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55화 (155/485)

155화.  < 49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2). >

4.

“사장님, 무슨 일 있으셨어요?”

“미팅.”

부하 직원의 물음에 박영준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하며 자신에게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그보다 토벌대 퀘스트 동영상은 어때?”

그리고는 잽싸게 대화 주제를 바꾸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부하 직원이 기쁨 어린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이라이트만 편집해서 올리는데 조회수가 장난이 아닙니다. 구독자 숫자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고요.”

듣기에도 기쁜 소식.

그러나 그 소식을 들은 박영준은 썩 기쁘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확인한 부하 직원이 질문을 던졌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있지. 다음 라이브 방송 주제.”

“아."

그 말에 부하 직원은 더 이상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쫑긋 귀를 세운 채 대화를 엿듣고 있던 다른 부하 직원들 역시 쓴웃음을 머금었다.

알고 있는 탓이었다.

‘하긴, 다음에 잡아야 하는 건 레드 고블린 부족장.’

다음 라이브 방송 주제가 무엇인지.

‘그걸 파티 플레이로 잡아야 하는데, 마땅한 파트너를 아직도 못 구한 상태이니까.’

그리고 지금 그와 관련되어 일이 진행된 게 하나도 없다는 것까지.

“아, 이거 뭐 제대로 된 파트너 구하는 게 스타 만드는 것보다 어렵네.”

파트너가 없는 건 아니었다.

“무슨 놈의 제안서가 이렇게 산더미처럼 쌓이니, 원.”

오히려 반대, 너무 제안이 많다는 게 문제였다.

물론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BJ대마도사는 200레벨 이하 플레이어 가장 뜨거운 존재, 그런 그와 같이 방송이 나오는 건 인지도를 단숨에 높일 수 있는 최적의 기회와 같았다.

이제는 주연이 아니더라도 좋으니, BJ대마도사가 출연하는 방송에 나오고 싶은 유망주들이 넘치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1티어급 길드는 물론, 그 이상의 길드들로부터도 제안서를 보냈었다.

“그것도 거절하기 어려운 곳의 제안들이.”

10대 길드!

그중 이미 세 곳이 공동 레이드 제안서를 보내온 상황이었다.

“어디 하나 고르면 나머지에 밉보이기 딱 좋지.”

선택이 쉽지 않은 이유였고, 고민이 거듭되는 이유였으며 모두가 쓴웃음을 짓는 이유였다.

“그래도 고르긴 골라야 하니까, 일단 심층 면담부터 해보자고.”

“심층 면담이요? 어디하고요?”

“감마 제약 쪽.”

“예? 길드가 아니고요?”

“광고주 쪽하고도 접촉한 파트너가 있을 테니까. 광고주 의사를 물어봐야지, 안 그래?”

그리고 박영준이 지금 속내를 속이고 연기를 하는 이유였다.

‘도박의 꽃은 뻥카지.’

5.

[NPC초이의 안내가 시작됩니다.]

[모든 파티 상태가 초기화됩니다.]

그 알림과 함께 시작된 NPC초이는 미다스를 데리고 붉은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한 이동은 시작부터 특별했다.

[엘프의 길을 걷습니다.]

[주변과 격리됩니다.]

그 알림과 함께 곧바로 붉은산 곳곳에 존재하는 소란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레드 고블린이 내지르는 괴성도, 플레이어들이 내뱉던 함성 소리도, 다양한 스킬들이 만들어내는 소음까지도.

오로지 고요한 세상과 단 하나의 길 만이 보였다.

“신비한 경험이지?”

그러한 사실에 NPC초이가 미다스에게 말을 건넸다.

“아, 예.”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신비한 경험이 아니었다.

이미 일찍이 그는 NPC타마루를 통해서 엘프의 길을 경험한 적이 있었으니까.

의문도 없었다.

엘프의 길은 문자 그대로 엘프들의 길, 그러한 것을 인간인 NPC초이가 걷는다는 것 이상한 일.

‘역시 툰가 왕국의 왕자님답게 능력이 출중하시네.’

그러나 NPC초이의 내력을 알고 있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딱히 깊게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보다 베스트 시나리오가 나와야 할 텐데…….'

현재 미다스는 이미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에게 솔로 플레이를 선언한 상황.

‘사장님에게 그렇게 호언장담했는데 여기서 안 되겠다고 하면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어?’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솔로 플레이가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지만.’

물론 안 될 경우에는 무르는 게 마땅했다.

실패보다는 스케일을 줄이더라도, 좀 더 시간을 들이더라도 성공하는 게 낫다는 건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계산이니까.

‘그래도 제발.’

어쨌거나 지금 미다스 입장에서는 게릴라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가수와 같았다.

얄팍한 정보만 가지고 본 적 없는 무대에 올라서 콘서트를 해야 하는데,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자, 빠르게 이동하자고. 꽤 높이 올라야 하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NPC초이는 신속하게 일을 진행했다.

엘프의 길을 30분 정도 걸어간 후에 멈춘 NPC초이가 그 자리에서 말했다.

“이곳이 입구야.”

그 말과 함께 보이는 풍경은 평범했다.

붉은산답게 붉은 나무와 붉은 낙엽이 깔려 있는 평범함.

그 어디에도 입구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곳은 찾을 수 없는 평범함.

물론 미다스의 눈에는 보였다.

! [ 가라앉은 사원 ]

NPC초이가 앞에 있는 평범한 땅바닥, 그 위에 선명하게 뜬 글씨가.

“처음 이곳을 발견한 건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행적을 역으로 추적하던 중이었지. 그 후에 라이틀링을 이곳까지 안내해주었고.”

그 글씨 앞에서 NPC초이가 조금은 우수에 젖은, 흐느끼는 감정이 깃든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그와의 약속대로 3일을 기다렸고 이후 그의 소식이 없자, 그 후에 안으로 들어갔었어. 그리고 그곳에서 그가 남긴 표식을 봤지."

무슨 표식을 봤습니까?

미다스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안은 위험하니 그 누구도 이곳에 들어오지 말라, 라고 했겠지.’

뻔했으니까.

“안은 위험하니, 그 누구도 이곳에 들여보내지 마라, 그러한 경고를.”

예상대로 뻔한 대답이 나왔다.

당연히 미다스는 그다음에 나올 질문도 예상했다.

“내 경고는 여기까지다. 그럼에도 들어갈 생각이면 나는 똑같은 조건을 걸겠어. 3일을 기다리겠어. 그 후에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면 이곳을 영원히 봉인하겠어. 그럼에도 들어가겠어?”

그 예상된 질문에 미다스는 대답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정현우, 잡을 수 있겠어?’

그 질문에 대해 미다스는 고개를 돌렸다.

럭키와 골드 그리고 잭팟까지.

자신의 주변을 가득 채운 셋을 본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답을 내놓았다.

“예."

6.

좁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등장한 것은 동굴이었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곳.

그러나 다행히도 미다스는 빛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스르르!

사역마가 앞장서며 등을 자처해주었으니까.

‘역시 편해.’

그렇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역마를 따라 동굴을 지나가던 미다스의 눈앞에 거대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 아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거대한 공간.

‘발광 이끼들이네.’

그러한 공간 안 곳곳을 제 스스로 빛을 내는 이끼들, 발광 이끼들이 채우고 있었다.

그 덕분에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1만 평 정도 되는 드넓은 땅, 그 위에 자리 잡은 사원 하나를.

게임이기에, 가상의 세계이기에 경험할 수 있는 찬란하고, 웅장하기 그지없는 광경이었다.

물론 미다스는 그 사실에 크게 감흥을 받지 않았다.

‘앙코르와트 같네.’

그 짤막한 단어 하나로 감상을 마쳤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미다스 입장에서는 눈앞의 광경이 어떠하든 간에 감상에 빠지는 게 불가능했다.

미다스 입장에서 중요한 건 이 무대가 자신에게 유리한지 아닌지, 그뿐일 뿐.

‘좋지 않아.’

그런 기준에서 보면 미다스에게 유리한 무대는 아니었다.

일단 무너지고, 파손된 사원 건축물들이 많다는 게 미다스에게는 매우 부정적인 요소였다.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특성을 생각하면 더더욱.’

또한 그가 사냥하게 될 레드 고블린 부족장은 다른 보스 몬스터처럼 제 스스로 앞장서서 전투를 치르는 타입이 아니었다.

부족장이란 이름 그대로 부하들을 이용하고, 지휘하는 타입이었지.

페이즈에 따른 스킬들 역시 대부분이 버프, 힐링 혹은 저주와 같은 공격이었다.

‘언제든 도망치는 겁쟁이.’

당연히 자신을 잡으러 오는 무리가 접근하면 언제든 도망치는 놈이었고, 그런 놈에게 저렇게 도망치고, 몸을 숨길 수 있는 구석이 많은 무대는 최적의 무대였다.

‘아, 저런 곳에서 여러 마리랑 싸우면 도망칠 구석도 없는데.’

다수를 상대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엄폐물이나 좁은 길목을 이용하면 전투 자체는 쉽게 치를 수 있겠지만, 포위당한 상태에서 도망치는 것은 매우 힘든 곳.

치고 빠지는 식의 전투를 치르기 어려운 곳이었다.

‘응?’

그때였다.

쿵!

사원의 입구로 보이는 곳에서 거대한 덩치를 가진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골렘?’

등장한 두 거대한 존재의 정체는 다름 아닌 골렘!

‘쟤들이 왜 여기서 나와?’

붉은산 정상에서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 등장할 때는 본 적 없는 몬스터였다.

![사원의 수호자]

그런 녀석들의 명칭을 확인한 미다스는 이내 배경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이 가라앉은 사원을 지키는 수호자 골렘이네. 그리고 정황상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 이 골렘들을 자신의 부하로 써먹고 있는 거겠고. 왜 아지트로 삼는지 알겠네.’

그 두 마리의 골렘 외에는 딱히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응?’

그리고 다른 몬스터를 볼 여유도 없었다.

‘뭐야? 왜 이렇게 HP가 많아?’

그의 눈에 보이는 사원의 수호자들 HP상태는 상식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나는 수준이었으니까.

‘트리플 헤드 트롤보다 더 많잖아?’

보스 몬스터급!

그것도 그냥 보스 몬스터급이 아니라 미다스가 잡은 보스 몬스터 중 가장 거대한 놈과 비교될 만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물리 방어력, 마법 방어력은…….'

그 외의 능력치들 역시 보스 몬스터급이었다.

‘……공격력까지 셌으면 쟤네들이 트리플 헤드 트롤을 잡을 수 있겠는데?’

다행히도 공격력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미친, 이딴 걸 왜 만들어?’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감히 다행이라고 할 수 없는 광경.

그렇게 미다스가 불만을 씹는 사이 그의 앞에 새로운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끄르르!

180센티미터의 신장에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진 채 머리 위에는 무언가의 뼈로 만든 듯한 왕관을 쓰고 있는 고블린 한 마리.

[레드 고블린 부족장]

!복종의 노래 스킬 사용

!HP가 70퍼센트 이하일 때 회복의 노래 스킬 발동

!HP가 20퍼센트 이하일 때 광기의 노래 스킬 발동

!적을 인식하고 10분 후 추종자의 노래 스킬 발동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변했다.

‘페이즈가 추가됐다.’

기존 페이즈에 스킬 하나가 더 있었다.

‘적을 인식하고 10분 후에 저 스킬이 발동하면…… 레드 고블린 무리들이 이곳으로 쏟아진다는 의미이겠군.’

추종자의 노래.

그 스킬의 의미를 파악하는 순간 미다스는 이곳의 공략법을 알 수 있었다.

‘10분 안에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잡아야 해.’

주어진 10분이란 시간 내에 사원의 수호자들을 뚫고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저 복잡한 무대에서 찾아 잡는 것!

그 사실에 이르는 순간 미다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아."

그리고는 짧게 탄식했다.

속 깊숙한 곳에 있던 무언가가 쭉 빠지는 듯한 탄식.

게임이 아니었다면 여기서 그대로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듯한 탄식에 럭키가 미다스에게 다가오며 그의 다리에 제 머리를 조심스레 비볐다.

마치 주인을 위로하듯이.

그러한 럭키의 위로에 미다스가 얼굴을 감싸고 있는 손을 치우며 말했다.

“그래, 럭키야.”

헥헥!

“베스트 시나리오다.”

헥헥?

그렇게 드러난 미다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최고의 상황이 펼쳐졌어.”

7.

“그렇게 하죠.”

그 대화를 끝으로 마이크 붙은 헤드폰을 벗는 엠마를 향해 근처에 있던 멀린이 질문을 던졌다.

“너무 조건이 후한 거 아니야?”

조금 전 엠마가 대화를 나눈 대상은 다름 아니라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장, 박영준이었다.

그 대화에서 엠마는 말했다.

"파트너와 일정, 전부 위임하면 BJ대마도사 놈과 라이징 스타 채널이 어떤 수작을 부릴지 모르잖아?”

BJ대마도사가 어떤 길드 혹은 플레이어와 파티 플레이를 하든 마음대로 해라!

일정 역시 원하는 대로 해라!

“이번 목적은 BJ대마도사를 잡는 거잖아? 그럼 이쪽에서 제약을 몇 개 걸어야지.”

이번 의뢰의 목적을 생각하면 썩 좋은 방식은 아니었다.

세상 그 누구도 사냥감이 제멋대로 날뛰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 법이었으니까.

그러한 멀린의 불만에 엠마는 말했다.

“위에서는 말했어요. BJ대마도사가 알아서 고개를 숙일 때까지 그를 넘어뜨리라고.”

“그래, 그러니까 게임 오버를 시켜야지. 아주 놈이 게임을 못하게 될 정도로.”

“예, 그러면 BJ대마도사가 고개를 숙이겠죠. 하지만 그 대상이 우리라는 보장은 없죠.”

“그야……."

그 순간 무언가를 떠올린 멀린이 이내 말을 멈추었다.

이후 고민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BJ대마도사와 손을 잡고자 하는 이들마저 같이 몰살시켜버리면 될 일이지.”

엠마는 그 말에 반문하지 않았다.

그 말대로였다.

엠마는 이번 기회에 BJ대마도사 마음껏 원하는 파티를 짜게 만들 속셈이었다.

그리고 그 파티와 함께 BJ대마도사를 무너뜨릴 속셈이었다.

그리한다면 멀린이 한 말처럼 앞으로 어떤 파티도 BJ대마도사와 쉽게 손을 잡지 못할 테니까.

“하물며 앞으로 게임 난이도를 생각하면 파티 없이 게임을 진행한다는 건 있을 수 없지.”

그렇게 되면 사실상 게임 진행은 끝이었다.

갓워즈란 게임은 혼자서 살아가는 것을 용납하는 게임이 아니었으니까.

“완벽한 협박이군.”

자연스레 그 협박 앞에서 BJ대마도사는 굴복하고 백기투항을 할 터.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군.”

거기까지 생각에 이르렀을 때 멀린은 옅은 미소를 띠운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조만간 BJ대마도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군.”

그런 멀린의 말에 엠마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BJ대마도사를 만나는 일은 없다. 그와 손을 잡을 생각은 없으니까.’

엠마, 그녀가 계획한 것이 협박이 아니라 파멸이라는 것을.

그렇게 속내를 숨기고 있는 엠마의 스마트폰에 곧바로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그 문자를 확인한 엠마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고, 그 변화를 눈치챈 멀린이 방으로 나가는 것을 멈추고는 말했다.

“무슨 일이야?”

그 물음에 엠마가 대답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도움을 요청했어요.”

“도움?”

“어비스 길드와 레이드를 같이 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없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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