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49화 (149/485)

149화.  < 47화. 토벌대 (2). >

5.

“라이틀링? 알긴 하지. 예전에 그 양반 길 안내 하던 게 바로 나였으니까.”

축 늘어진 눈매를 가진 30대 중반의 외모를 가진 사내, NPC초이는 그 대답과 동시에 어깨를 으쓱하며 질문했다.

“질문은 그게 끝이지? 이제 볼일 다 본 거지?”

이제 좀 꺼져라!

그러한 기색을 드러내는 NPC초이를 향해 미다스가 발목을 붙잡으려는 듯이 재차 질문을 던졌다.

“혹시 지금 라이틀링 님이 어디에 계신지 아십니까?”

“글쎄 말했잖아? 예전에 길 안내 했던 거지, 지금은 아니라고. 난 지금 그 양반 어디에 있는지 몰라.”

그 말과 함께 다시 나무를 타고 오르려는 그의 모습에 미다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왕!

꾸우!

럭키와 잭팟이 그러한 NPC초이의 행동에 탐탁지 않은 듯 반응을 보였다.

골드도 마찬가지였다.

“주인님, 명령만 내리시면 주인님을 무시하는 저 배은망덕한 자에게 주인님의 위용을……."

골드는 보다 확실하게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미다스는 그런 그들에게 고개를 짧게 좌우로 한 번 흔들며 말했다.

“우리는 이곳에 부탁을 하러 온 입장이다, 그러니까 절대 무례하게 굴면 안 돼.”

그러면서 예의를 강조했다.

동방예의지국 출신이라서 그런 건 당연히 아니었다.

평소 미다스가 품성이 바르기 때문에 그런 건 더더욱 아니었다.

미다스가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하나였다.

미다스의 눈, 그에는 보였으니까.

< NPC초이 >

!툰가 왕국의 네 번째 왕자.

‘툰가 왕국의 왕족이시거든.’

눈앞의 NPC가 보통 내력을 가진 존재가 아님을.

‘보인다, 대박의 기운이.’

당연한 말이지만 툰가의 왕국의 왕자가 가진 것이 허접할 리는 만무, 당장 미다스에게 툰가의 검은 지팡이와 자가라의 반지를 준 NPC자가라도 왕자 아니었던가?

‘설마 그때 언급된 툰가 왕의 반지를?’

여러모로 기대감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

“그러지 말고 부디 도와주십시오.”

이제까지 미다스의 심중에 티끌도 없던 예의범절이 무럭무럭 생기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었다.

“우드 빌리지의 운명이 걸린 일입니다. 무엇이든 할 테니, 부디 자그마한 단서라도 주십시오.”

이어진 미다스의 예의 가득한 읍소에 나무를 반쯤 오르던 NPC초이가 미다스를 슬쩍 내려다 보며말했다.

“무엇이든 하겠다?”

“예."

“그래? 두말하기 없는 거다?”

그 순간이었다.

툭, 나무에서 내려온 NPC초이가 미다스를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내 할당량 좀 처리해주겠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6.

- BJ대마도사 그레이트월 데뷔다!

BJ대마도사의 그 소식은 어느 때보다 빠르고, 강한 태풍이 된 채 세상에 등장했다.

그렇게 등장한 태풍에 더 이상 의문을 던지는 이도 없었다.

영웅의 행보에 사람들은 의문을 던지기보다는 기대를 던지듯.

- 붉은산 데뷔전이겠지?

- 이번에는 어떻게 공략하려나?

- 당연히 이번에도 새로운 보스 몬스터 등장하겠지?

-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가 벌써 기대되네.

대중들 역시 BJ대마도사의 행보를, 그가 보여줄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했다.

그러한 태풍은 갓워즈 내에서도 매우 빠르게 상륙하여 영향을 미쳤다.

“BJ대마도사가 이곳에 왔다던데?”

“기어코 그 괴물 놈이 이곳에 상륙했네.”

특히 붉은산을 무대로 삼는 플레이어들이 그 소식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모두가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얼마나 제대로 박살을 내려나?”

“저 빌어먹을 붉은 고블린 놈들이 아주 불쌍할 정도로 짓밟아줬으면 좋겠네.”

“이번에도 솔로 플레이를 하겠지?”

“소문으로는 10대 길드랑 협력 중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맞아, 10대 길드가 BJ대마도사랑 협력 플레이하려고 엄청난 거액을 베팅했다던데?”

소소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저마다 들어본 풍문을 내뱉었다.

물론 좋은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었다.

“어차피 끼리끼리 놀겠지. 애초에 10대 길드 애들은 자기들 외에는 파티원으로 받아주지도 않잖아?”

“파티원으로 안 받아주는 거면 다행이지. 자기들 사냥하는 구역에 들어가기만 하면 아주 그냥 우릴 죽이려고 들잖아?"

“누가 보면 이 게임이 자기들 개인 게임인 줄 착각할 정도지.”

몬스터를 두고 경쟁을 하는 게임이기에 BJ대마도사의 등장을 반기지 않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개중에서도 게임 내에서 플레이가 잘 풀리지 않는 이들일수록 그러한 성향은 컸다.

정상적인 게임은커녕 제대로 된 파티원도 없어 하루살이처럼 게임을 플레이하는 부류들.

“젠장, 누군 토벌대에서 쓰레기 놈들하고 게임이나 하고, 누구는 10대 길드가 서로 데려가려고 하고……."

토벌대, 그곳이 아니면 사냥이 불가능한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의 등장에 쓴웃음이 지어질 만했다.

한편으로는 절박하기에 그러한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 나도 BJ대마도사랑 파티플 한 번 해보고 싶다.”

“진짜 개꿀잼일 텐데.”

BJ대마도사와 같이 이 게임을 해보고 싶은 소망.

“난 그것보다 럭키 한 번 안아만 보고 싶어. 굉장히 폭신폭신할 거 같지 않아?”

“럭키 등에 타서 달리기만 해보면 소원이 없겠다.”

“럭키보단 골드가 더 멋지지. 이번에 웨어울프 모습으로 바꾼 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어.”

“잭팟의 귀여움을 모르는 너희들이 불쌍하다.”

적어도 갓워즈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면, 세계적인 스타와 함께 하는 걸 마다할 리가 없을 테니까.

물론 그러한 소망 어린 말이 나올 때면 누군가 한 명이 꼭 초를 치는 법.

“말이 되는 소리를 해. BJ대마도사가 우리랑 왜 플레이를 하겠어? 상식적으로 토벌대에 올 리가 없잖아?”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그러한 말에 어느 플레이어가 발끈하며 말했다.

“올 수도 있지!”

그 발끈하는 반박에 말을 뱉은 플레이어가 피식, 조롱 가득한 비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올 수도 있다고?”

그 순간이었다.

“여기가 113번대 맞습니까?”

플레이어들이 모인 천막 안으로 플레이어 한 명이 스윽, 들어왔고, 그 플레이어의 등장에 좌중이 놀랐다.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고 초를 치던 사내는 오히려 그 모습에 기가 산 듯 소리쳤다.

“BJ대마도사가 여기 오면 내가 럭키랑 노래를 부른다. 아주 제대로 듀엣으로 불러주마.”

왕!

"어쭈? 누가 개소리를 냈어? 응? 어? 럭키?”

이윽고 그 사내가 소리쳤다.

“BJ대마도사?”

7.

토벌대.

일반 파티 사냥에도 끼지 못하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이는 곳.

당연한 말이지만 토벌대에서 사냥을 한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 BJ대마도사가 토벌대에 들어갔다던데?

때문에 그 소문이 들렸을 때 세간의 반응은 하나였다.

- 지랄하네.

- 또 구라치는 새끼들 등장이네. 야! BJ대마도사가 잭팟이랑 뇌를 바꾸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을 왜 해!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껄이지 말라!

모두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심지어 라이징 스타 채널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한 소문 돌던데?”

“무슨 소문?”

“BJ대마도사가 토벌대에 들어갔데.”

“토벌대면…… 붉은산의 레드 고블린 잡는 그거?”

“응.”

“뭔 개소리야? 차라리 BJ대마도사가 어비스 길드의 뮤즈랑 사권다는 소문이 더 믿을 만하겠다."

“그 소문 진짜일까?”

“모르지.”

그 소문을 들었을 때 라이징 스타 채널의 그 어떤 직원도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단 한명.

“잠깐, 지금 뭐라고 했어.”

“예?”

“아니, 지금 이야기한 거, 다시 말해 봐.”

박영준, 그만은 그 헛소리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BJ대마도사랑 어비스 길드의 뮤즈랑 사귀는 사이라는 소문이요?”

“아니, 그런 어림도 없는 헛소리 말고, 그 전에 나온 소문.”

“BJ대마도사가 토벌대에 가입했다는 내용이요?”

“그래, 그거.”

그 이야기를 들은 박영준이 곧바로 부하 직원에게 명령했다.

“진위 여부 확인해봐.”

그렇게 명령을 내린 박영준은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손으로 툭툭 치기 시작했다.

모두가 헛소문으로 치부하는 그 소문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시작했다.

‘업그레이드.’

그러한 고민의 시발점은 다름 아니라 BJ대마도사가 보내준 업그레이드란 표현이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었다.

‘그 후에 전력 파악 중이니 기다려달라고 했지.’

얼마 지나지 않아 BJ대마도사는 보다 확실하게 전력 파악을 해야 하니, 기다려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러한 이메일 속에 BJ대마도사가 담은 의도를 박영준은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현재 BJ대마도사는 놀라운 스펙업을 이루고 있으니, 섣불리 협상을 하지 말라는 거다.’

그래서 현재 박영준은 뜨겁다 못해 미칠 지경인 광고주들의 요청을 거절하는 중이었다.

여러모로 중대한 준비 작업이 이루어지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토벌대에 들어갔을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이번 일도 연장 선상이다.’

필시 앞서 말한 것과 연관되어 추가적인 작업을 하기 위함일 터.

‘이야기가 끝나면 알려주겠지만…….'

물론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차후 정리가 되면 BJ대마도사가 전후 사정을 라이징 스타 채널에 알려줄 터였다.

그게 아니었다면 애초에 업그레이드를 했다거나, 전력 파악 중이니 기다려달라는 이메일 자체를 보내지도 않았을 터.

‘그러면 파트너가 아니지.’

그러나 박영준이 이제까지 그런 식으로 주는 것만 받아서 적당히 처리했다면 지금과 같은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불가능했을 터.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파악하고, 들어간다.’

BJ대마도사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가 말하기도 전에 이미 판을 꾸며주는 게 진정한 파트너인 셈.

그렇게 고민하는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이 말해줬다.

“이 정보, 사실인 거 같습니다. 확실히 지금 BJ대마도사가 토벌대에 들어간 듯합니다.”

사실이다!

그 사실에 박영준이 고민을 거듭했다.

‘대체 이번에는 어떤 큰 그림을 그리는 겁니까?’

8.

[초이의 부탁]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60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NPC초이를 대신해 토벌대 소속으로 레드 고블린 4,567마리를 사냥하라!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초이의 안내’ 진행 가능

퀘스트 내용을 살핀 미다스가 슬쩍 주변을 곁눈질했다.

그러자 자신을 향한 서른하고도 아홉 개의 시선들이 보였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어휴, 어쩌다 내가 토벌대에 오게 됐는지.’

토벌대.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는 이 토벌대란 집단에 들어올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토벌대에서 사냥하는 것은 여러 모로 비효율적이었으니까.

막말로 미다스가 손만 들면 10대 길드까지는 아니더라도 1티어급 길드들이 돈을 주고라도 그를 데려갈 터였다.

‘젠장, 퀘스트를 줘도 이딴 걸 주고 있어?’

만약 초이의 부탁 퀘스트가 아니었다면 이곳으로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을 터.

그렇게 속으로 짜증을 내는 미다스를 향해 플레이어 한 명이 슬그머니 오며 말했다.

“저기, BJ대마도사님 정말 토벌대에서 사냥하시는 건가요?”

보고도 믿기 힘들다는 듯한 그들의 말에 미다스는 일단 속의 마음을 정리했다.

‘어차피 하게 된 거, 괜히 나쁜 이미지 줄 필요는 없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토벌대에서 사냥을 해야 하는 건 이제 피할 수 없는 일.

그런 상황에서 괜히 콧대 높은 모습이나, 까칠한 모습을 보여줘봤자 좋을 건 없었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가장 크게 욕먹는 것도 그런 부분이고.’

특히 미다스는 보통의 플레이어들이 스타 플레이어들에 대해 가지는 불만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누구보다 본인이 보통의 플레이어였기에.

“아무렴요, 토벌대에 왔으니 당연히 토벌대에서 사냥해야죠.”

그렇기에 미다스는 괜히 콧대 높은 이미지를 보이기보다는 예의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동안 같이 사냥하게 됐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이미지 개선이나 좀 해야지.’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모든 플레이어들을 향해 깊게 허리를 숙였다.

그 어떤 스타 플레이어도 보여주지 못한 예의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당연히 그것을 본 플레이어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맙소사, 진짜 우리랑 사냥을 한다고?’

‘아니, 그보다 왜 이렇게 예의가 바르지?’

‘BJ대마도사가 금수저 또라이라는 건 역시 헛소문이었던 건가?’

예상치 못한 미다스의 모습에 플레이어들이 당황했고, 그 때문에 대화가 잠시 멈추었다.

왕!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럭키가 주인을 따라 인사를 하듯이 짖었고, 그 외침에 미다스가 말했다.

“럭키 님도 반갑다고 하네요.”

그 말에 누군가 툭, 질문을 했다.

“럭키 님이요?”

“아무렴요, 럭키 님 없으면 전 예전에 끝났죠. 그러니까 럭키 님이라고 해야죠.”

‘일단 통성명은 해야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한 미다스의 미끼를 플레이어들이 단숨에 물었다.

“대단하네요.”

“저, 저기 럭키 님이랑 사진 한 번 찍어도 될까요?”

“사진은 얼마든지 찍어도 좋습니다. 럭키 님, 괜찮죠?”

왕!

“괜찮다고 하시네요.”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곧바로 사진을 찍으러 오는 플레이어의 뒤로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다른 플레이어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풀리는 그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스윽, 자신의 퀘스트창을 살폈다.

그리고는 그 퀘스트 내용의 가장 하단을 확인했다.

!토벌대에서 최고 기록 달성 시 추가 보상 지급

!퀘스트 추가 보상 : 마스터 스킬북(유니크)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히든 보상을 확인한 미다스가 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보다 토벌대 사냥 말입니다, 제가 지휘를 해도 괜찮을까요?”

그 말에 반박은 없었다.

“아무렴, 당연히 BJ대마도사님이 맡으셔야죠!”

“무슨 명령이든 믿고 따르겠습니다!”

처음 본 사이임에도 앞다투어 결사의 의지를 보이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에 미다스가 좀 더 짙은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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