 눈길을 훔쳤다.
[드래곤스 아이(에픽)]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스킬 효과 : 대상의 치명적인 약점을 파악하여 보다 많은 데미지와 보다 강한 상태 이상 효과를 준다.
‘상태 이상 효과 추가라고? 지금 여기서? 잠깐, 데미지만 증가하는 게 아니라 효과 자체도 달라진다면 다른 스킬들은…….'
그 내용을 살핀 미다스가 놀라는 사이, 그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제가 응원해드리겠습니다!”
골드의 말에 미다스가 무언가가 떠오른 듯 곧바로 카드 한 장을 찾기 위해 빠르게 눈을 돌렸다.
[가디언 (에픽)]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스킬 효과 : 사냥한 몬스터를 자신의 가디언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내 찾아낸 가디언 스킬의 설명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이 번쩍였다.
‘몬스터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라는 문구가 삭제됐잖아? 그렇다는 건…….'
그 후에 골드를 바라본 미다스가 그대로 굳었다.
‘이거 말도 안 되는 일이 나올지도 몰라.’
7.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야.”
가라앉은 사원에서 모든 것을 마치고 돌아온 미다스를 맞이해주는 NPC초이.
그가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라이틀링의 흔적은 발견했어?”
미다스는 대답 대신 인벤토리에서 석판을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아든 NPC초이가 잠시 내용을 살피더니 이내 재차 질문을 던졌다.
“시체는 없었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떠난 모양이네. 아주 빌어먹게도 말이야."
그 말과 함께 NPC초이가 나지막이 말했다.
“혹은 나한테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거나.”
그 혼잣말에 미다스가 두 눈을 게슴츠레 떴다.
“네 생각은 어때?”
그리고 이어진 질문에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라이틀링 님은 위험하리라 생각되는 모든 곳에 경고 문구를 남기셨습니다. 그런 배려를 가지신 분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모습을 숨기셨으리라 생각되진 않습니다.”
그 대답에 NPC초이는 대답 대신 지그시 미다스,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확인한 미다스는 직감했다.
‘자가라의 반지를 보고 있구나.’
이제 NPC초이가 진정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리란 것을.
‘그래, 스케일 한 번 크게 가자.’
그리고 그 이름값에 준하는 아주 굵직한 퀘스트를 하나 건네주리란 것을.
“이제는 내 정체를 숨기지 않겠어.”
그러한 예상에 부응하듯 NPC초이가 자신의 장갑을 벗으며 손에 낀 반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툰가 왕국의 4왕자, 그게 내 신분이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반응했다.
“맙소사! 정말 왕자님이십니까? 상상도 못한 정체였네요! 우와! 대단해!”
깜짝 놀란 척 연기를 해줬다.
‘괜히 여기서 명탐정 코난 놀이하면서 복잡하게 이야기를 비틀 필요는 없지.’
잘 깔린 길을 놔두고 비포장도로를 갈 필요는 없는 법.
“정체를 숨겨서 미안해. 하지만 이쪽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어.”
“아닙니다. 그보다 이렇게 정체를 제게 드러내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까. 무엇보다 이제 부탁을 해야 하는 상대에게 정체를 숨기는 건 예의가 아니지."
그때였다.
“더군다나 이렇게 혼자 힘으로 이 어려운 일을 해낸 이라면 마땅히 대우를 해줘야지.”
그 말과 함께 NPC초이가 품에 숨기고 있던 것을 미다스에게 건네주었다.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추가 보상이 지급되는 순간.
그것을 받아든 미다스가 잽싸게 그것을 인벤토리에 넣으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자네가 하던 것을 계속해야지. 라이틀링을 찾는 것을 말이야. 마지막 흔적을 더듬어서 추적해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새로운 퀘스트가 등장했다.
[라이틀링의 흔적]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3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가라앉은 사원에서 라이틀링의 흔적을 찾아라!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타락한 부족’ 진행 가능
그리고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표정을 구긴 채 조심스럽게 말했다.
“흔적을 발견하면 되나요?”
“그래. 부탁하지.”
그 대화와 함께 미다스가 손에 든 뱀 머리 지팡이를 NPC초이 앞에서 대놓고 흔들며 재차 말했다.
“부탁하시는 거 맞죠?”
“부탁이네.”
그 대답에 미다스가 더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부탁하는 거면 보상을 줘야지! 네 형은 이걸 줬다고, 이걸! 처음 볼 때부터 알아봤어. 딱 봐도 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하는 거 없이 지내는 한량이었네, 한량!’
물론 그 심정을 입밖으로 내뱉는 일은 없었다.
여기서 화내봤자 손해를 보는 건 그뿐이었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힘이 쭉 빠진 채 대답하며 등을 돌렸다.
그리고 나지막히 말했다.
“로그아웃.”
8.
“후우!"
캡슐에서 나오는 정현우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와, 진짜 이번 레이드는 대박! 이 번 걸로 아마 BJ대마도사에 대한 평가가 크게 바뀔 겁니다! 장난 아닐 거예요."
언제나처럼 휴게실에서 모인 이들과 함께 떠드는 이혁주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미다스가 실소를 머금었다.
‘이제는 아예 저기에 살림을 차렸네.’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실소였다.
‘그래, 이제 돈도 꽤 모였겠다, 굳이 캡슐방에 비싼 돈 들여갈 이유는 없지.’
그러한 실소 사이로 정현우가 머릿속으로 진지한 계산을 시작했다.
‘슬슬 브로커용 계정 계좌에 있는 돈을 빼야겠어.’
현재 정현우가 모은 돈은 엄청났다.
과거의 그였다면 상상도 못할 수준의 금액!
그러나 그러한 돈은 현재 정현우의 명의로 된 한국 내 정상적인 은행 계좌에 잠들어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예전에 형을 통해 해외에 만든 브로커용 가상 계정에 연결된 계좌에 있는 상황.
사실 이상할 건 없었다.
갓워즈의 아이템은 대개 달러로 거래되고는 했는데, 만약 한국 돈으로 그것을 구매하려면 환율 영향은 물론 환거래 수수료가 적지 않았으니까.
‘세금 때문에 전부는 못 가져오지만…….'
결정적으로 그렇게 번 돈이 크면 클수록 붙는 세금이 적지 않았을뿐더러, 액수가 일정 수준이 넘으면 국세청에게 요주의 인물로 찍히고는 했다.
‘야금야금 가져오면 방 하나 더 있는 전셋집 정도는 얻을 수 있지.’
물론 아주 일부만 가져오면 얼마든지 눈을 속일 수 있는 법 더욱이 정현우는 바보가 아니었다.
‘주변 시선도 있으니 차근차근 올라가야 해.’
만약 그가 지금 번 수입을 주저함 없이 쓴다면 주변 이들이 그를 의심하게 될 터.
결코 좋을 것 없는 일이었다.
‘형이 보기에 의심 가지 않을 정도, 진짜 내가 좀 뭔가 잘 풀려서 번 정도.’
무엇보다 형의 의심을 살 가능성이 컸다.
“현우 형!”
그렇게 고민하던 정현우에게 뒤늦게 그를 발견한 이혁주가 다가왔다.
“나오셨어요?”
“야, 넌 알바하는 놈이 손님 나오면 잽싸게 받아야지 휴게실에서 지내는 게 말이 돼? 그거 직무유기야, 직무유기.”
“에이, 형! 이번에는 직무유기가 아니라 정당방위였어요!”
“정당방위?”
“BJ대마도사가 레드 고블린 부족장 솔로킬을 하는데, 그걸 어떻게 안 보고 배겨요? 그걸 안 보면 그게 직무유기죠!"
그 변명에 정현우가 코웃음을 한 번 친 후에 슬그머니 말했다.
“걔가 그렇게 대단했어?”
“장난 아니었어요. 이거 대박입니다.”
“그래 봐야 결국 돈지랄 템빨 덕이겠지. 신수랑 가디언 빼면 시체잖아?”
“쯧쯧, 형 이제는 인정하세요. BJ대마도사는 돈지랄 템빨 플레이어가 아니에요! 진짜배기 실력자라고요!”
“됐다, 됐어.”
애써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정현우가 휴게실로 간 후에 그대로 소파 하나에 앉았다.
“어, 현우야 나왔냐?”
“넌 언제나 재수가 없다. 조금만 일찍 나왔어도 라이브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장난 아니었어. 후원금 막 쏟아지고, 진짜 끝내주더라.”
그러자 곧바로 라이브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래 대단했지. 진이 다 빠질 정도로.’
그와 동시에 피로감이 몰려왔다.
엄청난 수확.
그러나 그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 역시 적지 않았다.
‘간신히 했어. 마력 거의 오링 났으니까. 그렇게 포션을 처먹었는데도.’
그러한 피로감 속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뱉던 정현우에게 이혁주가 다가오며 말했다.
“형, 폰이요.”
“고맙다. 아, 그리고 음료수 하나만.”
“블루불이요?”
“그야 당연히……."
그때 무언가를 떠올린 정현우가 잽싸게 말을 바꾸었다.
“감마 제약 것 없어?”
“당연히 있죠. 그런데 형 블루불 찬양론자였잖아요?”
“블루불만 먹으니 좀 질리더라. 번갈아 가면서 먹어야지. 그래야 그 두 기업도 서로 경쟁할 거 아니야?”
말을 하던 정현우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경쟁은 좋은 법이지. 둘이 경쟁하다 보면 내 몸값이 저절로 오를 테니까. 아무렴. 원맨팀에 프랜차이즈가 되면 뭐해? 스포츠 스타 중에 가장 돈을 많이 번 애들은 대부분은 기존 팀에서 나온 애들인데.’
그 생각과 함께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터치하며 도착한 이메일함을 확인했다.
‘응? 라이징 스타 채널?’
그러자 조금 전에 막 도착한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보낸 이메일이 보였고, 정현우가 잽싸게 내용을 확인했다.
-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무엇이든 말씀해주십시오.
메일 내용을 확인한 정현우가 굳은 표정을 지었다.
‘또 아이템을 얻어주신다는 건가?’
그렇게 굳은 표정 위로 걱정이란 단어가 덧칠해졌다.
‘아니, 이제는 편하게 돈 좀 받으시지 이렇게 내 아이템만 받으시면 남는 게 없으시잖아?’
아이템 보상은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는 조금의 이득도 없다는 사실에 대한 걱정.
물론 그 걱정은 길지 않았다.
‘그래도 뭐 구해주신다면…….'
호의를 마다할 필요는 없는 법 아닌가?
그렇게 고민하던 정현우가 이번 레드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를 떠올린 후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걸 떠올렸다.
‘……마력 회복템이나 스킬이 좋겠지.’
마력 회복.
그것을 떠올리자 자연스레 아이템 하나가 떠올랐다.
‘빌트가르의 뿌리 지팡이는 이제 레벨 차이가 너무 크고, 지금 내 레벨이라면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가 제격이겠지.’
그것을 떠올린 정현우가 실소를 지었다.
‘그거 가진 플레이어가 아즈모랑 멀린을 포함해서 손에 꼽을 정도인데, 받을 수 있을 리가. 하물며 내가 저번에 레전더리 아이템 해체 하면서 이름 모를 대마도사 시리즈는 거래 자체가 더 힘들어졌을 텐데.’
원한다고 해서 얻을 수 없는 아이템이었기에.
‘그냥 적당히 대답하자. 마력 회복 계열 아이템이나 스킬이면 좋을 것 같다고.’
그렇기에 정현우는 별 생각 없이 답장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